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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의 년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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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0-10-08 15:57 조회54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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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전만 하여도 엉성하던 평양산원건설이 완공단계에 이르렀다. 지금은 내부작업이 한창이였다. 밤낮으로들끓던 건설장주변은 벌써 깨끗이 정리되였다. 발대목들이 해체되고 꽃밭들이 생겨나고 잔디가 입혀지고 나무들을 심기 시작하였다. 산원건설을 맡은 돌격대원들의 외모도 다들 산뜻해졌다. 건설을 책임진 곽운필의 생활에서도 새로운 변화가 일어났다.

그는 이번 《건설전투》기간에도 노상 현장에서 밤을 새우며 《중땅크》의 솜씨를 남김없이 과시하였다. 얼핏 보기에는 얼굴생김이 칼칼하고 몸집도 체소한 편이여서 약골일것 같은데 여간 강기가 있지 않았다.

하루에 잠은 겨우 두세시간정도 자는것이 고작이였다. 그렇게 토끼잠을 자고는 언제나 건설현장에 나가 붙어지냈다. 건설지휘부는 물론 중대부에조차 한시도 앉아배기지 못하는 성미다보니 그의 로동화바닥에는 몰탈과 흙덩이가 언제나 엉켜붙어있었다.

바로 그 곽운필이가 건설지휘부의 도색이 벗겨진 책상앞에 앉아서 소설책을 보느라 여념이 없다. 말쑥한 외출복차림에 머리까지 반드르하게 빗어넘긴 그의 코등에는 도수안경이 위태롭게 걸려있었다. 공사장에 나가면 날고뛰는 일군이 책장은 왜 그리도 느리게 넘기는지 목침같은 소설을 언제 다 보랴 싶었다. 낮일이 끝난 저녁녘 건설지휘부 옆방의 방송원처녀가 청소도구를 들고 들어서다가 곽운필의 그 모양을 보고 키득키득 웃어댔다. 운필은 처녀가 웃음을 감추지 못하는데도 책에서 눈길을 떼지 않았다.

《왜 웃어?》

곽운필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전 또 누군가 했어요.》

《참모장도 몰라봐?》

그는 퉁명스럽게 말하고 창문쪽으로 돌아앉았다.

《참모장동지도 소설을 봐요?》

처녀가 또 한번 손등을 입가에 가져다대였다.

《재미있어요?》

《공사도 끝나가고 심심해서 꺼내들었는데 눈물이 나게 썼구만. 코마루가 찡해서 겨우 보는중이야. 아마 소설은 이런 멋에 읽는가봐.》

곽운필은 정말 감동이 된듯 눈을 슴벅거리였다. 그는 책상우의 전화기가 찌르릉찌르릉 울어대는데도 받을념을 안했다.

《참모장동지, 전화가 왔어요.》

처녀가 또다시 터지는 웃음을 참으며 귀뜀을 했다.

《동무가 받소.》

《일없겠어요?》

《이거 자꾸 감정이 깨지게 말시키지 말라구.》

처녀가 송곳이를 살짝 드러내보이며 송수화기를 조심히 들었다.

《여보세요. 산원건설지휘부예요. 어디세요?》

《시당의 김광성이요. 참모장동무 있소?》

송수화기안의 챙챙한 목소리가 곽운필의 귀에까지 울려왔다.

곽운필은 소설책을 책상우에 올려놓고 송수화기를 넘겨받았다.

《곽운필이요. 남의 독서를 방해하면서 왜 찾소?》

곽운필은 김광성이와 직업상 차이가 있지만 다년간 사업과정에 친밀해져서 흠이 없는 사이였다. 김광성과 성욱소장이설계부문의 로장이라면 곽운필은 시공부문의 강자로 그들과 대등한 권위를 지니고있는 건설일군이였다.

《곽참모장이 소설을 다 보구… 어데 나사가 좀 풀린게 아니요?》

《나도 비서동무를 본따자는거요-》

김광성이 유능한 건축가일뿐아니라 소설애독가라는것은 누구나 다 알고있다.

《귀맛이 좋구만.》

《비서동문 사업작풍문제때문에 말을 듣지 않지만 이 곽운필이야 관료주의자로 유명하지 않소. 그런데 소설을 읽기 시작하니 우선 목대의 근육이 녹신녹신해지누만. 뭔가 좀 자라는것 같단말이요.》

김광성은 《중땅크》의 허물없는 롱담에 허허 웃었다.

