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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총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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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0-11-25 22:55 조회61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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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서《불멸의 향도》

장 편 소 설 총대


박 윤

( 제 10 회 )

제 2 장

5

로베스 삐에르(18세기 프랑스정치가)는 《덕행의 공화국》을 제창하였지만 나의 미국에서는 그것이 통하지 않는다. 돈이 말을 하면 정치는 입을 다물기때문이다. 돈은 결코 잠들지 않는다. 윌리암 제퍼슨 클린톤대통령은 이마살을 찌프린채 상념을 이어갔다.

현대와 같은 지도자고갈의 시대에 대륙적인 풍모를 가진 인간으로 좀정치인들과 국민들우에 떠오른다는것이 얼마나 간고한 일인가. 지금까지 력사와 세계는 로씨야의 레닌, 영국의 쳄벨린, 미국의 윌슨, 프랑스의 드골을 목표와 지략이 있는 지도자라고 주장했는데 세기가 교차되는 시각 이 행성에 필요한것은 그들과 대조되는 특수형의 인간이다. 탁월하고 지능을 바탕으로 감수성과 친화력을 겸비해 높은 경영성과를 낼수 있는 사람, 국민의 창발성을 발양시키고 국가조직전체의 상승효과를 낼수 있는 선견지명의 예지와 통찰력, 조직력을 가진 그런 인간, 그야말로 미래의 콤퓨터만이 조작해낼수 있는 환상적인 거인을 요구하는것이다.

클린톤대통령은 앉은 자리가 불편하여 몸을 앞으로 기울인채로 상념속을 헤매다가 대번에 코웃음을 쳐버렸다. 그 순간 자기의 체념에 놀라 옆을 슬쩍 곁눈질해보았다. 힐러리 로드햄은 턱을 잔뜩 쳐들고 랭랭한 얼굴로 연설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있었다. 남편의 섬세한 잔 감정따위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도고한 자세였다. 마치도 대통령당선기념일을 맞으며 민주당이 주최한 이 사교모임에 열중해있는듯한 태도였다.

남자의 아니, 대통령의 넓은 가슴으로 고도로 예민해진 그 녀자의 경원과 질투, 은근한 질시와 고뇌를 너그럽게 받아들이고 소화해 버리리라 생각했다가도 찬 기운을 싸늘하게 풍기는 얼음덩이 같은 그 모습앞에서는 그것이 스스로 무너져내리는것 같았다.

(제길, 힐러리, 당신의 고뇌는 그래도 내가 겪는 모든 정신적고통의 반의 반도 안돼! 당신의 고통은 개인적인, 녀성적인것이지만 난 그걸 넘어서서 이 행성의 조명속에 들지 않았는가. 한쪽에서는 공화당패거리들이 나의 대북조선정책을 두고 지독스러운 압력을 가하지, 한켠에서는 저 늙은 사냥개 같은 케네스 스타검사가 목을 조이지. 여보, 나도 인간인데 좀 숨 돌릴 여유를 주구려. 대통령의 성추문도 결국은 공화당의 백광이 없었다면 당신을 괴롭히는 마약으로는 되지 않았을거요.)

요란한 박수소리가 클린톤을 집요한 상념속에서 불러내왔다. 연설자의 말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던 그는 안해의 기계적인 손놀림에 맞추어 마지 못해 손벽을 쳤다.

지적이고 육감적인 녀성들에 대한 남성적욕망이 거의 변태적일 정도로 강한 그인지라 사실 마음속으로부터 참가자들에게 극도의 혐오감을 품고있었다. 하지만 그가 이렇게 사교모임에까지 끌려나오지 않을수 없은것은 유권자의 근 10%에 달하는 900만명의 미국동성련애자들을 무시할수 없기때문이였다. 그는 대통령선거유세때 마치 변기에 세수하는 께름한 심정으로 그들에게 동정과 지지를 보냈었다.

지금 몸이 비대한 《엔젤》사회부장인 연설자는 청중을 향해 손을 저으며 목청을 돋구고있다.

《대통령각하와 힐러리녀사가 우리의 인권운동을 지지해준것을 20세기 력사는 기록할것입니다. 우리는 민주주의국가, 세계최대의 자유세계에 살고있는 현대인입니다. 우리는 엄숙히 선언합니다.

21세기에는 남성, 녀성과 함께 동성이 이 사회를 이룰것입니다!…》

힐러리가 열광적으로 박수를 친다. 클린톤은 두눈을 감고 마지 못해 손을 놀리며 또다시 명상에 잠겼다.

인류는 저 현대문명의 오물들때문에 에이즈라는 사상최대의 악명높은 《선물》을 받아안았고 그것은 사실 미국의 해결할수 없는 암으로 되였다. 그런데도 나는 시민들과 녀성들의 눈총을 온몸에 받으며 구역질나는 이 모임장소에 뻐젓이 앉아있다.

나에게는 지금 소유가 범죄처럼 느껴진다. 우리의 스승인 럿쎌(현대서방정치학자)은 권력은 타인의 의사를 조건화하는 힘의 관계, 지배와 복종의 관계라고 했지.

