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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의 년대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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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0-11-06 15:52 조회60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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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후 림성욱은 지붕공사장에 올라가있는 김광성을 만수대예술극장옆의 분수공원에 끌고가서 중심지붕을 2.2m 낮추자고 하는 남정기의 의견이 옳다는것을 납득시켜보려고 퍼그나 많은 말을 했다. 건축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는 김광성이여서 그만큼 진심을 담아이야기하면 두말하지 않고 수긍할줄 알았는데 그는 고집스럽게 곽운필의 주장이 옳다고 우기는것이였다. 이렇게 되여 그들사이에는 예상치 못했던 큰소리까지 오고갔다. 림성욱과 김광성이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의 뜻을 받들고 평양시건설을 시작한후 그날처럼 심각한 언쟁이 벌어지기는 처음이였다.

대학습당중심지붕문제를 림성욱이로서는 도저히 해결할수 없었다. 김정일동지께 보고드려 해결받는 이외에 다른 방도가 없다.

그러자면 수십년 건설부문에서 손잡고 함께 일해온 김광성을 어차피 꺼들일수밖에 없었다. 림성욱의 고충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헤여질 때 김광성이 괴로운 낯빛으로 하던 말을 듣고 림성욱은 더구나 마음이 착잡해졌다.

《사흘전에 당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가 있었소. 수령님께서 직접 소집하신 긴급회의였다고 하오.
수령님께서는 그날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의 신색이 몹시 나빠져가는 사실에 대하여 심려의 말씀을 하시며 당중앙위원회앞으로 보내온 수많은 편지들까지 보여주셨다고 하오. 얼마나 회의분위기가 엄숙했겠는지 알만하지 않소? 한마디로 말하면 이렇소. 회의에서는 전국각지 당조직들과 우리 인민의 한결같은 소망에 의해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 휴식을 보장하기로 결정했소… 관계부문일군이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 그 내용을 아뢰여드리자 그이께서는 아무런 말씀도 없으셨다고 하오. 며칠후 여느날처럼 또다시 현지지도를 떠나시며 동행한 일군들에게 하신 그이의 말씀을 전달받으면서 우린 모두 눈물을 흘렸소.수령님께선 만고풍상을 다 겪으시며 우리 인민에게 빼앗긴 나라를 찾아주시고 전후에는 집이 없는 인민들에게 집을 주시려고 빈터우에 평양을 일떠세우시지 않았는가, 자신께서는 우리 인민이 수령님의 은덕을 누리며 더 잘살게 되기를 바랄뿐이라고… 그래서 밤잠을 잊군 하는데 그게 무슨 고생인가고 하셨다오.》

김광성은 눈물이 그렁하여 땅바닥을 굽어보다가 혼자소리처럼 다시금 중얼거리였다.

《정말 더는… 학습당의 눈섭지붕을 까겠다는 말씀을 드리지 못하겠소. 그렇지 않아도 우리가 얼마나 많은 걱정을 드렸소.》

림성욱이도 뜻밖의 소식을 듣고 가슴이 아팠다. 지난 기간 소장으로서, 오랜 설계가로서, 지어 인간으로서 제구실을 온전히 못하여 그이께 심려를 드린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

림성욱은 차마 무슨 말을 할수가 없었다. 하지만 인민대학습당건설에서는 티끌만 한 흠집도 없게 하시려는것이 그이의 의도가 아닌가. 그 누구도 어길수 없는 일을 김광성이가 리해하지 못하는것이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비서동무, 난 비서동무가 진실로 그이의 심려를 덜어드리려는 마음이면 이제라도 생각을 돌려야 한다고 봅니다.》

《아니… 난 자신이 없소.》

그들은 제가끔의 괴로운 생각에 잠겨 고개를 숙이고 서있다가 말없이 헤여졌다.

탑건설장은 이날도 여전히 들끓었다.

