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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강자 35, 3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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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1-01-28 18:03 조회40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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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위대한 수령님과 위대한 장군님께서 공장을 찾아주셨던 뜻깊은 현지지도의 날을 앞둔 공장은 벌써부터 흥성거렸다.

후방부에서 돼지를 잡는다, 수산물을 실어온다 하며 분주히 뛰여다니는 속에 직장별체육경기요강이 발표되였다.

이번 경기조직에서 이례적인것은 가족들까지 참가할수 있다는것이다.

가족범위는 처나 남편, 아들, 며느리, 사위까지 참가할수 있었다.

그것을 놓고 모두 기막힌 발기라고 좋아들 하였다.

그 발기자는 당비서 박영식이였다.

그런데 예상치 않았던 일이 벌어지게 되였으니 그것은 지배인 리대철을 둘러싼 행정부서와 각 직장들사이의 론난이였다.

리대철의 량주는 한다하는 배구와 탁구선수들이여서 행정부서에서는 두 경기는 먹어놓은 떡이라고 쾌재를 올리는데 직장장들이 머리를 맞대고 수군거린 끝에 제출한 《결의안》이 가관이였다.

지배인부부는 경기에 참가할수 없다는것이였다.

리유는 지배인부부가 참가하면 행정팀이 너무 강하기때문에 팀구성이 공정치 못하다는것이였다.

그럴만도 하였다.

행정부서의 젊은 사람들이 한다하는 선수들이였기때문이였다.

거기에 리대철이네가 들어가면 무적강팀이 된다.

그 문제를 놓고 박영식과 리대철은 골머리를 앓았다.

《결의안》을 기각시키자니 직장장들이 가만있지 않을것이요, 무마시키자니 행정부서가 별로 힘을 쓰지 않고 우승을 독차지할것이다.

참 일도 난처하게 되였다.

어떻게 할것인가를 모색하던 박영식이 그럴듯한 묘안을 생각해냈다.

고양정뽐프제작조가 따로 조직되여있는것만큼 지배인이 거기에 속하면 의견들이 없을것이라는것이였다.

듣고보니 그럴듯 하였다.

지배인이 고양정뽐프제작조의 책임자이기때문에 한개 팀으로 당당하게 출전할수 있었다.

그것이 결정되자 리대철의 량주를 놓고 신경을 돋구던 사람들이 꿀먹은 벙어리가 되고말았다. 오히려 뒤돌아앉아 웃음발을 날리였다.

그도 그럴것이 고양정뽐프제작조에 뽑힌 서른명의 인원들중 선수다운 사람이 없었기때문이였다.

마치도 직장, 부서들에서 앞을 내다보고 그런 사람들을 골라보낸듯 싶었다. (사실 그 인원들은 거의나 리대철이 선출하였다.)

그러니 승패는 명백하다는것이 대다수 사람들의 견해였다.

누구의 표현인지는 모르겠는데 벌써 공장에는 지배인네 량주가 아무리 날고뛰여도 무졸장군이나 같다는 소문이 돌았다.

어느새 그 소문을 귀동냥해들은 리대철은 제작조성원들 한사람, 한사람을 꼽아보다가 맹랑한 웃음을 지었다.

신통히도 경기장에 내세울만 한 대상이 한사람도 없었던것이다.

옹이를 피하니 마디라더니 이런 난사라구야. …

독불장군이라고 리대철이내외 둘이서 직장들마다 펄펄 뛰는 젊은이들과 맞서서 우승을 한다는것은 어림도 없는 일이였다.

잔치는 망한 판이라고 한숨을 내부는 리대철의 앞으로 송화와 정향이가 용약 뛰여들었다. 자기들도 한몫 할수 있다는것이였다.

송화는 군대때 중대탁구선수였다고 했고 정향이는 대학때 학부 탁구, 배구선수였다고 장담을 하였다.