그렇다. 원시인은 본능으로 살았고 고대인은 습관으로 살았으며 근대인은 리성으로 살았고 현대인은 여론으로 살고있다. 이 여론이 이제는 나를 목조르기 하여 탄핵마당에까지 끌어가려 하고있다.

안된다. 스타, 공화당패들과 시한탄같은 평양이 나를 벼랑끝으로 몰아가고있지만 이 클린톤은 선조들로부터 좌절을 모르고 패배를 맞받아 일어서는 견인불발의 완강성을 넘겨받은 사나이다.

운명에 반항하는것이 우리 가문의 기질이다.

남자의 길에 어찌 화려한 꽃밭이 없겠는가. 길이 바쁠 땐 지나치지만 때로는 그 진한 향기와 아릿다운 자태에 취해 잠시 멈춰서서 감상하기도 하고 감정이 북받치면 꽃을 애무하거나 입맞출수도 있는것이다. 그렇다고하여 무례하게 잔인한 사나이들처럼 그 련련한 꽃송이를 꺾어들거나 짓밟아버리지는 않았었다. 성인이라는 중국의 공자도 선을 사랑하듯 색을 사랑하라고 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한가정의 남편으로서의 그의 마음은 인생의 동반자에 대한 동정심과 배려심으로 하여 일종의 자책감에 젖어있었던것이다. 그러나 안해에 대한 그 죄의식으로부터 어쩔수없이 잠겨들었던 자아반성과 미안스러움도 이 순간만은 소금물이 되여 뿌리깊은 경멸의 아픈 상처를 자극하는것이다.

큰 남자의 걸음걸음엔 녀성이라는 매혹적인 함정이 곳곳에 준비되여있기마련이다. 그것은 빠지면 헤여나올수 없을만큼 깊은 함정들이 아니였다. 그는 만찬때 흑갈색위스키를 조금씩 마시는 기분으로 녀인들과 접촉하였고 동시에 재빨리 지나가버리군 하였다. 그는 묘령의 녀성과 첫 포옹을 하는 순간 벌써 어떻게 무리없이, 유감없이 떼버릴가를 늘 생각했고 그러한 관계를 하나의 유쾌한 감성적오락으로밖에 여기지 않았다. 온몸을 짜릿하게 하는 육감적인 녀성의 미와 이상야릇한 곡선의 매혹이란 얼마나 충격적이고 고혹적인것인가. 하건만 그는 순간적인 열정을 태워버리는 그 시각들에 언제한번 가정이나 안해에 대한 전통적인 애착과 집념을 버리거나 소홀히 한적이 없었다. 했기에 힐러리의 심각한 랭정성이 더욱 서운하게, 낯설게, 노엽게 느껴지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이 녀자가 철가면을 쓴 영국의 세습적인 기사처럼 제 남편을 경원과 침묵으로 무시하지만, 그리하여 비교적 순편했던 합리적인 결혼생활이 결렬직전의 험악한 상태에까지 이르렀지만 그들에게도 눈부리가 달아올라 련정의 무아경을 헤매던 순간, 사랑의 푸른 시절이 분명 있었다.

그때, 정향꽃향기가 창가에 부딪쳐 녹아내리던 예일대학 법과대학 도서관, 그는 건너편 책상을 마주하고앉은 금발에 가까운 아마빛 머리칼이 함치르르한 미모의 녀대학생을 넋을 잃고 훔쳐보았었다.

그 녀자가 이따금씩 지혜와 애교가 흐르는 잔잔한 눈을 반짝이며 머리를 돌릴 때마다 클린톤은 심장의 한구석이 지그시 아파나고 피가 솟구쳐 정수리를 터치고 뿜어오를것 같은 위구심을 느꼈다. 청순한 건강미가 비낀 흰 살결이며 총명해보이는 높은 이마가 어쩐지 겨울날씨같이 차겁게 안겨와 선뜻 다가설수 없게 만든다. 그는 《나뽈레옹법전》을 벌컥벌컥 뒤지다가는 흘끔흘끔 그 녀자에게 구애의 눈길을 던졌다. 고등학교시절부터 사교술이 높기로 소문난 그였으나 이 녀자앞에서만은 심신이 돌부처마냥 얼어붙는것이다. 그는 자신에 대한 환멸을 느끼며 두눈을 감아버렸다. 그 순간 무엇인가 아리숭한 향기가 그의 페부에 스며 들었다. 창밖의 정향나무가 옮겨온것인가. 눈을 뜨자 날씬한 몸매에 비해 류달리 불룩한 그 녀자의 앞가슴이 망막을 파고들었다. 그는 정신이 아찔하여 몸을 뒤로 제꼈다.

《당신은 자꾸 나만 쳐다보는데 도대체 누구예요?》

도전적이면서도 능청스러운 관심이 깃든 물음이였다. 목소리는 찼으나 열정적인 눈이 그것을 부정하고있었다.

《난…》

클린톤은 웃으려 하였으나 입귀가 약간 열렸을뿐이였다.