《참모장, 제발 싱거운 소릴랑 말고 여기로 빨리 건너오기나 하오.》

《어디루? 혹시 륜환선거리설계안이 나오지 않았소?》

《요즘은 통 륜환선거리밖에 모르는군. 그런게아니구 인민대학습당형성안이 완성되여김정일동지께서 나와보시겠다는 말씀이 계셨소.》

《뭐요?》

곽운필은 움쩍 놀라며 자리에서 뛰쳐일어났다.

(그런즉 내가 남산재우에 옮겨앉게 되는가?)

곽운필은 철함속에 소설책을 집어넣고 바람을 일구며 지휘부에서 뛰여나갔다. 설계가 완성되였다는 말을 들어봐선 대학습당건설이 곧 추진될 모양이였다. 평양산원의 기본공사를 끝내고 새로운 건설대상이 차례지기만을 기다리던 곽운필은 벌써 인민대학습당의 시공을 넘겨받은듯 한 마음이였다.

얼마후 인민대학습당설계집단이 차지한 중앙도서관마당에 당도한 그는 《갱생》차의 문짝을 꽝 후려닫고 출입문안에 급히 들어섰다. 곽운필이 숨이 턱에 닿아 2층홀로 올라가자 거기에는 김광성과 림성욱 그밖에도 여러명의 설계가들이 모여서 무슨 이야기인가를 즐겁게 나누고있었다.

《참모장이 왔구만. 번개같군.》

김광성이 숨이 차 헐떡이는 그를 돌아보면서 시물시물 웃었다.

《그이께서 언제 나오신다오?》

《우리도 모두 초초히 기다리는중이요. 오실 때까지 학습당이나 구경하오.》

곽운필은 넓은 탁우에 놓인 인민대학습당모형을 대하자 앙바틈한 상체를 뒤로 젖히였다. 동양에서 제일 큰 건물로 건설한 학습당은 놀랍고 어마어마했다. 총체적인 장엄함과 절묘함은 말할것없고 기러기떼가 깃을 펼쳐들고 금시 날아오르는듯 한 합각지붕들은 볼수록 황홀하였다. 매 층마다에 품위있게 세운 원형기둥들은 또 얼마나 화려한가? 너무 고풍이 나게 채색한 단청이며 일부 마음에 들지 않은 개소가 있었지만 그만하면 괜찮게 설계된 건축예술품이였다.

《참모장동무, 감상이 어떻소?》

《굉장하오. 큰마음먹구 설계했구만. 저런 명물은 세상에 나서 처음 보오.》

곽운필은 갈데없는 대걸작이 되겠다고 찬탄하기를 마지 않았다.

《여보 참모장, 저 남동무 듣는데서 너무 찬사를 퍼붓지 마오.》

림성욱이 설계가들속에 서있는 남정기를 곁눈질해보면서 허허 웃었다.

《그럼 졸작이라고 하겠소?… 하긴 다 잘된건 아니요.》

한참 칭찬을 늘어놓던 곽운필이 돌변하는통에 모두들 어리둥절해졌다.

《그건 무슨 소리요. 혹시 참모장동무의 옛날포재가 나오는게 아니요?》

김광성이가 한마디 롱조로 건넨 그말이 오히려 방안의 분위기를 따분하게 만들었다.

《그러지 않아도 또 도끼입질을 한단말 들을가봐 칭찬을 했댔소. 어딘가없이 봉건냄새가 나는데두 말이요.》

곽운필은 제 성미대로 속심을 툭 털어놓고 말했다. 그러나 림성욱은 이렇다할 건축학적인 규명이 없이 단마디로 잘못되였다고 혹평하는 그의 말을 침묵으로 일축해버렸다. 그러다가 곽운필이 무색해 할가봐서인지 한마디 하였다.

《글쎄 참모장동문 불만이 많은것 같은데 참작은 합시다.》

림성욱이가 고작 례절이나 지키는 정도로 말하자 곽운필은 쓰겁게 입을 다시였다. 그 역시 설계가들이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는데 괜히 더운밥 먹고 식은소리 할것 없다는듯 침묵을 지키다가 넌지시 물었다.

《요즘 륜환선거리형성안은 잘돼가오?》

《말두 마오. 지금 철거세대문제때문에 골머리를 앓는중이요. 현실적으로 거기서 얼마나 빠질수 있겠는지 그것이 확정돼야 형성안을 만들게 아니요.》

《시행정위원회 사람들은 뭘 한다오. 이것저것 재다가 공사기일을 다 놓치면 우린 녹소. 어물거릴 사이가 있소?》

곽운필은 설계가 늦어지면 골탕을 먹을 사람은 자기네 시공자들밖에 없다는 뜻이 담긴 말을 하고나서 남정기를 향해 돌아섰다.