두 처녀의 요란한 광고에 귀가 항아리만 해진 리대철은 그들을 시험쳐보았다. 탁구에서 송화는 공격은 약하였지만 방어에서 침착한것으로 하여 그만하면 경기장에 세울만 하였다.

정향은 《광고》대로 탁구수준이 괜찮았다. 배구 역시 송화는 이악으로, 정향은 기술로 자기들의 솜씨를 보여주었다.

리대철은 안도의 숨을 내쉬였다.

탁구는 단식과 복식이 자신이 있었는데 혼성배구는 아직 두명의 선수가 더 있어야 했으므로 머리를 기웃거리는데 명선이가 자기도 해보겠다고 하였다. 배구공에 얼마 손을 대보지 못한 명선이였지만 동작이 민첩한것으로 하여 경기에서 어지간한 공처리를 할것 같았다.

한사람만 보충하면 배구팀이 구성되겠는데 하고 걱정을 하는차에 정향이가 창근을 앞세우고 나타났다.

제작조에 젊은 남자는 창근이 하나였기때문에 비록 배구공을 다쳐보지는 못했어도 자유방어수형식으로 경기장에 세워만 놓아도 된다는것이였다. 코꿴 송아지신세가 된 창근은 못한다고 아부재기를 쳤지만 정향의 고집에 어쩔수 없이 선수가 되고말았다.

그런데 문제는 훈련시 송화와 창근이가 도저히 손발을 맞추지 못하는것이였다.

웬만한 공은 리대철과 박영란이 처리하였지만 어쩌다 송화나 창근에게 가는 공은 호상 련락이 되지 못하여 실수하는 경우가 많았다.

송화가 공을 살리려고 땅바닥을 뒹굴면서 퍼올린 공을 창근이가 옛다 모르겠다는 식으로 제멋대로 쳐버려 송화의 신경을 자극하였다.

그것이 의도적인지 아니면 실수인지는 가늠하기 힘들었지만 리대철과 박영란은 둘사이가 버그러져도 이만저만이 아님을 쉽게 간파하였다.

그렇다고 욕을 할수도 없었다.

각 직장들과 부서들에서는 점심시간과 퇴근시간이후 훈련들을 하는데 무조건 우승을 하겠다는 승벽심으로 하여 그 열의들이 대단하였다.

주물직장에서는 시청소년체육학교에서 배구와 탁구감독들을 초청하여 경기전술을 비밀에 붙인다며 훈련장소까지 감추어가면서 훈련을 하였다.

경기 전날 리대철은 제작조성원들을 모여놓고 이번 경기에서 본때를 보이자고 일장 훈시를 한 다음 경기전술을 발표하였다.

탁구는 단식경기에 리대철이 자기가 나가고 복식경기에는 처와 정향이가 나간다.

배구경기에서는 선수배치는 어떻게 되든 모든 공을 자기와 처에게 집중하라, 구기종목에서 우승하면 다른 경기종목인 사람찾기와 륜안에서 공몰고 달리기 같은것은 문제가 아니다.

경기과정에 제일 경계해야 할것은 집단력을 흐트리지 않는것이다.

뒤졌다고 신경질을 부리지 말고 그럴수록 서로서로 고무를 해주어 사기들을 돋구어주어야 한다.

드디여 경기가 시작되였다.

여러날에 걸쳐 진행된 련맹전에 이어 승자전에 들어간 경기는 주물, 가공, 행정, 뽐프제작조팀이 대각경기들을 하여 승부를 가르게 되여있었다.

뽐프제작조팀은 탁구와 배구련맹전에서 맞다드는 팀을 모두 물리치고 결승 당일날 배구는 주물직장팀과, 탁구는 행정팀과 결승경기를 하게 되였다.

결승경기에 올라가기까지 리대철의 처 박영란의 역할이 컸다는것은 두말할것도 없었다.