…강변에서의 은밀한 첫 상봉, 그는 만나자 바람으로 아무말도 없이 그 녀자를 포옹하며 뜨겁게 입맞추었다. 긴 포옹에서 풀려나오자 힐러리는 녀성다운 눈을 반짝였다.

《이건 뭐예요?》

《왜 무례하다는거요?》

《아니ㅡ》

《남자들에게서는 행동이…》

《가장 설득력 있는 언어라는거지요?》

두 남녀의 달아오른 얼굴과 눈에 미소가 쏟아질듯 찰랑거렸다. 그들은 심장과 리성이 합치되고있음을 불현듯 깨달았다. 활기찬 남자와 뜨거운 녀자간의 운명적인 상봉이였다.

스물여섯살에 예일대학 법과대학을 졸업한 클린톤에게는 수도와 대도시에서의 행운이 약속되여있었다.

하지만 그가 마음속깊이 바라는것은 엄청난 목표였다. 그는 모든 장미빛 유혹들을 단호히 물리쳤다. 그는 벽돌을 한장한장 쌓아나가기로 결심하였다. 재학시 관계를 유지하고있던 아칸소주출신의 하원의원인 외교분과위원장이 그에게 선배다운 조언을 주었다. 그는 지체없이 귀향하여 아칸소법과대학 교수로 취직하였다.

어느날 자기가 맡은 대학생들의 야회에 참가하여 흥이 뜬김에 쌕스폰을 연주하고있던 그는 손님들속에 끼여서있는 그 녀자를 발견하였다. 연한 풀빛 달린옷을 입은 힐러리는 높은 가슴우에 팔짱을 끼고 활짝 웃고있었다. 그는 대학생들을 잊은채 쌕스폰을 내던지고 그 녀자에게로 달려갔다. 성대한 졸업식이 있은후 감감무소식이다가 석달만에 먼 시골까지 찾아온 정다운 대학동창생이였다. 두사람은 팔을 끼고 황혼이 깃든 시골도시의 교외길을 걸었다.

《당신이 음악에 조예가 있는줄 몰랐군요.》

힐러리의 목소리에서는 따스함이 느껴졌다. 클린톤은 미소를 지었다.

《음악은 내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수 있소. 그러나 음악이 아름답고 즐겁지만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미친듯이 노력해야지. 노력과 결과간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것이 바로 음악이야. 음악은 인간의 사색의 오솔길, 감성의 언어라고 말할수 있지.》

《특별히 좋아하는 노래가 있겠죠?》

《러브 미 탠더(세계명곡).》

힐러리는 한숨을 내쉬였다.

《그래서 당신의 이복동생도 음악미치광이가 되였군요. 하지만 쌕스폰을 부는 당신을 보면서 난 정말 사랑스러운 남성이구나 생각했지만 한켠으로는 어쩐지 서운하더군요. 난 당신을 깃을 다듬는 수비둘기가 아니라 창공높이 나는 억센 독수리로 늘 그려봤던것 같아요.》

그는 초불처럼 타오르는 녀자의 눈길을 애써 피하며 어두워가는 먼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힐러리, 내가 좋아하는 금언 뭔지 알아?

운명은 바라는자는 데리고가고 바라지 않는자는 끌고간다고했어. 중학때부터 음악에 관심이 있었소. 3인조 쟈즈악단을 무은 일도 있지. 이름은 〈세마리장님 생쥐〉였어.

독수리라.… 난 인생을 서둘러야 한다는 촉박감을 받으며 성장했소. 왜냐하면 내가 태여나기전에 아버지가 서른이 못돼서 죽었거든. 지금 내가 서른이 되여가. 이런 말 들어봤어? 서른, 인생의 푸른강, 아직 젊다고 말하기엔 뒤가 켕기는것 같고 늙었다고 말하기엔 억울한 어중간의 나이…》

《현대인에게는 그 서른이 예순이지요.》

그는 그 녀자의 무엇인가를 탄식하는듯한 서글픈 음조를 느끼지 못했다. 이 녀자에게 애써 자기를 열어보이려는 솔직하고 아리숭한 마음이 은연중 자라나는것이 이상했다.

《자동차판매원이였던 아버지의 죽음… 그건 자동차사고였어. 어머니 버지니아 캐시디는 내가 태여난다음 뉴 올리언즈병원의 간호원으로 들어갔소. 내가 네살때 어머니는 자동차전문업자인 로저 클린톤과 재혼했지. 역시 어머니는 길우를 달리는 자동차와 숙명적으로 이어진 녀인이야. 그때부터 난 클린톤이란 성을 받았어. 난 성을 준 이붓아버지 클린톤을 사랑해. 우리 집안은 정통그리스도교육이 엄했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붓아버지는 술도깨비였어.

내가 철이 들었을 때 한번은 어머니와 열살아래인 이복동생을 못살게 구는 아버지의 팔을 잡았어.

〈엄마와 동생을 때리지 말아요. 가만 있지 않겠어요.〉

그때부터 우리 집안에서 폭력은 사라지고 음주만 남게 되였어.…》

힐러리는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클린톤은 그 녀자의 금발에서 풍기는 정향꽃향기가 푸른 황혼의 입김처럼 느껴졌다. 지평선을 배경으로 그 녀자의 육감적인 곡선미가 용암되여 우아하고 신비롭게 안겨들었다.

