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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강자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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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1-01-11 14:09 조회47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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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사람들의 마음을 청신하게 해주는 여러가지 색갈의 외장재를 칠한 아빠트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도시의 주차장에 연청색의 중형뻐스 한대가 멎어섰다.

출입문이 열리자 중복의 무더위에 한증칸같은 뻐스안에서 먼길을 달려오느라 얼굴들이 익은 가재처럼 된 사람들이 밖으로 쏟아져내렸다.

그들속에는 갓 스물이 지난듯 한 애티나는 처녀도 있었다.

대학생 여름교복을 입은 처녀는 눈매가 시원하고 코날이 오똑한게 여간만 담차보이지 않았다.

그는 김책공업종합대학을 졸업하고 동주뽐프공장에 현실체험을 내려오는 윤정향이였다.

사람들이 눈깜짝할 사이에 모래불에 물스며들듯 사라지자 주차장에 홀로 남은 처녀는 생소한 고장이 낯이 설어 사방을 두릿거리다가 흠칠 몸을 떨었다. 자기가 잘못 내렸음을 느낀것이였다.

떠나오기 전에 동주시에 대하여 파악이 있는 동창생이 알려준데 의하면 동주뽐프공장은 철길건늠길을 지나 조금 가면 있다고 하였는데 아무리 둘러보아도 철길이라고는 흔적도 보이지 않았던것이다.

어마나! 이를 어쩌나.

처녀의 얼굴에 금시 불안의 그림자가 콱 덮이였다.

당황한 표정으로 어쩔바를 몰라하던 처녀는 마주오는 녀인에게 물었다.

《미안하지만 말 좀 물읍시다. 동주뽐프공장으로 가려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합니까?》

녀인이 놀란 표정으로 반대방향을 가리켰다.

《에그머니나, 잘못 내리였구만. 그 공장은 저쪽으로 가야 하는데 여기서 20리가 넘는다오.》

《어마나! 20리요?》

처녀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외마디 소리가 튀여나왔다.

아이참, 무슨 정신에 여기에 내렸담.

멀어지는 녀인의 뒤를 멀거니 쳐다보는 처녀의 입에서는 저도 모르게 한숨이 새여나왔다.

아침에 집을 떠날 때부터 마음이 산란하더니 끝내…

그런 일이 있었다.

정향이가 동주뽐프공장 파견장을 내보였을 때 어머니는 눈이 대뜸 커지더니 쓴 과일이라도 입에 문듯 얼굴을 찡그리였다.

《하필이면 동주뽐프공장에 갈건 뭐냐. …》

했으나 기분이 들뜬 정향은 어머니의 나무람에는 아랑곳없이 사탕 한알을 입에 넣고 달달 굴리였다.

《뽐프공장이 어때서요. 내가 자진했는데.》

《뭐?! 네가 자진했다구?》

어머니는 뉘를 고르던 쌀함박까지 방바닥에 털썩 내려놓았다.

《예, 류체력학을 전공한 나에게는 그 공장이 적재적소란 말이예요.》

《아이구나! 세상에 이런 경사라구야.》

어이없다는듯 무거운 한숨을 내쉬는 어머니를 보는 정향은 고개를 기웃거렸다.

어머니가 왜 이러실가.… 여태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하여서는 무작정 좋다고 박수를 쳐주던 어머니였다.

《왜 그러세요? 그 공장이 어떻다고…》

또 한번 긴숨을 내그은 어머니가 간청하듯 말하였다.

《가더라도 출장가신 아버지가 돌아온 다음에 가면 어떻겠니?》

정향은 머리를 흔들었다.

한번 결심한 일에 대하여서는 누가 뭐라고 해도 양보를 해본적이 없는 정향이였다.

해외출장중인 아버지가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데 그때까지 어떻게 기다린단 말인가.

