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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여름 16 -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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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0-06-25 09:48 조회79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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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9-U01.jpg

(제 16 회)

8 장

밤새 하늘을 배회하던 구름장들은 아침이 되자 쪼각쪼각 흩어져 어디론가 사라졌다. 골짜기마다 밥짓는 연기에 뒤섞여 무럭무럭 피여오르던 안개도 사라지고 잎새마다에 맺혀있던 물방울들이 쏟아지는 해빛에 말끔히 걷혀졌다. 행군하는 보병전사들의 몸에서는 김발이 피여올랐고 지휘관들의 얼굴에는 웃음발이 피였다.

진격이다. 남으로!

최현은 비 그친 아침의 밝은 해빛으로 하여, 길가에서 보게 되는 활기찬 행군대렬의 씩씩한 모습으로 하여 더욱 기분이 좋았다. 후방이 아니라 전방에로, 전투지대에로 그를 불렀다는것은 얼마나 기쁜 일인가. 다만 오는 도중에 차가 범람한 산골개울을 건느다가 빠져 30분 지체한것으로 조급증이 덧쳤을따름이다.

평강에 와서 도로경무장으로부터 강건총참모장이 한시간 앞서 통과했다는것을 들은후부터 최현은 보다 심중하게 미지의 새 임무를 두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지난밤 전화에서 구체적인 지시는 강건을 통해 주겠다고 하시였다. 하여 임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피하고 어렵다는것만 강조하시였다.

《최현동무, 난 매번 어려운곳에 동무를 보내게 됩니다. 옛날도 그랬고 오늘도 그렇습니다. 힘들면 나를 원망하시오.》

가슴을 쩌릿하게 하던 다정한 말씀이 지금도 귀가를 쟁쟁히 울린다. 최현이 자동총을 멘 두명의 보초가 서있고 몇대의 위장한《윌리스》가 서있는 동기와집앞에 이르렀을 때 모포를 친 문이 열리더니 군관 한명이 뛰여나왔다.

《기다리고계십니다.》

최현은 물바께쯔를 들고 내리려는 운전수에게 신칙하듯 말했다.

《차청소는 하지 말고 즉시 뛰게 하오. 밥도 차에서 먹고-》

그리고 자기를 호기심에 차 바라보는 군관에게 말했다.

《저 동무 대식간데 운반식사를 하게 해주.》

《그럼 려단장동지도 식사를 못했습니까?》

《난 차에서 했소.》

최현은 한때 사민집이였음을 알리는 노루발쪽 손잡이가 달린 문앞에 다가갔다. 귀익은 말소리가 흘러나왔다.

《52사의 지체는 서울해방작전에 커다란 난점을 조성하고있습니다. 동서량익의 사단들과 이 보조타격사단들의 진공속도를 주타격부대들과 일치시키는것, 이것이 현재 전방지휘소앞에 제기된 당면한 과제입니다.》

《들어가십시오. 도착한 즉시 들여보내라고 하였습니다.》

첫눈에 강건이가 띄였다. 대형작전지도가 걸린 앞에서 강건이 말하다가 최현이를 보고 알릴듯말듯 눈인사를 했다. 그옆 책상에서 만년필을 든 최용건이 지도쪽을 향해 앉아있다가 최현이를 알아보고 움씰 일어나 다가왔다.

《보위상동지, 38경비려단장 최현 임무를 받기 위해 왔습니다.》

최용건은 그의 두손을 꼭 잡고 회의중이라는것을 생각했음인지 말없이 자기 의자옆에 데려갔다. 최현은 그의 손이 뜨겁고 땀이 배였음을 느꼈다. 주변의 장령들은 주의깊은 눈길로 최현이를 바라보았다. 강건이 최용건에게 묻는 눈길을 던지자 최용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강건은 왼손에 쥐고있던 지시봉을 책상우에 놓으며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질문할것이 있으면 하십시오.》

그리고는 질문을 바라지 않는다는 태도로 성급히 말했다.

