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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강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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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1-01-10 20:53 조회49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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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동주뽐프공장 지배인 리대철이 오래간만에 만난 대학동창생의 집에서 륭숭한 대접을 받고 밖으로 나섰을 때는 밤 10시가 다 되여서였다.

리대철은 이번 출장에서 아무런 소득도 없이 돌아가자니 마음이 허전하였다.

그의 이번 출장목적은 현재 공장의 이설중인 주물직장에 중주파유도로를 새로 놓을 욕심에서 국가계획위원회에 그 문제를 제기하여 해결받는것이였다.

나라에 하나밖에 없는 외아들공장인데 중주파유도로쯤 해결 못해주겠는가 하는것이 그의 배심이였다.

현재 공장에는 저주파유도로가 한대 있는데 전압파동이 심하여 거의나 세워놓다싶이 하고있다.

하지만 중주파유도로는 전압파동에 관계없이 운영할수가 있었다.

리대철의 제기를 받은 일군들은 몹시 난처해하였다.

한것은 긴장한 자금사정때문이였다.

어버이수령님탄생 100돐을 맞으며 전국적으로 진행되고있는 중요대상건설들과 인민생활과 관련된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 2. 8비날론련합기업소, 흥남비료련합기업소 등 수많은 공장, 기업소들의 현대화에 거액의 자금이 필요하였다. 우리가 강성해지고 잘사는것을 배아파하는 제국주의자들의 비렬하고 악랄한 경제봉쇄와 제재속에서도 국가에서는 한푼한푼의 자금을 쪼개가며 그 거창한 사업들을 중단없이 내밀고있었다.

그런것으로 하여 일군들은 동주뽐프공장의 중요성을 무시할수 없었지만 당장 해결책이 없어 안타까와하였다.

뒤늦게야 리대철은 어머니주머니에 돈이 넉넉치 못한걸 알면서도 철없이 손을 내민 응석받이자식처럼 생각되여 얼굴이 뜨거웠다.

어떻게든 자체로 해결하리라 마음먹었다.

어둠속을 달리는 숭용차등받이에 몸을 깊숙이 파묻고 무거운 생각에 잠겨있던 리대철은 무심중 밖을 내다보다가 눈이 떼꾼해졌다.

승용차가 순안쪽으로가 아니라 그 반대방향으로 달리고있었던것이다.

《차를 어디로 모는거요?》

의아해서 하는 리대철의 말에 유술선수처럼 몸이 다부진 운전사가 늘어진 소리를 하였다.

《금석아바이 대사에 쓸 당과류와 술은 놔두고 가겠습니까?》

《엉?!》

그제사 리대철은 중요한걸 잊었다는 생각에 허거픈 웃음을 지었다.

《그렇지! 장가가는 놈 뭘 떼놓고 간다더니…》

며칠 있으면 주물직장에서 수십년간 일해온 최금석아바이의 일흔돐생일이다. 그는 거의 40여년가까이 한직종에서 일해온 로력혁신자이며 고급기능공이였다.

칠순이 다된 나이까지 공장을 떠나지 않고 성실한 땀을 바쳐온 최금석은 몇달전 허리를 상하는 바람에 집에 들어갔다.

하지만 마음은 늘 직장에 두고 병치료를 받는 속에서도 지팽이에 의지하여 직장에 나와 젊은이들에게 기술도 익혀주고 걸린 문제들을 토론해주군 하였다.

집안에 사내자식이 없는것을 늘 한스러워하던 최금석은 제대군인인 딸 송화를 자기가 섰던 주물직장에 세웠다.

리대철은 이번 출장길에 최금석의 생일날에 성의를 표하기 위하여 서성구역인민병원에서 의사로 일하는 딸에게 부탁하여 상에 놓을 고급술과 당과류들을 마련하였다.

봉화산려관 현관에 차를 세운 운전사가 재빠르게 호실로 올라가서 큼직한 지함을 안고 내려왔다.

그것을 승용차짐칸에 실은 운전사가 차곁에서 담배를 피우고있는 리대철에게 쪽지편지를 내밀었다.

《관리원아주머니가 법석 고아대며 무슨 친동생이나 만난것처럼 반가워하지 않겠습니까. 어떤 사람이 오래동안 기다리다가 편지를 써놓고 갔답니다.》

뜨아해서 쪽지편지를 받아쥔 리대철은 려관현관기둥에 매달려있는 전등불밑으로 다가서며 접혀있는 종이를 펼쳤다.

