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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총대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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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1-01-07 17:35 조회45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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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서《불멸의 향도》

장 편 소 설  총대

박 윤

( 제 52 회 )

제 7 장

6

가혹한 운명앞에 도전하는것은 력사안목과 완강한 성격 그리고 특별한 정신적계시가 없이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빌 클린톤은 자기에게 이러한 숙명적인 잠재력이 여느 평민들과는 달리 어느 정도 부여되여있다는것을 인정하고있었다. 물론 그것은 보통인간들보다 약간한 차이밖에 되지 않는다. 그는 자신에 대해서 제퍼슨이나 루즈벨트, 처칠처럼 눈뿌리 따가운 자부심을 가지고있지 못했다.

대통령으로서의 그의 지위와 실력은 오직 공정한 력사만이 평가할것이기때문이였다. 그 력사적평가는 시대와 륜리적문명의 발전에 따라 부단한 재인식과정을 거치겠지만 궁극에 가서는 깎이지도 덧붙여지지도 않은 신석기시대 화석모양으로 굳어질것이다.

이 약간한 차이, 이것이야말로 간고한 현세기말의 예측할수 없는 돌발적인 세기의 흐름속에서 클린톤자신과 미국을 완전넘어뜨리기 하지 않은 원천이였다고 지금 그는 생각하는것이였다.

흔히 천재와 범재사이에는 종이장 하나 차이가 있다고 한다.

클린톤은 이 종이장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들었다. 그 남보다 종이장 한장의 두께로 높이 솟은 덕분에 그는 실로 무한한 영광과 세계지도자로서의 영웅일화를 새길수 있는것이였다.

그런데 이 종이장 한장의 두께가 최근에 들어와 사라지기 시작했다. 격동하는 사태하에서 남들보다 먼저 가장 유리하고 명백한 출로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그 숙명적인 천재의 잠재력이 자기에게서 떠나가버렸다는것을 의미하는것이다.

지금 그는 대통령집무실곁의 서재에 앉아 그 눈부셨던 숙명의 왕자가 퇴색해진 연미복자락을 너풀거리며 어디론가 시들하게 걸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고있었다. 왕자의 연미복은 먼지가 끼고 속옷은 때가 묻어 짜들짜들 하였다.

그는 그의 옷자락에 매달리려 했으나 다 낡은 너덜너덜한 천쪼박만이 그의 손에 잡혀있었다.

기적은 사라졌다. 희망도 가버렸다.

비로소 클린톤은 저으기 안정상태에서 가장 평범한 보통인간의 눈으로 주위에서 벌어진 사변을 랭정하게 들여다볼수 있었다.

첫 타격은 대륙간탄도미싸일이나 다름없는 그들의 인공지구위성발사였다. 세계를 놀래운 이 사변이 결국은 클린톤으로 하여금 첫 경솔성, 아니 첫 실수를 빚어내게 하였다. 《전역미싸일방위체계》와 《국가미싸일방위체계》가 수립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군사적행동은 어떤 의미에서든지 시기상조였고 세계의 지도력을 잃는것이였다.

이 놀랄만 한 안정감을 주는 두 체계수립우에 최신스텔스기술로 갱신된 무기들이 분쟁지역, 특히 조선이 있는 극동지역에 배비된다면 그것은 억센 사나이에게 쥐여진 강철검으로 될것이였다.

첫번째 경솔성은 두번째 경박성을 낳기 마련이며 첫 실수는 련이은 과오로 련쇄반응을 일으키는수밖에 없다. 물론 당시는 가소롭게도 그것을 실수가 아니라 강력한 대응책으로 여겼었다.

북조선의 인공지구위성발사는 미국과 이 행성을 흔들어놓은 대지진이나 다름없었다.

클린톤은 지금껏 멀리를 내다보며 품들여 진행해온 자기의 《포용정책》이 드디여 위험한 숙명의 낭떠러지끝에 걸렸음을 오싹하는 공포의 전률과 울분속에 깨달았다. 운명은 신중한 사나이인 그에게 결정적인 선택을 독촉하였다.