《문의할것이 있으면 15분후 나의 방에 오십시오. 그리고-》

강건은 시계를 보았다.

《23분후부터 김일성장군님께서 방송연설을 하십니다. 통신부부장동무, 야외마이크 설치를 끝냈습니까?》

《네,끝냈습니다.》

《최현동무만 남고 돌아들 가시오.》

최용건이 말했다. 한사람두사람 일어나 걸상을 책상쪽에 밀어넣고는 최현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며 약속이나 한듯 수고하게 됐습니다 하고 인사들을 했다. 그들이 다 나가자 최용건이 입을 열었다.

《남들은 인사를 했는데… 난 구태여 인사치레는 안하겠소. 지금 52사는 제일 뒤떨어져있소.》

그는 책상우에서 파란 봉인도장이 찍힌 봉서를 열고 타자친 모조지를 꺼냈다.

《38경비려단장 최현을 인민군52사단장으로 임명할데 대하여.》

최현은 맨밑에 옆으로 흘려쓴 그토록 눈익고 친근한 글자를 한참이나 내려다보았다.

그는 천천히 일어섰다. 최용건은 그 종이를 다시 봉서에 넣고 책상우의 지도를 끄당겨오다가 최현의 엄숙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난 동무에게 어려운 사태에 직면한 사단을 맡기게 된데 대하여 가책을 느끼오.》

최용건은 최현이 그대로 서있자 고개를 흔들었다.

《앉소. 례식을 차릴 시간이 없소. 지금 52사가 걸렸소. 전반작전행동이 52사로 하여 위협을 당하고있소. 강건동무, 상세히 얘기해주시오.》

강건은 기다렸던듯 새 지도 한장을 작전탁우에 펼쳐놓았다.

세개의 붉은 화살표가 남으로 뻗었다. 두개는 서울쪽으로 다른 한개는 춘천에 가서 멎었다. 그 화살표앞에는 《최현동무!》라고 쓴 글발이 있었다. 최현이 묻는 눈길로 강건이를 바라보자 약간 상기된 얼굴의 강건은 저으기 심중한 태도로 말했다.

《이 지도는 장군님께서 친히 최현동무에게 주라고 하신 지도입니다. 화살표들은 장군님께서 직접 그으신것입니다.》

최현은 약간 흠칫하며 강건이를 뚫어질듯 바라보다가 지도에 고개를 수그렸다. 불그레 상기된 얼굴에서 눈섭오리가 푸들푸들 떨었다. 강건은 흥분한 어조로 계속했다.

《최현동무도 알고있겠지만 지금 전반적전선에서의 반공격속도는 대단한것입니다. 그런데 일부 부대들이 보조를 맞추지 못하는것으로 하여 장군님의 의도를 관철하는데서 상당한 난국을 조성하고있습니다.》

강건은 색연필뒤등으로 지도를 가리켰다.

《시간상 정황설명은 길게 하지는 않겠습니다.

이 두개 화살표는 서울로 나가는 53사와 54사 905땅크려단의 행동선입니다. 이번 반공격작전에서 이들이 주타격부대로 나가게 됩니다.

52사는 중부를 담당하여 괴뢰 6사가 막고있는 춘천을 해방하고 더 나가서 수원을 차단함으로써 적의 기본 유생력량이 집결된 서울지구를 뒤로 절단하여 53사, 54사와 함께 포위소멸전을 하게 됩니다. 이 작전이 계획대로 되였더라면 우리는 적어도 90%의 적의 병력을 붕괴소멸시킬수 있었을것입니다.

그런데 이 작전대로 되자면 춘천은 어제 오후까지 해방되여야 했습니다.》

강건은 영민하고 날카로운 눈길로 최현을 바라보았다.

최현은 입술을 꾹 다문채 지도만 내려다보았다.

