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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여름 17 -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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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0-06-26 09:56 조회80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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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9-U01.jpg

(제 17 회)

8 장

오불꼬불한 산길에 들어서 얼마간 달렸을 때 이 산간에 어울리지 않는 빨간 벽돌집 한채가 덩그렇게 보였다.

《저기가 사단지휘부입니다.》

하사관이 반쯤 몸을 일으키며 소리치자 최현은 피끗 보고는 딱딱한 어조로 말했다.

《이제 사단참모장을 태우고 날 따라오우. 소양강으로.》

차가 높은 고개마루로 올라갈 때 참모장을 데리러 갔던 모터찌클이 다쫓아왔다. 최현은 그 차에 중성 세알의 군관이 탄것을 보고는 차를 세우게 했다. 모터찌클에서 내린 기름한 얼굴에 안경을 낀 52사참모장이 달려오자 최현은 마뜩지 않은 눈길로 아래우를 훑어보았다.

《지도는 가져왔소?》

《네, 그런데 위청동지가 인계때문에.》

《인계는 문제가 아니요. 이 차에 타오.》

최현은 자기 부관에게 눈짓으로 앞자리를 가리킨 후 참모장이 거북스럽게 앉는 뒤좌석에 자기도 옮겨앉았다. 참모장이 전투가방에서 지도를 꺼내 내밀자 최현은 확대경을 꺼내들며 운전수에게 소리쳤다.

《전속으로!》

고개마루에 오르자 길은 보병들과 박격포병들, 가마마차들로 꽉 메워지다싶이 했다. 모터찌클이 앞서 달리며 연신 경적을 울리고 참모장이 일어나 사납게 소리치자 길이 점점 트이였다. 최현은 지도를 보다 말고 이따금 옆으로 지나가는 병사들의 모습을 살피였다. 한결같이 사기왕성한 모습들이였다. 그들은 시퍼런 왕별 견장을 단 장령을 놀라움과 감탄속에 바라보고는 서로 수군덕거렸다.

《세우오.》

최현이 갑자기 소리쳤다. 45미리포 네문이 길가에 나란히 서있는것을 띠여본것이다. 그가 차에서 뛰여내리자 길도랑이며 산비탈에 주저앉아 쉬고있던 군인들이 약속이나 한듯 일제히 일어섰다. 소성 세알을 단 군관이 《차렷!》을 웨치고 달려오는것을 보았으나 최현은 그쪽이 아니라 포에로 다가갔다.

《중대장이 누구야?》

최현이 한 소대장을 향해 묻자 《차렷!》을 준 군관이 《접니다.》 하고 달려왔다.

《쉬엿하시오.》

최현은 상위의 흙물이 든 바지며 장화를 보다가 날카로운 어조로 물었다.

《포는 왜 세워놓고있소?》

그러자 포중대장은 참모장을 흘깃흘깃 보며 선뜻 대답할념을 못했다. 참모장이 어색한 낯빛으로 변명하듯 말했다.

《포가 은페할 곳이 없어 여기에 뒀습니다. 개활지여서 포가 맞을수도…》

최현의 눈섭이 사납게 일어서고 두눈이 이글이글 타며 참모장을 쏴보았다.

《그래 포가 마사지는 위험은 보고 보병들이 쓰러지는것은 못보오. 포가 뭣하러 있소?》

《이 포는 반땅크전투에 쓰기 위해 아껴야 한다고 위청사단장동지가-》

《동무!》

최현은 날카로운 어조로 말허리를 잘랐다. 그는 참모장의 피기 잃은 얼굴을 억이 막혀 보다가 포중대장에게 돌아섰다.

《저 포는 이 차에 달고 다른건 그대로 끌고가자. 포탄은 질수 있는껏 지고, 집행하오.》

최현이 벼락같이 호통을 치는바람에 참모장까지 포탄상자를 날랐다. 최현은 차에 포를 달고 포장까지 태웠다. 내리막길이라 차는 힘들지 않게 포를 끌었다. 산굽이를 돌자 앞이 확 트이며 넓은 논벌이 펼쳐졌다. 휘여든 장검같은 강이 논판을 가로질렀다.