클린톤은 이 녀자가 범접하기 어려운 공상의 저 먼 언덕에 서있는 낯설은 공주로 느껴지면서 마음이 서글퍼졌다.

이 녀자가 련애에는 적당하지만 결코 자기의 안해로는 될수 없다는 절망감이 싹트는것이였다. 행복이란 선택된 인간에게만 차례지는것인가.

그 순간 힐러리가 그의 넓은 가슴팍을 연약하지만 억센 손가락으로 살며시 쓰다듬는것이였다.

《빌, 당신의 생활은 원탁통치로 이름을 날린 알렉산더대왕의 불운했던 어린 시절을 련상시키는군요. 간고한 생활은 사람을 벼랑의 꼬부랑나무처럼 이지러뜨린다는데 당신은 곧은 거목으로 자랐어요. 빌, 저 수림앞의 작은 벽돌집이 보이지요? 정말 아늑하고 목가적이군요. 저 불빛, 행복의 눈동자 같군요.》

그날 밤, 그 녀자는 자기가 근무하고있는 보스톤의 《아동복지기금》으로 서둘러 떠나가버렸다.

한주일후 클린톤은 보스톤행 비행기를 탔다. 그는 깜짝 놀라는 그 녀자를 이끌고 주변의 지하식당으로 들어갔다. 악단이 운명적인 《러브 미 탠더》를 연주하고있었다.

《자기가 좋아하던 집이 생각나오?》

《무슨 집?》

《행복의 벽돌집… 골동품침대와 꽃으로 장식해놓았소. 나와 결혼해주오. 난 내 운명이 당신과 굳게 이어져있음을 깨달았소. 난 지방의회부터 점령하겠소. 거길 출발점으로 삼겠소. 비둘기가 아니라 독수리가 돼보려오.》

이번에는 그 녀자가 아무말없이 달려들어 사나이를 뜨겁게 포옹했다. 두 인생의 심상치 않은 공동합의문이 완성되였던것이다.…

누군가 팔굽을 가볍게 다치는 바람에 클린톤은 회억에서 깨여나버렸다. 그는 안해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그 녀자는 여전히 찬 기운을 풍기며 《엔젤》사회부장의 열광적인 연설에 정신을 집중하고있었다.

《대통령각하, 하원의장과 함께 하원의원 벤자민 길먼씨가 기다리고있습니다.》

안보담당 보좌관 안토니 릴씨는 힐러리도 들을만큼 목소리를 얼마간 높였다. 힐러리는 여전히 앞을 주시하고있었다.

이 순간 촬영기들의 섬광이 번쩍인다. 클린톤은 영문모를 자격지심과 격분을 안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는 쏜살같이 출입구쪽으로 걸어나갔다.

《길먼씨는 어제저녁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의 대북조선정책과 군사비를 놓고 또 한차례의 신랄한 공격을 해왔습니다.》

승용차가 달리자 릴씨는 상관의 눈치를 조심스레 엿보며 은테안경에 손을 가져갔다. 하관이 길고 이마가 두드러지고 턱이 나온 그의 얼굴은 어딘지 모르게 불변의 의문을 품고있는 모색이다.

클린톤은 심상한 눈길로 차창밖을 내다보았다. 겨울이 더디게 지나가고있었다. 광장거리는 침울한 재빛을 띠고있었고 그우로 펼쳐진 하늘도 흐리터분하다.

《물론 낡은 곡조의 되풀이겠지?》

《그렇습니다. 그들은 베를린과 제네바북미합의와 각하의 담보서한 등 포용정책이 결국은 평양의 벼랑끝외교정책을 고무하고있다는거지요. 그리고 각하의 미싸일방위체계가 현실적가치가 없다고 비난입니다. 결국 우리가 지난번 강경하게 통과시킨 요격미싸일자금에 반기를 든셈이지요.》

클린톤은 낯을 찡그렸다.

《여보, 공화당은 나를 무슨 링컨이나 제퍼슨같은 민주주의자로 간주하지만 역시 나의 정치도 요약하면 군사적우위야. 릴씨, 우리 두뇌진이 준비하고있는 극비작전을 부쉬팀이 눈치챈게 아니요? 그걸 확인하느라 역설적으로 나올수도 있단 말이요.》

릴씨는 입가에 랭소를 지었다.

《각하, 사회주의조선을 제압하기 위한 이번 작전계획이 그들에게 어느 정도라도 로출되는 경우 우리는 불쾌한 두 측면의 공격을 받을수 있습니다. 보수파는〈5027〉을 지난 시기의 재판으로 락인하면서 자기들에 대한 진정제로 리용하련다는 비난을 퍼붓고 반대로 군수독점체들은 지나친 열성을 발휘하여 각하의 의도에 맞지 않게 때이르게 평양으로 하여금 반공격을 준비하게 할수 있습니다.》

《옳아, 이 작전계획은 나의 포용정책의 기초를 이루는 중대사인만큼 극비에 붙여야 하오. 부쉬따위가 알아선 안돼.…》

클린톤이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자 릴씨가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길먼이 최근 부쉬부자와의 접촉이 빈번하다는 통보도 있습니다. 며칠전에는 바바라부인을 이스라엘인들이 운영하는 골프장에 초청했지요.…》

릴씨는 무엇인가를 암시하려는듯 뒤말을 잇지 않았다.