림성욱에게는 이날따라 수백t짜리 대돌을 가공하느라 먼지를 뽀얗게 날리며 따르륵거리는 착암기소리가 번거로운 머리를 쪼아대는것만 같았다. 림성욱은 그 소리에 쫓기듯 대동강변으로 걸어나가 철썩철썩 잔물결이 밀려와 부딪치는 돌층계의 맨 아래계단에 내려가 멈춰섰다. 발치에서는 맑은 대동강물결이 무엇을 속삭이듯 출렁거리고있었다. 어떻게 할것인가? 김정일동지께 학습당중심지붕문제를 보고드려야겠지만 당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소식을 전해주던 김광성의 말이 자꾸만 되살아올라 망설이지 않을수 없었다.

김광성이가 말한것처럼 자신들이 해결할수 있는것이 아닌가. 대동강에서는 새하얀 위생복을 입은 사람들이 잔새우잡이를 하는지 강변을 오르내리고있었다. 자세히 보니 대동강의 수질을 조사하기 위해 의학과학원과 중앙위생방역소에서 나온 연구사들이였다. 그들을 바라보며 묵묵히 서있던 림성욱은 《소장동지!》하고 다급히 웨치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박광운이가 숨을 헐썩거리며 뛰여오면서 기쁨에 찬 목소리로 웨치고있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건설장에 나오셨습니다.》

《뭐요?》

림성욱은 와뜰 놀랐다. 그는 수심에 잠겨있던 사람같지 않게 활개를 내저으며 건설장을 향해 바삐 걸어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인사를 올리는 림성욱의 손을 반갑게 잡아주시면서 말씀하시였다.

《소장동무, 창광거리 30층주택이 다 됐다면서? 수고들 하였습니다.》

《설계가들과 시공자들은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30층주택에 나오시기만 눈이 까매서 기다리고있습니다.》

림성욱은 조금전의 번거롭던 생각에서 벗어나 활기에 차서 말씀드렸다.

《인차 시간을 내여 나가보도록 합시다. 가까이 와보니 주체사상탑이 정말 굉장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한참동안이나 우람차게 솟아오른 탑신을 쳐다보시였다. 그러시고는 대동강건너편의 남산재우에 장엄하게 솟아오른 인민대학습당을 마주 바라보시였다. 대동강을 사이에 두고 수도의 한복판에 축을 이루며 쌍벽으로 솟은 주체사상탑과 인민대학습당! 그이께서는 건설중에 있는 두 건축물을 번갈아보시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으시였다.

《지금 탑이 몇m나 올라갔습니까?》

《130m가량 됩니다.》

《대단합니다. 130m라니… 건설자들이 수고했습니다. 불과 서너달동안에 석탑을 그만치 높이 올린다는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 인민의 힘과 주체공업의 위력이 이 탑건설에서 과시되고있습니다. 이제 탑을 설계대로 150m까지 올리게 되면 정말 장관이겠습니다.》

《요즘도 밤이면 대동강물우에 불천지를 이룬 탑이 비껴서 흐느적거리는데 정말 볼만 합니다. 옥류교와 대동교를 건느는 사람들은 멈춰서서 대동강에 비낀 주체사상탑의 밤풍경을 구경하고서야 갈길을 가군 합니다.》

《나도 한번 옥류교를 지나다가 너무 멋있어서 차를 세우고 한참 바라본적이 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높은 석탑인데 이왕이면 우리가 한번 더 큰마음을 먹고 멋을 부려보는게 어떻습니까. 난 주체사상탑을 중심으로 해서 저기 강복판에서 한쌍의 대형분수가 솟구쳐오르게 하자는 생각인데 동무들의 의견을 들어봅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일군들을 둘러보시였다. 주체사상탑을 장식할 한쌍의 대형수중분수는 결코 수월하게 탐구된것이 아니였다. 어떻게 하든지 탑의 특색을 더 한층 잘 살리고 조형미를 부각할수 있는 방도를 모색하고 또 모색한 끝에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찾아내신 탐색의 산물이였다. 일군들과 설계가들은 너무나 뜻밖의 말씀이여서 어리둥절해진 표정으로 서있기만 했다. 강의 한복판에서 뿜어오르는 대형분수, 그러한 수중분수는 아직 고금동서의 그 어떤 이름난 건축가도 예술가도 기술자도 생각해본적이 없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전혀 새롭고 독창적인 대발명품이였기때문이였다.