《남동무, 내말을 섭섭하게 생각말라구. 내가 잘못 볼수도 있잖소?》

《별말씀을… 전 지금 대학입학시험합격자명단이 발표되기를 기다릴 때보다 더 조마조마합니다. 어찌나 가슴이 조이는지 통 진정할수 없습니다.》

남정기는 아직까지 한번도 김정일동지를 몸가까이 모시고 그이의 직접적인 가르치심을 받아본적이 없었다. 그런만큼 그이께서 오늘 친히 자기가 만든 대학습당형성안을 보시러 나오신다는 기별을 받은 순간부터 가슴이 몹시 두근거렸다. 그것은 오래전부터 동경해온 희세의 위인을 난생처음 만나뵙게 되는 사람들일반이 품게 되는 흥분과 영예감의 분출인 동시에 자신의 고심참담한 노력의 산물에 대한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의 평가를 받게된다는 당사자만이 품을수 있는 일종의 위구심과 불안감의 소용돌이이기도 했다.

남정기는 인민대학습당설계시작에 착수하던 당초부터 이 거대한 건축물을 현대조선을 대표할수 있는 대걸작으로 만들리라는 욕심을 품어왔었다. 로씨야에서는 크레믈리궁전이, 중국에서는 천안문이, 도이췰란드에서는 베를린시청이, 미국에서는 백악관이나 펜타곤이, 프랑스에서는 베르사이유궁전이나 에펠탑이 그 나라를 상징하는 대표적건축물로 되고있는것처럼 우리에게는 인민대학습당이 그런 대표적인 지위를 차지하는 건물로 되게 하자는것이였다. 인민대학습당이 조선을 대표하는 건축물로 되게 하기위하여 그는 우리 나라와 외국의 유명하다고하는 건축물들을 모두 분석적으로 연구해보았으며 자기가 제출한 인민대학습당형성시안이 국가심의위원회에서 최우수작으로 당선되여 구체적인 설계단계에 들어선 다음에도 림성욱소장의 적극적인 지도와 도움을 받으며 불합리한 개소들을 수없이 뜯어고치였다. 다른 한편 자기에게 배속된 설계가들과 여러차례 협의회를 열고 진지한 론전을 벌리면서도 림성욱의 의견을 우선 존중시했음은 물론이다. 그는 수많은 설계가들과 함께 반년동안이나 자기의 심혼을 다 바친 고심어린 노력끝에 마침내 오늘날과 같은 설계도를 완성하였으며 모형도도 만들어냈다.

형성시안이 제출되였을 때에 환성을 올리며 최우수작이라는 평가를 내렸던 국가심의위원회 성원들은 보는 사람마다가 형성시안때보다 더 세련되고 완벽해진 설계도와 모형도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맨 마지막에 모형도를 본 곽운필이가 좀 불만을 말했지만 성공적인것은 확실한것 같았다.

그렇지만 남정기는 도무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김정일동지께서 어떻게 평가하시겠는지 예측할수 없기때문이였다.

김광성이 남정기더러 자신을 가지라고 몇번이나 귀뜀해주었지만 남정기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여전히 모형도앞에서 서성거리였다.

《하, 이 사람이 아직두 여기서 어슬렁거리는구만. 얼른 가서 면도나 하라구. 그런 몰골로 그이앞에나설수야 없지 않나? 자, 어서 세면장에 가서 멀끔하게 밀어치우라구. 시간이 얼마 안남았소. 덤벼쳐서 턱을 베지 않도록 조심하라구.》

김광성이 그의 팔소매를 슬그머니 잡아당겼다. 엊그제 면도를 하느라고 했는데 턱을 만져보니 정말로 보통 꺼시시하지 않았다.

가까스로 형성안을 끝낸 다음날에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나오실줄은 생각도 못하고 아침에 턱수염도 밀지 못하고 집에서 떠난 남정기였다. 그는 세면장으로 달려가서 수염을 반반히 밀어치우고 돌아왔다.

그때 느닷없이 정무원 총리가 나타났다. 그가 오리라는것을 예감 못하였던 일군들과 설계가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총리는 그저 지나가는 길에 잠간 들린듯이 인민대학습당모형사판을 대충 둘러보고나서 림성욱을 돌아보았다.