휘갈겨쓴 글이 드러났는데 불빛이 희미하다보니 뭐라고 썼는지 글자를 알아볼수가 없었다.

호기심이 동해있던 운전사가 눈치있게 차에 올라 실내등을 켜며 소리쳤다.

《차에 올라서 보십시오.》

리대철은 승용차안에 들어가앉았다.

밝은 불빛에 드러난 글이 화살처럼 눈을 찌르며 날아들었다.

《지배인동지, 이 편지를 본 즉시 창전거리건설장으로 가보십시오. 알고계시는지 모르겠지만 거기서는 초고층살림집들에 쓸 뽐프를 우리 나라에서는 만들지 못한다면서 귀한 외화를 들여 사온다고 합니다. 그것이 동주뽐프공장과 합의를 한것인지… 아니라면 이건 동주뽐프공장 로동계급에 대한 참을수 없는 모욕이고 무시라고 생각합니다. 한시바삐 바로잡아야 할줄 압니다. …》

편지에 그냥 눈길을 박은 리대철의 심장이 후두둑 뛰였다.

《이걸 누가 썼대?》

《글쎄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겠는데 뭐 애국자랍니다. 지배인동지를 만나 사실을 알려주겠다고 저녁도 건느면서 기다리다가 갔답니다.》

애국자? 편지를 다시 읽었다.

이마에선 지렁이같은 피줄이 꿈틀거렸다.

이건 대체 무슨 소리인가. 그야말로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였다.

주소성명도 없는 투서와도 같은 이 글을 믿어야 하는가.

편지내용이 사실이라면 이건 정말 우리 공장 로동계급에 대한 참을수 없는 모욕이고 무시이다.

뭐, 우리 나라에서는 초고층살림집에 쓸 뽐프를 만들수 없기때문에 다른 나라에서 수입한다구?!

그럴수 없다, 절대로! 편지의 마감줄이 심장을 비틀었다.

《한시바삐 바로잡아야 할줄 압니다.》

그렇다, 한시바삐 바로잡아야 한다. 하다면 어떻게?

박동수가 빨라진 심장은 콩마당질하듯 하였고 별의별 생각이 머리속에서 종횡무진하였다.

무작정 건설지휘부에 쳐들어가 당장 수입을 중지하라고 들이대고싶었지만 그건 닭알로 바위를 깨겠다는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일이다.

건설지휘부에서 우리 공장을 무시했을 때에는 우리가 아직까지 초고층살림집들에 리용하는 고양정뽐프를 만들어본적이 없다는것을 알아보고 수입안을 택했을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우리 공장에서 고양정뽐프를 만들수 없단 말인가.

물론 초고층건물에 쓸 뽐프는 일반뽐프와 달라서 기술적으로 해결할 문제들이 많은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마음먹어 못한 일이 있었던가.

머리속을 휘젓는 생각에 쫓기던 리대철은 갑자기 차에서 내려 려관현관을 향해 걸음을 내짚었다.

아까부터 긴장해서 리대철의 거동을 주시하던 운전사가 어리둥절해서 소리쳤다.

《지배인동지, 어데 가십니까?》

못 들은듯 현관으로 들어선 리대철은 려관접수구로 다가가 접수원녀인에게 깍듯이 인사를 하였다.

《미안합니다. 전화를 좀 쓸수 없을가요?》

녀인은 선선히 응하며 전화기를 접수탁우에 올려놓았다.

송수화기를 들고 번호를 누른 리대철은 상대방의 응답을 기다렸다.

인차 수화기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전화받습니다.》

리대철이 소리치듯 말하였다.

《기술발전과장동무요? 나 리대철이요. 미안하오. 밤중에 전화해서… 혹시 자는걸 깨운건 아니요?》

《아닙니다.》

《내 전화를 하는 목적은…》

리대철은 방금전에 받은 편지내용을 렬거하고나서 공장에서 고양정뽐프를 만들수 있겠는지를 토론하고싶어 전화를 한다고 루루이 설명을 하였다.

한동안 생각을 더듬는듯 말이 없던 기술발전과장이 리대철의 가슴을 후련하게 해주는 소리를 했다.

《못 만든다는 법이 있습니까? 마음먹으면 하는거지요. 합시다.》

리대철의 입가에 벙싯 웃음이 스치였다.

《고맙소, 좋은 말을 해주어서. 편히 쉬오.》

전화를 끊은 리대철은 다시 번호판을 눌렀다.

