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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총대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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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0-12-25 19:09 조회55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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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서《불멸의 향도》

장 편 소 설

총대


박 윤

( 제 39 회 )

제 6 장

1

어둠이 깃들자 파도가 높아지기 시작하였다. 대양에서 휘몰아쳐오는 거센 광풍에 노도가 산같이 일어서고 강철마스트가 부르르 떤다.

함선의 량익측으로 거대한 물보라가 치솟아 올라 갑판을 때릴 때마다 하늘과 바다가 뒤바뀌여 빙글빙글 돌고 바다의 웅심깊은 노호소리가 가슴을 서늘하게 만든다.

이따금 낮추 드리운 검은 구름장을 날카롭게 찢으며 푸른 불줄기가 번쩍일 때마다 검은 산줄기같은 바다물이 무시무시한 심연의 기슭처럼 자태를 드러내고 뒤따라 강력한 굉음같은 뢰성이 바다와 하늘을 진감한다.

드디여 폭풍이 들이닥친것이다. 최남호는 사령탑에서 광란하는 바다를 이윽토록 지켜보고있었다. 사태가 심상치 않았다. 이대로 전진하다가는 작은 함선이 침몰될 가능성이 있었다. 이런 최악의 경우엔 바다의 섬이라고 자처하는 대형함선들도 군항에 깊숙이 들어박히는 법이다. 최남호는 곁에 가까이 붙어선 김한경대좌를 돌아보았다.

《어떻소? 부장동무, 침로는 정상이겠지?》

《젊은 함장동무가 좀 당황해하고있습니다. 박신철동무가 곁에 붙어 있어서 마음이 놓이지만…》

사령탑란간을 으스러지게 틀어쥔 대좌의 목소리는 어쩐지 짓눌려있다.

《무슨 대답이 그렇소? 침로를 물어보는거요.》

최남호는 두손으로 쌍안경을 들어 눈가에 가져가며 무뚝뚝하게 내뱉았다. 김한경은 얼결에 한손으로 최남호의 야전복자락을 잡았다. 사령탑바닥에 바위처럼 떡 버티고 서있다 하지만 이런데서 두손을 해방시키고있는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함대사령부에 련락한대로 제창 군항을 목표로 잡고있습니다.》

《신철동무가 해군정찰태생이니 배나 바다속에도 훤할거요.》

최남호의 목소리는 의외로 부드러웠다.

그 순간 집채같은 파도가 뒤로부터 일떠서서 별안간 사령탑을 들부셨다. 최남호는 한순간 자기가 허궁 들려 바다물속에 잠겨버린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억센 손이 자기의 혁띠를 잡고있는것을 느꼈다. 파도가 넘어서자 최남호는 사령탑밖에 동동 매달려있는 자기를 발견하였다.

폭풍이 무섭게 그를 한옆으로 눕히며 사납게 압박한다. 그는 김한경대좌의 손에 이끌려 겨우 란간을 잡을수 있었다. 쓰거운 소금물을 들이삼켰는지 속이 다 메슥메슥하다. 최남호는 가벼운 기침을 기으며 코를 킁킁거렸다.

《바단 뭍과 다릅니다. 하마트면 큰일날번 했습니다.》

한쪽손으로 사령탑란간을 든든히 틀어쥔 김한경은 최남호가 바로선 후에도 그의 혁띠를 놓지 않는다.

《허허허, 제기랄! 내가 너무 허세를 부렸는가.》

김한경은 물참봉이 된 상관을 올려다보았다.

두사람은 어둠속에서 마주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갑자기 함선이 강력한 폭탄세례를 받은듯 흠칫 떨었다. 그 충격속에 두사람은 사령탑바닥에 나가 떨어졌다. 최남호는 강철바닥에 닿은 볼을 떼는 순간 어떤 불길한 예감에 눈을 번쩍 떴다.

《대좌동무, 이게 뭐요?》

《왜 그러십니까?》

김한경은 아직도 그의 혁띠를 놓지 않고있었다. 최남호는 그를 와락 밀쳐버리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왜 발동기소리가 멎었는가 말이요?》

《예?!》

낯색이 퍼렇게 질린 소좌가 급히 계단을 올라왔다.

《부국장동지! 부국장동지!》

《무슨 일이요? 함장동무!》

《함선이 암초를 받은것 같습니다. 발동기가 멎어버렸습니다!》

최남호는 아연해진 시선으로 함장을 내려다보았다.