《소장동무, 저게 합각이요 아니면 학각이요?》

총리는 인민대학습당의 경쾌한 지붕을 가리키면서 느닷없이 묻는것이였다.

《총리동지, 어느쪽도 틀리지 않습니다.》

《그렇군.》

총리는 심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천히 뒤돌아서 복도로 나가버리였다. 방안의 사람들은 어떻게 된 감투끈인지 몰라서 모두 의아해하며 마주 보았다. 그러다가 모르는게없이 박식하다는 총리가 조선식지붕형식을 뭐라고 부르는지를 몰라서가 아니라 너무나 긴장돼있는 림성욱과 대학습당설계관계자들의 마음을 늦춰주려고 일부러 물어보았다는것을 알아채고는 마음속으로 다들 (능청스러운 늙은이)라고들 생각하였다.

정무원 총리가 능청을 부리고 나갔지만 림성욱이도 남정기도 더더욱 긴장해졌다. 총리가 나타난것으로 보아 김정일동지께서 나오실 시각이 박두했음을 직감한것이다.

《우리도 이젠 바깥에 나가 대기합시다.》

김광성이 곽운필을 돌아보며 말했다. 여러 사람들이 김광성을 따라 현관밖으로 나갔다. 림성욱이와 남정기만이 방안에 남아서 대학습당모형을 다시금 깐깐히 살펴보았다.

《소장동지, 어떻게 될가요?》

남정기가 불안이 어린 목소리로 림성욱에게 물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오. 마음을 든든하게 가집시다.》

림성욱의 음성에는 락관과 자신심마저 울리는듯 싶었다.

두 사람은 서두르기 시작했다. 남정기는 형성관의 육중한 쌍문을 꼭 닫고 돌아서서 림성욱을 따라 아래층 복도로 달려내려갔다.그가 다급히 몇걸음 옮기는데 벌써 저쯤 출입문안으로 김정일동지께서 총리와 몇몇 수원들을 거느리시고 활달한 걸음으로 들어오고계시였다. 남정기는 깊숙이 허리를 굽혀 인사를 올리였다.

《이 동무가 인민대학습당설계를 담당한 대상책임자 남정기동무입니다.》

옆에서 림성욱이 그이께 소개의 말씀을 드렸다.

《그렇습니까? 수고많았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환히 웃으시며 남정기의 손을 다정히 잡아주시였다. 순간 안개처럼 가슴속에 서리였던 불안이 말끔히 가셔지고 심신이 일시에 정화되는것 같았다. 그는 김정일동지의 뒤를 따라 꿈꾸듯 걸음을 옮기였다.

어느덧 김정일동지께서는 인민대학습당 모형사판이 진렬돼있는 방문앞에 이르시였다. 림성욱이와 남정기가 량쪽에 갈라서서 시누런 문양이 새겨진 문손잡이를 잡아쥐고 출입문을 정중히 열었다. 널직한 광실 한가운데서 인민대학습당모형이 웅건한 자태를 드러내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모형사판으로 다가가시였다. 가슴을 옥죄는 숭엄한 정적이 장내에 깃들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미소가 어린 밝은 모습으로 인민대학습당모형을 이윽히 바라보시였다. 때로는 걸음을 옮기기도 하시였다. 예지로 빛나는 눈길이 전체로, 부분으로 흘러가고 또 머물렀다.

림성욱이도 남정기도 다른 사람들도 손에 땀을 쥐고 그이의 얼굴만 초조히 지켜보았다. 120명의 설계집단이 반년간이나 밤을 새워가며 완성한 대건축물이 최종적인 평가를 받게 되는 시각이여서 숨을 내쉬기도 어려웠다. 드넓은 방안은 물뿌린듯이 고요하였다. 가끔 그이께서 사판의 정면과 측면으로 자리를 옮기시는 발걸음소리만이 방안의 정적을 깨뜨렸다. 성공인가 아니면 실패인가.

드디여 김정일동지께서는 한걸음 뒤로 물러서며 림성욱이쪽으로 돌아서시였다.

《대단히 수고들 했습니다.》

그이의 음성은 저력있게 울리였다. 아직은 설계가들이 기울인 노력과 수고에 대한 인사의 말씀뿐이시였다. 그다음엔 무슨 평가의 말씀을 하시겠는지? 설계가들은 가슴을 조이며 긴장해서 서있었다.