그때까지 오래동안 사색하고 구상하고 진척시켜온 력사적인 결심을 최종적으로 내릴 때가 된것이였다.

그리하여 북조선을 지구상에서 영원히 지워버릴것을 목적한 미국의 중대한 결심과 선택의 의지를 담은 《작전계획 5027-98》이 국방성에 하달되였던것이다.

두번째 타격은 예상밖의 강타였고 어깨닿기나 다름없는 치명적인것이였다. 운명의 전쟁계획이 로출된후 가슴을 조이는 불안한 나날속에, 그들의 눈치를 살피며 한숨 돌리려는찰나 상대방은 또다시 불의에 강철의 주먹으로 면상을 보기좋게 후려갈겼다.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성명! 그것은 명백한 선전포고였으나 미행정부는 강한 타격에 정신적으로 위압되여 도저히 자신있게 응할수가 없었다.

그것은 결정적인 판단을 필수로 하는 력사의 순간이였다.

그날 클린톤은 코헨국방장관이 들고온 통신문을 읽으며 불안에 휩싸였다. 북조선이 선포한 인민군총참모부 대변인성명문과 그 강력한 철의 선언문이 크게 격분하고있는 작전문건사본이였다. 원문과 토하나 틀리지 않는 완벽한 사본이 서유럽의 거리를 나돌아다니다가 미중앙정보국의 손에 걸려든것이다.

《이건 대체 무슨 추태요? 어떻게 되여 이 비밀이 새여나갔소?》

클린톤은 짐짓 분노한체 통신문을 흔들었다.

《전 그것을 각하에게 문의하려던 참입니다. 국방성은 이것을 통해 북조선의 군사정치적반응을 작전심리적으로 분석하려는 우리 지도부의 의도인줄로 알았습니다. 사실 그러한 기도는 상대의 전쟁준비와 정신력을 민감하게 재는 믿음직한 척도로 될수 있었습니다.》

코헨은 두팔을 벌려보이며 난감한 기색을 지었다.

《여보, 그건 또 무슨 말라비틀어진 사이비철학이요? 이건 민감한 반응이 아니라 또 하나의 강력한 미싸일타격이 아닌가. 당장 련방수사국에 의뢰하여 진상을 알아내야겠소.》

물론 클린톤은 북조선수뇌부가 항의성명을 내거나 혹은 내부사정과 기타 원인으로 모르는척 하는 경우 미합중국의 대외정책이 급격히 머리를 바꾸어 상승의 일로를 지향하게 되리라는 기대를 가지고있은것만은 사실이였다. 그것이 어쩌면 화려하게 출항했으나 여기저기 암초에 부딪쳐 암중모색하던 자기의 《포용정책》이라는 배가 최종적으로 가닿을 리상적인 항구로 될번도 한 일이였다.

하지만 성찬의 공상은 깨여졌다.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포용정책》의 아름다운 배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거대한 절벽에 부딪친것이다. 배가 침몰위기에 드는 경우 사방에서 온갖 어중이떠중이들이 뛰쳐나와 복닥소동을 일으키기마련이다.

그것은 콤퓨터체계가 《해커》의 습격을 받은것이나 다름없었다. 랭정한 두뇌와 정상적인 사고력을 가지고 사태를 돌변시킬수 있는 분별력있는 인간이 이 순간 미국에 한명도 없이 사라졌다. 백악관과 펜타곤의 사무실들은 큰 일이나 칠것처럼 분주히 오가는 흥분한 사나이들의 거친 숨소리로 소란하고 출입문들이 부리나케 여닫겼으나 그것은 놀란 가슴들을 진정시켜보려는 부질없는 소동에 불과하였다.

진상을 캐고 사태를 연구하고 대응책을 탐구하는 과정에 벌써 열흘이 지나갔다.

