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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여름 14 -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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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0-06-23 07:35 조회74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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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9-U01.jpg

(제 14 회)

7 장

최용건은 칼자리가 알릴듯말듯 난 위청장령의 뺨이 재빛으로 변해가는것을 한동안 보다가 눈길을 내리떨어뜨렸다. 퍼런 정맥이 죽죽 뻗쳐오르는 부르쥔 주먹을 내려다보며 터져오르는 분노를 눅잦히느라 애썼다. 전선중부에서 전진하던 52사는 춘천앞 소양강에서 전진을 좌절당했을뿐아니라 적지 않은 유생력량의 손실을 가져왔던것이다. 최용건에게 있어서 이것은 하나의 비상경보처럼 안겨들었다.

38선 이북에 들어선 괴뢰군사단들을 구축소멸하는것으로부터 작전을 개시한 인민군부대들은 단 몇시간안에 적의 공격전선을 허물어버리고 38선이남의 여러 지역을 해방하였다. 적은 수세에 빠져 전투의 주도권을 잃고말았다. 주타격방향부대들인 53사와 54사, 905땅크려단의 공격은 전광석화와 같이 눈부신 속도였다.

최용건은 예상외의 성과에 기뻤으나 한편 불안을 느꼈다. 52사와 56사가 예정된 계선으로 진출하지 못한것이였다. 이런데서부터 53사와 54사의 빠른 공격이 적의 어떤 음흉한 함정으로 되지 않겠는가 하는 억측까지 일어났다. 그런만치 그는 전반공격전선의 균형에 대해서 각별히 신경을 썼다.

매 부대들이 독자적으로 유리한곳을 택하여 자유자재로 싸우는 유격전이 아니라 일정한 전선을 차지하고 부대들간의 긴밀한 협동동작과 보조밑에 싸우는 정규전이라는데서 더욱 그랬다.

52사는 보조타격방향부대라고 하지만 그 임무와 역할에서는 커다란 사명을 띠고있었다. 52사는 거의 단독으로 전선중부를 담당하면서 주타격전선의 좌익린접을 보장하게 되여있었고 동시에 적으로 하여금 아군의 주타격방향을 서부가 아니라 중부로 오인하게끔 하는 사명도 수행해야 했다. 그에 신빙성을 주기 위해 오늘아침 주타격방향부대들인 53사와 54사는 련천, 철원 지대에서 출발하여 전선중부를 위협하며 나갔다. 38선을 넘어선 이후부터 53사와 54사는 자기의 계획대로 서쪽으로 진로를 돌렸고 52사는 62사와 더불어 중부로 나가게 되였다.

최용건이 전방지휘소에 도착한 바로 그 시각에 52사는 벌써 춘천앞 소양강에 이르렀다. 최용건은 그 즉시 김일성동지께 전화를 걸었다. 지금의 공격속도로 볼 때 52사는 주타격부대들이 서울로 접근하는 시간이면 서울뒤나 수원근방에서 포위환을 형성할수 있을것이라고 말씀드렸다.

《수원까지라?… 대단합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때 몹시 기뻐하시였다.

《그러나 너무 덤비진 마시오. 특히 첫 작전에서 쉽게 이겼다고 지휘관들이 너무 자만하게 하진 마시오.》

전화가 끝난후 최용건은 52사의 위청사단장을 무전기앞에 호출하여 오늘내로 춘천을 점령한후 계속 속도를 높여 수원을 타고앉으라고 하였다. 여느때없이 밝고 명쾌한 보위상의 지시에 위청 역시 자신만만한 기세였다.

《보위상동지, 오늘내로 춘천을 점령하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수원은 떼논 당상입니다.》

《자신있소?》

《자신있습니다. 우린 네시간동안에 40 전진했습니다. 제가 꾸르쓰깐가도 전투시에…》

《좋소. 동무의 말을 믿겠소.》

그때 최용건은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전화기를 놓고나자 뭔가 불안스럽게 느껴졌다. 그것은 위청이 국제려단에 속해 싸운 쏘독전쟁때 일을 자랑하려고 하는것때문인지, 아니면 그의 어조에서 풍기는 들뜬 기분때문인지 그때는 잘 몰랐으나 그 전화가 있은 때로부터 다섯시간이 지난 지금에는 알수 있었다.