《그래 어떤 대책이 필요하오?》

《박신철참모동무가 정황을 료해하겠다고 바다물속으로 뛰여들었습니다.》

함장의 대답에 최남호의 눈길이 불안스레 번쩍거렸다.

《뭐라구? 이 폭풍속에?… 그게 어디 정신있는 행동이요?》

최남호는 풀이 죽은 함장을 밀어제끼고 급히 계단을 내려섰다. 선미갑판에 이르렀을 때 해병들이 허리에 바줄을 맨 박신철을 끌어올리고있었다. 줄이 쭉쭉 간 해병속옷바람의 박신철이 갑판에 올라 잠수안경과 수중전지를 내려놓더니 가쁘게 숨을 톺아쉬였다. 그는 무섭게 달려오는 최남호일행을 알아보고 퍼더앉았던 자리에서 일어섰다.

《소좌동무, 무슨 모험이요?》

최남호는 질책하는 눈초리로 그를 쏘아보았다.

《부국장동지, 암초에 추진기가 파괴되였습니다. 선체 안쪽도 쪼개졌는데 위험합니다. 이번에 군항에 가서 수리하게 되여있는 발동기도 큰 타격을 받은것 같습니다.》

박신철은 어디에 부딪쳤는지 목덜미에서 피가 흐르고있었다.

최남호는 무뚝뚝한 눈길로 그를 아프게 지켜보다가 함장에게로 몸을 돌렸다.

《함장동문 이 해상에 암초가 있는줄 몰랐소?》

《해도에는 이 근방에 작은 섬 같은것이 점으로 찍혀있을뿐입니다. 암초는 예상밖입니다.…》

젊은 함장은 억울한듯이 변명조로 나오다가 문득 정색한 표정을 지었다.

최남호는 함장의 심정이 리해되였으나 도무지 속이 내려가지 않는것을 느꼈다. 그는 잠시 생각을 굴리다가 묻는듯 한 시선을 함장에게가 아니라 김한경대좌에게로 돌렸다.

《아무래도 날이 밝은 다음 전진해야 할것 같습니다.》

김한경대좌가 여유있는 미소를 짓고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최남호는 쓰거운 미소를 짓고말았다.

《추진기가 마사졌는데 어떻게 간단 말이요?》

한 해병의 도움속에 붕대로 목을 감고있던 박신철이 얼굴을 들었다.

《부국장동지, 저의 의견을 제기할만 합니까?》

《말하오.》

최남호의 짓눌린 목소리는 여간 뚝하지 않았다.

박신철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였다.

《함선이 암초곁에 있는만큼 여기서 닻을 내리고 날이 밝을 때까지 기다렸으면 합니다. 자체힘으로 수리할것 같지 못합니다.》

최남호는 광란하는 바다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긴 말 할게 없소. 닻을 내리고 기다립시다. 우리 함선의 위치를 기지가 알고있으니 대책을 세울거요.》

최남호는 한순간 그 어떤 짜릿한 아픔같은것이 가슴을 찌르는 바람에 더 서있지 못하고 함장실로 들어가버렸다.

그는 의자에 주저앉아 바다물에 푹 젖은 군복을 벗었다.

김한경대좌가 말없이 따라 들어와 그의 군복을 쥐고 함께 짜기 시작했다.

일은 너절하게 되여버렸다. 최남호는 오만상을 찌프리고 어설픈 생각에 잠겼다.

며칠간 진행된 해상종합훈련의 강평사업을 마친 최남호일행은 뒤이어 전선동부 군부대의 훈련을 지도하게 되여있었다. 마침 해상훈련에 참가했던 함선 한척이 수리를 위하여 군항으로 직행하게 되였다. 그 군항에서 군부대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그리하여 최남호는 지름길을 택하기로 결심한 후 김한경대좌와 박신철소좌를 이끌고 이 함선에 오른것이였다. 그들이 함대와 헤여져 군항으로 침로를 돌렸을 때 문득 기지에서 긴급호출을 해왔다.

갑판에 나가있던 최남호는 급히 통신실로 달려들어가 송수화기를 잡아들었다.