《정말 수고했습니다. 아주 많은 품을 들였다는것이 알립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여전히 밝은 미소를 띄운 안색으로 또 한번 힘주어 말씀하시고 림성욱에게 시선을 던지시였다.

《소장동무, 여기에 얼마만 한 품을 들였습니까?》

《120명의 설계가들이 반년동안 주야로 작업했습니다.》

《큰 력량이 달라붙었구만.》

김정일동지께서는 혼자말씀처럼 뇌이시고 인민대학습당의 푸른 지붕들을 다시금 자세히 눈여겨보시다가 반쯤 돌아서시였다.

《남정기동무, 우리 나라 력사에서 탑이 건립되기 시작한것은 어느 때부터입니까?》

남정기는 뜻밖의 질문을 받고 얼떠름한 표정이 되여버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 무슨 일로 갑자기 탑의 력사에 대해 문의하시는지 알수 없었다.

《불교에서 발생했다고 보구있습니다. 불교가 성행하기전에는 탑건축이 별로 없었던것 같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시며 말씀하시였다.

《우리 나라 도처에 있는 옛 탑들은 거의 모두가 불당을 상징하는 건축물들이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원래 불탑은 불사리를 넣어두는 무덤건축이였습니다. 불교가 성행한 시기에는 각곳에 절간기념물로도 많이 세워졌습니다. 한때 우리 나라 건축의 시조라고 불리운 불국사의 다보탑과 석가탑이 그 대표적인것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말을 주의깊게 들어주시면서 여전히 인민대학습당모형에서 시선을 떼지 않으시였다.

우리 나라 고전건축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있는 탑은 불교의 전파와 직접 관련되는 건물로 종교적인 신비성이 농후한것이 특징이였다. 고려초기에는 다각에 5층이상의 다층탑들이 건립되였으며 점차 형태가 장중하고 화려해졌다. 탑꼭대기의 상륜부는 청동제로 되고 탑개의 추녀끝마다 풍경을 매달아 음향적인 효과까지 내면서 집요하게 종교적숭배심과 위압감을 고취하여왔다.

《그런데 보시오. 남정기동무… 인민대학습당모형이 어쩐지 불탑과 비슷해 보이지 않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 남정기쪽으로 돌아서서 나직이 물으시였다.

《예?》

남정기는 심장이 멎는듯싶었다. 눈앞이 캄캄하게 어두워졌다가 서서히 다시 밝아졌다. 학습당모형이 망막으로 육박해왔다. 그는 두눈을 크게 뜨고 대학습당모형을 뚫어지게 들여다보았다. 저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의 눈앞에 웅장화려하게 솟은 (좀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보였던) 이 건물모형은 틀림없이 불당을 련상시키고있었다.

4층겹집으로 높이 형성한 인민대학습당의 총체적인 모습이 하나의 거대한 불당을 방불케하면서 눈을 아프게 찔렀다.

민족적양식미를 살리려고 단청을 입힌 붉은 기둥도 여불없는 불당의 기둥이였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불당… 불당처럼… 보입니다.》

남정기는 신음하듯 부르짖고나서 창백해진 얼굴을 무겁게 떨어뜨리였다. 심장이 옥죄여들어 견디기 어려웠다. 그는 가까스로 몸을 가누고 서있었다.

《다른 동무들의 의견이 어떤지 좀 들어봅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결론을 서두르지 않으시며 뒤에 선 곽운필을 돌아다보시였다.

《참모장동문 어떻게 생각합니까?》

곽운필은 얼른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리였다.

설계가들이 인민대학습당형성안을 성과작이라고 극구 찬양할 때 유독 혼자서 시원치않게 보았던 곽운필이였다. 그러나 그는 자기의 견해가 옳았다는것을 느끼자 오히려 얼굴을 붉히며 대답을 못하였다. 겉보기에는 거칠어도 속이 깊고 인정미가 있는 곽운필의 인간됨을 잘 알고있는 림성욱이 그를 대신하여 그이께 솔직히 말씀드리였다.

《참모장동문 학습당형성안이 봉건냄새가 나서 틀렸다고 했습니다. 그땐 론리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만 하다보니… 저희들이 미처…》

림성욱이 죄스러운 빛을 띠고 그이를 바라보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서운한 기색으로 서계시다가 조용히 말씀하시였다.