(성공에 취하여 현훈증에 걸렸다. 경적필패라는 말을 잊었다. 이건 사단장의 전투지휘나 단순한 전술적착오만이 아니다.)

최용건은 성공에 자만하지 말라고 하신 김일성동지의 경고를 깊이 새기지 않은 자신을 나무람하였다.

《그래, 〈돌파교범〉대로 다 했는데 안됐으니 이젠 어떻게 하겠소?》

최용건은 평소의 자신을 회복하며 끊었던 말을 다시 이었다. 위청은 보위상의 목소리가 불시에 낮아지자 놀란듯 눈길을 치떴다.

최용건은 여전히 눈을 내리깔고있었다. 미간에 찍혀진 굵은 주름살만이 지금 그의 가슴속에 회오리치는 폭풍우를 암시하고있었다. 위청은 입술을 혀로 핥고 역시 낮고 갈린 목소리로 말했다.

《아까 전화로도 말씀드렸지만 땅크가 없이는 안되겠습니다. 대안의 봉의산에 구축된 화점은 포사격으로도 해결할수 없습니다.

땅크대를 앞세우고 보병돌격을 해보겠습니다. 적의 화력이 집중된 교두보 쟁탈시에는 땅크를 앞장세우는것이 기본이라고 〈돌파교범〉에도-》

《또 〈돌파교범〉이요?》

최용건은 기가 막혀 먼 옛날의 제자를 환멸에 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위청은 최용건의 황포군관학교 교관시절에 학생이였다. 별로 뛰여난데가 없었으나 나라찾을 마음으로 군사를 공부하는 위청이를 최용건은 마음속으로 대견해하였다. 그런데 위청은 황포군관학교를 졸업하고 중국에서 항일전쟁에 참가했다가 무슨 반연으로인지 쏘련에 갔다. 방랑심과 모험심에 충만된 위청은 쏘련에서 에스빠냐전선으로 다시 2차대전이 일어나자 쏘련군에 입대하여 싸우다가 조선이 해방되자 귀국하였다.

조선인민혁명군을 정규무력으로 개편하게 되면서 위청은 물망에 오른 인물로 되였다. 유격전쟁에만 익숙된 조선인민혁명군 출신 지휘관들이 절대과반수인 조건에서 현대적인 정규전쟁참가자인 위청이는 매우 희귀한 존재였다. 하여 최용건은 직접김일성동지께 위청을 사단장재목으로 추천하였었다. 그때 김일성동지께서는 쾌히 동의하면서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매우 의미심장한 말씀을 하시였다.

《쏘독전쟁의 경험은 매우 귀중합니다. 그만치 그 전쟁의 불길속에서 교훈을 쌓은 동무들의 가치가 큽니다. 하지만 그 동무가 흘레브만 먹어 조선 토장맛도 잊고 저가락 쓰는 법도 잊어버렸다면 야단입니다.

그 동무에겐 쏘독전쟁 경험도 귀중하지만 조선땅을 연구하고 우리 식 사고와 우리 식 싸움법을 체득하는것이 더 중요하다는걸 알게 해야 합니다.》

최용건은 전쟁발발과 동시에 전반적부대들의 지휘관들을 상기하며 매 사람들의 금새를 저울질할 때 위청에 대해 그중 많은 생각을 하였다. 함께 싸워보지 못한것으로 파악이 없는데서 오는 불안도 없지 않았으나 기대가 더 컸다. 광대한 전선을 장악한 참모부의 군관으로 있으면서 현대전을 익힌 사람이니만치 이 싸움에서 꼭 두각을 드러내리라 믿었다. 그러나 그토록 믿고 기대한 위청은 첫날의 가장 중요한 싸움에서 실로 최용건이로서는 아연실색할 실책을 범했다.

춘천을 점령할데 대한 명령을 접수한 위청은 깊은 연구도, 전술도 없이 첫 반공격전투에서 승리하여 사기왕성해지고 적에 대한 보복의 념에 타는 전사들의 불같은 기세에 편승하여 단숨에 돌격점령할것을 결심하였다. 그런데 춘천앞에는 소양강이 흐르고있었다. 그 강폭에는 하나의 다리밖에 없었다. 다리를 넘어서면 절벽을 이룬 봉의산이 솟아있었다. 공격하다가 되쫓긴 괴뢰 6사의 거의 모든 력량이 이 봉의산에 집결되였다. 하여 봉의산은 거대한 화구가 되여 다리를 노리고있었다. 춘천과 15여 떨어진 고개에서 쌍안경으로 그 봉의산을 보며 위청은 적들의 화력이 거기에 집중되였을것이라는것을 알았다. 아닐세라 앞에서 나가던 첨병소대가 다리목에 들어서기바쁘게 적의 중기와 경기들이 무섭게 사격을 해왔다. 뒤따르던 보병대대들은 다리목에 채 이르지 못한채 산개하여 넓은 논판에 엎드렸다.