《부국장 대좌 최남호 전화받습니다.》

《오, 최남호동무요? 그래 제창 바다에서 새 훈련기지로 항로를 바꾸었다면서?》

밝고 청청하고 다정한 음성이 고막을 치는 순간 최남호는 순간적으로 가슴이 격동되고 심장이 금시 튀여나올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최고사령관동지, 안녕하십니까? 지금 군항으로 가는 길입니다.》

《허허, 동무때문에 걱정이요. 사실은 내 이번 함대해상종합훈련을 나가보려댔는데 자강도에 일이 있어 못나갔소. 해군사령부의 보고를 받았소. 이번에 수고가 많았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 면목이 없습니다. 훈련에서 형식주의가 있었습니다.》

《허허, 욕심두! 좋소. 그런 립장이면 해군일도 잘될거요. 우린 동무가 인차 돌아올줄 알았댔는데 또 새 훈련장으로 출발했다니… 기다리는수밖에.》

《최고사령관동지, 임무를 수행하고 인차 돌아가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말씀이 없으시였다. 최남호는 거리가 멀므로 혹시 고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가 고장난게 아니요. 동무의 얼굴을 그려봤을뿐이요.…》

아쉬움에 젖은듯 한 김정일동지의 말씀이 따뜻한 물줄기처럼 최남호의 가슴속으로 흘러들었다.

《최고사령관동지!…》

《아니, 만나서 할 이야기가 좀 있소. 헌데 최남호동무, 아주 좋지 않아. 사람이 그러면 되나? 내 어제 유진성대장과 함께 동무네 집에 들렸댔소. 최명진이가 위훈을 세우고 입원했다는걸 부인에게 숨겼더군. 그 소식이 그래 건강이 좋지 못한 부인에게 걱정만 끼치겠는가? 그게 잘못된 생각이요. 자식을 군대에 내보낸 어머니들의 심정이 뭔줄 아는가. 그들이 마음놓지 못하는건 아들이 집단과 동지들앞에 떳떳하지 못할가봐 그러는거요. 이게 예로부터 자식을 나라에 바치는 어머니들의 심정이요. 공훈을 세운 아들은 우리 어머니들의 자랑이요. 내 단아도 만나보았소. 울면서 제 심정을 이야기하더군. 마음이 결백하고 고운 딸을 두었소. 우리가 누구에게 혁명의 바통을 넘겨주어야겠는가. 단아가 어떤 애요?…》

《최고사령관동지, 명심하겠습니다.》

《최남호소장동무!》

《최고사령관동지, 전 대좌입니다.》

《오, 그렇지.… 영원한 대좌지! 좋아, 인사는 맙시다. 곧 만날텐데! 내 기다리겠소. 병사들을 잘 돌봐주오!》

김정일동지께서는 문득 전화를 끊으시였다. 최남호는 그냥 송수화기를 틀어쥔채 굳어져서 갑판너머 눈부신 해빛이 쏟아져내리는 아침바다를 눈여겨 바라보았다.

그는 눈을 슴벅이였다. 해가 비치는 바다빛에 시울어서가 아니였다. 마음속을 밝히는 그 인덕의 태양에 눈시울이 뜨거워서였다. 그의 작은 가슴, 작은 가정, 작은 세계까지 가까이, 따뜻이, 골고루 비쳐주는 그 은혜로운 열원이 너무도 감사하고 송구스러워서였다.

(최고사령관동지! 전사는 그 은혜의 천만분의 일도 보답을 못드리는데 어찌 이러십니까. 전사는 기쁨을 드리기는커녕 시각마다 마음을 쓰시게 하고있습니다.…

아! 행복, 이 세상에 둘도 없는 인덕의 바다, 덕행의 태양이신 김정일동지의 관심과 기억속에 있는것은 인간이 받아안을수 있는 최대의 축복이구나. 아!…)

최남호는 쥐여짠 군복을 손바닥으로 툭툭 쳐서 바로 펴입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신철동무가 어데 갔소?》

김한경대좌가 얼핏 그를 올려다보더니 황급히 눈길을 내리깔았다.

《그 동무가 요즘 부국장동지를 피하는것 같습니다. 거 너무 그 동무를 윽박지르지 마십시오. 지금 목을 상한게 불편한지 선실에 누워있습니다.》

《?!…》

최남호가 말이 없자 김한경은 슬쩍 그를 중떠보더니 입맛을 쩝쩝 다셨다.

최남호는 미간을 찌프리며 군복바지주머니를 뒤적거렸다. 김한경은 상관을 흘끔 쳐다보더니 너그러운 미소를 띠우고 안주머니에서 생생한 려과담배 한갑을 꺼내들었다.

