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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강자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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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1-01-12 16:13 조회46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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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정시에 평양역에 도착한 국제렬차에서 내린 윤상배의 기분은 범잡은 포수마냥 부풀어올랐다.

그도 그럴것이 온 나라의 기대와 관심속에 지금 한창 거창하게 건설되고있는 창전거리초고층살림집들이 완공된 후 음료수와 난방용수를 퍼올릴 고양정뽐프수입을 맡은 윤상배는 이번 출장에서 서로의 리해관계를 흥정하는 대방과의 몇차례의 바줄당기기에서 끝내 양보를 받아냈던것이다.

붐비는 손님들속에 섞이여 나들문으로 걸음을 옮기는데 어디선가 《정향이 아버지!》하는 살뜰하고 정이 넘치는 목소리가 윤상배의 온몸을 휘감았다.

안해의 목소리임을 느낀 상배가 소리난쪽으로 얼굴을 돌리였다.

저쪽에서 안해 선월이가 파도처럼 넘실거리는 사람들속을 헤집으며 헤염치듯 상배를 향해 다가왔다.

진달래꽃무늬가 점점이 박힌 보기에도 경쾌한 달린옷을 입은 선월은 나이 오십이 다 되였지만 아직도 처녀시절처럼 싱싱하였다.

《잘있었소?》

《수고하셨어요.》

처녀시절에는 뭇사내들의 애간장을 끓일만큼 무척 아름다왔을 선월의 얼굴에는 세월이 얹어놓은 가느다란 주름이 엿보였다.

《그새 건강에는 별일이 없었어요?》

《그럼, 보다싶이 이렇게…》

보기 좋게 몸이 난 상배는 보란듯이 두팔을 쩍 벌려보이며 빙긋이 웃었다.

남편의 손에서 려행가방을 넘겨잡은 선월은 은근한 어조로 물었다.

《가셨던 일은 잘되였어요?》

《그럼, 통장훈을 불렀소.》

《그래요?! 축하해요!》

선월의 얼굴에선 기쁨이 바글바글 끓었다.

그들은 어깨나란히 역밖으로 나섰다.

역앞의 드넓은 주차장에는 각이한 형태와 색갈의 승용차와 소형뻐스들이 전시품처럼 줄느런히 서있었다.

그가운데 은백색의 승용차곁에서 두루미처럼 목을 길게 빼들고 누군가를 찾던 운전사청년이 상배를 알아보고 마주 걸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수고하셨습니다.》

《잘있었나?》

차있는 곳으로 상배내외를 안내한 운전사가 차문을 활짝 열어주었다.

상배와 선월은 각각 앞뒤칸으로 올랐다.

뒤이어 운전좌석에 오른 운전사가 차발동을 걸려고 시동단추를 눌렀다.

그런데 웬일인지 발동이 인차 걸리지 않았다.

살맞고 떨어진 날짐승처럼 푸득푸득거리던 승용차는 한참만에야 가까스로 발동이 걸리였다.

얼굴에 진땀을 떠올린 운전사가 차기관이 불비한것이 자기탓인듯 옹색한 표정으로 곁에 태연스럽게 앉아있는 상배의 눈치를 살피였다.

《허, 이놈의 털털이가 날보고 빨리 심장을 바꾸어달라고 투정질이로군.》

흔연한 웃음을 지으며 하는 상배의 롱말에 뒤좌석에 앉아있던 선월이가 샐쭉해서 말하였다.

《당신 언제부터 차기관을 바꾼다고 하더니 어떻게 된거예요?》

《조금만 참소. 이왕 바꿀바엔 쌩한걸로 바꾸자는거요.》

배포유하게 늘어진 소리를 하는 상배의 얼굴에 야릇한 빛이 스치였다. 언제부터 낡은 승용차기관을 통채로 들어내고 새것으로 교체하리라 마음먹은 상배는 이번에 대방과 뽐프계약을 하면서 승용차제작공업이 발전한 서유럽의 어느 한 나라의 승용차공장에서 생산하는 기관을 주문하였다. 대방도 쾌히 응하였다.

그러니 뽐프를 들여올 때 함께 들여오면 된다.

승용차가 역 앞거리를 달리였다.

앞창을 고집스레 내다보는 상배는 조만간에 만나게 될 사장 리석민에게 해야 할 출장보고내용을 머리속에서 굴리고있었다.

상배가 출국하던 날 리석민은 이렇게 말하였다.

《가격투쟁에서 한푼도 양보해서는 안되오.》

많은 뜻이 암시되여있는 당부였다.

그 말뜻을 잘 알고있었기에 상배는 혼신의 힘을 다하여 소기의 목적을 이루었다.

그걸 알면 리석민은 대만족해서 상배를 영웅으로 떠받들것이다.

《정향이가 동주뽐프공장에 현실체험을 내려갔어요.》

귀속말처럼 뇌이는 안해의 말에 제 생각에 옴해있던 상배는 갑자기 귀뺨이라도 얻어맞은듯 와뜰 놀랐다.

《뭐요? 동주뽐프공장에?…》

상배가 뒤쪽으로 몸을 돌리며 역증을 냈다.

《그 애가 거길 가도록 당신은 뭘하고있었소. 내 출장을 떠나면서 정향이 문제에 신경을 쓰라고 하지 않았소.》

《낸들 어찌겠어요. 손을 쓰기 전에 정향이 그 애가 자진해서 그 공장을 현실체험지로 선정한걸…》

《뭐요? 정향이가 그 공장에 자진했단 말이요?》

《예. 그 애가 그러더군요.》

안해의 반발에 상배의 입이 얼어붙고말았다. 듣고보니 안해를 탓할 일이 아니였다. 그럴줄 알았으면 리석민사장에게 부탁을 하였을걸.

후회가 막심하였다. 이제는 쑤어놓은 죽이다.

동주뽐프공장이라… 입속으로 공장이름을 불러보는 상배의 심중에선 하늬바람이 일었다.

허참, 아버지가 떠나온 공장에 딸이 자진하여 갔다. 세상에 이런 불가사의한 일도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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