《왜 대답이 없소?》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저희들은 정말 상상도 해보지 못한 일입니다.… 저희들은 조각과 정자로 탑의 시각적운치를 돋굴 생각만 했습니다. 누구도 대동강에 쌍분수를 놓을 생각은 못했습니다. 여태껏 모든 분수는 지상에 설치하고 강물을 끌어다 썼는데 강복판에 대형분수를 건설하자고 하시니 그저 저희들로서는 놀랍기만 합니다!》

너무도 흥분하여 목덜미까지 시뻘개진 림성욱이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다른 사람들도 일시에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니 모두들 찬성이란 말이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손으로 허공을 가르는 단호한 손짓과 함께 말씀하시였다.

《됐습니다. 동무들도 찬성이면 당장 공사에 착수합시다.분수를 놓을바엔 쪼물짝하게 만들지 말고 적어도 탑신높이와 같은 150m 높이로 쏴올릴수 있게 판을 크게 벌립시다. 대동강의 수질상태를 알아보니 분수를 공중에 쏴올려도 인체에 해롭지 않다고 합니다. 오히려 탑주변일대에서 떠오르는 먼지를 잡고 공기를 맑게 해주기때문에 사람들의 건강에 유익하다고 합니다. 시민들에게 유익한 점이 하나 더 불어나게 됐으니 수중분수를 만들면 꿩먹고 알먹는 셈입니다.》

그제야 림성욱은 위생복을 입은 사람들이 어째서 강변에서 수질검사를 하고있었으며 그것 역시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해당부문에 지시를 주신것임을 깨닫게 되였다. 번쩍이는 강물우에 시선을 멈추신 김정일동지께서도 가볍게 미소를 지으시였다.

《저 강물속에 분수가 솟구치게 하자면 강바닥에 지하뽐프장을 설치해야 합니다. 그걸 설계하고 시공하자면 조련치 않을것입니다. 참, 강문혁동문 왜 보이지 않습니까.》

《문혁동문 철근조립장에 있습니다.》

《그 동무가 몸이 나은후에 또 건설현장에서 숙식합니까?》

《예.》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말씀이 없으시였다. 일전에 병원침대에 누워있던 문혁의 모습이 얼핏 상기되시였다. 얼마나 성실하고 책임적인 청년기술자인가.

《정말 좋은 청년지식인입니다. 난 주체사상탑을 건설하면서 그런 믿음직한 청년을 알게 된것이 무엇보다 기쁩니다. 하지만 그 동무가 다시는 현장에서 밤을 패며 무리하지 못하게 하시오.》

그이께서는 간곡하게 당부하시고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소장동무랑 반대없다면 그 동무에게 수중분수를 설계할 과업을 맡깁시다.… 설계가 완성되면 그때 설계도 보고 그 동무도 만나보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수중분수문제를 락착지으시고 화제를 바꾸시였다.

《듣자니 동무넨 학습당의 중심지붕문제를 가지고 론쟁을 한다는데 어째서 의견이 일치되지 않습니까?》

림성욱은 얼른 대답을 못했다.

《문제가 심각한게로구만.》

《다름이아니라 설계가들은 적어도 2m이상 낮춰야 한다고 하는데 시공자들은 60㎝만 낮춰도 량켠에 새로 쌍기둥만 세우면 껑충한 감이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직 합의를 보지 못하고있습니다.》

림성욱은 어쩔수 없이 그이께 보고드려야겠다고 생각하던 문제를 론리정연하게 말씀올리였다.

《낮출바에는 60㎝정도 낮추기보다 2m쯤 낮추는것이 효과적일것 같은데 누가 그럽니까?》

《60㎝만 낮추면 눈섭지붕을 까지 않아도 되지만 2m이상 낮추는 경우엔 공사량과 시일이 엄청나기때문에 그러는것 같습니다.