처녀때에는 나리꽃처럼 몸이 갈람해서 보기 좋았는데 중년나이에 이르더니 이상할 정도로 몸이 나서 사람들의 표현에 의하면 두부자루처럼 뚱뚱해가지고서도 경기장에서는 다람쥐처럼 날래여 구경군들의 입을 항 벌리게 만들었다.

당일날 아침 일찌기 부엌을 타고앉아 지지고 볶으며 음식들을 준비하던 박영란은 전화종소리에 일손을 멈추었다.

새벽부터 웬 전화일가.

예감이 이상하여 송수화기를 집어드니 어머니가 걸어온 전화였다.

아버지가 좀전에 뇌출혈을 일으켜 쓰러졌다는것이였다.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에 영란은 기절초풍하였다.

평시에 혈압이 높아 신고하던 아버지였는데 하필이면 오늘같은 날 쓰러질건 뭐람.

가시아버지가 뇌출혈을 하였다는 말에 리대철은 사색이 되여 영란이더러 당장 집에 가보라고 등을 떠밀었다.

리대철의 처가집은 여기서 50리길이였다. 집안을 발칵 뒤지여 구급약들을 준비한 리대철은 차를 불러 영란을 태워보냈다.

결승경기를 걱정하는 처에게 지금 언제 그런걸 생각할새 있는가고 성을 냈지만 아닌게아니라 걱정이 산같았다.

아침부터 복새통에 말려들다보니 식사도 변변히 못하고 출근을 하였다. 일도 참 맹랑하게 되였다.

영란이가 없는 경기에서 우승은 불가능하였다.

발없는 말 천리간다고 지배인의 가시아버지가 뇌출혈을 일으켜 영란이가 경기에 참가하지 못하게 되였다는 소문이 공장을 뒤덮었다.

리대철은 전혀 내색을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되여 그 말이 새여나갔는지 귀신이 곡할노릇이였다.

엊저녁까지만 하여도 우승은 자기들의것이라고 기세가 충천해있던 뽐프제작조 성원들은 금시에 어깨들이 쭈그러들었다.

리대철 역시 기가 꺾이였다. 다 이겼다고 장담했던 경기에서 지게 되였으니 승벽심이 바위같은 그의 심정이 오죽하겠는가.

그래도 경기는 치르어야 하였다.

탁구경기에서 단식경기에 나갔던 리대철이 이겼지만 복식경기에서는 영란이 대신 송화가 정향이와 함께 출전하여 상대팀에게 어방없는 점수차이로 패하였다.

총점수 1 대 1 동점이 된 가운데 다시 단식경기를 하게 되였는데 경기규정에 한번 단식에 나왔던 선수는 다시 출전을 하지 못하게 되였으므로 행정팀에게 아쉽게도 패하여 결국 탁구는 2등을 하게 되였다.

다음으로 주물직장과 맞선 배구결승경기는 영란이가 참가하지 못한것으로 하여 1회전에서 25 대 10이라는 점수차이로 패하였다.

우스운것은 주물팀이 구멍이나 같은 창근에게 공을 집중시키는데 창근은 어느 공 하나 변변히 쳐보지 못하고 맹물 마시듯 하였다.

그것을 보는 송화는 너무 안타깝고 속상하여 저도 모르게 짜증을 냈다.

《몸을 아끼지 말라요. 좀 움직이라요.》

《뭐예요? 이건 말뚝을 박아놓은것보다두 못하니…》 하며 련발되는 욕설은 창근을 더욱 당황하게 만들었다.

리대철은 속에서 불이 일었으나 자기까지 창근을 몰아대다가는 경기가 팥죽이 될것 같아 가까스로 참았다. 허재비같은 창근을 선수로 넣은것이 백번천번 후회되였다. 선수교체를 하자니 후보선수가 없었다.

리대철은 속이 죽가마끓듯 하였으나 참는 수밖에 없었다.

2회전이 시작되여 15 대 2라는 압도적인 점수차이로 주물팀이 앞서자 리대철은 주심에게 타임을 청하였다.