《안돼요! 래일까지 공장에 도착해야 해요.》

고집스럽게 잘라매는 딸을 더는 설복시킬수 없음을 느낀 어머니가 불만스럽게 중얼거렸다.

《아버지가 그 공장에 간걸 알면 좋아하지 않을텐데…》

정향은 속이 달았다.

왜 그 공장에 대하여 쉰밥 대하듯 하는지 리해가 안되였다.

아버지가 그 공장에 간걸 알면 좋아하지 않을거라는건 무슨 소리일가. 분명 무슨 사연이 있는듯싶었다.

《그 공장이 아버지와 무슨 상관이예요, 그 공장을 싫어하는 까닭이 뭔가 말이예요?》

눈을 똑바로 뜨고 꼬집는 정향의 얼굴을 피하며 어머니는 머리를 흔들었다.

《캐묻지 말아.》

어머니의 신경질적인 소리에 정향은 짜증이 났다.

했으나 끝내 사유를 밝히지 않는 어머니의 입을 열수가 없었다.

이튿날 정향은 집을 나섰다. 정향을 바래는 어머니의 얼굴은 우수에 잠겨있었다. 마치 가지 못할 길을 바래주는듯…

길 떠날 때에는 마음이 즐거워야 한다는데 처음부터 심사가 등나무 얽히듯 해진 정향은 뻐스를 타고오면서 내내 어머니의 그 어둡던 얼굴만 얼른거려 려행의 기쁨을 한쪼박도 느끼지 못하였다.

그러다나니 내려야 할 곳에 내리지 못하고 이렇게 왕청같은데에 떨어지게 된것이다.

에이참, 엄마두…

도착하면 즉시 전화를 하라고 하던 어머니의 당부도 들어주고싶은 생각이 없었다. 무슨 말로 어떻게 전화를 한단 말인가.

어머니때문에 허튼 곳에 내렸다고 할수야 없지 않는가.

갈길을 가늠하듯 앞을 살피는 정향의 눈앞으로 곧게 뻗은 대통로가 밟혀왔다.

20리는 그닥 먼길이 아니였지만 평양에서 살면서 웬만한 길은 지하철도와 궤도전차, 무궤도전차를 타고 다니는데 습관이 되였던 정향은 이제 가야 할 길이 100리가 넘는듯 아득하게만 느껴졌다.

등에 진 배낭과 손에 든 려행용가방도 천근만근으로 무겁기만 했다.

뜨겁게 내리지지는 해빛이 정향의 몸을 불덩이처럼 달구었다.

길옆의 가로수가 던져주는 여윈 그늘을 골라가며 타박타박 걸음을 내짚는 정향의 얼굴엔 얼마 못 갔는데도 땀이 가득 내돋았다.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내 얼굴의 땀을 문지르는데 별안간 등뒤에서 《아, 아, 비키시오!》하는 다급한 소리에 이어 무엇인가 둔중한것이 정향을 한옆으로 떠박질렀다.

《어마나!》

기급한 소리를 내지르며 저만큼 밀려나 몸중심을 잃고 비칠거리는 정향의 손에서 미끄러져내린 가방이 땅바닥에 돌덩이처럼 뚤렁 떨어졌다.

그 서슬에 손수건을 꺼내느라 열어놓은 가방속에서 어머니가 넣어준 사과 한알이 이때라는듯 도그르르 굴러나오더니 길옆 도랑으로 첨버덩 뛰여들었다. 정향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기급한 소리가 튀여나왔다.

《엄마, 내 사과!》

에이참, 이건 웬 못난이야.

속이 발끈하여 팩 돌아보니 한 청년이 기울어진 자전거를 바로 잡으며 잘생긴 얼굴에 진정 미안해하는 표정을 떠올리며 사죄를 한다.

《미안하오, 내 그만 허튼생각을 하다가… 거 사과가 아깝구만. 내 봉창하겠소.》

정향은 눈을 내리깔며 내키지 않은 소리를 했다.

