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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강자 23, 2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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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1-01-22 15:05 조회47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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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우뢰가 무서운 힘으로 터지고 번개가 살같이 논밭으로 뻗었다

《꽈르릉!》

시퍼런 번개불이 천지를 찢어발기였다.

또 한번 천둥이 울리자 하늘이 통채로 기울어진듯 비가 폭포처럼 쏟아지고 비줄기에 얻어맞은 벼포기들이 하늘을 저주하듯 두덜거리였다.

태풍이 박영식의 비옷고깔을 잡아벗기였다.

그것을 의식하지 못한 박영식은 무너져내리는 하늘을 떠올리듯 억세게 버티고서서 성이 난 룡이 꿈틀거리듯 사품치며 흐르는 강물을 내려다보았다.

뚝과 물면의 차이는 불과 한메터정도였다.

조금만 더 차오르면 뚝이 위험하다.

위험한 정도가 아니라 순간에 뚝을 삼키고 사태같은 물이 논밭을 타고앉을것이다.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쳐졌다.

다시금 하늘에서 천둥이 울고 번개불이 천지를 놀래웠다.

박영식의 입에서는 하늘을 원망하는 저주가 흘러나왔다.

망할 놈의 하늘, 이젠 그만 비를 쏟으려무나.

우리 공장 종업원들이 이 땅을 가꾸기 위해 얼마나 많은 땀과 노력을 기울였는지 너도 보았을텐데 왜 그다지도 모질게 이 마음을 괴롭히느냐.

기관총련발사격하듯 하는 비줄기가 박영식을 쓰러뜨릴듯 사정없이 그의 몸을 두들겨팼다.

고막을 메우며 우뢰가 울리더니 이어 어디선가 《비서동지!》 하는 웨침소리가 날아왔다.

웬일인가 하여 소리난 곳으로 돌아서서 비살속을 살펴보니 한무리의 사람들이 이쪽으로 달려오고있었다.

공장종업원들이였다.

비옷도 입지 않은 그들은 화락하게 젖어있었다.

일하던 도중 뚝이 걱정이 되여 달려나온듯 싶었다.

그들이 박영식을 에워쌌다.

《비서동지, 왜 우리와 함께 가자고 하지 않았습니까?》

누군가 울가망이 되여 하는 목멘 소리였다.

박영식은 코마루가 시큰해났다.

《동무들이야 생산이 바쁘지 않소.》

《무슨 말씀을 하십니까. 이 부업지일이 비서동지 혼자서 마음써야 할 일입니까. 미진된 계획이야 밤을 새워서라도 보충하면 되지만 부업지가 물에 잠기면 무엇으로 보상합니까.》

울먹울먹하는 송화의 말이였다.

《내가 잘못했소, 잘못…》

불뭉치같은것이 목구멍을 콱 메워 박영식은 더 말을 잇지 못하였다.

구름의 품안에 있던 비가 더 세차게 기승을 부리며 쏟아졌지만 한뭉치가 된 그들을 놀래우지 못하였다.

박영식이 누구에게라없이 물었다.

《동무들 보기엔 어떻소, 이놈의 비가 얼마나 더 지랄발광을 할것 같소?》

《오늘이 열무날이 아닙니까?》

누군가가 혼자소리로 뇌이였다. 그 목소리의 임자는 주경세였다.

《열무날? 오늘이 며칠이더라?》

논뚝걱정에 오늘이 며칠인가를 잊었던 박영식이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누군가가 오늘날자를 대주자 박영식은 셈세기를 하듯 손가락으로 날자를 꼽아보다가 환성을 터치였다.

《음력으로 계산하면 열무날이 옳구만! 허허허,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담. 됐어! 이젠 더이상 물이 불어나지 않을거야!》

흥분에 뜬 박영식이 웨치는 열무날이라는 말은 밀물과 썰물의 조수 차이를 뜻하는 말이다.

이는 자연의 법칙을 우리 조상들이 오랜 생활체험을 통하여 만들어낸 통용어로서 대체로 장마철에 들어서는 7월 중순을 전후하여 음력으로 한무날, 두무날 하는데 그것은 밀물의 량이 커지는것을 의미한다.

가령 신력 24일이면 음력날자로 무수날(밀물이 없는 날)이라고 하며 그날부터 한무날 다음날은 두무날로 세다가 며칠후에는 열무날이라고 하는데 그날은 물이 최대로 불어난다.

그때 불어난 밀물이 강상류에서 내리쏟아지는 물과 합치여 불어난 물량이 논뚝을 위협하게 된다.

그 다음날부터 물량이 적어지기 시작하는데 그것을 두고 날자별로 한꺾기, 두꺾기라고 한다.

그러니 박영식의 계산대로 하면 오늘부터 물이 찌기 시작하므로 마음을 놓을수 있는것이다.