강건너편에는 뾰족모자를 댕그렇게 놓은듯 한 산이 보였다. 그곳에서는 자지러지게 총소리가 울렸다.

적탄은 시퍼런 벼모가 늠실거리는 논판에 비오듯 쏟아졌다. 누런 군복을 입은 병사들의 산병선이 논판에 엎뎌있었다.

《헛참!》

최현은 기가 막힌듯 혀를 차며 번뜩이는 눈길로 참모장의 옆모습을 쏴보다가 《세우라!》 하고 소리쳤다. 차가 삑-하고 급정거함과 동시에 30메터앞 길바닥에 우박치듯 기관총탄이 쏟아졌다.

운전수가 다급히 후진시키려 하자 최현은 태연한 어조로 《일없어.》 하며 락탄점을 살피다가 《저게 최대사거리야!》 하고 긴장해있는 사람들에게 웃음어린 얼굴을 보였다. 숲에서 중성 두알을 단 군관이 뛰쳐나왔다. 최현은 4련대장이라고 소개하는 참모장의 말을 들으며 차에서 내려 마주 다가갔다. 련대장이 미처 보고도 하기전에 그는 매우 못마땅한 기색으로 논판을 손저어 가리키며 크게 물었다.

《왜 저기 엎드려있소?》

《공격준비를 갖추고 대기하게 되여있습니다.》

《적의 사격속에 있어야만 공격준비요? 당장 이 계선까지 철수시키시오.》

《알겠습니다.》

련대장이 기세좋게 대답하고 돌아서려 할 때 최현이 재차 명령했다.

《그리고 이제 45미리포사격을 신호로 봉의산에 대고 일제사격을 해야겠소.》

《…》

련대장은 의아한 빛이였다. 최현은 이마살을 찌프렸다.

《정찰하자는것이요.》

《아, 알겠습니다.》

련대장은 선망어린 기대에 찬 눈길로 최현이를 일별하고 활기에 넘쳐 내달려갔다. 최현은 고개마루로 내려오는 45미리포들을 지켜보다가 길옆에 나가넘어진 뽀뿌라나무에 가앉았다. 담배까지 꺼내 무는것을 본 참모장이 불안스럽게 속삭였다.

《음페부로 갑시다. 포사격이 있을수 있습니다.》

최현은 어딘가 야유어린 눈길로 돌아보다가 참모장의 진중한 얼굴에 멎자 선량한 미소를 지었다.

《놈들의 포는 저 다리에 사격제원을 잡아놓고있소. 그러니 마음놓소. 이제부터 예 앉아서 구경이나 하기요.》

45미리 포병들이 포를 끌고 내달려왔다. 사단장이 직접 본다는데서 사기가 오른 그들은 숫기좋은 말처럼 진창을 마구 튕기며 내달았다. 최현은 포병중대장에게 포의 전개위치를 찍어주었다.

《목표는 봉의산정점!》

최현은 《포 전투준비 끝!》이라는 보고가 울리자 담배대를 집어던지고 포병중대장에게 싱긋이 웃으며 귀속말하듯 말했다.

《쏴보오!》

네문의 포는 거의 동시에 발사했다. 예리한 금속성이 대기를 찢으며 울릴 때 온 벌판이 일떠설듯 수천발의 총탄이 봉의산으로 날아갔다. 그러자 봉의산은 그대로 활화산이 불을 뽑듯 으르릉거렸다. 수백개의 목화송이같은것이 피여오르며 다리부근과 논판에 불기둥을 일으켰다. 포탄과 탄약의 소나기, 쿵쾅거리는 폭음과 아츠러운 저격무기의 총성으로 온 공간이 차넘쳤다. 최현은 한손으로 턱을 매만지며 바늘꽂힐 자리도 없을만큼 총총한 봉의산의 화력망을 살피다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일어났다.

《다음 명령을 주십시오.》

련대장이 다시 나타났을 때 최현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무뚝뚝히 말했다.