인차 응답이 나왔다.

《김정민입니다.》

그는 뽐프설계연구소 부소장이였다.

《부소장동무, 밤중에 미안합니다. 급한 일때문에 그럽니다.》

리대철은 방금 기술발전과장에게 한 소리를 반복하였다.

리대철의 말을 다 들은 김정민이 거침없이 말하였다.

《거 듣고보니 기분이 나쁘구만요. 아니, 그까짓 고양정뽐프가 뭐라구 남에게 빌붙으면서… 우릴 알길 우습게 알지. 합시다. 그러니 당장 건설지휘부에 가서 수입을 중지하라고 큰소리를 치시오.》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전화를 끊는 리대철의 온몸에 기운이 쭉 뻗쳤다.

그러면 그렇겠지. 우리가 마음먹어 못할게 무엇인가.

접수원녀인에게 사의를 표한 리대철은 정보행진을 하듯 밖을 향해 힘있는 걸음을 내짚었다.

승용차에 오른 리대철이 운전사에게 소리쳤다.

《빨리 창전거리건설장으로 가자구!》

벼락치듯 하는 리대철의 웨침에 운전사가 얼른 차발동을 걸고 가속변을 밟았다.

채찍에 놀란 말처럼 움씰 미끄러진 승용차가 속도를 높이였다.

엉치에 밤송이를 깔고앉은듯 안절부절하는 리대철은 차속도가 더딘것만 같았다.

《좀더 밟으라구.》하던 리대철은 경고신호를 하듯 푸른빛을 발산하는 속도계를 보고 입을 다시였다.

살같이 질주하던 승용차가 모란봉을 넘어서자 속도를 늦추었다.

시창으로 밤하늘을 밝히며 꽃보라처럼 날리는 용접불빛에 아스라하게 키를 솟군 고층살림집골조들이 안겨왔다.

그것을 보느라니 지금쯤 뽐프수입이 성사되였을수 있다는 초조감이 예리한 칼끝이 되여 가슴을 찔렀다.

드바삐 뛰여다니는 안전모들과 맞들이들, 질통들이며 삽날들이 번뜩이는 건설장들을 이리저리 피해가던 승용차가 얼이 나간듯 더 나가지 못하고 한쪽구석에 멈춰섰다.

차문을 열고 밖으로 튕겨난 리대철은 한동안 길잃은 사람모양 허둥거렸다. 건설지휘부가 어데 있는지 알수가 없었던것이다.

대낮처럼 불빛이 환한 건설장은 부글부글 끓고있었다.

소음의 바다였다. 방송선전차에서 울려나오는 노래소리, 여기저기서 힘을 쓰며 고함치는 소리, 혼합기 돌아가는 소리며 자동차들의 경적소리…

그 모든것들을 보느라니 리대철은 말쑥한 옷을 입고 여기에 나타난것이 옹색하기 그지없었다.

저도 모르게 주눅이 들어 건설지휘부가 어데인가고 물어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때마침 저쪽 어디선가 《당장 지휘부로 가오!》하는 소리가 귀를 솔깃하게 하였다.

이어 《알았습니다.》하는 소리.

다행스럽게 생각한 리대철은 목을 길게 빼들고 소리가 난쪽을 기웃거리였다. 왁작거리며 엉켜돌아가는 사람들속에서 한 남자가 떨어져나와 어둠속으로 빨리워들어가는것이 보였다.

리대철은 황새걸음으로 그의 뒤를 쫓아갔다.

가설건물로 지은 건설지휘부는 건설장 못지 않게 사람들로 복작거리였다. 서로 부딪치며 오가는 사람들, 이방저방에서 울려나오는 청높은 목소리들…

삼복철이라 모든 방들이 활짝 열려져있었다.

도시에 온 촌늙은이처럼 어리벙벙해 이 방 기웃, 저 방 기웃하던 리대철은 옆을 지나치는 사람에게 건설에 동원된 무역회사사람들이 든 방이 어느 방인가고 물었다.

그 사람이 자기도 잘 모르겠는데 저 방에 가 물어보라며 어느 한 방을 가리켰다.

그 방앞으로 다가가 안을 들여다보니 책상앞에 앉은 대머리사나이와 안전모를 쓴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무엇인가 진지하게 토론하고있었다.

주저없이 기척을 낸 리대철은 돌진하듯 방안으로 들어섰다.