《허허허! 사람이 어떤 때는 바보처럼 안할 걱정을 할 때가 있다더니 주경세동무가 튕겨주지 않았더라면 그냥 하늘을 저주할번 했군. 가만! 그런데 남서풍이 불면 밀물이 올려밀겠는데…》

《지금 바람방향을 보면 절대로 남서풍은 불지 않을것입니다.》

주경세의 장담이였다.

《경세동무가 안 분다면 안 부는거지.》

그 말에 모두 즐겁게 웃었다.

그래도 박영식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천변만화하는 자연의 조화를 어찌 믿을수 있겠는가.

그때 언제 왔는지 리대철이 그들앞에 나타났다.

그 역시 비옷도 없이 물참봉이였다.

《아니, 지배인동문 언제 왔습니까?》

《예, 지금…》

리대철이 어물쩍 넘기려는데 송화가 입바른 소리를 하였다.

《지배인동진 우리와 함께 왔습니다.》

《엉?! 그러니 지배인동무가 휘동한게로구만요.》

《휘동은 무슨… 이 동무들이 나한테 알리지도 않고 공장밖으로 우르르 뛰여가길래 부업지로 가는줄 알고 뒤쫓아왔지요.》

리대철의 말은 사실이였다.

기분이 좋아서 정향의 방을 나서던 리대철은 종업원들이 제방을 허문 홍수마냥 정문을 메우며 달려가는것을 발견하게 되였다.

어리둥절해서 무슨 일일가 생각을 더듬던 리대철은 번쩍 뇌리를 때리는것이 있었다.

장마비에 부업지가 걱정되여 달려갈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던것이다.

눈먼 송아지 워낭소리 듣고 쫓아가는 격으로 그들을 뒤쫓아가보니 아닐세라 부업지쪽으로 달려가는것이였다.

《모르겠군요, 그 말을 믿어야 할지. 하긴 주인들의 마음은 하나와 같지요.》

《비서동지! 기쁜 소식입니다. 정향이가 드디여 성공시켰습니다.》

박영식의 얼굴에 기쁨이 확 피여났다.

《그게 정말입니까?》

《예, 제가 정향이 방에 가서 직접 확인을 했습니다.》

《음, 정향이가 끝내 성공했구만요, 성공했어.》

비발이 점차 가늘어지기 시작하였다.

《지배인동무, 이 동무들을 데리고 먼저 들어가십시오.》

박영식의 권고에 리대철의 눈이 어웅해졌다.

《비서동지는 뭘 하시자는겁니까?》

《난 부업반동무들의 숙소에 들렸다 가겠습니다.》

《거긴 제가 좀전에 들렸댔는데 이상이 없었습니다. 비 새는것도 없고 미리 숙소주변에 물도랑도 깊이 째놓아 부엌에 물이 찰것 같지 않습니다.》

《허허허! 내가 한발 늦었구만요. 오자바람에 거기부터 들려보았어야 하는건데 뚝 걱정에만 옴하다보니 깜빡 잊었거던요. 이상이 없다니 됐습니다. 갑시다.》

리대철과 박영식이 어깨나란히 걸었다.

그뒤로 종업원들이 한덩어리가 되여 웃고 떠들며 그들을 따라섰다.


24

요즘 리대철의 처 박영란은 조카 창근이때문에 아니 앓을 속을 앓고있었다.

며칠전 오래간만에 언니네 집에 갔었는데 언니 말이 아무래도 송화와 창근이는 연분이 아닌것 같다면서 조만간에 갈라질것 같다는것이였다.

영란은 속이 덜컥하였다. 이제껏 송화를 자기 집사람으로 여겨왔는데 이 무슨 불길한 소리인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송화와 창근을 보며 부모들은 따로 며느리, 사위를 고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송화와 창근 역시 자기들의 운명을 한줄기에서 자라 열매를 맺은 줄당콩처럼 생각하고있었다.

연분이라고 믿었던 그들사이에 틈새기가 생겼다니 야단이 아닌가.

일단 버그러지기 시작한 틈새기는 점차 넓어지게 되고 종당에는 깨여지고마는 법이다.

하다면 그들이 그 지경이 된것은 누구의 탓인가.

송화 어머니 말에 의하면 매일이다싶이 사람들이 집문을 두드리는 바람에 편안히 앉아있을새가 없다고 한다.

그뿐인가. 출퇴근하는 송화의 길목을 지키는 총각들은 또 얼마나 많고…

송화 아버지가 이미전에 송화의 장래를 창근이에게 꿰여놓았으니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그 어느 독수리가 벌써 송화를 덮쳐갔을것이다.

헌데 창근이는 뭘 볼게 있는가.

볼게 있다면 인물이 사내싸게 생겼을뿐인데 그나마도 빛좋은 개살구이다. 집단주의정신이 부족하고 투신력이 없는데다가 언제부터 돈맛을 들였는지 맡은 일은 남의 일처럼 손발이 시려하고 개인들한테서 주문받은 가구제작에만 열성이다.

습관이란 공고화되면 체질화되기 쉽기에 창근의 나쁜 버릇을 고쳐주려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닥달질을 하군 했다.