선수들을 모여놓은 리대철은 목구멍까지 치미는 분기를 애써 누르며 창근을 신칙했다.

《야, 젊은 사람이 그렇게 몸을 아껴서 어디에 쓰겠니? 땅바닥에 뒹굴면서라도 공처리를 해야지.》

자기때문에 점수차이가 생긴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창근은 얼빠진 사람모양 헤실부실했다.

《생각은 뻔한데 어디 몸이 말을 들어야지요? 이제라도 선수교체를 해주세요.》

《뭐야? 넌 악도 없니? 자존심도 없어?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정신력만 있으면 그까짓 공 하나 받아 못 치겠어?》

《에, 암만해도 난…》

그때 송화가 보다못해 한마디 하였다.

《사람이 왜 그렇게 물렁팥죽이야. 집단을 위해 투신을 좀 하라요!》

그 말이 귀에 거슬렸는지 창근이가 불끈했다.

《왜 삐치는거야? 아까부터 보자보자하니까.》

《그만들 하라구.》

리대철이 저기압이 된 기분을 감추지 못하고 침울하게 말하였다.

린광이 끓는 눈길로 마주 쏘아보던 송화와 창근이가 약속이라도 한듯 동시에 얼굴을 돌리였다.

영 남남이 되다싶이 된 그들을 보는 리대철의 속은 언짢았다.

어쩌면 다시 화목을 찾기가 불가능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가까운 사람들의 싸움은 칼로 물베기라는데 제발 다시 가까와졌으면…

그때 응원석에서 폭탄이라도 터진듯 와ㅡ 하는 소리와 함께 대렬이 두쪽으로 쫙 갈라졌다.

웬일인가 해서 그쪽으로 얼굴을 돌리던 리대철은 물론 선수들 모두 눈이 뒤집히였다.

경기복장을 한 박영란이 경기장으로 뛰여든것이였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아버지가 뇌출혈로 위험하다더니…

주석단에 앉아있던 박영식도 너무 놀라와 의자에서 엉치를 떼고 엉거주춤해서 영란을 지켜보았다.

모두 숨을 죽이고 호기심과 의혹이 어린 눈길로 지켜보는 가운데 영란이가 어정쩡해 서있는 리대철에게로 다가가 무슨 말인가 귀속말로 소곤거렸다.

그 모양은 마치 연극무대의 한 장면을 방불케 하였다.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영란의 말을 마지막까지 다 들은 리대철이 고개를 하늘로 쳐들고 앙천대소하였다.

《하하하!》

경기장이 떠나갈듯 한 웃음소리에 모두 어리둥절해졌다.

배꼽이 떨어질 정도로 실컷 웃고난 리대철이 심판석을 향해 소리쳤다.

《직맹위원장동무! 경기를 다시 하기요.》

아까부터 어리둥절해있던 얼굴이 퉁투무레한 직맹위원장이 의자를 차고 일어나며 반문하였다.

《그건 무슨 말씀입니까?》

《누가 우리 팀을 지게 하려고 거짓말을 했소. 가시아버지가 뇌출혈을 일으켰다는건 새빨간 거짓말이란 말이요.》

《뭐라구요?》

억이 막힌 직맹위원장이 입을 항 벌리는데 곁에 있던 박영식이 믿어지지 않는듯 한마디 했다.

《누가 감히 그런 황당한 거짓말을 한단 말이요?! 가시어머니가 전화를 했다고 하던데…》

리대철은 그만 말문이 막히였다.

자기는 전혀 전화소리를 한적이 없는데 당비서가 어떻게 구체적으로 알고있는가.

아까부터 의문부호를 붙이고있었는데 참 이상한 일이였다.

처의 입을 통하여 소문이 퍼졌는가 아니면 운전사의 입을 통하여…

십분 그럴수 있었다.