《전사들을 좀 만나보기요.》

최현은 솔밭가운데서 얼른거리는 어깨며 팔에 붕대를 동인 사람들을 띠여보고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풀숲을 질러오르는사이에 그들은 어디론가 숨어버렸다. 최현은 불쾌함을 참지 못하고 련대장을 돌아보았다.

《저 사람들은 뭐요?》

《부상병들입니다.》

《그런데 왜 바퀴처럼 숨는거야?》

《후송될가봐 그럽니다.》

《후송될가봐?》

《네, 춘천을 먹는걸 보기전에는 떠나지 않겠답니다. 장군님의 방송연설을 듣고 다들 버팁니다. 떠나지 않으면 처벌을 주겠다고 하는데도 막무가냅니다.》

최현은 눈섭을 찌프린채 부상병들이 사라져버린 곳을 점도록 바라보다가 분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저런 사람들을 데리고 이지경이 되다니.》

이 순간 그의 눈매는 더없이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참모장동무!》

그는 돌아보지 않고 걸어가며 말했다.

《전방군의소를 이 현장에 옮겨오게 하시오. 가능한한 저 동무들의 소원대로… 둬두시오.》

숲을 꿰질러가던 최현은 숟가락이 밥통에 부딪치는 달가닥소리를 듣고 귀기울이다가 돌각담옆에 일여덟명의 군인들이 모여앉아 식사를 하는것을 보았다. 한사람은 군관복차림인데 견장이 없었다. 그는 세운 무르팍우에 밥통을 올려놓고 내키지 않는 숟가락질을 하고있었다. 다른 전사들은 이따금 그를 곁눈질하며 조용히 밥을 먹고있었다. 최현이 그리로 다가가자 전사들이 놀라며 일어났으나 구령칠념은 않고 견장없는 군관을 흘끔흘끔 살폈다. 누군가 《대대장동지!》 하고 속삭여서야 고개를 들린 그는 슬며시 일어서며 각광을 단 하사관에게 눈짓했다.

그 하사관이 《차렷!》 하고 구령을 쳤다.

《쉬엿하오.》

최현은 전사들이 매우 어색한 표정으로 눈치를 슬슬 보는것을 감촉하고 견장없는 군관에게 시선을 멈추었다. 서른이 되였을가 말가한 기름한 얼굴에 눈꼬리가 시원히 뽑혀지고 코마루가 우뚝한것이 록록치 않은 인상이나 최현의 눈길앞에서 죄진 사람처럼 외면하였다. 어디선가 본 얼굴이였다. 최현은 기억을 더듬느라 눈귀를 쪼프렸다. 그러나 떠오르지 않았다.

《동문 직무가 뭐요?》

《없습니다.》

군관은 용단을 내린듯 얼굴을 쳐들었다. 될대로 되라 하는 자포자기와 일종의 반항심이 서린 담찬 눈길이 최현의 불만스런 눈에 도전하듯 마주왔다.

최현은 또한번 (어디서 봤더라?) 하고 기억을 더듬으며 련대장을 돌아보았다. 련대장은 진흙에 범벅이 된 장화코만 내려다보다가 최현이 《이 사람은 뭐요?》 하고 불쾌하게 물었을 때야 알아차리고 얼른 입을 열었다.

《2대대장이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새벽 다리돌파명령을 접수하지 않은것으로 하여 위청사단장동지한테서 철직명령을 받았습니다.》

《명령에 불복해-?》

최현은 노염어린 눈길로 견장없는 군관을 쏴보았다. 련대장에게 눈길을 옮길 때 그 얼굴은 더욱 험상궂게 이지러졌다.

《왜 이런 사람을 둬두오?》

이제라도 총살형을 내릴듯 한 격분에 련대장은 황급히 변호하듯 말했다.

《따져놓고보면 명령불복종은 아닙니다. 위청사단장동지가 실패로 끝나는 정면돌격을 세번째로 이 대대에 떨구자 이 동문 몇사람만 가겠다고 대대를 전멸에 처하게 할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위청사단장은… 권총을 빼들다가…견장만 떼버렸습니다.》

《사실이야?》

최현은 《철직》된 대대장을 바라보았다.