돈이란 마귀와 같은 물건이다, 사람이 돈맛이 들면 마음과 성격까지 달라지게 되고 순박하고 진실하던 인간관계까지도 무자비하게 뒤틀어놓는다고 한다, 그러니 돈맛을 버리고 맡은 일에 전념하라.

그때마다 창근은 예예 하고는 돌아앉아서 그냥 제 할짓만 하니 송화가 그걸 좋아할리가 있는가.

안타까운것은 언니가 아들통제를 쇠소리나게 해야겠는데 어리석으리만치 순하디순한 성격이여서 창근을 갓난아이 쓰다듬듯 하는것이였다.

지향이 다른 애인은 한길을 끝까지 갈수 없다.

가슴속에 서리서리 한숨을 채우던 영란은 송화를 한번 만나볼가 생각을 하다가 설레설레 머리를 흔들었다. 송화가 자기앞에서 창근이는 싫다, 다른 남자한테 시집가겠다고 할가봐 겁이 났던것이다.

언제 남편이 방안으로 들어왔는지 기둥처럼 버티고 서서 내려다보고있었다.

《여보! 무슨 생각을 하오?》

화닥닥 놀란 영란은 황황히 자리를 차고 일어섰다.

《제 인차 점심밥을 차리겠어요.》

안해의 부자연스러운 거동에서 뭔가 느낀듯 한 리대철이 중떠보듯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소?》

《일은 무슨…》

영란은 부엌으로 내려서며 생각을 굴리였다.

남편에게 속상한 심정을 터놓을가. 아니야, 창근이 소리만 꺼내면 사람구실 못할 녀석이라고 신경을 곤두세우는 사람에게 그 소리를 해야 긁어 부스럼이나 만들것이다.

영란이가 서둘러 차린 밥상앞에 마주앉은 리대철은 수저를 들다말고 생각난듯 말을 꺼냈다.

《참, 여보! 당신 당장 배구와 탁구경기에 나갈수 있소?》

왕청같은 소리에 영란은 눈이 올롱해졌다.

《아니, 그건 무슨 소리예요?》

《응, 다른게 아니라 현지지도기념일을 맞으며 공장에서 체육경기를 조직하는데 이번에는 특색있게 가족들까지 참가시키자는거요.》

《뭐예요? 가족들까지 참가시킨다구요?》

《응, 그래서 당신과 내가 나가서 공장을 휘저어놓자는거요. 어때?》

영란은 터지는 웃음을 참으며 입을 삐죽거렸다.

《아이구, 랭수에 이부러질 소리 하지도 마세요. 지금 우리 나이가 얼마라구 공장을 휘저어놓는단 말이예요. 쌩쌩한 젊은이들이 수두룩한데… 그들과 맞섰다가 웃음거리 돼요. 난 못하겠수다.》

기권하고 나자빠지는 영란을 흘기는 리대철의 얼굴이 금시에 험하게 찡그러졌다.

《뭐? 못하겠다. 당신이 못하면 내 꼴이 뭐가 돼. 벌써부터 공장에선 우리 부부한테 우승을 떼웠다고 맥빠진 소리들이 나도는데. 무조건 나가야 돼, 알겠소?》

영란은 강짜를 부리는 남편이 어이없게 생각되였다.

《좋아요. 나가자요. 나간다고 우승을 할것 같아요?》

《처음부터 그렇게 나왔어야지. 당신 알지? 이 리대철이 한번 마음먹으면 끝장을 보고야 물러선다는걸… 어참, 당신 처녀때 나한테 반한게 그게 아니였던가?》

아득히 흘러간 옛일을 끄집어내는 남편의 말을 듣는 영란의 마음속에서는 아름다운 추억의 물결이 출렁거렸다.

남편의 말이 옳았다. 영란이가 리대철에게 반한것은 한번 마음먹으면 끝장을 보고야 물러서는 강인한 기질이였다.

평양기계대학을 졸업하고 뽐프설계연구소에 배치되여온 리대철은 처음부터 무대에 나선 배우처럼 온 연구소사람들의 눈길을 걷어안았다.

바위처럼 듬직한 체구에 부리부리한 눈에서 내뿜는 광채에는 열정이 충만되여있었고 어떤 일을 맡겨도 막힘이 없을것이라는 기대와 믿음을 가지게 했다.

아닐세라 리대철은 오자바람으로 설계는 물론 연구소에서 제기되는 일에서 근면하였다.

리대철의 출현은 연구소처녀들의 용모를 하루아침에 바꾸어놓았다.

그전에는 화장을 대충하고 다니던 처녀들이 고급화장품을 구하여 섬세한 분장사의 솜씨처럼 곱게 화장들을 하고 나섰는데 영란이 보기에도 그들이 리대철의 눈길을 끌려고 그런다는것을 어렵지 않게 눈치챌수 있었다.