운명적인 결심을 채택하여야 할 력사적인 순간들은 마치 급행렬차마냥 기적소리를 울리며 급하게 눈앞을 스쳐지나갔다. 그 운명적인 순간에 급행렬차를 맞받아 나갈만 한 용감한 사나이는 벌써 이 대륙에 단 한명도 없었던것이다. 물론 군사적타격일변도를 강경히 웨치던 공화당의 제씨들도 어쩐 일인지 침묵을 지켰다. 아니, 그들은 침묵을 지킨것이 아니였다. 엉뚱한 곳에 대고 강력히 반발했다. 꼬쏘보위기를 해결해야 한다! 중국의 대만해협위협을 저지시켜야 한다! 나토의 동쪽에로의 확대를 진척시켜야 한다! 어째서 워싱톤시민들이 대피호가 있는 지하실의 먼지를 쓸어내고 주권취인소들에서 주권시세가 급격히 떨어지고 아시아에로의 관광이 갑자기 줄어들고 불안한 눈길들이 소리없이 대공을 감시할 때, 그 폭탄같은 북조선군수뇌부의 성명에 대해서는 일언반구하지 않았는가?

빌 클린톤은 알고있었다. 만약 저 지난 세기의 남북전쟁이후 포화의 세례를 모르는 미국의 거리들과 마천루에, 안식과 평온의 목가적인 정서가 흐르는 농장들에 그들이 날려보낸 미싸일 한발만 떨어져 원자로와 가스관들이 폭발을 일으킨대도 미국사람들이 성조기대신 백기를 서둘러 들게 되리라는것을, 만약 그렇게 되는 경우 하원연단에서 목대를 돋구며 평양에 대한 군사적타격을 력설하던 제씨들이 옛 성곽과 고전도시가 페허로 되기를 바라지 않아 제3제국에 항복했다는 빠리시민들처럼 연도에 떨쳐나와 그 철의 인간들을 환영할지도 모른다. 점령된 미국은 북조선의 후견령으로 되고 그들이 임명한 《총독》과 정치위원의 엄한 눈길밑에서 이 《용감무쌍》한 제씨들이 전승자들의 눈치를 보며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

승리는 미국땅밖에서만 있을것이다. 미국땅에서의 전쟁은 곧 패전을 의미한다. 바로 이 가혹하고 명백한 진실을 미국의 정치가들은 너무나도 잘 알고있었기에 그 급행렬차가 빨리 지나가기를 모두가 학수고대했던것이다.

클린톤도 쓰겁고 다행한 심정으로 멀어져가는 운명의 급행렬차, 전쟁의 급행렬차를 넌지시 바라보았다.

아니, 마음속깊이 안도의 숨을 내쉬며 그 급행렬차를 자못 애교있게 손저어 바래주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불안과 공포와 좌절은 사라졌으나 그에 못지 않게 스산한것이 덜커덩거리며 다가왔다. 그것은 체면과 수치와 모욕이라는 검은 마녀를 실은 다 낡았지만 아직도 100년은 견딜것같은 든든한 마차였다. 앙칼스러운 독소를 퍼붓는 늙은 마녀는 무게있는 마차를 백악관앞에 세우고 내려버렸다. 단단히 한턱 얻어먹으려는 심보다.

빌 클린톤은 이 귀찮지만 피할수 없는 손님접대를 성의를 다해 하지 않을수 없게 되였다.

클린톤이 오만상을 찌프리고있을 때 리버만이 《나치스》당원같은 꼿꼿한 자세로 서재로 들어섰다.

《각료들이 도착했습니다.》

클린톤은 까치다리를 풀지 않은채 흘끔 녀서기를 바라보았다.

《이 서재에서 만나지.》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각하, 힐라리부인이 그들을 만나고있습니다.》

《함께 오도록 하오.》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힐라리는 국무장관 알브라이트와 가벼운 웃음을 섞어 녀성적인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경쾌하게 방에 들어섰다. 그뒤로 우울한 얼굴에 잔뜩 근심을 담은 국방장관 코헨과 고어부대통령, 하원의장, 군사령관들과 합동참모본부의장, 특별보좌관들, 티렐리대장일행이 따라섰다.