《사실입니다.》

《전투시 명령불복종에 대해서 어떻게 하는지 알아?》

《압니다.》

《어떻게 동무같은 사람이 우리 군대의 군관이 될수 있어.》

《전 무익한 희생은 참을수 없었습니다. 제가 총살당한다해도 전… 그 명령을 집행할수 없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자는거였어?》

《묘안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적의 집중사격구역으로 마구 나가는… 자멸행위는 찬성할수 없었습니다.》

《내가 나가란다면…?》

《철직》대대장은 낯이 대리석처럼 하얗게 질렸다. 볼편근육이 부르르 떨었다.

《같은 방식이면 전… 전사로는 나가도 명령하는 지휘관으로는 나갈수 없습니다.》

최현의 눈에 호감어린 빛이 스친것을 누구도 보지 못했다. 그의 목소리가 더욱 엄해진때문이기도 하였다.

《못나간다?! 그렇게는 안될걸. 난 최현이야.》

《알고있습니다.》

《어떻게 알아?》

《전 사단장동지가 2소분소에 계실 때 소대장이였습니다.》

《으-음.》

최현은 비웃듯 눈을 쪼프렸다. 그제야 기억에 떠올랐다.

보안간부훈련소를 한창 꾸리기 시작한 첫해 겨울이였다.

병실이 모자라 령하 20도를 오르내리는속에서 집을 짓지 않으면 안되였다. 작두로 짚을 썰고 그 짚을 진흙에 섞어이겨 벽을 발랐다. 세면장물이 떵떵 얼어붙는 그날 병실작업장을 돌아보던 최현은 코등에 진흙덩이를 빚어붙이고 어리광대흉내를 내면서 맨발로 진흙을 이기는 이 군관을 인상깊이 보아두었던것이다. 이 군관의 소대가 병실꾸리는 작업에서 1등을 한것이 기억된다. 그후 최현은 인차 거기를 떴으므로 이 사람에 대해서 더 알 기회는 없었다.

최현은 이 회상과 더불어 《철직》대대장에 대한 호감이 더 커지는것을 어쩌지 못하여 이마살을 찌프리고 전사들을 돌아보았다.

《동무넨 명령에 불복한 상관을 어떻게 생각하오?》

최현의 목소리는 높았으나 위험천만한 사태를 예고하던 추상같은 기운은 사라졌다. 아까 《차렷!》 구령을 쳤던 하사관이 얼굴이 빨갛게 질리여 한걸음 나섰다.

《장령동지, 말씀드릴만 합니까?》

《말하오.》

《사실 우리 대대장동진 대대를 위해… 그랬습니다. 철직…을 맞고도 이쪽 강으로 도하할 방도를 찾아 강을 건너갔다 왔습니다. 우리 대대장동진.》

《대대만을 위하는 대대장은 필요없소. 동무들은 장군님 방송연설을 들었소?》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흰 당원들로 습격조를 꾸려 적의 화점들을 칠가 합니다.》

《누구의 발기요?》

《대대장동지가.》

《그-래?!》

최현이 두눈을 간잔지런히 쪼프릴 때 애된 전사가 불쑥 소리쳤다,

《장령동지, 우리 대대장동진 강건너 고지까지 가서 화점 하나를 까고왔습니다. 대대장동진.》

《그만하오.》

최현은 가슴이 억해 《철직》대대장을 돌아보았다. 대대장은 고개를 떨군채 울고있었다. 눈물도 소리도 없었으나 그가 전사들의 마음에 감격해 울고있는것만은 명백했다.

《다들 앉소.》

최현은 마른 잔디에 주저앉았다. 담배 한대를 붙여물고 《철직》대대장에게도 권했다. 대대장은 떨리는 손으로 담배가치를 뽑아서 옆의 전사가 켜주는 성냥불에 붙여물었다. 첫모금에 연기에 개키여 기침을 기었다. 그통에 얼굴이 시뻘겋게 되고 이마전에 혈관이 살아올랐으나 고집스럽게 연거퍼 담배를 빨아댔다.