승벽심이라고 할지 아니면 전염되였다고 할지 원래 살갖이 맑아 별로 화장을 하지 않아도 화장을 한 처녀들 못지 않게 환하게 보이던 영란이였으나 저도 모르게 화장에 신경을 쓰게 되였고 옷도 그전처럼 후렁한것이 아니라 고급재단사를 찾아가 몸에 꼭 맞게 지어입게 되였다.

했건만 오직 일밖에 모르는 리대철은 곱게 차린 처녀들에게 전혀 주의를 돌리지 않았다.

한달, 두달 무정한 시간의 흐름은 처녀들을 하나둘 실망시켰다.

허나 영란은 동뚝을 넘어난 물처럼 대철에게 쏠리는 마음을 어쩔수 없었다.

마치 화보에 난 총각을 사모하는 철부지소녀같은 자신의 처사가 어이없기도 했으나 자연 출근하면 대철이 있는 창문을 살피게 되였고 퇴근때에는 불빛 환한 그 창가에 비낀 총각의 모습을 넋없이 바라보게 되였다.

그러던 어느날, 애타는 처녀의 마음을 도와주는 뜻밖의 기회가 바로 영란의 방으로 찾아왔다.

저녁늦게까지 사도를 끝내고(영란은 사도공이였다. ) 퇴근을 하려는데 갑자기 사무실문이 벌컥 열리더니 웬 사람이 돌덩이처럼 방안으로 뛰여들었다.

매방울에 놀란 까투리처럼 《어마나!》 하며 새된 소리를 지르던 영란은 눈앞에 담벽처럼 막아선 리대철을 보자 비실비실 뒤걸음질을 하였다.

《아니… 무슨 일로…》

처녀의 심장은 다람쥐라도 들어간듯 무던히도 콩당거렸다.

리대철은 뒤늦게야 처녀의 방에 기척도 없이 뛰여든것을 느끼고 어줍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하, 이거 미안하오. 영란동무가 누군지 몰라서 찾는다는게…》

영란은 자기 귀를 의심하였다.

분명 자기 이름을 부른것 같은데 잘못 들은것 같았던것이다.

다리가 와들거려 금시 넘어질것 같아 의자에 주저앉았다.

《누… 누구를 찾는다구요?》

《영란이라구…》

영란은 그때 자기 심장이 가슴에가 아니라 머리에 있는듯이 느껴졌다.

땀이 배인 두손바닥으로 책상바닥을 그러쥐듯 하는데 리대철이 영란의 두손을 버쩍 잡아 쳐들었다.

《왜 이러는거요?》

《예?》

그제야 금방 사도를 끝낸 설계도면을 자기의 손이 처참하게 우그러놓았다는걸 알고는 대철의 손을 탁 쳐버리고 얼굴을 감쌌다.

대철이 두눈이 머룩머룩해서 자기를 지켜보는것을 느꼈을 때에야 겨우 자신을 다잡았다.

부끄러움과 함께 소용돌이치며 밀려드는 환희 그리고 망신당한 자존심에 대한 반발이 가시처럼 돋아났다.

그런데 이 사람이 무슨 일로 쫓기는 사람처럼 뛰여들었을가.

《제가 영란이예요. 그런데 무슨 일로…》

당황한 표정이였던 리대철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렇소? 동무가 영란동무였소? 영란동무, 날 좀 도와주오.》

대가리, 꽁지가 없는 소리에 영란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건 대체 무슨 소린지…》

리대철은 자초지종을 이야기하였다.

당창건기념일을 맞으며 연구소에서 체육경기를 조직하는데 실에서는 자기보고 배구와 탁구경기에 출전하라고 했다는것이였다.

그러면서 자기는 체육에는 돌덩이인데 그렇다고 못하겠다고 나자빠지자니 자존심이 허락치 않아 대답을 했다면서 연구소적으로 배구와 탁구에서 일인자라고 하는 영란의 도움을 받자고 찾아왔다는것이였다.

영란의 두손이 또 헛되이 책상바닥을 그러쥐려 했다.

《자, 이런…》

대철이 다시 영란의 두손을 버쩍 쳐들어주더니 설계도면을 활 걷어 다른 책상으로 옮겨놓았다.

《그래 날 도와주겠소, 안 도와주겠소? 날 도와준다면 내 동무가 바라는걸 다 해주겠소. 뭐든 요구하오. 동무가 바란다면 고양이뿔이라두 만들어내겠다니까.》

어마, 고양이뿔?

그제야 영란은 밝게 웃었다.

기회는 새와 같아서 한번 날아가버리면 다시 오지 않는다.

물론 리대철과 부서가 달라서 경기장에 나서면 《적수》로 마주서겠지만 이 기회를 놓치면 안된다.

《좋아요, 배워주겠어요. 그런데 경기날자까지는 이십일정도밖에 남지 않았는데 그 기간에 꽤 손에 익히겠는지 모르겠군요.》

《까짓거 결심하면 하는거지, 못할게 있소? 배워만 주오.》

그 배심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어떻게 배워주겠는가가 문제였다.

연구소의 배구장과 탁구장에서 배워준다는것은 말도 되지 않았다.