강건은 미간에 실주름을 지은채 계속하여 적정과 린접부대들에 대하여 말하고는 의미심장한 눈길로 최현이를 응시하면서 또박또박 힘주어 말을 이었다.

《장군님께서는 2~3일내로 서울을 해방할것을 바라십니다.

만약 52사가 계획대로 춘천을 해방하였다면 2~3일안의 해방은 문제없는것이였습니다.》

《장군님께서 초기 계획하신 춘천점령시간은 언제였습니까?》

《늦어도 오늘새벽까지는 끝내기로 되였습니다… 늦었습니다.》

최현의 얼굴이 이지러지였다. 장미가 바늘처럼 일어섰다.

《위청은 지내 덤비다가 실패했소. 마구다지로 맞받아치다가 대원들만 잃었소.》

최용건이 불같은 성미의 최현이 너무 격동한것에 안심찮아 말했다.

《또 한번 그런 사태가 빛어지는 경우 그 사단은 1제대 부대로 활동할 사기마저 잃을것이요. 물론 여기에는 위청만 아니라 나의 불찰도 크오. 나는 심중할걸 바라오. 그러나 오늘내로 무조건 해방해야 하오.》

《최현동무! 만약 52사가 지연되면 서울작전안은 수정해야 합니다.》

최용건의 뒤를 이어 강건이 다짐을 두듯 말하자 최현은 찌프린 눈길을 쳐들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초기계획에 제시된 우리 사단의 서울측방 진출시간은 언제입니까?》

《27일이요. 그 지도에도 밝혀있소.》

최용건이 대답하자 최현은 끌날같은 눈길로 맵짜게 한번 쳐다보고는 아무말없이 책상우의 지도를 차곡차곡 접어 전투가방에 넣었다. 딸깍! 하고 맞단추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그는 성급하다고 할 재빠른 동작으로 의자를 밀치며 일어섰다.

《돌아갈만합니까?》

최용건은 묵묵히 최현을 지켜보다가 일어섰다.

《최현동무, 난 믿소. 아직까지 그 어떤 전투에서도 실패를 모른 동무가 아니요. 잘 싸워주오.》

최현이 밖에 나왔을 때 강건이 따라나왔다,

《최고사령부에서 몇시에 떠났습니까?》

최현은 궁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물었다.

《한시경입니다.》

《장군님께서는 두루 심뇌가 크겠지요?》

《더 말할것 있습니까. 내가 떠나올 땐… 참 오영혜 있잖습니까?》

《오중흡의 조카말이지요?》

《네, 그 체네때문에 더욱 심란해했습니다. 그 새침데기까지 군대에 가겠다고 하니 장군님께서 오죽했겠습니까.

더더구나 장군님께서는 최현동무를 힘든곳에 보낸다고 몹시 마음을 쓰시더군요. 그리고 동무에게 꼭 다짐을 두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참을 <인>자를 생각하라는것입니다.》

《그건 그전에 누군가 나를 삼국지의 장비로 비유한탓이요. 허 참… 난 결코 망하는 모험은 안합니다. 장군님을 다시 뵈야지 않겠소.》

최현은 웃었으나 김일성동지의 다심한 정에 눈굽이 뜨뜻이 달아올라있었다. 강건은 뭔가 더 이야기를 할 차비였으나 채 할수 없었다. 53사지휘부에서 전화가 왔던것이다.

최현은 그와 다시한번 악수를 하고 차에로 다가갔다.

그가 차에 오르고 운전수가 발동을 걸 때 아래우 맞달린 퍼런 운전수복을 입은 특무상사가 손을 저으며 달려왔다. 차가까이 이른 그는 최현을 보고 와닥닥 놀라며 돌아설가말가 망설이는 눈치였다. 최현은 강건참모장의 운전수를 알아보았다.