최현은 파랗게 감겨오르는 담배연기를 즐기듯 바라보다가 곁눈질로 《철직》대대장을 흘깃 보고는 퉁명스럽게 물었다.

《이름이 뭐요?》

《박로수입니다.》

《박로수?》

최현은 놀라 되뇌이며 실눈을 짓고 대대장을 다시 뜯어보았다.

(허참 별일이라구야, 이 친구가 오중흡의 조카딸과 눈이 맞다니… 그래, 남자답게 생기긴 했어.)

최현은 호기심을 감추지 못하고 물었다.

《오영혜를 알아?》

《네-?》

이제껏 당황하지 않던 대대장은 눈을 한껏 치뜨며 어리둥절해 최현을 보았다.

《오영혜를 몰라? 내각에 있는-》

《압니다.》

《가까워?》

박로수는 고개를 수그렸다. 솥뚜껑같은 그의 커다란 손이 조약돌을 턱없이 주무르고있다. 최현은 머리를 설레설레 저었다.

《동무같은 사람이 어떻게 오영혜와 가까울수 있어. 오영혜가 어떤 처년지 알아? 그의 아버지, 삼촌들이 어떤 혁명가였는지… 오영혜가 눈이 멀었어.》

《사단장동지.》

박로수가 펄쩍 일어났다. 주먹이 꽉 부르쥐여지고 눈에 달이 뜬듯 이글거렸다.

《절 모욕하지 마십시오. 저도 그분들처럼 싸울 각오를 다진 사람입니다.》

최현은 담배불을 비여끄며 무뚝뚝하게 말했다.

《오영혜의 편지가 내한테 있어. 동무한테 보내는 편지말이야. 그러나 안줄테야. 동무같은 사람과 오영혜는 가까울수 없어. 자격이 없단말이야. 자격이.》

그 말에 박로수는 머리를 푹 떨구었다.

최현은 담배를 휙 집어던지고 전투가방에서 지도를 꺼낸다. 그리고 이제까지와는 판다른 부드러우면서도 심중한 어조로 말했다.

《내옆에 앉소. 이걸 보오.》

최현은 엄지손가락으로 지도의 한점을 짚었다. 박로수는 의아스럽게 최현의 얼굴을 보고는 지도에 시선을 박았다.

《여기까지 몇시간이면 갈수 있어?》

《두시간이면…》

《좋아, 그런데는 적들 모르게 간다는 여기에 방점이 있어. 거기서 이 홈타기로 빠져 봉의산을 에돈다. 이 에도는 시간을 한시간으로 주겠어. 합계가 얼마야.》

《세시간입니다.》

《옳아, 거기서 동무가 신호탄을 날리고 배후를 칠 때가 사단의 공격시간이야. 무슨 말인지 알만해?》

최현이 처음으로 싱긋이 웃으며 박로수를 보았다. 《철직》대대장의 얼굴은 비씻긴 뒤의 달처럼 환해졌다.

《알겠습니다. 사단장동지, 우회기습입니다.》

그의 굵진 목소리는 감격으로 하여 노래부르는것처럼 들렸다.

《두개 중대를 주겠소. 선별권한은 동무에게 주지. 그리고 사단정찰에서 한개 소대를 배속시키지. 어때?》

《알았습니다.》

박로수가 차렷하고 거수경례를 할 때 그 눈에 콩알같은 눈물방울이 슴새여올랐다. 최현은 그 눈길을 피하여 땅바닥을 내려다보며 조용히 말했다.

《편지는 봉의산에 가서 주겠어. 보충적으로 줄 명령은 손끝 하나 상해도 안된다는거야. 동무도, 대원들도.》

《알았습니다. 사단장동지, 감사합니다.》

《감사?! 감사는 동무의 이 전사들께 주라구.》

30분후 최현이 탄 차는 진흙탕을 흙비처럼 뿌리며 2층벽돌집마당에 이르렀다. 차안에서 참모장에게 지휘부비상소집을 명령한 그는 련락병을 시켜 포병부사단장을 찾았다. 까무잡잡한 얼굴이 젊은 포병부사단장이 달려왔을 때 최현은 승용차기관실우에 지도를 펼쳐놓고 전반적인 포들을 전방계선에 진출시킬데 대한 지시를 주고 색연필로 점을 찍어가며 주요배치지점들을 정해주었다.