생각을 굴리던 영란은 좀 멀기는 하지만 중학교동창생이 체육교원으로 있는 학교에 가서 배워주기로 하였다.

그 학교에는 체육관이 있었다.

이튿날부터 훈련이 시작되였다.

퇴근시간이 되기 바쁘게 영란이가 먼저 연구소를 떠나면 좀 있다가 리대철이 뒤를 따랐다.

너렁청한 체육관에서 《신진선수》인 리대철은 엄격한 《감독》의 지도를 받으며 훈련을 시작하였다.

먼저 탁구훈련이였다. 탁구채를 쥐는 방법과 자세, 처넣기와 공격, 방어 등 각이한 동작을 배우는 리대철이 돌덩이가 아니라 체육감각이 예민하다는것을 포착한 영란은 성수가 났다.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느는것이 알리였다.

훈련의 도수가 높아지자 리대철은 더욱 열성을 내였다.

어찌나 혈기가 왕성한지 밤늦도록 훈련을 해도 지칠줄 몰랐다. 오히려 영란이가 쩔쩔맸다.

훈련을 마치면 몸이 두부자루처럼 되여 발옮길 힘도 없었다.

그러나 걱정할것은 없었다.

리대철이 집앞에까지 바래주군 하였던것이다.

《대철동무, 정말 고양이뿔을 만들어낼수 있어요?》

대철과 나란히 걸으며 영란이 물었다.

《고양이뿔 말이요? 아, 형상적으로 들었어야지. 동문 직통배기구만. 그 성미가 마음에 드오, 하하하.》

마음에 든다는 말을 어쩜 주머니에서 꺼내듯 쉽게 할가?

이런 즐거운 퇴근길은 계속되였다.

문제는 이튿날 출근하여 사무실에 앉으면 눈치코치없이 밀려드는 졸음이였는데 눈까풀이 무거워 견딜수가 없었다.

어찌나 무거웠던지 대들보로도 버티기 어려울 지경이였다.

보다 큰 야단은 부지런히 턱방아질을 하는 영란을 보며 하는 실성원들이 하는 《칭찬》이였다.

애인이 생긴것 같다느니, 밤산보가 너무 길었던것 같다느니 등등…

영란은 온몸이 화로불처럼 홧홧 달아올랐으나 버선목이라고 뒤집어보일수도 없는 일이여서 벙어리 랭가슴앓듯 할수밖에 없었다.

열흘간의 과열된 탁구훈련은 리대철을 룡으로 만들었다.

체육감각이 빠른데다가 열정이 하늘끝에 닿아 짧은 시간에 영란의 수준에 이르게 되였다. 그만하면 연구소적인 경기에서 어렵지 않게 순위권에 들만 하였다.

다음은 배구훈련. 큰 키에 조약이 좋은 리대철은 공받기와 강타 등 기술을 익히기 위해 무릎이 터지고 손등이 빵처럼 부어올랐으나 강의한 의지로 참고 견디였다.

지내보니 리대철은 한번 한다면 벽도 문이라 내미는 완력가였다.

이십일이라는 길지 않은 나날 영란과 리대철의 사이에는 마음의 창문들이 빗장을 열어놓고 누가 먼저 여는가를 바재이게 되는 정도에까지 이르렀다.

드디여 당창건기념일을 맞으며 연구소적인 경기가 진행되였다.

다섯개 팀으로 나뉘여 진행되는 남녀혼성배구경기는 련맹전때부터 치렬하였다.

일약 팀의 기둥선수가 된 리대철은 경기때마다 공격에서 두각을 나타내여 맞다드는 팀을 이기는데 한몫하였다.

설계실이 다른지라 대철과 영란은 서로 다른 팀으로 출전하여 예선경기를 하게 되였다.

영란이네 팀은 영란의 활약으로 련맹전에서 리대철이네 팀과 어깨나란히 성적을 올리였다.

하지만 좋은 일이 지나면 슬픈 일이 찾아온다고 일이 참 공교롭게 되였다. 그것은 결승경기에서 영란이네 팀이 리대철의 팀과 맞다들게 되였으니 영란의 심정이 오죽하겠는가.

영란이네 팀은 영란이가 참가하면 우승이요. 빠지면 패하게 되여있었다. 솔직히 리대철이네 팀이 결승까지 올라오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던 영란이였다.

승벽이 강하고 한번 한다면 끝까지 해내고야마는 리대철에게 고추물 같이 매운 수치를 들쓰게 할수는 없다고 영란은 생각했다.

사랑이란 무서운것이였다. 장님이 된 영란은 언제 자기 팀 우승같은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대철동무네 부서가 이겨야 한다.

막상 결심을 세웠으나 어떻게 하는가가 문제였다.

처음부터 아프다는 구실을 대고 물러서자니 자기네 실 사람들앞에서 낯이 간지러운노릇이였다.