《괜찮아요.》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무슨 소리를 하랴. 불쾌해도 참는수밖에…

발치앞에 버럭돌처럼 버려진 가방을 집으려는데 어느새 청년이 먼저 집어든다.

그리고는 보물이라도 닦듯 가방에 묻은 흙먼지를 손바닥으로 정히 닦아 정향의 앞으로 내밀며 푸접좋게 웃어보였다.

밉다니까 깨꼬하는 격이였다. 랭랭한 표정으로 가방을 받아 어깨에 걸친 정향은 곱지 않은 눈매로 그를 띄여보고 돌아섰다.

《어디까지 가오?》

청년의 목소리가 잔등을 두드리였다.

별 싱거운 사람 다 보겠네. 어디까지 가든 제가 무슨 상관이람.

정향은 걸음을 내짚으며 시답지 않게 응대했다.

《동주뽐프공장까지 가요.》

그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그렇소?!》하는 환성에 가까운 소리에 이어 청년은 잽싸게 정향의 곁에 자석처럼 달라붙었다.

《그러니 우리 공장에 오댔구만!》

무척 반가와하며 하는 우리 공장이라는 소리에 정향의 눈가엔 즉시에 웃음발이 잡히였다.

《동진 동주뽐프공장에 있는가요?》

《그렇소! 난 건설직장에서 일하오. 이름은 정창근이라고…》

스스럼없이 하는 창근의 소개에 정향은 하는수없이 자기를 밝히지 않으면 안되였다.

《윤정향입니다. 김책공업종합대학을 졸업하고 현실체험을 내려온답니다.》

그 말에 창근은 눈이 덩실해졌다.

《어이구! 이제보니 굉장한분이였구만.》하고 너스레를 떤 창근은 갑자기 허리를 깊숙이 꺾었다.

《반갑습니다. 초면에 버릇없이 굴어서 미안합니다.》

돌발적인 창근의 노죽에 정향은 너무 급해 어쩔바를 몰라하며 활딱 얼굴을 붉혔다.

《아니, 왜 이러는거예요?》

《하하하! 너무 반가워서 그러오. 허, 이거 때리고보니 삼촌이라더니…》

성격이 느글느글한 창근은 참 재미있는 청년이였다.

먹으로 찍은듯 굵직한 눈섭과 말처럼 순해보이는 눈은 보매 인정이 무를것 같았다.

창근은 춤이라도 추듯 신바람을 피우며 정향의 어깨에서 배낭과 가방을 잡아내려 자전거앞바구니에 옮겨놓더니 지짐짝처럼 넙죽한 손바닥으로 짐판을 툭툭 두드리였다.

《여기에 올라앉소. 이래뵈두 택시 못지 않게 편안하오.》

《…》

여적 자전거꽁무니에 한번도 앉아본적이 없는 정향은 한순간 망설이지 않을수 없었다.

《아, 일없다니까. 어서 …》

그래도 반응이 없자 창근은 머리를 흔들었다.

《할수 없군. 그럼 걸어가는 수밖에… 가기요.》 하더니 자전거를 밀었다.

정향은 얼른 그의 곁을 따라섰다. 다행이였다.

창근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어쩔번 하였는가.

기분이 뜬 창근의 입에서 코노래가 흘러나왔다. 처녀와 나란히 걸으니 송화 생각이 났다.

그는 지금 소꿉시절부터 중학교(당시)까지 함께 자란 송화의 아버지 최금석의 일흔돐생일에 드릴 옷을 주문하러 갔다오는 길이였다.

최금석이 아버지가 없는 창근을 친아들이상으로 관심을 깊이하는것으로 하여 창근이 역시 그를 친아버지처럼 따랐다.

그래 최금석의 생일날 단단히 한몫하리라 마음을 먹고 고기와 닭알, 동서해의 진귀한 수산물을 마련하였고 오늘은 봄, 가을, 겨울옷을 주문하고 오는 길이였다.

