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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여름 10 -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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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0-06-19 09:58 조회84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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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9-U01.jpg

(제 10 회)

4 장

검푸른 번개빛이 감시창을 찢었다. 우뢰소리가 밀려들었다. 목깃단추 하나를 열어놓은채 야전탁에 엎뎌 쪽잠이 들었던 최현은 눈을 뜸과 동시에 벌떡 일어났다. 무서운 굉음이 고막을 찢을듯 들려왔다. 감시창으로부터는 폭풍이 밀려들었다. 튕기듯 밖으로 나간 최현은 일진 태풍의 광란을 목격하였다.

벽계봉 좌우의 수키로전선은 포화속에 휩싸였다. 포탄은 그가 선 려단장감시소주변에도 연방 날아와 터졌다. 수천개의 반디불이 일선형으로 번뜩였고 짐승의 울부짖음같은 웨침이 그 공격산병선에서 터져나왔다.

《아오까(적들이 경비대를 칭하여 부른 말)! 항복하라!》

그 공격산병선, 불의 파도는 숲과 골짜기를 메우며 단숨에 려단방어선을 무찔러버릴것만 같았다.

《폭풍!》

최현은 날듯이 뛰여들어가 전화통을 잡았다.

38선경비초병들에게 악몽같은 순간으로 영원히 기억에 새겨진 가렬처절한 방어전투는 새벽 3시 40분부터 개시되였다. 전사들은 내의바람에 총을 잡았고 어떤 지휘관들은 전화기를 잡고 지휘부를 찾아 발전자돌리개를 돌리다가 전호에 뛰여드는 적병과 부딪쳐 육박전투를 벌리기도 하였다. 몇분사이에 방어선이 다 무너지고 동강이 나는것 같았다. 여기저기 전화선이 끊어져나갔다. 전화선을 이으러 달려나간 통신병들은 도처에서 적과 부딪쳐 쓰러지군했다.

《포위에 들었습니다.》

《견지하기 어렵습니다.》

《두개의 초소가 점령당했습니다.》

려단장감시소안에 설치된 세개의 전화기로는 지휘관들의 다급한 웨침이 연방 날아들었다. 최현은 그 모든 보고들에 지원을 약속했고 한메터도 퇴각해서는 안된다고 을러메였다. 그리고는 침묵하고있는 중대와 초소들을 전화로 찾았다. 그 호출전화에는 거의나 다 응답이 없었다.

최현은 옛날 리도산 《토벌대》의 불의습격을 받았을 때보다 몇배 더한 긴장과 초조를 체험하였다. 몇분 안되는 사이에 여러 진지가 돌파된것을 안 최현은 려단참모장을 전화로 호출하여 예비 구분대들의 전투진입계선들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만약시의 정황에 대처해 취할 방도까지 말한후 애용하는 말 《새매》에 올라탔다. 주인과 함께 송악산줄기와 골짜기를 메주밟듯하며 다닌 《새매》는 밤어둠속에서도 쏜살같이 달렸다. 한개의 기마소대와 련락병, 부관이 그를 따랐다.

지원을 요청한 구분대들과 포위에 든 초소들을 찾아 동쪽으로 서쪽으로 좌충우돌하며 질주하였다. 어둠속에서 불의에 적과 마주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최현은 그대로 경기관총을 휘두르며 그 적들이 미처 정신차릴 여유를 주지 않고 뚫고나가 다음초소로 가서는 돌격해들어온 적들을 구축하라는 명령을 떨구었다. 그 과정에 최현의 《새매》가 적탄에 맞아 쓰러졌다. 최현이 필사적으로 날아다니며 불의공격으로 빚어진 혼란을 극복하고 방어전선을 얼마간 회복하였을 때 려단좌익린접이 허물어졌다. 한개 중대가 지켜선곳을 두개 대대가 밀고들어온것이였다.

포사격에 엄개지붕이 훌 날아버린 려단장감시소에 들어서기 바쁘게 받은 이 전화보고에 최현은 전화탁을 내리쳤다.

《물러서다니?!》

이미 파편에 짜개진 전화탁은 그의 드센 주먹에 두쪼각이 나고말았다. 최현은 발치에 떨어진 널쪼각을 발로 걷어차며 소리쳤다.

《려단경비중대만 남기고 모든 직속중대들을… 그렇소, 후방창고 경비분대까지… 다 거기에 돌리오. 우린 한메터도 물러서선 안되오.》

《려단장동지! 포위에 든 조건에서는 퇴각하라고 내무상동지로부터 승낙이 있었습니다.》

《여보, 그것도 말이라고 하오?》

참모장의 보고에 최현은 마치 그가 눈앞에 있기라도 한듯 주먹쥔 손을 흔들었다.

《누가 누구를 포위한다는거요. 물러서라는 소리는 무슨 소리고… 우리는 죽어도 이 38선을 베고 죽어야 한단말이요.》

그때 최현이가 가장 불안해하던 사태가 일어났다. 최현려단의 기본방어계선을 정면공격으로 단숨에 뭉개버리려던 적들은 자기의 시도가 좌절되자 한개 기갑련대무력을 투입시켰다. 거기에는 두개 중대의 력량밖에 없었다.