그러지 않아도 잔치집 기름냄새처럼 자기네 설계실은 물론 온 연구소가 대철과 영란이 눈치가 어떻다느니 영란이네 집에선 벌써 국수를 담그어놓고 물가마가 끓기를 기다린다느니 하며 쉬쉬 퍼져가는 소문에 귀가 간지러운 판인데…

그래 밤새 머리를 짜내고짜내여 생각해낸것이 1회전이나 2회전까지는 참가하였다가 갑자기 아픈체 하거나 부상이라는 구실을 내대고 도중에 물러서는것이 자연스러울것 같았다.

리대철의 팀과의 결승경기는 처음부터 치렬하였다.

팀의 조직자인 영란은 재치있는 기교로 련속 득점을 올렸다.

공을 넘기는척 하면서 상대팀이 거기에 신경을 쓰며 그물앞으로 다가들 때에는 그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강타를 안겼다.

영란이 만들어주는 순간타격과 좌우강타는 백 대 백이였다.

꾀바른 영란의 계책앞에서 상대팀은 호박의 동침이였다.

리대철이 아무리 막기를 잘하고 날렵하게 공을 쳐내기로서니 영란의 깜찍한 수로 이루어지는 강타를 도저히 당해낼수가 없었던것이다.

악이 치받친 대철의 타격도 간단치 않았다.

4. 25배구팀 공격수가 왔다며 구경군들이 엄지손가락을 내흔들었다.

다시 대철이네 팀 처넣기, 등뒤에 감춰진 영란의 손가락이 또 자기 팀 선수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6번준비, 날아오는 공을 앞선에서 받아낸 선수가 조직자인 영란에게 넘겨주는척 하고 영란이 역시 그 공을 좌측으로 띄우는 기만동작을 할 때 6번은 벌써 강타를 성공시켰다.

좌측으로 달려가 몸을 날려 막기를 하던 대철은 복판으로 떨어지는 공을 보고 입을 다시고말았다.

1회전경기에서는 25 대 15라는 점수차이로 영란이네 팀이 이기게 되였다.

그대로 경기를 계속하다가는 3 대 0으로 이길것은 불보듯 뻔했다.

2회전에 들어가서 리대철의 팀이 7점 떨어졌을 때 갑자기 영란이가 배를 그러안고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계획한 《연극》이 막을 열었던것이다. 순식간에 경기장에 복닥소동이 일어났다. 경기가 중단되고 진료소의사가 불리워왔다.

일이 그렇게 번져지자 영란이네 팀은 《환자》에 대한 동정보다 경기에서 패하게 되였다는 심리가 우세하여 선수들은 물론 실성원들의 인상들이 모두 우거지상들이 되였다.

한편 대철이네 팀 선수들과 실성원들은 《환자》에 대한 동정과 함께 우승은 확고하다는 심리로 하여 얼굴들이 환하였다.

《인정머리 없는》 실장은 영란을 보며 경기를 이기고 쓰러질것이지 도중에 꺼꾸러지면 어쩌는가고 로골적으로 불만을 내쏟았다.

오만상을 한 실장을 보는 영란의 입에서는 금시 웃음이 터져나올것만 같았다. 미안합니다, 실장동지.

2회전경기는 호랑이 없는 동산에 토끼가 대장이 된 격이 되였다.

영란이가 없는 팀은 썩은 울바자 한가지였다. 타격수들이 아무리 날고뛰여도 마음뿐이지 도무지 손과 공이 맞지 않았다.

게다가 방어가 약한탓에 리대철의 강타를 막아낼수 없었다.

리대철이 경기장을 종횡무진하며 강타를 들이댈 때마다 관람석에서는 환성이 터져올랐다.

《아픈배》를 그러안고 관람석에 앉은 영란은 리대철이 전문선수 못지 않은 강타를 성공시킬 때 그만 저도 모르게 《야!》 하며 환성을 올렸다.

그것을 본 실사람들이 어처구니 없어하며 비난의 화살을 날리였다.

《어마나, 이 동무 돌지 않안? 동무, 아프긴 정말 아파?》

《영란이, 동무 간첩 아니야? 사랑에 빠져서 저쪽 편으로 넘어간 간첩이지?》

《허, 그러니 우린 비밀 없는 경기를 했군. 에에참, 동무 일어서라. 저 팀한테서 뢰물을 얼마나 받아먹었어, 엉?》

콩타작하듯 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영란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아무리 그래봐라, 그런다구 내가 뜨끔이나 할것 같애?)

마음속에서는 기쁨의 물이랑이 찰랑이였다.

리대철이가 1등을 할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한 매도 자신이 있었다.

경기는 3 대 1이라는 압도적인 차이로 리대철이네 팀이 우승하게 되였다.

그런데 일이 참 우습게 번져졌다. 천만뜻밖에도 리대철이 영란의 《연기》의 진속을 헤집어보고 노성을 터뜨릴줄이야.