《릴씨가 왜 보이지 않소?》

클린톤은 그들이 자리를 잡자 좌석을 둘러보았다. 반드시 참석해야 할 신임보좌관이 없는것이다. 지금 이 두뇌가 허약한 보좌진속에서 그가 유독 기대를 걸고있는 인물이 릴씨였던것이다.

코헨이 침울한 기색으로 그를 넘겨다보았다.

《대통령각하,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 생겼습니다.》

《뭐요?》

《안토니 릴씨보좌관에게 오늘 아침 련방수사국이 체포령장을 발급했습니다. 국제경찰과의 협동하에 치밀한 조사를 마친 결과 그가 이번 비밀루설의 당사자라는것이 해명되였습니다.》

《?!…》

클린톤은 그만 말문이 막혔으나 인차 자신을 수습하였다. 지난 8월 그가 던진 암시가 떠올랐기때문이 아니였다. 릴씨의 명예훼손은 또한 클린톤자신에게 돌아오는 부메랑이였던것이다.

클린톤은 불쾌한 낯색으로 고어를 쳐다보았다.

《지금 중요한건 작전계획의 공개문제가 아니요. 그건 미중앙정보국장의 사전계획도 있었으니까. 련방수사국장에게 당장 릴씨를 내보내도록 해야겠소.》

《그건 힘들것 같습니다. 자칫하다간 독립검사 스타씨의 재추적을 받을수 있습니다. 중앙정보국장의 견해에 의하면 안토니 릴씨는 이전부터 련계가 있던 피푸스후작에게 그 정보를 넘기고 2천만파운드를 받았다는것입니다.》

《?!…》

고어의 태평스러운 어조에 클린톤은 그만 격분으로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가 막 고함을 지르려는 순간 힐라리가 커피잔을 앞에 가져다 놓았다. 힐라리는 그의 어깨를 다정히 짚었다.

《무슨 오해가 있겠지요. 릴씨는 결코 무모하게 돈에 매수되는 그런 인간은 아니예요.》

클린톤은 겨우 자제력을 회복하며 커피잔을 들었다.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볼의 경련을 가까스로 참았다.

(릴씨가 나를 배반하다니? 명예를 돈과 바꿀만큼 그가 타락했는가? 릴씨야 다음세대 미국의 지도세력의 후보가 아닌가? 어쩌면 내가 자신처럼 믿던 그가?…)

《대통령각하, 지금 우리는 귀중한 시간을 놓치고있습니다.

선전포고와도 같은 북조선군부성명에 침묵을 지키는 미국지도부를 놓고 지금 세계가 끓고있습니다. 유엔총회진행중에 이건 대단한 미누스입니다. 시급하고 강한 대응책이 필요합니다.》

갑자기 랭담성을 회복한 알브라이트가 화제를 돌리자 코헨이 심중한 표정을 지었다.

《북조선에 대한 가장 강력한 제재와 군사적대응책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어가 침착한 어조로 코헨의 제기를 반박해버렸다.

《여보, 국방장관. 그건 명안이 아니요. 강력한 목소리는 이미 그 성명이 지구를 흔든때에 나왔어야 했소. 하지만 미국정치의 두 복도는 썰렁하도록 다 침묵을 지켰소. 선전포고에 대한 대답은 이미 그 시기를 놓쳤소. 체면이 없지만 우린 이걸 인정해야 하오.》

클린톤은 묵묵히 그의 말을 들으며 불꺼진 려송연에 다시 성냥을 그어댔다.

(고어가 옳게 말했다. 그래서 부쉬와 나의 차이는 고어라는 말도 있지. 기회는 지나갔다. 수습은 몇배로 힘들것이다.)

《대통령각하, 국무성은 고어씨와 견해가 같습니다.