《무슨 일이요?》

《편지를 좀 부탁하려고 합니다.》

《편지?! 보자구.》

최현은 그의 손에서 편지봉투를 받아쥐였다. 수신인 이름을 본 최현은 씨무룩 웃었다.

《오영혜가 부탁했어?》

《네, 저 내각수상실 기술서기입니다.》

《안다. 그런데 이건 무슨 편지래?》

《모르겠습니다. 비밀을 꼭 지켜달라고 했는데…》

특무상사는 뒤더수기를 긁었다. 최현은 눈섭을 찌프렸다.

《그렇다면 비밀을 지켜야지. 벌써 두사람이 더 알지 않아. 하여튼 이건 내가 전해주지.》

최현은 그 편지를 품속 안주머니에 밀어넣고는 자기 운전수의 어깨를 쳤다.

《자, 날아보자.》

차가 전방지휘소 골짜기를 벗어났을 때 최현은 무선방송에서 올려나오는 흥분한 목소리를 들었다.

최현은 소리조절기를 최량으로 높였다. 그리고 등받이에 몸을 바로잡고 반쯤 눈을 감았다. 순간 후사경에 자기 차를 따르는 모터찌클이 보였다. 최현은 차를 세우게 했다. 모터찌클이 차꽁무니에 부딪칠듯한 거리에서 멈춰섰을 때 최현은 거기에 탄 각광을 단 하사관을 불렀다.

《동무넨 어데 가오?》

《사단장동지의 호위임무를 받았습니다.》

《이 차에 옮겨타오. 장군님께서 방송연설을 하시오.》

두눈이 휘둥그래진 하사관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뒤꽁무니에 올라탔다. 차가 제동을 풀고 다시 달릴 때 재차 방송원이 중대방송연설을 알리고 뒤미처 우렁우렁한 음성이 울려나왔다.

《친애하는 동포들!

사랑하는 형제자매들!

우리 인민군 군관, 하사관, 병사들!》

최현은 가슴이 뜨거워올랐다.

(목소리가 좀 갈리신것 같구나.)

최현의 눈앞에는 마이크앞에서 연설하시는 김일성동지의 근엄한 영상이 방불히 보이는듯싶었다. 모든 슬픔과 괴로움을 짓누르고 산악처럼 높이 솟아 신심과 용기를 북돋아주는 밝으신 모습으로, 분노와 증오에 충만하여 원쑤격멸을 호소하는 서리발 풍기는 모습으로 그 영상은 부단히 변화되였다.

《리승만역도는 동족살륙전쟁을 통하여 남반부에서 지배하고있는 반인민적인 반동통치제도를 공화국북반부에서까지 실시하려 하며 우리 인민이 쟁취한 민주개혁의 성과들을 빼앗으려고 합니다.

리승만반동도배는 공화국북반부에서 실시된 무상몰수, 무상분배의 원칙에 의한 토지개혁의 결과로 토지의 주인으로 된 농민들에게서 토지를 빼앗아 다시 지주들에게 돌려주려 하며 북반부인민들이 쟁취한 모든 민주주의적 자유와 권리를 박탈하려 합니다.

리승만역도는 우리 조국을 미제의 식민지로 만들려고 하며 전체 조선인민을 미제의 노예로 만들려고 합니다.》

이 대목에서 최현은 번쩍이는 눈길로 하사관을 돌아보았다.

《명심해, 이걸.》

《인류력사는 자기의 자유와 독립을 위한 투쟁에 결사적으로 궐기한 인민들은 언제든지 승리한다는것을 보여주고있습니다. 우리의 투쟁은 정의의 투쟁입니다. 승리는 반드시 우리 인민의 편에 있을것입니다. 조국과 인민을 위한 우리의 정의의 투쟁은 반드시 승리하고야말리라는것을 나는 확신합니다.》

최현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지도우에 써넣으신 김일성동지의 글발이 불길처럼 안겨왔다.

최현동무!

련속타격! 시간!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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