《저따위에 멈춰서!》

위청은 이를 부드득 갈고 자기는 찦차를 타고 도로를 따라 그 다리목에 접근하였다. 그러나 다리목 100m 근방에서 운전수가 흉부관통으로 희생되는바람에 차는 논판에 구겨박혔다. 위청은 온몸이 진흙투성이가 되여 권총을 빼들었다.

그리고 대대장을 찾았다. 지난 기간 꾸르쓰간대로에서, 우크라이나벌판에서 병사들을 돌격전에로 부르던 인상깊은 지휘관들의 모습을 되그려보며 단호히 명령하였다.

《육탄으로라도 저 봉의산을 점령해야 되오.》

그리고 그는 대대장을 보지 않고 권총을 쳐들고 소리쳤다.

《병사들, 지금 이 시각 남녘겨레들은 리승만의 학정밑에 죽어가고있다. 저 고지만 빼앗으면 서울이다. 동무들! 돌격 앞으로!》

번쩍이는 장령견장과 붉은줄이 간 바지 그리고 그의 힘찬 고동구호는 그렇지 않아도 엎디여있는것에 답답증이 난 병사들에게 선풍같은 작용을 일으켰다. 대대장, 중대장들이 구령을 채 받기도전에 대대전체가 일떠났다. 《만세》의 우렁찬 함성이 일며 마치 태풍마냥 다리로 접근하였다. 허나 보이지 않는 수천수만발의 탄알의 소나기는 단 몇분동안에 대대를 땅에 쓸어눕혔다. 다리목에서 먼저 쓰러진 대대장은 마지막숨을 거두며 소리쳤다.

《동무들, 내 눈이 감기기전에 저 고지에 공화국기발을 꽂아주-》

그러나 다리를 건너간 력량은 대대에서 한개 중대밖에 못되였다. 뒤따르던 두번째 대대도 역시 같은 비극적정황속에 돌진하였다. 자기의 전우들의 피흘리며 쓰러지는것을 본 그들의 발길을 막을 힘은 없었다. 위청은 일곱명의 전사들이 거의 동시에 쓰러지는것을 보며 눈앞이 캄캄해지는것을 느끼였다.

《돌격을 중지하라!》

그의 웨침을 받아 달려가던 련락병도 쓰러졌다. 악이 난 전사들은 줄곧 다리로 내달리려 했다. 죽을것을 알면서도 죽음에로 내닫는 그들을 제지시키느라 근 30분이 걸렸다…

위청은 타격을 입은 대대를 철수시키고 또다시 한개 대대를 준비시켰다. 그리고 한개 련대는 강을 따라 전개시키고 부단한 사격으로 적의 시선을 끌게 한후 한개 중대씩 다리로 진입시켰다.

그러나 이 역시 성공할수 없었다…

최용건은 이제 더 위청을 나무랠 기력을 잃었다. 왜서인지 슬퍼졌다. 그는 처음으로 두뇌가 없이 움직이는 《교조주의자》의 산 모습을 발견한듯싶었다.

최용건은 한숨을 내쉬고 조용히 입을 떼였다.

《동문 언젠가 황포군관학교 시험장에서 와테를로격전에 대해 우수한 대답을 한적이 있었소. 나폴레옹이 자기의 마지막 정예무력인 철갑기병을 내보낸것은 절망상태에 빠진 자살적행위였다고 옳게 분석했댔소.

그런데 오늘의 동무의 지휘는 그때의 그보다도 못했소. 나폴레옹에게는 타산이 있었으나 동무에게는 아무런 타산도 없었소. 동문 우리 전사들의 참된 애국심과 혁명정신을 람용하여 그들을 죽음에로 내몰았을따름이요.