어쨌든 당비서의 물음에 대답을 주어야 하였다.

《여보, 아침에 받은 전화가 가시어머니 목소리가 옳았소?》

리대철의 물음에 영란은 당황하여 기여드는 소리를 하였다.

《예, 어머니가 전화를 하긴 했는데… 집에 가서 물어보니 글쎄 누군가 검정닭 두마리를 가지고와서 딸이 보고싶지 않는가, 지금 딸이 몹시 축갔는데 한 며칠 집에 데려와 몸보신을 시켜야 한다구 말하더래요.》

《그게 누구라오?》

《모르지요 뭐. 딸이 남편이랑 가정때문에 오겠다고 하겠는가고 했더니 본가집아버지가 뇌출혈을 일으켜 쓰러졌다고 하면 될게 아닌가고 방법까지 대주더라나요. 공장에서 체육경기를 하는지 어쩌는지 모르는 어머니야 닭까지 잡아가지고 온 사람 말대로 할수밖에 없었지요 뭐.》

얼굴이 익은 사과처럼 빨개지며 허둥거리는 영란을 보며 주위의 사람들이 와ㅡ 웃음을 터뜨리였다.

《허, 앞서가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뒤다리를 당기는자가 있다더니 지배인동무네를 꺾기 위해 누가 못된짓을 했군.

고약하기란, 아무리 장난이라고 해도 그거야 너무하지. 헌데 그 협잡군을 어떻게 잡겠는가 하는거요, 수사를 붙일수도 없고.》

《수사는 안 붙여도 좋으니 경기를 처음부터 다시 하게만 해주십시오.》

리대철의 말에 박영식이 직맹위원장을 쳐다보았다.

《직맹위원장동무가 결심하오.》

결심을 어떻게 할것인가를 망설이듯 하던 직맹위원장이 슬그머니 긴장해 서있는 주물직장선수들을 눈짓해보고나서 단호히 입을 열었다.

《누가 협잡을 했든지간에 경기를 앞두고 별의별 일이 다 있을수 있다는것을 예감하지 못한 지배인동지의 무경각으로 벌어진 일이므로 한번 선언한 경기승패는 취소할수 없습니다. 경기는 국제경기규정대로 하고있습니다.》

시치미를 뚝 떼고 하는 그 소리에 구경군들속에서 폭소가 터졌다.

《하하하!》

《하하하!》

《직맹위원장이 제법인걸.》

주물직장 응원자들속에서는 직맹위원장을 추어올리는 목소리들이 울렸다.

《직맹위원장이 최고다!》

《직맹위원장이 괜찮아.》

본전도 못 찾은 리대철이 악의없는 눈길로 직맹위원장을 흘기며 두덜거렸다.

《이건 이스라엘심판보다 더하구만.》

《동주뽐프공장 심판은 공정합니다.》

와ㅡ 또다시 웃음이 터졌다.

주심이 다시 경기시작을 알리는 호각을 불었다.

영란의 출전으로 하여 좀전까지만 하여도 기세를 올리던 주물직장팀은 완전히 수세에 빠지였다.

영란이가 받쳐주는 공을 리대철이 강타하고 리대철이 받쳐주는 공을 영란이가 강타하는 파도식공격은 그야말로 멋진 2인결합이였다.

그러다보니 송화와 정향은 공을 몇번 다쳐보지도 못하였고 명선과 창근은 말뚝처럼 서있기만 하였다.

그러거나말거나 리대철과 영란은 그냥 드센 공격을 들이대여 4회전에서도 압도적인 점수로 이겼다.

결국 배구결승경기는 3 대 1로 뽐프제작조가 우승하게 되였다.

경기가 끝났을 때 드디여 잠복해있던 그 협잡군이 나타났다.

바로 주물팀의 타격수인 주경세의 작간이였던것이다.

경기에서 패하게 되자 주물직장장이 경기장바닥에 퍼더버리고앉아있는 주경세에게 큰소리로 핀잔을 했던것이다.