목공기술이 높은 창근은 그 솜씨와 재간이 소문이 나 개인들의 부탁이 줄달았다.

공장일도 할래, 짬짬이 개인들의 부탁도 들어줄래 눈코뜰새 없이 분주하였지만 자기의 재간을 값높이 사주는 사람들의 칭찬에 힘든줄 몰랐다.

그런 창근을 두고 입을 비죽거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송화의 입부리가 제일 사나왔다.

쩍하면 당장 그런 시시한 일을 그만두고 맡은 일에 성실하라고 훈시질이다. 그때마다 창근은 한쪽귀를 열어놓고 제편에서 송화를 설복시키려고 애썼다.

서로 도와주고 도움을 받는것이 인간생활인데 그게 잘못되였는가. 오히려 창근은 송화에 대하여 불만을 가지고있었다.

제대군인에 당원이겠다, 게다가 인물까지 환하겠다, 그 배경이면 시안의 공장, 기업소를 튕겨가며 쫄쫄한 자리에 박힐수 있겠는데 뭣때문에 구접스럽게 주물공을 하겠다고 뽐프공장에 발을 들이밀었는지 모르겠다.

그것이 한생을 주형공으로 일해온 아버지의 요구라고 하지만 꼭 그렇게 해야만 하는가.

주형공일이란 남자들도 힘들어하는 중로동이다.

처음 제대되여왔을 때에는 분곽처럼 환한 얼굴에 우유빛이 돌던 살색이 몇달동안 일하는 과정에 꺼칠해진 송화를 보면 마음이 좋지 않았다.

저도 내놓고 말을 하지 않아 그러지 속으로는 후회할것이다.

내 어떻게 해서라도 송화를 기름기가 도는 뜨르르한 일자리에 옮겨놓을테다. 가구부탁자들가운데 시급기관들의 일정한 지위에 있는 일군들이 몇이 있는데 그들에게 부탁하면 송화 하나쯤 옮겨놓는것은 장기쪽 옮기기보다 더 헐할것이다.

그다음에 나도 공장에서 빠질테다.

그런데 이모부인 지배인이 쉬이 놔주겠는지 모르겠다. 까짓거, 안 놔주면 강짜를 부려서라도 나갈테다. 쇠덩이나 주무르는 공장에 무슨 먹을알이 있다고 일생을 파묻겠는가.

뻐꾸기 남의 등지에 알낳을 꿈을 꾸듯 하는 창근을 깨우치며 정향의 목소리가 귀를 간지럽히였다.

《아저씬 자기가 하는 일을 사랑하나요?》

《엉?!》

창근은 속이 뜨끔해났다.

이 처녀가 어느새 남의 속을 헤집어본게 아니야?

속이 켕긴 창근의 얼굴은 익은 쇠덩이처럼 되였다.

정향과 등을 돌려댄게 다행이였다.

《그럼, 사랑하지.》 하고 천연스럽게 대답을 한 창근은 사공 배머리 돌리듯 얼른 말머리를 돌리였다.

《그런데 말이요, 날 보고 아저씨라고 하지 말고 동무라고 부르오. 장가도 안 간 총각보고 아저씨라니깐 어색하구만.》

창근의 핀잔에 정향은 자신이 실언했음을 느끼고 얼굴을 붉히였다.

《어마나, 미안해요. 난 장가간줄 알고…》

《뭐라구?! 장가… 하하하! 내가 장가를 갔다? 야, 이거 멀쩡한 총각 그러다가 아이 아버지라는 소리 듣겠는걸.…》

《그럼 몇살이예요?》

《스물여섯살이요, 스물여섯.》

《어마나! 난 또 서른이 넘은줄 알았지요.》

《뭐?! 서른이 넘어보인다? 까무라치겠군.》

《호호호!》

어느새 오랍동생처럼 친숙해진 청춘남녀의 즐거운 웃음이 꽃보라처럼 피여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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