클린톤은 그의 얼굴을 돌아보았다.

《뻔한 리치야. 릴씨, 벗을 노엽게 하지 말며 원쑤를 웃게 해서는 안된다고 했어. 요즘 북조선수뇌부의 동향은 어떤가?》

《최근보도를 종합해 놓고보면 김정일국방위원장의 움직임이 주목됩니다. 그 철의 인물은 년초부터 최전선의 인민군부대들을 시찰하고있습니다. 일정을 따져 보면 평양에 머무르고있는 기간이 잡히지 않습니다.》

《끊임없는 전선시찰이라…》

클린톤은 생각을 굴렸다. 그것은 어제도 오늘도 계속되고있는 이 안개속의 정치가의 류다르고도 드팀이 없는 강철의 걸음이다. 수도는 국가의 축소판이며 국가정치는 수도를 중심으로 벌어진다. 때문에 국가지도자가 자기 집무실을 떠나는것은 매우 심사숙고 해야 할 일이며 정치, 호위, 경제, 군사, 문화, 외교적으로 잘 타산분석된 엄격한 일정계획을 필요로 하는것이다. 군사정변은 대체로 국가수뇌가 자리를 떴을 때 일어나는 법이다.

최전선의 군부대들을 왜 찾는가? 고도로 조직화된 사회여서 실태는 가만히 앉아있어도 제때에 정확히 보고될것이다. 현지에서의 작전계획, 무장장비의 배치 및 이동, 방어시설물들때문일가?

의심할바 없는것은 그의 간고한 걸음들이 군력강화에로 잇닿아 있다는것이며 상대방을 불안하게 하고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이미 북조선에 세가지제안 즉 미중앙정보국과 서방대중보도매체의 산물인 테로지원의 완전중지, 미군유골공동조사확대교섭, 핵 및 미싸일 협상지속이라는 요구조건을 내걸었고 그것은 쌍방간에 끌고 끌리는 바줄당기기로 이어지고있지만 적절히 조절되고있다. 우리는 얼마전에 처음으로 그들을 려행경고대상국에서도 제외시켰다.

미조사이에는 림시령사보호합의가 이루어져 평양주재 스웨리예대사관을 통해 그것이 효력을 발생하고있다. 그리고 미군부와 인민군은 김일성주석과 카터의 상봉후 조선전쟁시기 실종된 미군유골공동조사에서도 진전을 가져왔다.

그래 미국이 강력한 군사력을 가지고있는 북조선에 최대의 압력을 가하지 않았단 말인가? 그들을 협상탁에 끌어내 미국시민들의 안전과 불안정한 서방세계를 안정시키는데 기여한 우리의 시종일관한 노력이 어째서 지금 안팎으로 거부 당하고있는가? 보수파들은 세계를 지도하고있는 미국의 위신이 저락되고있다고 떠들어대고있다. 하지만 바로 이 어려운 협상과 일괄타결과정에 북조선의 실체를 점차 바로 인식하게 됨으로써 우리는 이전 쏘련의 공산주의자들과는 질적으로 전혀 다른 그들과 협상, 대결할수 있는 출로를 어느정도 찾을수 있었고 그들의 반항을 눅잦히고있지 않는가.

우리는 비로소 대국의 지위를 견지할수 있는 앞날을 내다보게 되였으며 세계의 전통적인, 보수적인, 일면적인 견해를 뒤집고 그들과 어깨 나란히 공존할 때만이 이 행성이 고요해질수 있다는 공간을 발견한것이다. 물론 이 불가사의한 인간들을 굴복시킬 때만이 미국에는, 아니 지구에는 미국주도의 자유민주주의와 안식이 깃들것이다. 그것은 두말할것없이, 감히 엇설수 없는 강력한 우리의 군사력이 유지될 때 가능할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리상은 너무나도 엄청난 자금과 고도의 최첨단기술을 요구하는 일이 아닌가.

그렇다. 필요한것은 오늘도 래일도 자금이다! 돈이자 군력이다! 바로 이것이 미국정치의 기초이고 확고부동한 정책의 출발점인것이다.

클린톤은 려송연을 빨려했으나 불은 이미 죽어버렸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한순간도 마음을 놓아서는 안된다. 방심하는 사이에 불이 죽어버릴수 있다. 적수는 바로 이 순간을 노릴것이다. 그는 입맛을 다셨다.

《그래 릴씨, 솔직히 말해보게. 북조선의 군사력, 아니 다른것은 그만두고 그들의 미싸일수준이 대략 어느 정도인가?》

릴씨는 뜻밖인듯 그를 마주 보더니 꺼내들었던 라이타를 도로 집어넣었다.