우리 정책진은 좀 다른 방향으로 생각을 바꿀것을 제안합니다.》

《말하시오.》

클린톤의 무뚝뚝한 어조에 녀성국무장관은 좀 주저하더니 단호한 눈길을 들었다.

《북조선수뇌부는 판단이 빠르고 결심이 단호하고 타격이 무자비한것으로 인정되고있는만큼 철과 철이 맞서는 일은 피해야 할줄 압니다.

그 철의 집단에 대한 현재의 미국시민들의 공포심이 공화당의 태도에도 반영되여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북조선의 강력한 대응을 침묵의 시인으로 대답할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있습니다. 그것은 미국의 강경립장이 잘못하다가는 진짜 그들의 벼랑끝외교를 크게 자극해 미합중국에 미싸일이 날아오는 비극을 초래할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남조선과 일본 그리고 일부 나라들도 이 점을 우려하고있습니다.》

《그래 당신의 안은?》

《손상된 미국의 지위와 체면을 어느정도 유지하려면 대만을 보호하기 위해 중국해협으로 태평양함대를 급파하거나 미군주도하의 나토군으로 꼬쏘보위기를 해소하는 군사작전을 펼칠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것입니다.》

(역시 이 유태인녀자는 머리가 돈다. 이건 그야말로 출로이다. 그런데 동양속담에 시에미역정에 개옆구리 찬다는것이 있지… 알브라이트… 오늘 부인은 왜 종려나무브로치를 달았소? 독수리브로치는 어떻게 하고? 결국 이 자리에서 분별력있는 외교관인 부인이야말로 제일 겁을 집어먹었구려.)

클린톤은 비로소 얼굴근육이 풀어졌다.

그가 입을 열려는 순간 코헨이 커피잔을 밀어놓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니, 그건 안됩니다. 최근 우리 미군이 중국인민해방군과 동반자관계를 유지하면서 참관이 교환되는만큼 그런 무모한 군사적움직임은 미중관계를 랭전이전으로 돌려세울수 있습니다. 이건 북조선군에도 어부지리를 주는것으로 됩니다. 그리고 꼬쏘보문제도 아직 시기상조입니다. 영국은 응하겠지만 최근에 갑자기 자존심을 세우고있는 프랑스와 도이췰란드의 반응을 알수 없습니다.》

《코헨씨는 모두 반대라?…》

클린톤은 실망한 눈길로 그를 쳐다보았다. 코헨은 넥타이핀을 만지작거리며 알브라이트를 흘끔 내려다보았다.

《아닙니다. 각하, 저도 국무장관의 분석을 리해합니다. 방법은 찬성인데 대상을 달리합니다. 최근 이라크가 특별사찰단의 행동에 불손하게 제동을 걸고있는데 유엔총회에 영향이 나쁩니다.

이라크에 대한 대규모공습타격을 진행한다면 세계가 이번 사태로 흐려진 미국의 영상을 새롭게 가질수 있지 않을가요?》

《이라크에 대한 공중타격이라… 잘 타산해보고 하는 말이요? 싸담 후쎄인을 축출한다는건 시간이 걸려! 아직 15만의 강력한 공화국근위대가 건재해 있단 말이요.》

《각하, 12월 20일부터 이슬람교인들의 순례행사가 시작됩니다.

만약 15일경부터 집중적인 공중타격을 진행하다가 순례일을 앞두고 중지한다면 우리의 목적도 달성되고 무분별한 이슬람교의 반발도 수그러들지 않을가요?》

클린톤은 머리를 끄덕이였다. 그중 명안인것같은 생각이 들었다. 클린톤은 한숨을 내쉬였다.

《그중 마음에 드오. 시간이 없는만큼 코헨씨, 참모진을 발동해서 급히 이라크에 대한 공중타격안을 만들어야겠소.

그리고 뒤따라 발칸전쟁도 준비해야 돼! 이라크타격만 가지고는 북조선앞에서 잃은 체면이 다 설것같지 않아. 속전속결을 위해 미군주도하의 나토군무력으로 베오그라드에 강력한 공중타격을 가해야 하오. 지상전도 예견하고!