《선수들 후방사업으로 쓸 검정닭을 통채로 앗아가더니 꼴 좋다. 변상해야 돼. 그게 뭐 공짠줄 알아?》

수건으로 땀을 씻던 리대철의 귀에 그 소리가 날아들었다.

《오, 그랬댔구나. 너 주경세, 어디 보자. 경기에서 이겨보려구 그런 약은 수를 써?》

주경세가 입을 다시며 중얼거렸다.

《에에, 할말이 없습니다. 잡아먹을건 돼지라구 나만 깨깨 망했습니다.》

《하하하!》

모두가 어깨를 들썩이며 한바탕 웃어댔다.

흥겨운 분위기속에서 진행된 사람찾기경기와 륜안에서 공몰고 달리기 등 유희오락경기들에서도 송화와 정향이, 명선이들이 기민한 행동으로 모든 팀들을 떨구고 1등을 하여 종합순위 1위를 쟁취하였다.

직맹에서 준비했던 시상품을 독차지하다싶이 하고 단연 강자로 된 뽐프제작조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듯 하였다.

시상이 끝난 뒤 리대철은 집으로 돌아가려는 영란을 붙어잡고 한마디 하는것을 잊지 않았다.

《당신 떨떨해. 직맹위원장 말마따나 우리 팀이 우세한걸 알고 상대팀에서 무슨 작간질을 하겠는지 예견했어야지.》

《당신은 왜 예견 못했어요?》

영란의 반격에 리대철은 입을 딱 벌리였다.

《엉?! 하하하! 어쨌든 아버지가 무사하니 다행이요.》



36

구름 한점 없이 맑고 푸른 하늘로 백학이 너울너울 춤을 추며 날아예고있었다.

구수한 낟알향기가 풍기는 논판마다에서는 총알처럼 여문 벼이삭들이 선들바람에 노래를 부르듯 와슬렁거린다.

논벌 한가운데 설치한 립체록음기에서 울려나오는 경쾌한 음악에 맞추어 벼가을을 하는 공장 로동자들은 신바람이 나서 일손들을 놀리였다.

호함진 웃음이 꽃보라처럼 날리는 로동자들과 동떨어져 혼자서 벼베기를 하는 정향의 얼굴표정은 침울해보였다.

그것은 며칠전 집에 가서 만나본 아버지에 대한 불쾌감이 아픈 상처가 되여 때없이 쑤셔댔기때문이였다.

그날 공장 지배인과 당비서는 정향이가 수고했다며 집에 가서 며칠 푹 쉬고오라고 승용차까지 태워주었다.

오래간만에 만난 부모들앞에서 정향은 그동안 공장에서 있은 일들을 미주알고주알 다 쏟아놓았다.

제 흥에 떠서 웃고 떠들며 자랑보따리를 풀어놓는데 이상하게도 아버지는 한줄기의 공감의 빛도, 한마디의 칭찬도 없었다.

어머니 역시 무표정이였다.

무엇인가 예감한 정향은 금시에 샐쭉해졌다.

《아버지, 어머닌 뭐예요? 오래간만에 만난 딸을 이붓자식대하듯 하면서…》

어머니는 무슨 속상한 일이 있는지 호ㅡ 하고 가는 한숨을 내쉬는데 말뚝을 삼킨듯 뚝해있던 아버지가 벌컥 성을 내였다.

《야, 다시는 내앞에서 공장이요, 고양정뽐프요 하는 소릴 하지 말아.》

도대체 동이 닿지 않는 소리여서 정향은 발끈해서 맞받아 소리쳤다.