《…지금 남은 전투력량은 보병 두개 소대, 반땅크포 세문입니다…》

전사한 대대장의 후임으로 전화를 건다고 하는 군사부대대장의 비장한 말소리는 여기서 끊어졌다. 최현은 전화기를 군사부려단장에게 넘겨주고 려단의 유일한 예비대로 된 기마소대와 련락병, 부관을 대동하고 그곳으로 달렸다. 두개 중대가 진을 치고있던 릉선코숭이는 나무 한대 없이 번번해졌다. 그런속에 살아남은 전사들이 도로와 산기슭을 타고 밀려드는 적들과 마지막결사전을 벌리고있었다. 최현은 허물어진 엄페호에서 숨이 진 군사부대대장의 시체를 꺼낸후 거기에 자기의 경기관총좌지를 잡았다. 그리고 오늘새벽 내내 탄약배낭을 메고다니는 련락병이 죽은 군사부대대장을 두고 신입병사시절에 자기의 중대장이였다고 하며 울먹거리는것을 보고 기가 차 말했다.

《태순이, 우는건 이다음 울라, 탄약!》

련락병은 군사부대대장의 얼굴에 모자를 씌워주고 탄창을 꺼내 최현에게 내밀었다.

《자, 이건 군사부대대장의 복수다.》

최현은 쇠붙이의 차거운 감촉에 입술을 이지러뜨리며 방아쇠를 당겼다. 한탄창을 다 풀고 《탄약!》 하고 소리치며 왼손을 내밀었으나 응답이 없었다. 벙끗! 하는 섬광이 순간적으로 주변을 대낮처럼 만들었다. 련락병은 뒤골이 피범벅이 되여 엎어져있었다.

《빌어먹을!》

최현은 신음 비슷한 소리를 내뱉으며 련락병의 손에서 탄창을 빼내였다. 그리고는 서둘러 경기관총에 탄창을 맞추고 또다시 련발사격을 퍼부었다. 50여메터까지 접근한 적의 제1선 공격서렬이 쫙 흩어지며 풀숲에 숨겨들자 최현은 얼른 경기관총을 놓고 련락병을 안아일으켰다. 온기도 있고 맥박도 느껴졌다. 흙버무리가 된 얼굴에서 풀솔같은 속눈섭이 움죽거렸다. 푸르른 새벽빛속에서 눈동자가 반짝 열리는것 같다.

《살았구나.》

최현은 너무 기쁜김에 울음지르듯 소리치며 개인붕대포를 꺼내 련락병의 뒤골을 싸매주었다. 탄환이 뼈를 부슨것 같았다.

그의 손이 상처에 닿자 호리호리한 련락병의 몸이 쇠장대처럼 굳어지며 떨었다. 아픔에 정신을 차린듯 눈을 뜨고 입술을 깨물며 최현의 가슴팍을 꽉 움켜쥔다.

《죄꼼만 참아.》

최현은 어린애를 달래듯 속삭였다. 련락병은 여전히 바들바들 떨면서도 고개를 끄덕인다.

《군대가 왔나요?》

《군대?! 이제 오지. 이제.》

위생병이 와서 련락병을 가볍게 안아들어 군사부대대장의 시신을 눕힌 탄약고에 가져다 모로 눕혔다.

《려단장동지,이거 안되겠습니다.》

붕대를 엇가로 동인 가슴에 자동총을 건 중대장이 뛰여들었다.

《려단장동지, 떠나주십시오.》

《뭐라구?》

《저걸 보십시오.》

최현은 도로를 바라보았다. 불을 켠 자동차들이 꼬리를 물고 밀려들었다. 앞에 선 몇대는 장갑차였다. 길홈타기와 산비탈, 길건너의 보리밭에 엎드려있던 수백명의 적들이 우아-하고 일어 났다. 최현은 턱을 매만졌다.

《내가 떠나면 저놈들이 물러서는가?》

《그… 그런게 아니라 여긴 위험합니다.…》

《위험한건 여기가 아니야…》

최현은 입술을 피나게 깨물었다. 끈덕지게 자기를 바라보는 중대장의 시선을 느끼자 최현은 불시에 통절한 아픔과 분노를 느끼며 격하게 말했다.

《우리가 물러나면 적들은 어데까지 밀려갈지 모른다. 그럼 전쟁이란말이다.》

《이제야 전쟁 아닙니까.》

《안돼, 우리가 되게 치면 작년처럼 물러설게다.》

최현은 엉거주춤 허리를 굽히고 물러서는 중대장을 보다가 과연 지금의 정황으로 볼 때 자기 말처럼 되겠는가 생각했다.

(그러나 내 임무는 평화를 지키는것이라 했다.)

최현은 《도쯔께끼(돌격)!》를 부르는 적 지휘관의 웨침소리에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허, 왜놈군대에 있던놈이 지휘하는구나.)

《아오까! 항복하라…》

숨어배겼던 적들이 수백개의 그림자로 일떠나며 돌진해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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