《집단을 무시하고 나의 인기를 올려주어 얻자는것이 뭐요? 집단이 있어 개인의 존엄도 자존심도 있다는걸 동무가 모른단 말이요? 난 이제껏 동무를 깨끗하고 순진한 처녀로 보았는데… 시시하오.》

수술칼로 사정없이 가슴을 헤집는듯 한 리대철의 격분에 영란은 아연해지고말았다.

저물도록 아이 봐주고 뺨맞은 심정이였다.

어쩜, 저를 위해 그런걸 모르구… 아니, 뭐 시시하다구?

그밤 베개잇을 푹 적신 영란은 어이가 없었다.

결국 난 두 총알에 맞아죽는 간첩이 됐단 말이야?

좋다, 본때를 보여줄테다.

《보복》의 또아리를 마음속에 튼 영란은 이튿날 야심만만해서 탁구경기에 나섰다.

탁구에서는 연구소적으로 영란을 당할 사람이 없다는것이 기정사실화된 경기는 예선부터 그와 맞다든 선수들이 변변히 경기를 치르어보지도 못하고 손을 들었다. 어른과 아이의 차이였다.

결승경기는 또다시 영란과 리대철이 맞다들게 되였다.

일도 참 묘하게 되였다.

어제날의 《감독》과 《신진선수》의 경기였다.

제왕으로 군림한 영란을 보며 리대철의 실사람들은 불안해하였다.

또 한번 환자가 되기를 바랐건만 그런 행운은 두번다시 차례지지 않았다.

바로치기, 외로치기, 깎아치기, 공격과 방어가 련속되는 경기는 보는 사람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하였다.

1회전에서는 영란이가 11 대 7로, 2회전에서는 반대로 리대철이 11 대 7로 이겼다.

사람들은 1, 2회전의 점수가 같은것을 보며 참으로 이상한 일치라고 혀를 찼다.

혹시 경기전에 서로 약속을 한것은 아닌지… 시간상관계로 경기를 3회전으로 결속하기로 하였다.

마지막회전을 앞둔 영란의 심리는 복잡하였다.

사실은 2회전에서 얼마든지 리대철을 이길수 있은것을 조절하였는데 3회전에서는 어째야 할지 갈피를 잡을수 없었다.

마음여린 동정이 솟아올랐던것이다.

20여일동안이나 코피까지 흘리며 조약훈련을 하고 팔목이 붓도록 탁구채를 쥐고 땀소나기를 쏟던 대철이가 눈앞에서 얼른거렸다.

이겨서 무시당한 자존심을 회복하는가 아니면 져주어 리대철을 우승의 자리에 올려세우는가.

그런데 3회전 경기시작전에 흰소리 쳐대는 리대철의 조롱이 풍선처럼 불어나던 영란의 동정을 팡 터뜨려놓았다.

《동무, 거 너무하구만. 처녀라는게 숱한 사내들을 편포짝 만들어놓구 결승까지 올라오다니… 우리 연구소에 그렇게두 남자들이 없는가? 내가 이제 동물 어떻게 납작하게 만드는가 맛을 좀 보오.》

까무라치지 않은게 다행이였다.

처녀가 어쨌다구, 처녀는 남자들한테 꼭 져야 한다는 법이 어디 있단 말이야. 생각할수록 분이 치밀었다. 참을수가 없었다.

이거 되지 않겠구나야.

약이 오를대로 오른 영란은 어금이를 깨물며 3회전경기에 나섰다.

리대철은 처음부터 공격으로 나왔다. 확실히 그는 대담하고 배짱이 있는 상대였다. 처음 영란은 수세에 빠지였다.

몇번 받아치기로 방어를 하였지만 리대철은 숨돌릴 틈을 주지 않았다.

그것을 보며 영란의 실사람들은 탁구에서도 지는게 아닌가고 야단들이다. 제나름의 억측들을 드러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상하지 않는가. 연구소적으로 강자라고 하던 박영란이 리대철의 앞에서만은 고양이앞의 쥐처럼 꼼짝을 못하지 않는가.

가시같던 처녀가 어떻게 대철이앞에서만은 저렇게 어푸러지는가.

여기엔 분명 쪼간이 있다. 등등…

점수를 실점당하고 경기장바닥으로 굴러가는 탁구알을 찾아들 때마다 들리는 그런 소리를 다 귀동냥해 들은 영란은 눈에 홰불이 타올랐다.

결국 량쪽에서 주먹질이다. 그들에게 약점을 잡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겨야겠다는 반발이 키를 솟구었다.

그러지 않아도 배구경기에서 진것으로 하여 어쩌구저쩌구 뒤말들이 많았는데 탁구경기에서까지 지면 실사람들은 물론 온 연구소가 떠들썩할것이다.

박영란이는 리대철의 꼭두각시라고… 절대로 그럴수 없다.

두번다시 실력을 놓고 흥정하는것은 너절한짓이다.

마음을 다잡은 영란은 자기의 실력을 총발동하여 역습으로 넘어갔다.

리대철은 수세에 빠지였다.

일단 방어진이 무너지기 시작하니 수습할 방법이 없었다.