《안녕하십니까. 동주뽐프공장 지배인 리대철입니다.》

리대철의 푸접없는 인사에 나이가 예순이 가까와보이는 대머리사나이가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며 구면지기를 만난듯 반가와하였다.

《그렇소? 내 무역회사 처장 김원삼이요.》

그 소리에 리대철은 면바로 찾아왔다는 안도감에 긴숨을 내그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왔소?》

너부죽한 얼굴에 웃음을 함뿍 담은 김원삼이 친근하게 물었다.

했으나 리대철은 자기네 공장을 무시하고 뽐프수입을 결정한 이들에 대한 반감이 속에 매달려있는지라 김원삼의 친절이 별로 공감이 가지않아 무뚝뚝하게 물었다. (물론 아직 정확한것은 모르고있었지만.)

《전 방금전에야 완공된 창전거리살림집들에 쓸 뽐프를 다른 나라에서 사온다는것을 알게 되였는데 그것이 사실인지 알고싶습니다.》

처음부터 동주뽐프공장 지배인의 출현이 례사롭지 않음을 느끼고있던 김원삼은 얼굴에 그늘을 떠올리며 느닷없이 한숨을 내쉬였다.

《사실이요.》

이제껏 반신반의하던 편지내용이 사실임을 확인한 리대철은 벌컥 성을 내였다.

《어쩌면 그럴수 있습니까. 우리 공장과 토론도 없이… 누가 감히 우리 나라에서는 고양정뽐프를 만들수 없다고 그런 조치를 취하였습니까. 무역거래라는것이 나라의 존엄과 자존심을 걸고 하는 일인데 사람들이 그 뽐프를 다른 나라에서 사들여왔다는것을 알면 뭐라고 하겠습니까. 뽐프도 제대로 만들지 못해 남의 배를 채워주었다고 비웃을겁니다. 생각만 해도 심장이 떨리지 않습니까?》

돌개바람같은 리대철의 항변에 김원삼은 입이 얼어붙은듯 아무런 말도 못하고 고개를 꺾었다.

처음부터 리대철을 잔치집에 뛰여든 불청객 대하듯 마뜩지 않게 쳐다보고있던 안전모를 쓴 사람이 불쾌감을 참지 못하겠던지 빈정거리였다.

《동무네 공장에서 고양정뽐프를 만들수 있소?》

붙는 불에 키질하는 그 소리에 리대철은 속이 벌컥 뒤집혀졌다.

쇠덩이같은 주먹이 저도 모르게 책상을 쾅 내리쳤다.

《여보! 만들수 있다는데 무슨 장사군흥정 같은 소릴 하는거요.》

눈에 홰불을 지피고 노려보는 리대철의 기상에 안전모를 쓴 사람이 금시에 기가 죽어 자라목이 되였다.

《허, 그 사람 성미가 여간 아니군. 그저 한마디 해본건데…》

자신이 지나치게 흥분했음을 의식한 리대철이 퉁명스럽게 내뱉았다.

《미안합니다.》

방안에는 한동안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책상서랍에서 담배곽을 꺼내 한가치 뽑아 불을 붙여문 김원삼은 기둥처럼 떡 버티고 서있는 리대철의 앞으로 밀어놓았다.

《자, 한대 피우오.》

《고맙습니다.》

리대철은 담배곽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여물었다.

풀풀 담배연기를 날리는 김원삼의 얼굴에 고뇌가 짙게 어리였다.

창전거리건설초기 뽐프수입문제가 상정되였을 때 김원삼은 동주뽐프공장을 생각 못한것은 아니였다.

그 공장의 실태는 잘 모르나 동주뽐프가 그만하면 성능이 괜찮다는것을 알고있는 그는 사장 리석민에게 그 공장을 거들면서 값이 엄청난 뽐프수입을 고려할것을 제기하였었다.

그의 제기는 리석민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나도 이전에 그 공장에 대하여 료해를 해보았는데 아직 고양정뽐프까지 만들어본 경험이 없다고 한다. 설사 만들었다고 해도 파악이 없는걸 놓았다가 물을 제대로 퍼올리지 못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창전거리살림집은 당에서 인민들에게 안겨주는 선물로서 사소한 흠도 있어서는 안된다는걸 동무가 모르는가.

론리가 명백한 리석민의 반박에 김원삼은 어쩌면 그의 말이 옳을수도 있다는 생각에 더는 동주뽐프공장을 입에 올리지 않았고 오히려 이미 결정된 수입안을 당연한것으로 여기게 되였다.