국방장관! 발칸전쟁을 준비하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겠소?》

《적어도 7주간이 필요합니다.》

코헨이 일어서서 어정쩡하게 대답했다.

《좋소. 9주간을 주겠소. 그런데… 베오그라드공중타격시 반드시 주의해야 할 중요한 문제가 있소. 베오그라드는 국제도시가 아니요?》

《예, 서방대표부들과 로씨야와 중국대사관도 있지요.》

《여보, 문제는 그 도시에 바로 북조선대사관이 있다는거야, 북조선대사관을 중심으로 가상적인 큰 원을 형성하고 거기에 단 한발의 폭탄도 떨어지게 해선 안되겠소. 오폭하면 야단이야. 이건 혹을 떼려다가 하나 더 붙일수 있소.》

클린톤이 책상을 두드렸다. 코헨은 난감한듯 눈살을 찌프렸다.

《각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작전직전에 믿음직한 외교경로를 통해 비밀리에 북조선군부에 안전각서를 내면 어떨가요?》

《그것도 생각해보오.》

클린톤은 점잖게 수긍하였다.

서재의 여기저기서 각료들이 가볍게 안도의 숨을 내쉬는 소리들이 들린다. 클린톤 역시 한결 마음이 놓였다. 죽는것보다 까무라치는것이 낫다고 했지. 일이 잘되면 미국의 정치적체면이 보상될것같은 예감이 들었다.

코헨이 자리에 앉자 알브라이트가 다시 머리를 들었다.

《대통령각하, 이번 사태로 제기된 미국의 대외정책의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평양의 그 단호한 성명에 대한 실용적인 대응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결국 우리가 그 선전포고에 대답하지 못했다는것은 미국의 대조선정책의 극적인 변경에 대한 상징적인 신호로 된것입니다.

이것은 심각한 문제이지만 피할길없는 운명입니다. 이제는 미국이 대답할 때가 되였습니다.》

클린톤에게는 그것이 대답할 때가 아니라 손을 들 때가 되였다고 하는 말로 들렸다.

클린톤은 불쑥 자리에서 일어섰다. 알브라이트가 정통을 찌른셈이다.

결국은 다년간의 검질긴 포용정책도 강경한 군사적압력도 수포로 돌아가고말았다.

미국은 급행렬차를 연착시키지도 못했고 거기에 포격을 쏟아부을수도 없었다. 클린톤은 책장쪽으로 다가가 장서우에 손을 얹고 눈을 감았다. 급행렬차의 둔중한 바퀴소리가 들려온다.

이제는 어쩔수없이 새 길을 모색해야 한다. 그것은 페리가 들고나온 방북보고서에 기초한 새 길, 사회주의조선의 실체를 인정하는 길이다. 이제는 때가 되였는가? 운명은 희망하는 자는 데리고 가고 희망하지 않는 자는 끌고 간다고 했지. 미국은 희망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운명의 그 피할수 없는 길로 끌려가는것인가.

50여년간을 대결해 왔고 이 몇해어간 총력을 집중해 포용과 강경으로 압력을 가해왔지만 종당에는 불명예스러운 이 길을 택해야 하는가?

클린톤은 이 순간 울고싶도록 애수가 가득차는것을 느꼈다. 그렇다. 엄혹한 경제봉쇄와 자연재해, 끊임없는 군사적압력속에서도 그 철의 언덕의 붉은기는 내리워진적이 없었고 그 색조는 더욱 진해져갔다. 그 언덕에 울리는 철의 뢰성은 갈수록 더욱 커가고 미국은 어쩔수없이 그들의 동정을 살피게 된것이다. 그 붉은기 날리는 언덕은 안개에 싸여있다.