위청이, 패전지장은 어떻게 된다는것을 알고있소?》

《알고있습니다.》

위청의 입술은 가늘게 떨렸다. 그는 최용건의 눈길을 보지 않은채 모든것을 체념한 청낮은 소리로 계속했다.

《저에게 기회를 주십시오. 야습으로 해보겠습니다.》

《위청동무, 동문 언젠가 방식상학때 김일성장군님께서 항일무장투쟁시기를 회고하시면서 하시던 전술에 대한 가르치심을 받은 기억이 나오?》

위청은 머리를 더 떨구었을뿐 대답이 없었다. 최용건은 깊은 상념속에 옴한 사람같은 자세로 나직하나 또렷한 음성으로 말했다.

《이런 문구들은 생각나겠지. 동성서격… 우회포초와 기동, 역습과 기만…》

이까지 말하던 최용건은 불시에 입을 다물어버렸다.

어떻게 위청이가 김일성동지께서 15성상 싸우시며 창조해낸 그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전술과 전법들을 한번 강의로 다 깨친단말인가. 또 설사 그 전법을 알았다 해도 구체적이며 각이한 환경에서 어찌 김일성동지만이 할수 있는 그 높이에서 응용하고 구현할수 있단말인가.

매 인간에게는 제나름의 제한된 사고와 능력의 기준이 있다. 그렇다면 김일성동지의 전법을 그 누구보다 깊이 연구파악했다고 할수 있는 자기가 위청이같은 지휘관들에게는 미리 구체적이며 신통한 방안을 제기하고 묘술을 가르쳐줘야 할것이 아니였는가.

《보위상동지, 한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더없이 초라한, 이제라도 제 이마빡에 권총을 들이댈듯싶은 위청의 얼굴을 보다가 낯을 찡그리였다. 그리고 위청의 눈길을 외면한채 무겁게 말을 떼였다.

《동문 돌격선의 앞장에서 내닫다가 쓰러지자는게 아니요? 하지만 소양강에서 사단이 저지되고 수백명이 쓰러진 책임을 어떻게 할테요?》

《기회를 주십시오.》

최용건은 위청의 눈을, 바르르 떠는 눈시울밑에서 애원하는듯 아니면 강렬하게 호소하는듯한 눈을 보다가 일어섰다.

《지금 여기서 말하며 시간을 끄는것도 죄악이요. 방법을 생각하오. 우회, 기만… 응… 방법을!… 시간이 없소. 시간이… 만약 실패하면… 아니, 가시오. 마지막 기회요. 그리고 〈돌파교범〉은 잊으시오.》

문이 벌컥 열렸다가 닫기며 그가 사라졌으나 뿌잇한 그 모습은 여전히 눈앞에 서있는듯싶었다. 달음박질하듯하는 발자국소리가 울렸다.

(아니 저 사람을 보내서는 안된다! 난 저 사람이 무엇하려 꼭 가려고 하는가를 알지 않는가. 치욕을 씻으려 결국 죽음에로 가는것이 아닌가!)

문득 뇌리를 치는 생각이였다.

(저 사람은 자기만아니라 사단을 자멸에로 이끌수 있다!)

이어지는 결론앞에 최용건은 가슴이 서늘해졌다. 부관을 찾았다.

그러나 부관이 들어서기전에 찦차의 발동소리가 울리고 요란한 동음은 쫓기듯 멀어져갔다. 멈춰세우기는 글렀다.

최용건은 방에 들어선 부관에게 랭수를 한바가지 가져다달라고 하였다. 부관이 집뒤의 샘터에 가서 찬물을 가져왔을 때 최용건은 그 물을 먹을 생각도 않고 한손으로 이마를 짚은채 지도를 내려다보고있었다. 그의 생각은 복잡하였다.

매 사단들의 진격로를 살피는 그의 눈앞에는 위청의 흐려진 얼굴이 계속 얼른거렸다.

(어떻게 할것인가? 이제라도 사단에 전화를 걸어 전투행동중지명령을 내려야 하잖을가. 그렇게 되면-)

최용건은 좌익의 린접을 잃은채 쑥 내달아나간 53사의 공격화살표를 보고 저도 모르게 《음.》하고 신음소리를 내였다. 52사가 춘천을 점령하지 못하여 53사의 린접을 보장 못하면 53사가 익측타격을 받아 역포위될수 있다는 느낌이 가슴을 섬찌하게 했다.