《허허허, 부국장동지도 참, 자, 이런 땐 한대 피우십시오.… 제가 부서사람들을 데리고 일해보니 사람이 너무 꼬장꼬장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전 아래사람들을 좀 엄하게 다루어 군복입은 혁명가답게 군풍이 선 싸움군들로 키워보려구 얼굴에 우정 메산자를 그리군 했는데 그게 아닙니다. 사람이 좀 아량도 있고 너그럽기도 하고 웃을줄도 알아야겠더군요. 전번에 한 잡지를 보니 사람이 크게 한번 웃으면 십리길을 달린것만 한 운동이 된다고 했습니다.》

최남호는 김한경의 말에 비죽이 미소를 지었다. 그의 말이 우스워서가 아니라 국적으로 제일 정서가 마르고 꼿꼿한 사람으로 평가되고있는 사람이 다름아닌 김한경대좌였기때문이였다.

어찌 생각해보면 그 류다른 평가부류에는 첫번째로 자기자신이 들지도 모를 일이였다. 최남호는 다소 열적은 표정을 지었다. 요즘 보면 이 김한경은 별로 눈에 띄게 사람이 흐물흐물해지고 락천적으로 느껴졌기때문이다.

《젊은 사람들을 리해해줘야 합니다. 그들의 리상, 그들의 지향, 그들의 고민… 저 박신철동무가 얼마나 진국입니까. 저런 젊은이라면 딸 백을 줘도 아깝지 않지요.》

《허참 부장동무, 우리 단아는 안돼! 내 이제 전국적으로 사위취재를 해서 그럴듯 한 사위감을 고르지 않나 두고보시오.》

최남호는 속이 누글누글해졌으나 겉으로는 더 무뚝뚝한 표정을 짓고 퉁을 놓았다.

김한경은 아연해져서 담배갑을 도로 안주머니에 집어넣더니 어쩔수 없다는듯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선실천정에 마른 돌이라도 떨어지는듯 후둑후둑하는 소음이 가득찼다.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는 모양이다. 최남호는 급히 갑판으로 뛰여나갔다. 눈앞에 절벽 같은것이 불쑥 막아서더니 이윽고 벽체가 허물어지듯 물기둥이 갑판으로 떨어졌다. 최남호는 그 힘에 못견디여 선실벽체에 부딪쳤다. 억센 손이 군복자락을 틀어잡는다. 또 김한경인가? 그 손은 재빨리 옮겨져 그의 위급시절부터 견디여오는 가죽혁띠에 와닿는다.

《선체가 기웁니다.》

누군가 다급하게 소리질렀다. 이윽고 거창한 파도는 폭풍에 떠밀리며 그 힘으로 함선을 뿌리채 뽑아 떠이고 재빨리 배회하기 시작했다.

《함선이 표류되였습니다!》

숨이 턱에 닿은 함장이 다급히 뛰여왔다.

횡포한 바다는 몹시 성난듯 도무지 안정할 틈을 주지 않는다. 함선은 파도에 여기저기 떠밀리며 어디론가 정처없이 흘러가기 시작했다.

《함선이 지금 어느쪽으로 이동하고있소?》

김한경이 해도를 펴놓자 어느새 나타났는지 목에 붕대를 감은 박신철이 전지불을 비쳤다. 함장이 쭈그리고앉아 손으로 해도를 짚었다.

《함선은 지금 공해를 벗어나 남쪽으로 령해 깊숙이 들어선것 같습니다.

이제 조금 더 가면 해상경계선… 적측수역입니다!》

사람들의 얼굴에 갑자기 긴장한 빛이 흐르기 시작했다.

위험은 다른 측면으로부터 공격을 개시했던것이다.

최남호는 주먹을 불끈 쥐고 엄숙한 표정으로 지휘관들의 굳어진 얼굴을 살폈다. 그는 한순간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는 자기가 지금 이들에게, 아니 자기 량심앞에 피치 못할 명령을 내려야 한다는것을 깨달았다.

《동무들! 드디여 예상치 않던 준엄한 시각이 다가왔소. 이젠 기지, 아니 조국과 무선련락이 끊어진만큼 다른 방도가 없소. 우리의 행방을 모르게 되였소. 전체 성원들이 전투태세에 들어갈것을 명령하오!》

갑판과 선실복도로 완전무장한 해병들의 발자국소리가 메아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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