누구도 그 수뇌부의 심장가까이는 접근하지 못한다. 천만의 붉은 총대들이 그 강철의 언덕을 지켜서있다. 문득 클린톤은 얼마전 텔레비죤화면에서 본 북조선군병사의 모습이 떠올랐다. 왜, 갑자기 그 머리를 바투 깎고 눈이 명민하게 반짝이는 젊은 병사의 얼굴이 떠오르는지 알수 없었다. 병사의 말은 다 생각나지 않고 그저 자기의 최고사령관에게로 돌아가겠다고 부르짖던 그 준절한 음성과 표정만이 떠오른다. 병사의 모습! 그 모습이 왜 지금 이 순간 머리속에 꽉 들어차는가!

클린톤은 한숨을 내쉬고나서 리버만을 찾았다.

이윽고 리버만의 뒤를 따라 페리와 던소장 그리고 밀튼대좌가 서재에 들어섰다.

클린톤은 밀튼에게로 다가갔다.

《대좌, 당신은 베를린회담에 참가했고 북조선도 다녀왔는데 어떻소? 페리씨의 방북보고서가 미국의 대외정책의 새로운 기초로 될수 있다고 믿고있소?》

밀튼의 지성적인 눈에도 애수와 아쉬움같은것이 얼른거렸다.

그는 클린톤의 얼굴을 찬찬히 마주 보았다.

《대통령각하, 전 방금 페리씨의 회견에 참가했습니다. 그는 눈앞에 현실적으로 서있는 거목을 풀대라고 보는건 시대착오라고 했습니다. 참으로 현명한 말입니다.》

클린톤은 활기있는 자세로 페리를 향해 돌아섰다.

《여보! 페리씨, 그건 당신의 선전용이 아니요?》

페리는 대통령이 회견을 시청했다는것을 깨달았다.

페리가 단호하고도 무게있는 어조로 대답했다.

《각하, 명백히 말합니다. 그건 선전용이 아닙니다!

한가지만… 부언하렵니다. 아시아에서 무(武)라는 글자는 창과(戈)자와 그칠지 (止)자를 합한것으로써 무기는 자체방위라는 엄격한 뜻을 담고있습니다.

이건 우리나 그들이나 함께 랭정히 사색해야 한다는 결론을 주고있습니다.》

클린톤은 잠시 침묵에 빠졌다가 다시 돌아서서 밀튼을 쏘아보았다.

《밀튼, 자네의 형이 엄중한 범죄를 지어 체포되였다는 소식을 들었나? 미국법은 엄격해! 극형을 면치 못한단말이요!》

밀튼의 눈이 침울한 색갈로 변해버렸다.

그는 대통령의 얼굴을 다시 찬찬히 더듬어보았다.

클린톤은 외면했다.

《각하, 방금 련방수사국에서 련락을 받았습니다.

안토니형은 한시간전에 자살했다고 합니다.》

《?!…》

다음해인 1999년 5월 27일, 미하원은 미합중국대통령 빌 클린톤이 수표한 미국의 대북조선전략에 관한 외교관제협의회의 12개 권고안을 다수가결로 채택하였다.

미국의 오래동안 지속되여온 보수적인 대외정책의 극적인 변화를 의미하는 그 권고안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대북조선전략의 기본원칙, 정치체제 인정…

2. 흡수통합이 아니라 전진적통일(련방제방식)

3. 지원결정

4. …

5. 대북조선 완화조치문제, 시장원리

·인도적교역

·무기통제

·북조선의 국제기구가입, 외교관계확대지지, 협력

6. 일괄타결방안 제시

7. 북조선거부권의 지원중단

8. 유관국협의

9. 미행정부 북조선관심도 유지

10. 북미기본합의서 준수

11.…

12. 통일이후 문제처리와 중핵

·비핵, 중립국안 지지

·조미관계유지

·미군자격유지

·미군축소

·비핵화

·동북아시아 6자 정치구조

이날 워싱톤시가에는 음산한 바람이 불고 때아닌 진눈까비가 내렸으나 평양의 거리에는 화창한 봄빛이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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