(53사의 진공속도를 늦추고 좌익방비를 강화하게끔 해야 하지 않을가. 그렇게 되면-)

암담했다. 의정부-서울의 주타격의 강도와 속도가 늦춰질수 있는것이다. 문제는 52사가 춘천지대를 빨리 장악하는 길밖에 없다. 과연 위청이가 이제 해낼수 있을것인가. 만약 해내지 못한다면 작전은?… 그리고 위청의 문제는? 최용건은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속에 피가 몰려 번열이 나는것 같았다.

《물!》

그가 일어나며 소리치자 부관은 기다렸던듯 찰랑찰랑 넘치게 떠온 물바가지를 내밀었다. 이 집주인들이 샘터에 늘 띄워뒀을 한쪽 귀퉁이를 실로 꿰맨 바가지를 물끄러미 보던 최용건은 머리를 제끼고 기갈든 사람처럼 그 물 전부를 마셔버렸다. 그리고는 책상우에 놓인 전화기를 살피다가 결심한듯 맨 오른쪽 전화기의 송수화기를 들었다.

최용건은 한시간전에 전화련계를 취했을 때나 다름없이 반가움에 차 울리는 목소리를 들었다.

김일성입니다.》

최용건이 자기를 밝히자 김일성동지께서는 듣기만해도 가슴이 활 열리는 시원시원한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그래 어떻습니까? 공격기세들이 대단한데-》

《그렇습니다. 장군님!》

최용건은 불시에 의탁할 기둥을 찾은듯 탕개가 풀리며 떨리는 소리로 대답올렸다.

《다른 정황은 없습니까?》

《52사가 걸렸습니다.》

무거운 시름을 밀듯 대답올리고 숨을 길게 들이쉬며 잠시 기다렸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순간 최용건은 자기가 매우 량심이 없고 둔감한 사람처럼 생각되며 자신에 대한 혐오비슷한 감정속에 휘말려들었다. 그러나 어쩔수 없었다. 그는 소양강전투가 잘 안된데 대하여, 위청사단장의 분별잃은 지휘에 대하여 무거운 어조로 보고드렸다.

이따금 《그렇습니까.》, 《네.》 하고 응답하며 전화보고를 들으시던 그이께서는 한개 대대의 손실을 입었다는 대목에 이르러서 놀란듯 반문하시였다.

《한개 대대란 전투력량으로말입니까 아니면 사상자를 념두에 둔것입니까?》

최용건은 선뜻 대답올릴수 없었다. 모든데서 너그럽고 관대하신 김일성동지이시지만 무모하게 전사들을 희생시킨 지휘관에 대해서는 용서하지 않으신다는것을 잘 아는 그였다. 하지만 그이앞에서 거짓말을 할수 없었다. 사상자수자를 보고드리자김일성동지께서는 한동안 침묵하셨다가 말씀하셨다.

《그래 그 사단장은 지금 뭘하고있습니까?》

노염이 풍기는 음성이였다. 커다란 분노를 터치기전 자신을 다 잡으려 애쓰시는 그이의 강한 의지의 풍김이다. 최용건은 마치 모든 잘못이 자기로 하여 빚어진것 같은 기분속에 말씀드렸다.

《다시한번 공격전투를 하러 내보냈습니다. 과오가 엄중하니만치 용서받을 기회를 주기 위해 본인의 요구로 보냈습니다.》

《성공할 방안이 있습니까?》

《…》

《믿습니까?》

쩌렁쩌렁 울리는 그 음성은 그 크기와 급한 호흡으로 대답을 촉구하고있었다. 최용건은 말을 못하고 입술만 아프게 깨물었다.

《이제 그가 또 실패하면 어떻게 됩니까?》

《장군님!》

최용건의 목소리는 갈리며 울렸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하신듯 계속하였다.

《그렇게 되면 누구도 그를 살릴수 없지 않습니까. 동무도… 그 사람은 비겁하거나 용렬해서 실책을 범한것이 아닙니다. 그나 우리 전사들이 용감하지 못해서 그렇게 된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동무의 말을 들어보면 그는 용감했습니다. 전사들과 다를바없이 용감했고 전사들의 심정을 안고 내달린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휘관은 전사들과 심정을 같이할뿐만아니라 그 심정을 승리에로 이끄는 머리를 가져야 지휘관입니다.》

《장군님, 제가 사람을 잘못 천거했습니다.》

《지금은 그것이 문제가 아닙니다. 사단장 하나의 문제가 아닙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잠시 말씀을 끊으셨다가 부드러우나 단호한 어조로 계속하시였다.