사실 30t짜리 눈섭지붕을 열한개나 까서 실어낸다는게 보통 난공사가 아닙니다. 학습당건설에 동원된 건설자들이 모두 달라붙어 또 석달이상 걸리는 막대한 작업량입니다. 그래서 시공자들이 설계가들때문에 엄청난 헛공사를 했다면서 될수록 손을 적게 대는 방향에서 지붕을 낮추어보려고 하는것 같습니다. 설계가들이 아무리 주장해도 말이 먹어들어가지 않습니다. 시당비서동무가 설계가들을 도와주면 문제가 풀릴것 같은데 말입니다.》

림성욱은 말을 더 전개하지 못하였다. 친구의 허물을 들추어내는것 같은 면구스러움을 금할수 없었다. 하지만 김정일동지께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터놓으니 가슴속이 저으기 후련해지는것을 느꼈다.

《알만합니다. 시당비서동무가 시공자들의 주장을 들어주니 곽운필이 거기에 등대고 더 기세등등해서 뻗대겠지… 소장동무, 여기 공사장을 돌아본후에 나하구 학습당건설장으로 같이 갑시다.》

…탑건설정형을 더 구체적으로 료해하신 그이께서는 림성욱을 자신의 승용차에 태우고 건설장을 떠나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대동강을 건너가며 한동안 번거로운 생각에 잠기시였다. 시공자들이 품을 적게 들이고 지붕을 낮춰보려하는것은 리해할만 하다. 한데 평양시건설을 당적으로 책임진 김광성이 어째서 설계가들의 대담한 결심을 지지해주지 않고 시공자들의 편에 섰는가?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시공자들의 편에 설수도 있을것이다.

혹시 시공자들의 안이 충분한 축소효과를 낼수 있을것 같아 그들을 지지했는가? 그이께서는 이러저러한 생각을 해보셨지만 결국은 김광성이가 방대한 공사때문에 건설기일을 보장하지 못하게 될가봐 곽운필의 고집을 지지해주는것 같아서 마음이 괴로우시였다. 지금까지 오랜 건축가로서 자기의 성실하고 량심적인 노력을 건축혁명에 고스란히 바쳐왔는데 이제 와서 이 사업의 앞장에서 키잡이를 해야 할 시당비서가, 정치사업을 선행시키고 공사를 힘있게 내밀어주어야 할 김광성이가 보수주의, 소극성에 사로잡혀있는것이 아닌가. 주체사상탑기초안때에도 김광성은 이와 류사한 결함을 범하였었다. 수령님께서 건축전문가인 김광성을 이 부문의 당일군으로 파견하신 그 의도에 비추어보면 너무나도 기대에 어긋나는 관점과 작풍이 아닐수 없다. 이래가지고야 그가 어떻게 이 력사에 류례없는 건설혁명의 《정치위원》이라고 할수 있겠는가.

강문혁문제만 봐도 그렇다. 그를 과학기술적으로는 물론 더우기 정치적으로 이끌어주어야 했으나 그런데는 관심이 덜했다. 아무리 경이적인 건축물도 사람을 떠나서는 생각할수 없는것이다. 사람을 먼저 보아야 한다, 사람을…

김정일동지께서 남산재에 이르자 곽운필이 급히 달려와 몰탈이 게발린 모자를 벗어들고 허리굽혀 인사를 드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그를 지켜보시였다. 이젠 안하무인격의 드살군이 되여버린듯 한 곽운필에게 정신이 번쩍 들게 비판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드셨지만 면도도 제대로 못하고 보라감자모양 얼굴이 해볕에 탄 그의 모습을 보니 가슴속에 서렸던 노여움을 터놓기가 어려우시였다. 그렇다고 곽운필의 결함을 묵과해둘수도 없으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엄한 기색으로 말씀하시였다.

《참모장동무, 동무는 정황판단도 작전계획도 없이 냅다 밀기만 하는 땅크지휘관같은 관료주의를 언제면 버리겠소? 동문 쌍기둥을 세우면 중심지붕이 낮아보일수 있다고 한다는데 그건 누굴 속이자는거요?》

곽운필은 놀란 눈으로 김정일동지를 쳐다보았다. 그의 량볼 근육이 푸들푸들 경련을 일으켰다. 그러나 인차 제 잘못을 깨닫고 《알았습니다. 고치겠습니다.》하고 기운차게 대답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곽운필의 말을 제지하시듯 한손을 쳐들어보이시였다.