《명백히 말씀드리면 높은 수준입니다.

미싸일개발실태연구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영국전략연구쎈터와 스웨리예군사연구소의 보고자료에 의하면 북조선은 2000년까지 1만키로메터이상의 사정거리를 가진 미싸일을 개발한다는것이 그 권위있는 연구집단의 확정적인 판단입니다. 우리 국방성의 통보는 거기에만 국한되는것이 아니라 북조선이 개발한 미싸일이 미국이나 로씨야제보다 속도가 빠르고 요격하기 어렵다는것입니다.》

릴씨는 서두름이 없이 침착한 어조로 요약해서 설명했다. 클린톤은 명민하게 반짝이는 그의 재빛눈을 흘끔 바라보았다.

《당신은 그들을 지내 환상적으로 보는게 아니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각하를 놀래우고싶지 않아 그들이 최근에 개발한 엄청난 최신형공격무기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침묵하고있습니다.》

릴씨는 풀이 죽어가지고 한숨을 내쉬였다.

《여보, 그만하오, 아시아속담에 먹은 소가 똥을 눈다질 않나. 우리 환상소설은 쓰지 맙시다. 나에게는 지금 하나의 전략적인 구상이 거의 무르익어가지만 시간이 필요해.

포용정책은 북조선에 대한 미국 력대 대통령들의 시종일관한 강경정책을 종합분석한데 기초하여 세워진 나의 창조물이라고 볼수 있어.

릴씨, 생각해보게. 아이젠하워나 죤슨 그리고 포드나 부쉬도 결국은 철의 몽둥이를 휘두르는 일변도정책으로 북조선과 맞섰다가 주저앉고 말았거든. 현명한 정치가라면 여기에서 무엇을 찾아야 하겠나. 유능한 검객은 적수가 검과 방패를 내려놓을 때까지 기다리는거야. 적수가 지칠 때까지, 안심하고 마음을 풀어놓을 때까지 기회를 엿보는거야. 그러자면 그 검객은 얼굴에 미소를 띄워야 하는거야. 인내성이 있어야지. 물론 결정적인 강타를 안길 순간을 노리는 검객은 뒤에서 자기의 칼을 더 날카롭게 새것으로 벼려야지. 그래서 바로 지금이야말로 최첨단군사기술이 필요한 때야. 작전계획의 완성과 함께 스텔스기술로 군을 물갈이 해야 돼.

그러자면 사색과 시간이, 엄청난 자금이 필요한거야. 때가 되면 우린 강해지고 그들은 약해지거든. 이것이 연착륙법칙이고 포용정책공식이지.》

클린톤은 며칠만에 처음으로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그의 얼굴표정은 한결 부드러워졌다. 기름한 얼굴이 마치 위스키라도 들어간것처럼 불그레해지고 눈빛도 풀어졌다.

승용차가 백악관에 들어서자 릴씨는 재빨리 내려 차문을 열어제꼈다.

소응접실에서는 하원 국제관계위원장 벤자민 길먼과 토니 홀이 지루한듯 무료히 벽시계를 올려다보고있었다.

《왜 하원의장이 보이지 않소?》

클린톤은 길먼의 손을 친절히 잡아주며 두사람에게 자리를 권했다.

《그는 국무성에 가있는 페리씨와 함께 올것입니다.》

토니 홀이 경의를 표하며 깍듯이 대답하였다. 토니 홀은 민주당국회의원으로서 대통령의 특사자격으로 이미 북조선을 여러차례 다녀온 온건파정치인이였다.

《대통령각하, 우리는 지난번 청문회에서 북조선문제에 관한 우리 공화당주최의 일반회계국보고를 일축해버린 민주당의 립장에 대해 강한 의문을 품고있습니다. 지금 각하의 유연한 대북조선정책은 의회안팎에서 명백한 비평의 대상이 되고있습니다. 민주당은 북조선을 다루는데서 원칙이 없으며 이와같은 무원칙이 항상 많은 양보를 제공하고있습니다. 북조선은 이미 목조르기상태에서 벗어나 반대로 상대를 한판으로 넘겨뜨리기 위한 비상한 수를 찾고있는 형편입니다.》

길먼은 이렇게 말하며 웃눈까풀이 얇은 다소 피로해보이는듯한 갈색눈에 랭소를 담았다.

클린톤은 려송연곽을 차대우에 꺼내놓으며 미덥지 않은 시선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길먼씨, 오랜 정치인인 당신이 그런 성의없는 발언을 하는데 대해 난 실망했소.

국무성의 보고에 의하면 북조선을 방문하여 실태를 료해한후 대북정책을 새로 내세우겠다던 당신네 일반회계국성원들은 입국을 한차례 시도하다가 그만 두고 로마로 갔소. 그런데 보고서라니 놀랍소.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명언이 있는데 로마에 가서 북조선보고서를 쓰다니…》

《각하, 그건 평양당국이 입국을 허용하지 않아서…》

길먼은 역습에 당황하여 토니 홀과 릴씨쪽을 돌아보았다.