그런데 아닌밤중에 홍두깨 내밀듯 이렇게 동주뽐프공장 지배인이 나타나 도리깨질을 해대니 무슨 말로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수가 없었다.

더구나 뽐프수입때문에 다른 나라에 간 무역부원이 대방과 계약을 락착지었다는 말을 들은터라 일은 더욱 난처하게 된셈이다.

이제는 불을 끄기가 틀렸다고 속단한 김원삼은 탄식조로 입을 열었다.

《지배인동무, 안됐소만 한발 늦은것 같소. 이미 뽐프수입과 관련하여 대방과 맞도장을 눌렀다는데 그걸 어떻게 취소시키겠소.》

사형선고와도 같은 소리에 리대철은 눈앞이 아뜩해졌다.

대방과 맞도장을 눌렀다?

그러니 수입이 기정사실화되였다는것이 아닌가.

리대철은 피가 나오도록 입술을 꽉 깨물었다.

손가락에 끼여쥐였던 담배가 처참하게 짓이겨지고 부스러졌다.

따가운 불이 줌안에 들었으나 전혀 감각을 느끼지 못하였다.

《그러니 계약을 취소시킬수 없다는겁니까? 왜 취소시키지 못합니까. 구걸이 아니라 돈을 주고 사오는것인데 이제라도 얼마든지 취소시킬수 있지 않습니까.》

리대철의 노성에 가까운 웨침에 옆방들에서 웬일이냐는듯 사람들이 방안을 기웃거렸다.

했으나 조각상처럼 덤덤히 앉아있던 김원삼은 리대철을 마주보기가 무안한듯 왼고개를 틀며 한숨을 내쉬였다.

리대철은 속이 텅 비는듯 한 공허감에 입술이 말라들었다.

이 사람들에게 아무리 돌팔매질을 해대야 하늘에 대고 주먹질을 하는 격임을 느끼였다.

하기야 이들에게는 결론권이 없지 않는가.

《좋습니다. 사장동지를 만나게 해주십시오.》

《사장동지는 지금 출장중이요.》

김원삼의 맥빠진 소리였다.

《언제 돌아옵니까?》

《글쎄… 모르겠소. 건설에 필요한 대상설비생산을 맡은 련관단위 공장, 기업소들을 돌아보러 내려갔는데 언제 돌아올지 모르오.》

한가닥 기대마저 허물어진 리대철은 그냥 물러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기가 막혔다.

《사장동지가 돌아오면 전해주십시오. 우리 동주뽐프공장에서도 다른 나라에서 생산하는 뽐프 못지 않은걸 얼마든지 만들수 있으니 당장 수입을 중지하라고 말입니다. 전 사장동지가 수입병을 없앨데 대한 당의 요구를 그 누구보다도 잘 아시리라고 믿고싶습니다.》

선언하듯 뇌이는 리대철의 의견에 이제껏 시르죽은 상을 하고있던 김원삼의 얼굴에 화기가 돌았다.

《알겠소. 나도 지배인동무의 의견에 공감이요. 동무네 공장에서 만들수 있다면 수입을 중지해야 하오. 사장동무에게 동무의 제기를 전하겠소. 그도 쾌히 접수할거요.》

《그럼 전…》

의자에서 일어선 김원삼이 리대철의 앞으로 다가섰다.

《지배인동무를 오늘에야 알게 된것이 유감스럽구만.

이미전에 알았더라면 뽐프수입문제가 제기되였을 때… 에이, 지나간 일은 그만두기요. 하여튼 좋은 말을 해주어 고맙소.》

리대철은 새삼스러운 눈길로 김원삼을 쳐다보았다.

그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가늠이 갔다.

이 사람은 지금 지난 시기 우리 공장에 대한 파악이 깊지 못한탓에 뽐프수입문제가 제기되였을 때 자기의 주견을 세우지 못한것을 원망하고있다. 량심적이고 진실한 인간이 아니고서는 그런 말을 할수가 없는것이다.

감심한 리대철은 얼굴에 웃음을 떠올리며 김원삼의 마음을 쓰다듬었다.