《가만!… 동무가 어떤 드살을 피웠는지 알기나 하고 알았다고 하오? 동무도 이 학습당이 우리 인민에게 주시는 수령님의 가장 큰 선물이라는것을 알지 않소. 그것도 보통 선물이 아니라 일군들이 내각청사를 짓자고 정전직후부터 제기해오는것을 20여년간이나 미루어오시다가 인민을 위한 대학습당을 건설하기로 결심하셨다는것을 동무도 잘 알지 않는가 말이요. 이런 중요한 건물을 어떻게 눈가림식으로 적당히 건설할수 있겠소. 동무가 지휘하는 시공자들속에는 당에서 바라는대로 학습당을 완전무결하게 건설하려고 설계가의 마음은 보지 않구 책임이나 따지며 걸고드는 동무까지 있다면서? 동무의 드살을 그대로 내버려두었다간 무슨 일을 칠지 모르겠소. 동무가 그냥 뻗대니 시당비서동무도 동요하는거요. 동무의 드살을 고치기 위해서는 사상총화를 해야겠소. 동무가 속한 당조직에서 자기 비판을 하시오. 동무가 어떤 비판을 하는지 내가 직접 보고받겠소.》

김정일동지께서는 말뚝처럼 굳어진 곽운필의 옆을 지나 학습당의 1호현관앞에 이르시였다. 골조작업이 끝난 중앙홀안에서 마치나 동굴속에서 누가 웨쳐대는듯 한 소리가 공명을 일으키며 울려나왔다. 대낮에도 컴컴한 거대한 구조물안에서 김광성이가 누구인가와 마주서서 목청을 높이고있었다. 어스크레한 어둠속에 붕대를 감은 오른팔을 가슴우에 드리운것으로 보아 상대는 남정기같았다.

《저게 남정기동무가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병원에서 안정을 해야 손이 빨리 낫는다고 말해도 현장을 떠나지 않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 림성욱이와 그런 이야기를 나누시는 동안에도 건물안의 웨침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역시 중심지붕문제와 관련한 언쟁이였다.

《남동무, 동문 정말 눈섭지붕을 몽땅 까자는거요? 그게 뭐 녀편네들이 동집게로 눈섭을 뽑는것처럼 식은죽 먹긴줄 아오?》

《비서동지, 아무리 힘들더라도 까낼건 까내구 들어낼건 들어내야 지붕이 낮아질게 아닙니까? 손톱눈만 한 흠집도 없는 학습당을 인민들에게 주시려는것이 위대한 수령님의 소원이신데 나는 수령님의 뜻을 실현하시려는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의 뜻을 한치의 에누리도 없이 관철하자는겁니다.》

《이 동무가? 못하는 말이 없구만. 그건 도대체 이 시당비서를 어떻게 알구 하는 소리요? 동무는 시공자들이 설계가를 재판에 넘겨야 한다고 말하는것을 알기나 하오?》

《압니다. 학습당이 완공된 다음에는 재판에 넘어가도 좋습니다. 비서동진 그 책임때문에 설계가의 량심을 버릴걸 요구합니까? 그렇다면 저는 비서동지의 요구를 받아들일수 없습니다. 중심지붕은 철저히 2. 2m 낮춰야 합니다.》

《좋구만, 얼마나 대담하고 량심적이요?… 한데 동문 너무 건방져!》

김광성은 성이 나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평소에 몹시 량순하던 일군이 자제력을 잃고 삿대질까지 했다. 남정기도 붕대를 감은 팔이 오르내릴 정도로 격분해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동행한 부관에게 시당비서를 데려오도록 이끄시고 건설지휘부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기시였다. 림성욱은 심각한 빛이 어린 그이의 안색을 지켜보며 한자리에 못박혀있었다.

련락을 받자마자 급히 달려온 김광성이 황황히 머리숙여 그이께 인사를 드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지휘부쪽을 가리키시였다.

《저기 지휘부에 갑시다.》

《예.》

김광성이 지휘부출입문을 열어드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텅 빈 방안으로 들어가 나무걸상에 걸터앉으시였다.