《왜 하지 말란 말이예요? 뽐프공장 지배인동지와 로동자들은 제힘을 믿지 않고 자존심도 없이 다른 나라에 빌붙으며 귀한 외화를 섬겨바치는 수입병에 환장이 된 사람들을 정신차리게 하려고 떨쳐나섰는데 아버진 그들이 장하게 생각되지 않아요? 그리구 거기에 한몫 하겠다는 이 딸이 대견스럽지 않는가 말이예요.》

총알처럼 내쏘는 정향의 질책에 아버지는 한순간 입이 얼어붙었다.

애꿎은 담배만 들이빨던 아버지는 험하게 이지러진 얼굴로 정향을 노려보다가 재털이에 신경질적으로 담배불을 비벼끄고 씽하니 웃방으로 올라가버렸다.

이어 꽝ㅡ 문닫기는 소리가 정향의 귀에 폭탄터지는 소리처럼 들리였다. 삽시에 방안의 공기가 얼어붙은듯 싶었다.

아버지의 돌발적이고 몰풍스러운 언행에 정향은 아연해졌다.

아버지가 왜 저러실가. 내가 못할 말이라도 했는가.

머리속을 휘젓는 의문부호를 안은 정향은 묻는듯 한 눈길을 시름에 잠겨있는 어머니의 얼굴에 박았다.

어머니는 차마 입을 떼기가 두려운듯 정향의 눈길을 외면하였다.

그날 밤 아버지가 들을세라 숨소리마저 죽여가며 하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은 정향은 그만 까무라칠번 하였다.

그제야 모든것이 대낮처럼 환하게 리해가 되였다.

아버지가 굳이 자기를 걱정한것이 수십년전 그 공장을 배반한것은 두말할것도 없고 뽐프수입으로 하여 지배인 리대철과의 《전쟁》에서 딸이 《참화》를 입는것이 두려워서였음을…

자식을 위하는 그 심정은 리해되였으나 아버지가 기어코 강행하려는 일은 도저히 리해가 안되였다.

분명 아버지가 하려는 일은 나라와 인민의 리익에 죄되는 일이였다.

이제껏 정향은 아버지를 조국과 인민을 위하여 애국의 땀을 바치는 애국자라고 긍지높이 여겨왔었다.

그런데… 일부 사람들이 말하는것처럼 어떤 무역일군들은 나라를 위해 일하는척 하면서 제 주머니부터 채울 꿈부터 꾼다고 하더니 우리 아버지도 그런 부류의 인간이였단 말인가?!

물론 아버지에게 제나름의 일가견이 있을것이다.

창전거리의 중요성으로 보아 우리 나라에서 처음 만든 고양정뽐프를 놓았다가 돌이킬수 없는 사고가 생기면 어쩌겠는가 하는 위구심때문에 동주뽐프공장을 믿을수 없다는… 그것이 책임감에서 출발한 견해일가.

아니다. 그것은 명백히 자기의 힘, 기술을 믿지 않는 허무주의이며 나아가서 외국의것을 무턱대고 다 좋다고 보는 사대주의이다.

사람이 자기 힘을 믿으면 강자가 되고 사대주의에 빠지면 존엄도 자존심도 남에게 팔아먹는 머저리가 된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아버지는… 이제라도 대담하게 마음을 고쳐먹으면 되겠는데 왜 요지부동일가.

온밤 귀신에게 쫓기듯 눈 한번 붙이지 못하고 번민을 하던 정향은 새벽에 일어나 종이장에 《아버지! 행복은 정직하게, 성실하게 일할 때 이루어진다고 했어요. 나는 이제라도 아버지가 나라와 인민앞에 떳떳하기를 바래요.》 라는 글을 적어놓고 간다는 소리도 없이 조용히 집을 나섰다.

아빠트현관을 나선 정향은 불꺼진 자기 집 창문을 오래도록 지켜보았다. 세상에 태여나 처음으로 부모들을 실망시키는 일을 하는것만 같아 죄스러웠다.

조만간에 날이 밝으면 잠자리에서 일어난 아버지, 어머니가 그 편지를 보면 뭐라고 하실가.

아마 경망스러운년이라고 노발대발하실거야.