《…모든 포들은 봉의산정면을 때리게 돼야 하오.》

《박격포도 말입니까?》

《그렇소. 모든 포요. 한시간내로 이동을 끝내고 사격준비를 끝내시오.》

《알겠습니다.》

《그런데 반포대대의 45미리 네문을 내가 소양강 기슭에 배치했소. 동무와 합의없이 해서 안됐소.》

최현은 지휘부성원들이 다 정렬한것을 보고 포병부사단장에게 손을 내밀었다.

《동문 먼저 움직이시오.》

최현은 사단참모장이 대렬경례를 하려는것을 못하게 하고 군사부사단장으로부터 후방부 취사병까지의 대렬 전체를 무려 5분동안이나 말없이 살펴보다가 취임인사치고는 너무나 짧은 지시를 주었다.

《인사는 춘천을 해방하고 합시다. 이제부터 사단지휘부는 춘천이 내려다보이는 삼각고지로 합니다. 한시간안으로 지휘부 이동과 전개를 끝내야 하겠습니다. 군사부사단장동무가 조직하시오.》

최현은 참모장을 데리고 위청장령의 방으로 갔다. 위청은 문가에서 그를 맞았다.

《안녕하오. 늦어서 안됐소.》

최현이 먼저 인사를 했다. 위청은 입술을 가늘게 떨었을뿐 말은 못하고 습관적으로 거수경례만 하였다.

하얗게 피기잃은 얼굴에서 칼자리가 퍼런빛을 띠였다. 그는 인계문건이 가득 쌓인 책상앞에 다가가 절도있게 돌아서 엄숙한 눈길로 최현이를 보았다.

《문건은 참모장동무에게 넘기시오.》

최현은 눈길을 내리깐채 조용히 말했다.

《이건 어떻게 할가요?》

위청은 까만 에나멜도색을 한 네모난 함을 가리켰다.

《무엇이요?》

《부호자, 지남침, 쌍안경… 그러루한것들이요.》

《거야 동무것이 아니요?》

《나한테 이런것들이 더 필요하겠는지?》

《동문 무슨 소릴 하오?》

최현의 눈빛이 사납게 번쩍였다. 위청은 그를 외면한채 전화선을 거두고있는 통신병을 보다가 정색하여 물었다.

《최현동문… 자신있소?》

《자신?!… 그래 동문 자신이 없이 싸웠소?》

《모르겠소. 자신은 있은것 같은데.》

최현은 불시에 그가 측은해졌다.

《위청동무, 평소에 우리가 <장군님 전법>이라는 말을 자주 썼는데 나한텐 그게 승리의 비결이고 자신이요.》

《알겠소. 나도 좀 깨달아지는것이 있소…》

《부탁할것이 있소.》

최현은 뚝뚝하게 말을 잘랐다. 위청은 눈을 치뜨며 의아히 물었다.

《무슨 부탁이요?》

《동무가 철직시킨 대대장이 생각되시오?》

《누구?》

《6련대 2대대장 박로수-》

《네?! 내가… 그때… 아, 알겠소.》

위청은 수치심에 낯이 벌겋게 되며 피씩 웃었으나 그것은 자기모멸에 가까운 침울한 웃음이였다. 최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동무의 철직명령을 취소해주시오.》

《아, 그거야… 이젠 내 권한밖이 아니요. 최현동무 결심대로…》

《그럼 동의한것으로 믿겠소. 잘 가시오.》

《다른 인계는?》

《필요없소.》

달리는 차우에서 최현은 지도를 펼쳐놓고 누구도 알아보기 힘든 부호를 하나하나 그려나갔다. 이따금 서울쪽으로 뻗은 화살표를 보고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최현은 잃어버린 시간을 회복하는것이 매우 어렵다는것을 알았기때문이였다. 남이 저질러놓은 잘못이지만 이제부터 그 모든 손실은 자기가 메꿔야 하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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