《그게 바로 문제라고 봅니다. 이 토니 홀씨는 지난 3년간 다섯차례나 평양을 방문했소. 그 길은 간고했지만 끝내 뚫고들어갔소. 난 당신들이 이런 성실한 노력을 기울여 북조선이라는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고 우리의 대북정책을 반대한다면 즉시 공화당의 의견을 접수하겠소.》

《각하, 론리적으로는 그 분석이 옳지만 실상 세계가 인정하듯이 우리는 지금 이 지구상에 하나밖에 없는 철의 붉은 체제에 머리를 숙이고있습니다.》

《그건 상대적이고 례외적개념이요. 자연계의 거물인 코끼리도 피하는 동물이 있소. 그건 무서워서가 아니라 생존본능이랄가…》

《각하는 현실을 지나치게 문학적으로 해석하시는데 단순하고 몽매한 미국시민들은 그 의미를 쉽게 리해할수 없을것입니다.》

클린톤은 쓰거운 미소를 지었다. 몽매한것은 시민들이 아니라 지성과 감수성이 메마른 길먼류들이다. 발자크가 말했던가? 리해한다는것은 상대방과 같은 높이에 올라설 때 가능한것이다.

《그래, 문명한 공화당제씨들의 공식립장은 뭐요?》

《미국은 군사적우위를 대북정책의 바탕에 두어야 합니다. 국제관계위원회, 아니, 우리 공화당은 행정부가 빨리 대북정책검토반을 가동시킬것을 주장합니다. 각하는 자기의 립장이 명백한것처럼 말씀하지만 1994년 제네바핵동결합의후 미국은 지금까지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고 북조선은 약속리행을 촉구했습니다. 미국은 이른바 제네바합의의 일괄타결식으로 쾌재를 불렀지만 결과는 이렇습니다.》

클린톤은 이마살을 찌프린채 우울한 눈길로 길먼을 쏘아보았다.

《그래 당신네 공화당은 누구를 정책조정관으로 추천하고싶소?》

클린톤의 돌발적인 물음에 길먼은 또다시 당황한듯 얼굴이 벌개졌다.

《중대한 국가적문제인것만큼 무게있고 공명정대한 신망있는 인사가 필요합니다…》

《길먼씨, 그건 아는 주정이요. 그래 전 국방장관인 윌리암 페리씨가 어떻습니까?》

릴씨가 끼여들자 길먼은 두 팔을 벌려보였다.

《찬성합니다.》

아마도 길먼은 페리가 국방장관시절인 1993년 핵위기때 단호하게 북조선공습대기명령을 내렸다가 취소한 사실에서 믿음과 위안을 가진 모양이다.

페리는 주도세밀한 성격의 침착한 사나이이다.

그는 지어 전화내용은 물론 친구들사이의 평범한 담화내용까지 기록했다가 문서로 보관하고있다 한다.

《공화당의 제의를 류의하겠습니다. 북조선문제는 현세기 미국정치의 큰 암이라는걸 함께 리해합시다.

민주, 공화당의 정책의 공통분모가 군사적우위라는것은 다소나마 우리들의 견해를 일치시키고있소. 정치는 달리될수 없는것입니다. 앞으로는 량당사이에 정치적론쟁이 새로운 방법으로 진행되리라고 나는 확신합니다. 국민은 새로운 면모를 갖춘 진보적인 민주당을 알게 될것이며 쌍방에 부합되는 방법으로 사태를 변화시키려는 결심을 가진, 보수적색채가 더 짙으면서도 새로운 전진을 지향하는 공화당도 보게 될수 있을것입니다.》

클린톤은 면담이 끝났다는것을 알리는 신호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길먼도 따라 일어섰다.

《마지막으로 각하, 우리는 북조선의 금창리지하구조물을 행정부가 빨리 사찰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군사적우위감을 잃을뿐더러 귀당이 지도능력을 떨구게 된다고 확신합니다.》

《길먼씨, 그건 엄청난 대가를 각오해야 할 심각한 문제라는걸 당신은 모르겠소?》

《각하, 이건 스타독립검사관이 제기하는 개인적인 문제와는 대비도 안되는 중대한 국가적문제라고 간주합니다. 설사 억만금의 비싼 대가를 치르더라도 금창리를 개방해야 한다는것이 우리 당의 강경립장입니다.》

하원의원일행을 바래준후 클린톤은 집무실로 들어섰다. 벌써 저녁빛이 커다란 창문으로 비쳐들고있다. 석양은 국장이 새겨진 집무실바닥의 주단우에 내려앉아 한결 방안을 침침하게 만들어버린다.

에블린 리버만이 커피잔을 들고 조용히 따라섰다. 백악관에 근무하는 250명의 녀성직원들이 이 과묵한 녀자의 지휘를 따른다. 《에쓰에쓰》대원처럼 꼿꼿하고 충실한 이 녀성관리는 클린톤을 유모처럼 섬세하게 돌본다. 모든 일에 빈틈이 없다. 클린톤의 주위에 분홍색물감을 칠하며 맴돌던 모니카 루윈스키를 그의 승인도 없이 국방성으로 쫓아버린것도 이 녀자이다. 클린톤은 처음 분노했으나 뒤따른 위험천만한 사건들은 이 녀자가 사냥개처럼 예민한 후각을 가지고있다는것을 증명하였다.