《지금 상태에서 그는 사단을 지휘할수 없습니다. 수천명의 전사들의 생명을 책임질만한 자격이 없습니다.》

《전사로 강직시키겠습니다.》

《전사로?!… 》

《네.》

《직무해임만 하시오. 희생된 전사들을 생각하면… 그가 산에서 싸운 사람이였다 해도 나는 그를 그냥 두지 않았을것이요.》

최용건은 온몸이 굳어졌다. 김일성동지께서 다시 말씀을 떼시였다.

《이제 즉시 위청동무의 사업권한을 정지시키고 같은식의 무모한 공격전투는 중지시키시오.》

《알겠습니다. 장군님! 그런데 그의 후임으로는 누구를 임명하시겠습니까?》

《동무의 복안은 없습니까?》

《없습니다.》

《그렇다면… 최현동무를 보내겠습니다.》

《최현?!》

《다른 의견이 있습니까?》

《그의 성미에 보조방향을 달가와하겠습니까. 더구나 지금 사태에서는 주저앉은 사단이고…》

최용건은 말끝을 얼버무렸다. 최현이 그 불같은 성격에 뒤떨어진 사단을 보면 마구다지로 내몰다가 재구를 칠수도 있다는 로파심이 그를 망설이게 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의 심중을 환히 꿰뚫어보신듯 부드러우시면서도 신중한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여기엔 성미문제같은것이 하등 관계가 없습니다. 문제는 우리의 반공격작전에 대한 견해와 립장, 리해와 인식이 어떻게 섰는가 하는것이고 동시에 전투경험과 전술, 지략 문제입니다. 그의 성미가 정 문제라면 내가 담보하겠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가볍게 웃으시였다. 최용건은 낯이 달아올랐다. 김일성동지의 말씀속에서 그는 현재의 작전흐름에 대한 인식에서 자기에게 석연치 못한 구석이 있음을 생각했기때문이였다.

《장군님, 지금 그가 어데 있습니까?》

《래일아침이면 거기에 도착하게 될것입니다.》

《알겠습니다.》

《동무가 우려한대로 이제 그가 가면 굉장히 열을 낼것입니다. 이제부터 52사는 참으로 간고한 싸움을 치르게 될것입니다.》

《더 어려우리라고 보십니까?》

《그렇습니다.》

《장군님, 저도 그 걱정입니다,》

최용건은 머리속의 짐 하나를 훌 들어 팽개쳐버리는 심정으로 솔직히 말씀드렸다.

《적은 52사를 결정적으로 저지시키려 하고있습니다. 그래서 전 52사의 진격속도를 보장하며 주타격사단들과의 균형을 보장하기 위하여 53사의 한개 련대를 서부로부터 52사의 중부쪽으로 진출시켰으면 합니다. 현재 53사는 52사의 지연으로 좌익측면을 로출시킨채 앞서나가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적이 53사의 옆구리를 쳐온다면 돌이킬수 없는 실패가 생길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53사의 공격을 늦춘다는것입니까.》

《네, 52사가 자기의 계획계선에 이를 때까지 53사는 공격전선을 유지하면서 력량을 보강하는-》

《안됩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단마디로 일축하시였다.

《오직 빠른 공격, 련속타격입니다. 그길만이 52사의 앞길도 열어주는 길입니다. 단 1라도 더 빨리 전진할수록 좋습니다. 만약 53사가 꾸물거린다면 보위상동무의 생각처럼 적이 역공격을 하여 53사의 좌익을 우회타격할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나간다면 적은 그럴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산병선을 생각합시다. 빠른 병사를 기준으로 나가지 뒤늦은 병사를 기다리는법은 없습니다. 우리의 이런 련속타격은 채병덕이나 리승만은 물론 맥아더조차 상상 못한것으로 적은 혼란에 빠져있습니다. 지금 서울의 미군사고문단이나 리승만은 저들의 운명문제로 반정신이 나갔을것입니다. 고기는 얼쳤을 때 잡기 쉬운 법이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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