역시 담은 있으되 경기경험이 없는 신진선수였다.

경기는 11 대 5라는 압도적인 점수차이로 결속되였다.

영란의 실사람들은 영란이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것만큼이나 기뻐하며 환성을 올리였다.

리대철이 탁구채를 판에 놓더니 무슨 일때문인지 밖으로 급히 나갔다.

영란은 갑자기 앞이 뿌예졌다.

수건으로 땀을 씻는척 하며 눈굽을 마구 문질렀다.

그는 갔어, 난 졌어. 경기에선 이겼지만 사랑에선 졌어.

기운껏 고개를 쳐들었다.

구걸하지 않을테야, 갈테면 가라지…

모여든 실사람들이 사이다를 권한다 부채질을 해준다 하며 법석될 때 영란은 애써 웃으며 사양했다.

갑자기 누군가 자기 어깨를 홱 비틀어 돌려세웠다.

이건 뭔가? 돌아선 영란은 놀랐다.

자기 목에 걸리는 꽃목걸이. 대철이가 가슴을 헐떡이며 앞에 서있다.

마치 영란의 우승을 예견하고 미리 준비해놓은듯 싶었다.

감미로운 꽃향기가 온몸을 휘감았다.

그 향기에 취한듯 한 영란의 얼굴에 웃음이 찰랑거렸다.

《영란동무, 축하하오. 동문 우리 연구소의 탁구녀왕이구 배구최우수선수요, 하하하. 난 동무처럼 자존심과 존엄을 귀중히 여기는 사람이 좋소. 나의 영원한 감독이 되여주오. 일생 나만 배워주는 감독이 돼달란 말이요, 알겠소?》

리대철은 통짜였다.

일단 결심만 하면 때와 장소가 문제로도 되지 않는 정열가였다.

그만큼 심장이 큰 사내였다.

영란이네 실사람들이 눈들을 껌뻑거리며 말들을 못하고 멍해 서있다가 누군가가 신호를 해댔는지 하나둘 물러났다.

《영미동무, 같이 가요. 배고프네.》

《〈청춘이여〉 할 시간이 다 됐는데.》

《아차, 목욕주머닐 배구장에 두고왔구나.》 하며…

그렇게들 빠져나와서는 모두들 배를 그러안고 웃어대며 걸어갔다.

《야, 영미동무, 찡하지요? 역시 대철동진 진짜 남자예요.》

《거 난 왜 총각때 우리 처를 따라다니며 저렇게 툭 말하지 못했을가? 저랬더라면 고민을 덜했겠는데.》

《화약이야, 화약. 이제 두구보라구, 대철인 우리하군 달라. 저치 이제 큰사람 된단데…》

그러거나말거나 처녀총각은 오래도록 탁구장에서 나올줄 몰랐다.

탁구장문을 채우려던 직맹위원장이 뒤로 몇걸음 물러나다 벌렁 나가넘어졌다.

《아니, 왜 그러오?》

지나가던 대철이네 실장이 의아해하자 직맹위원장은 손을 내저으며 일어섰다.

《거 뒤로 걸으면 건강에 좋다길래 해보는중인데 잘 안되누만.》

다시 고요… 소문이 빠르다는 연구소였지만 그날 탁구장의 고요는 누구 하나 입밖에 내는 사람이 없었다.

《저녁에 출장준비를 좀 해주오.》 하는 소리에 영란은 생각에서 깨여났다.

《출장이요?》

《응, 김철엘 갔다와야겠소.》

《김철에요? 기차로 가시겠지요?》

《아니, 자동차로 가오.》

무뚝뚝하게 말한 리대철은 밥상에서 물러나 움쭉 자리에서 일어났다.

영란은 더 묻지 않고서도 뽐프생산의 주원료인 선철이 떨어져 그 먼길을 간다는것을 알수 있었다.

동주에서 김철까지는 왕복 2천여리가 넘는 길이다.

한번 떠나면 빨라야 열흘이 되여 돌아오군 하였는데 어떤 때는 한달씩 걸릴 때도 있었다.

이번 걸음은 며칠이나 걸리겠는지…

아닌게아니라 리대철의 김철출장은 선철때문이였다.

금년도 대상설비생산에 필요한 량은 이미 확보한 상태였지만 계획에 없는 고양정뽐프를 생산하자면 적지 않은 량이 더 요구되였다.

그렇다고 대상설비생산용은 뗄수가 없었다.

그러지 않아도 고양정뽐프제작을 달가와하지 않는 차부국장과 일부 사람들이 대상설비생산용자재에 손을 댈가봐 사사모사로 신경을 쓰고있는데 그들에게 언질을 잡히지 않으려면 힘이 들어도 김철에 갔다와야 하였다.

자재과 일군들을 보낼수도 있었지만 이미 계획된 량을 다 받은 상태라 안된다고 하면 빈손으로 돌아올수 있어 리대철이 나선것이다.

고양정뽐프생산의 중요성과 절박성을 호소하면 도와주리라 믿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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