명색이 지휘부일뿐 얼럭덜럭하게 칠이 벗겨진 비품들이 눈에 띄였다. 책상우에 석대의 전화기가 놓였는데 하나는 송수화기가 터져 시커먼 접착제에 둘둘 감겨있다. 그이를 뒤따라 지휘부안으로 들어온 김광성은 눈 먼 사람처럼 문설주를 손더듬해짚고 그냥 서있었다. 그러는것이 이상하여 그이께서 눈여겨보시니 그의 얼굴모습이 여느때 같지 않았다. 안경이 없었던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코잔등에 안경자리만이 남아있는 그의 허전해진 얼굴을 측은히 지켜보시였다.

《안경은 어떻게 했소?》

《오늘 아침에 잃어버렸습니다.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김광성은 딴사람처럼 되여버린 생기없는 얼굴에 어설프게 웃음을 지었다.

《안경을 끼지 않으니 시당비서가 딴사람같이 보이누만.》

김정일동지께서는 겉으로는 웃으시였지만 자못 마음이 아프시였다. 안경을 어디서 잃었는지조차 모를만치 되였으니 얼마나 경황없이 지냈겠는가? 안경이 없으면 꼼짝 못하는 일군이였다. 자기 몸의 한부분이나 다름없는 물건을 잃고서도 새로 장만할만 한 짬을 짜내지 못한 모양이였다. 그러나 할말은 하셔야 했다.

《안경을 잃었으면 제때에 구해 써야지. 저기 마사진 전화기도 교체해야겠소.》

김광성은 어줍게 웃었다.

《알겠습니다. 이 지휘부의 전화라는게 새것을 갖다놔도 며칠이 못가 저 모양이 되고맙니다. 요즘은 설계가들의 성미도 보통 드세지 않습니다. 전화하다가 수화기를 멨다치는것쯤은 례상사입니다.

남정기동무까지 제 손뼈가 부서지는줄도 모르고 맨주먹으로 기와장을 두들겨 깨는 판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 한마디의 말을 통해서도 남정기에 대한 김광성의 태도가 어떤지 잘 알수 있으시였다.

《건설을 하느라면 성격이 좀 거칠어질수 있습니다. 분수없이 배짱도 부리게 되구.》

《사실은 그게 여간 큰 골치거리가 아닙니다. 벽도 문이라고 우겨대니 힘이 듭니다.》

《그들도 자기 주장이 옳다고 여길 때 우기겠지. 남정기동문 어떻게 돼서 맨주먹으로 기와장을 깼습니까?》

김광성은 무슨 사람이 그런지 모르겠다면서 남정기가 기와장을 깬 전후사연을 자세히 설명해드리였다. 그이께서는 말씀이 없이 그의 말을 듣기만 하시였다.

《비서동무, 그거야 이 지휘부의 송수화기를 내동댕이치는것과는 다르지 않습니까. 동문 남정기가 굉장한 주먹자랑이라도 한것처럼 말하지만 수령님께서 바라시는 기와를 기어이 지붕에 얹겠다는 마음이 얼마나 훌륭합니까. 혹시 아래사람들이 드살을 피우는게 아니라 시당비서동무가 그들의 심정을 몰라주는것이 아닙니까? 그래서 학습당의 중심지붕문제를 놓고도 어성을 높이면서 자기의 주장을 내려먹이구.》

김광성이 한풀 꺾인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사실은 남정기동무가 너무 고집을 부리기에… 쌍기둥만 세우면 지붕이 낮아보이겠는데 로력과 자재도 공사기일도 생각하지 않구 마구 우겨대니…》

김정일동지께서는 격해지시는 마음과는 달리 조용히 말씀하시였다.

《그 동무야 건물이 잘되자면 지붕을 푹 낮추는게 옳다고 생각해서 그러는게 아니겠습니까? 물론 설계가의 잘못으로 중심지붕이 높아지긴 했습니다. 그러나 남정기동무가 자기의 책임이나 모면하자는 사람이면 눈섭지붕을 까자고 하겠습니까. 안그렇습니까?》

《글쎄 그렇긴 한데…》

김광성은 그이상 말을 더하지 못하고 눈길을 내리깔았다.