《일하는 과정에 본의아니게 실수를 할수도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문제는 그걸 어떻게 바로잡는건가 하는건데… 전 처장동지와 한배를 타면 얼마든지 난파도도 헤칠수 있다고 봅니다. 제 말이 주제넘는다면 량해하십시오.》

《그런 말 마오. 이런 말이 있지, 총명해지자면 한생이 걸리지만 멍텅구리가 되자면 한시간도 못 걸린다는… 내가 바로 그런 인간이였구려. 동무처럼 자력갱생의 정신이 체질화되지 못한탓에 자기도 모르게 청맹과니가 되였댔다는것을 내 오늘 동무를 통해 뼈아프게 느끼게 되오. 좋소! 한배를 타고 난파도를 헤치기요.》

《고맙습니다.》

두사람은 손을 마주잡았다.

밝은 표정을 지은 김원삼이 의미있게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김원삼과 헤여져 밖으로 나선 리대철은 불도가니를 련상케 하는 건설장을 꿰질러 걸음을 옮기였다.

하늘을 치받으며 솟아오른 고층아빠트들을 보느라니 쇠집게로 가슴을 비트는듯 숨이 가빠났다.

리대철이 너는 도대체 어떤 인간인가.

창전거리를 건설한다는것을 알면서도 우에서 뽐프를 만들라는 과업이 떨어지기를 기다렸느냐. 애국은 말로만 하는것이 아니다.

그 누가 시키지 않아도 조국의 부강에 다소나마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스스로 맡아안을줄 아는것이 애국이다.

너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조국의 운명을 한몸에 안으시고 불철주야로 선군장정의 길을 걸으시는 위대한 장군님의 어깨우에 지워져있는 산같은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는 일군이 되겠다고 말하군 하였지. 그런데…

별안간 자책에 모대기는 리대철을 놀래우며 콩크리트바닥을 물어뜯는 자동차급제동소리가 고막을 때리였다.

이어 벌컥 문열리는 소리와 천지간을 째는듯 한 소리.

《여보! 정신있소? 죽지 못해 몸살이 났소? 정신은 모자걸개에 걸어놓고 나왔소?》

그 서슬에 몸서리치게 혼비백산이 된 리대철은 자기가 지금 차도로 한복판에 서있음을 깨닫고 황망히 한옆으로 튕겨났다.

채 못한 화풀이를 하듯 부르릉거리며 사라지는 자동차를 얼빠진 사람모양 쳐다보던 리대철은 온몸의 기운이 다 빠진듯 도로연석에 털썩 주저앉았다.

주머니를 뒤적거려 담배를 꺼내 불을 붙여문 리대철은 페장깊이 연기를 들이켰다가 내뿜었다. 그러기를 그 몇번…

한결 속이 가라앉는듯싶었다.

무심중 대동강 대안쪽으로 눈길을 돌리던 리대철의 눈빛이 빛났다.

어둠을 불사르며 활활 타오르는 주체사상탑봉화를 본것이다.

붉게 타오르는 봉화를 보느라니 식었던 심장이 콰당탕 가슴을 두드리였다. 담배불을 끄고 벌떡 몸을 솟구친 리대철은 대동강을 향해 걸음을 내짚었다.

허둥거리며 유보도란간에까지 이른 리대철은 환희에 찬 눈길로 봉화의 불빛에 붉게 물든 강물면을 빗질하였다.

강 한복판에 설치한 분수터가 보이는듯싶었다.

저기에 설치한 뽐프를 자기네 공장 로동계급이 만들었다는 자부심과 긍지가 가슴을 쩌릿하게 하였다.

부지중 그 뽐프를 만들던 나날이 주마등처럼 밟혀왔다.

그때 사대주의병에 걸린 일부 사람들이 뭐라고 했던가.

최상의 정밀도를 요구하는 수중뽐프는 기술이 발전된 나라들에서도 선뜻 만들지 못하는데 사서 고생하지 말고 다른 나라에서 사오자고 했을 때 우리 로동계급은 무엇이라고 대답하였던가.

위대한 우리 조국의 상징인 주체사상탑앞에 다른 나라의 뽐프를 가져다놓겠다는것은 정신이 쑥 빠진 뼈대없는 인간들이나 할짓이다.

주체사상탑에 놓을 뽐프이기에 기어이 우리의 힘, 우리의 기술로 만들것이다.

자력갱생의 정신은 단번에 손색이 없는 저 분수터의 뽐프를 만들어냈다. 그날의 로동계급이 오늘도 변함없이 살아있는데 고양정뽐프라고 만들지 못하겠는가.

리대철은 빠른 속도로 솟구쳐오르는 마음속 충동을 누를길 없었다.

우리는 할수 있다. 만들수 있다. 암, 만들구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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