《리버만, 힐러리부인은?》

《첼시따님에게 전화를 걸어오셨는데 알버트 고어부대통령의 부인 티터와 함께 모델전시장에 간답니다.》

《음, 돌아오면 내가 부인과 식사를 함께 하려고 기다린다고 전해주오.》

《각하, 너무 늦으시면…》

리버만은 딱한듯 머리를 숙였다.

《그래도 기다리겠소.》

《알겠습니다.》

리버만이 나가자 클린톤은 집무탁앞의 긴 쏘파로 다가갔다. 그는 장승처럼 서있는 릴씨를 쳐다보았다.

《안토니, 자넨 내가 불쌍하겠지? 그래두 자넨 대통령후보로 나설 야심을 품고있나?》

릴씨는 맞은켠 쏘파에 앉아 커피잔을 집어들었다.

그들은 한고향태생이고 같은 고등학교를 다녔다. 다만 릴씨는 그보다 몇년 후배였다. 《세마리 장님 생쥐》악단이 활약할 때 릴씨는 드람세트통을 운반해줄데 대한 부탁을 받고 부지런히 따라다녔다. 클린톤은 그후 릴씨를 자기의 선거팀 참모장으로 추천하였다. 세월은 흘렀어도 그들은 여전히 종속관계에 있었다.

릴씨가 지금 이 순간 대통령의 심정을 파악하고있을가?

그런 면에서 그는 자기의 보좌관을 인간적으로 푹 믿고있었다.

《각하는 지쳤습니다. 주말휴식이 가까왔으니 휴식계획을 제가 작성하겠습니다. 케네스 스타문제는 저와 진버그변호사가 처리하겠습니다.》

《안토니, 고맙네. 하지만 내 심중을 그대로 터놓는다면 지금 나를 괴롭히는건 가정도 녀성도 그리고 공화당패거리들도 아니야. 중요한건 저 붉은 안개속에 휩싸인 평양이야. 철의 장벽에 둘러 싸여 있다던 쏘련도 붉은기를 내리우고 뒤따라 사회주의진영이 봄얼음처럼 녹아 버렸지만 평양은 끄떡도 하지 않거든.

평양, 사회주의조선이 존재하는이상 미국은 마음을 놓지 못할거네.》

《각하.》 릴씨는 클린톤을 동정하는듯 너그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강경보수주의자인 페리씨를 정책조정관으로 임명한다면 중요한 문제가 풀리리라 기대합니다. 국가안보를 위해서도 그렇고 지구상의 유일한 초좌익세력인 평양을 견제하는데서 필요한것은 각하의 의지를 반영한 현실적인 국력, 구체적으로는 군사력의 강화입니다. 페리씨가 대북조선정책보고서를 작성하게 된다면 반드시 이 필수적인 문제에 정치가들과 기업인들의 관심과 지지를 모을것입니다.》

《참 안토니, 자네 사촌동생이 남조선의 8군사령부에 나가있지? 지프리 밀튼이라고 했던가? 고등학교땐 고전문학을 즐기던 랑만적인 감상주의자였다지.》

클린톤은 다시 려송연에 불을 달았다.

릴씨는 커피잔을 차대우에 내려놓았다.

《지금 8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 비서장을 하고있습니다. 밀튼대좌는 북조선군 관리들과 얼굴을 항시 맞대고 일하는 유일한 미군고급장교이지요.

각하도 아시다싶이 유엔군사령부는 형식이고 구체적으로는 조선반도에 미8군이 있는셈이니까요.》

《판문점에 가본 때가 어제같구만. 그 밀튼대좌를 한번 만나보고싶구만.》

《지금 국방성에 와있으니 그가 시간을 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클린톤은 려송연연기를 깊이 빨아들였다. 하지만 가슴속은 조금도 후련해지지 않는다. 그렇다. 시간은 그를 조금도 안정할수 없도록 둔탁하게 후려갈기면서 급속히 어디론가 끌고간다.

그래, 릴씨의 말이 옳다. 세계의 지도력을 잃지 않는 유일한 출로는 군사적우위를 계속 유지하는것이다.

군사력ㅡ그건 돈이고 기술이며 일찌기 1940년대에 세계를 경악케한 원자탄 같은것이다.

나뽈레옹도 쉰두살에 쎄인트 헬리너섬에서 운명하면서 의미깊은 마감말을 남겼다지 않는가.

《프랑스… 군대… 나는 군대의 선두에…》

낮도 아니고 밤도 아닌 때, 석양, 클린톤은 눈을 감고있었다.

무엇인가 불안하고 마음을 진정할수 없다. 음악소리는 왜 없는가. 고요하다.

그는 그저 이 모든것을 두뇌가 아니라 피부로 느끼고있을뿐이였다.

그가 그토록 매달렸던 론리는 사라지고 그대신 조금도 용서가 없는 준엄한 생활이 찾아온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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