《옳지 않습니다. 비서동무, 남정기동무의 주장에서는 당의 의도를 관철하려는 설계가의 량심이 보이지만 지붕을 60㎝만 낮추자는 시공자들과 비서동무의 주장에는 건설속도나 공사량을 보고 적당히 무난하게만 하려는것이 느껴집니다. 내가 직승기에서도 말하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야기했지만 비서동무는 수령님의 뜻을 명심해두고있는것 같지 않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 준절한 음성으로 말씀을 이으시였다,

《비서동무가 수령님의 의도를 명심하고있다면 어떻게 학습당을 적당하게 건설할 생각을 할수 있겠습니까. 비서동무는 확실히 이전의 김광성이가 아닙니다. 남정기동무를 학습당설계에서 떼자고 했을 때도 그러면 안된다고, 남동무의 열정과 탐구심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비서동무가 건축예술가의 위치에서 멀어져가는것 같아 내가 몇번이나 그 중요성을 강조했습니까. 그런데 동무는 누구보다 먼저 지지해나서야 할 강문혁동무의 혁신안도 묵살해버리려고 했습니다. 동무는 시간이 갈수록 자신도 모르게 설계도 사람도 책임지지 않는 일군으로 되여가는것 같습니다. 건축가의 가장 큰 재산인 창조력과 열정도 잃어버리구. 그러다나니 사람들을 아낄줄 모르는 일군이 되였다는것입니다.… 비서동문 달라졌습니다. 전쟁의 불바다속으로 측량기를 메고 뛰여다니며 평양시복구계획도를 만든 설계가인데 너무나도 많이 달라졌단 말입니다. 림성욱동무가 비서동무때문에 얼마나 속을 태우는지 압니까? 동문 곽운필동무와의 사업도 잘하지 못합니다. 그의 과격한 성격을 고려할 대신에 도리여 조장시키고있습니다. 동무의 결함은 이번에 학습당중심지붕문제에서 집중적으로 발로되였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자신께서 오히려 더 가슴이 아프신듯 말씀을 멈추시고 김광성을 바라보시였다. 흙먼지가 묻은 그의 볼을 적시면서 굵은 땀줄기가 흘러내리고있었다.

《비서동무, 비판이 접수됩니까?》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전 뭐라고 할 말이…》

김광성의 대답은 잦아들듯이 가늘어졌다.

《자기 결함을 똑똑히 알아야 합니다. 우리의 건설은 실무적인 사업이 아닙니다. 생각해보시오. 비서동무의 임무가 얼마나 중요합니까. 당에서는 비서동무와 같은 당일군들을 믿고있습니다. 그런데 비서동무는 근래에 와서 간과할수 없는 결함을 발로시키군 합니다.

비서동무는 창작가들이 책이나 화면에 인간의 형상을 창조하는 사업을 얼마나 힘들게 진행하는지 알고있을겁니다. 그런데 당일군은 책과 화면이 아니라 생활속에서 산 사람을 상대로 창조사업을 합니다.

책이나 화면에서는 잘못되면 수정하면 되지만 산 사람을 상대로 할 때에는 그것이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비서동무는 우선 지난날의 자신을 다시 찾아야 합니다. 그것도 이전의 자신 그대로가 아니라 비약하는 오늘의 현실속에서 시당비서의 중책을 안고 사업하는 김광성동무가 되여야 합니다. 열정적이며 탐구적인 건축가인 동시에 조직적수완, 혁명적전개력, 인정미를 지닌 일군으로서 수령님의 수도건설구상을 꽃피워나가는 참다운 당일군이 되여야 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나무걸상에서 일어나시며 김광성을 잠시 생각깊은 시선으로 마주보시였다.

김광성은 눈앞이 뿌옇게 흐려졌다. 얼마후 건설장의 진창길로 멀어져가는 승용차를 바래우고 지휘부안으로 들어온 김광성은 한동안 걸상에 앉을 생각을 잊고 얼혼이 나간 사람처럼 서있었다. 이윽고 그는 걸상등받이를 끌어안고 어깨를 들먹이기 시작하였다. 아마도 그렇듯 격정에 찬 사나이의 흐느낌이 그의 일생에서는 이제껏 한번도 없었을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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