아버지, 어머니, 용서하세요. 저는 달리 처신할수가 없었어요.

정향은 눈물속에 집창가를 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걸었다.

그렇게 떠나온 집이였다.

《허, 정향이 벼베는 솜씨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는 소리에 정향은 화닥닥 놀라며 허리를 폈다.

눈앞에 농립모를 쓰고 손에 낫을 쥔 리대철이 싱글벙글 웃으며 서있었다.

정향은 리대철을 마주보기가 두려웠다. 내가 윤상배의 딸이라는걸 알면 뭐라고 하실가. 경멸할것이다.

그 생각을 하니 잔등에 얼음덩이를 진듯 온몸이 선뜩해났다.

《정향이 얼굴에 비구름이 낀걸 보니 기분이 썩 좋지 않은것 같다. 무슨 일이 있었니?》

《아닙니다. 벼이파리에 눈이 쓸리는 바람에…》

창황중이라 왕청같은 거짓말이 튀여나왔다.

그 말을 진담으로 들은 리대철은 걱정어린 눈길로 정향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눈은 상하지 않은것 같구나. 주의해라. 정향이의 그 아름다운 눈이 상하면 내가 무슨 체면에 마주보겠니. 정향이 눈이야 예리하구 정확해서 사물현상을 옳게 꿰뚫어보는 좋은 눈이지.》

진정이 푹푹 넘치는 리대철의 말에 정향은 불쑥 눈물이 솟구쳤다.

《고맙습니다.》

《참, 내 일이 바빠 돌아치다보니 전번에 정향이가 집에 갔던 이야기를 듣지 못했구만. 그래 집에 가니 부모들이 반가워하던가? 무슨 맛있는걸 해주고?》

난데없는 물음에 정향은 그만 당황해졌다. 가슴이 후두둑 뛰였다.

아이, 이를 어쩌나. 하필이면 그걸 물을건 뭐람. 그게 언제때 일인데. 지배인동지도 참, 무슨 말을 어떻게 한담.

아버지때문에 속에 재가 꽉 찼는데 그걸 토설할수야 없지 않는가. 혹시 지배인동지가 내가 윤상배의 딸이라는걸 알고 중떠보는게 아닐가. 심연에 빠져 갈팡질팡하던 정향은 애써 용기를 내여 얼굴에 밝은 빛을 떠올렸다.

《반가워하는 정도가 아니였습니다. 객지생활이 힘들지 않는가, 공장간부들이 어떤가 하며 성가실 정도로 까근까근 물어보는데…》

본의아닌 거짓말을 퍼내는 정향의 가슴속에서는 피눈물이 흘렀다.

《그게 바로 자식을 가진 부모심정이지. 그걸 보면 정향의 부모들은 자식을 잘 키웠어. 인물곱지, 머리가 비상하지. 그런데 어떤 부모들은 그렇지 못하거던. 자식들의 거울이 돼야 할텐데… 허허, 이건 내자신에게 하는 소리이기두 하지.》

리대철이 태우는 비행기에 올라앉은 정향은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숨이 꺽 막히였다.

야, 지배인동지, 이젠 그만 속태우고 가십시오, 조금만 더 있으면 난 심장이 터집니다.

애바르게 마음속으로 빌고비는 정향의 심중을 읽은듯 한 리대철이 저쪽논배미를 띄여보더니 《주물직장 녀석들은 왜 앉아뭉개는거야?》 하며 자리를 떴다.

멀어지는 리대철의 뒤모습을 멀거니 쳐다보며 정향은 긴숨을 내쉬였다.

이제 얼마나 더 숨막히는 일을 당해야 할가 하는 아뜩한 생각이 머리를 핑 돌게 하였다.

별안간 공장을 떠나야 하지 않을가 하는 생각이 뇌리를 때렸다.

그것이 자신과 리대철지배인 그리고 공장사람들을 위해서도 마음이 편할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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