《인민대학습당설계에 노력은 많이 들였는데 잘되지 못하였습니다. 참모장동무가 옳은 의견을 제기하였습니다. 보시오. 물론 동무들이 민족적형식을 살리면서 현대감이 나게 설계하려고 한 의도는 보입니다.… 하지만 의도와는 달리 총체적으로 풍기는 인상이 불당처럼 되고말았습니다.… 전체적으로 봐도 그런 느낌이 들고 부분을 뜯어봐도 그런 느낌이 듭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단청 하나만 봐도 조잡하고 현대감이 나지 않습니다. 개성부근의 여러곳에 있는 절간들을 보면 단청이 울긋불긋하고 란관에까지 붉은 칠을 하였습니다.

사원을 왕궁처럼 장엄하고 사치하게 장식한것은 탑과 마찬가지로 불교를 내세우기 위한데 목적이 있었습니다.… 동무들이 설계한 인민대학습당이 그 모양을 본딴것처럼 되였습니다. 인민대학습당의 성격을 잘못 리해하였습니다.》

남정기는 컴컴하게 질린 얼굴로 묵묵히 서있었다. 어찌하여 자기가 이렇듯 큰 과오를 범했는지 알수 없었다. 지금 이 시각에는 불보듯 명백한 결함을 120명의 대설계집단이 여섯달동안이나 전투를 벌리면서도 어찌하여 그것을 발견하지 못했는지 알수 없었다.

남정기는 머리를 떨군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전 인민대학습당을… 세상에서 제일 요란한 건축물로 설계하려고만 하였습니다. 요란하고 현란한것을 추구한 나머지… 인민대학습당설계를 망친것 같습니다. 면목이 없습니다.》

남정기가 괴로와하는 모양을 측은히 지켜보시던 그이께서는 한참후에야 근엄한 표정으로 말씀하시였다.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집을 설계해내겠다는 욕망이야 나쁠게 있습니까. 욕심이 없구 배짱이 없는 건축가는 참다운 건축가라고 할수 없습니다. 문제는 건축가의 탐구와 욕심이 우리 수령님의 의도와 우리 인민의 미감에 부합되여야 은을 내고 빛을 낼수 있는건데… 그렇게 되지 못한것이 유감입니다.》

짙은 실망이 어린 음성이였다. 잠시 침묵속에 모형사판앞을 이리저리 거니시던 그이께서는 가슴속에 서린 괴로움을 감추지 못하시며 안타깝게 말씀을 이으시였다.

《동무들은 수도의 제일중심에 그 어떤 건물도 앉히지 못하게 하고 거기에는 오로지 인민을 위한 대학습전당을 앉혀야 한다고 하신 수령님의 진의도를 파악하지 못하였기때문에 온 설계집단이 달라붙어서 반년동안이나 고생했지만 실패하였습니다. 수령님께서는 김일성광장을 앞에 끼고있는 수도의 한복판에 있는 제일 좋은 터전인 남산재에 내각종합청사를 앉히자고 했을 때도 반대하셨고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청사를 앉히자는것도 반대하시였으며 의사당을 앉히는것도 반대하시였습니다. 수령님께서는 다른 나라에서는 수도의 중심자리에 인민을 통치하는 관청을 앉히지만 우리는 절대로 그렇게 할수 없다고 하시면서 그 자리에는 반드시 인민들이 항시 모여들어 활용할 인민을 위한 대건축물을 앉혀야 한다고 하시였습니다.

수령님께서 그렇게 하신것은 인민을 하늘같이 여기시는데서 출발하신것입니다. 다시말해서 인민을 하늘같이 여기시는 수령님께서는 인민이 주인으로 되고있으며 실제적인 통치자로 되고있는 우리 나라의 인민적성격을 바로 수도의 한복판에 세우는 건축물에 구현하자는것이였습니다. 그러므로 인민대학습당은 단순히 인민이 모여들어 학습하는 대전당이기만 한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직관적으로 인민대중중심의 우리 식 사회주의의 얼굴이나 다름없는 건축물입니다. 그렇기때문에 인민대학습당은 그 성격에 맞게 마땅히 조선식으로 돼야 할뿐아니라 가장 철저하게 인민적인것으로 되여야 합니다.… 동무들은 민족적특성을 잘못 리해하고 복고주의적오유를 범하여 불당식으로 만들었는데 위대한 수령님의 의도에 맞게 조선식으로 인민의 미감에 맞는 건축물로 설계를 개작해야 하겠습니다.》

가슴이 꺼지는듯 한 절망감에 싸여있던 남정기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인민대중중심의 우리 식 사회주의! 그 상징! 그 얼굴!) 이 낱말들이 연거퍼 우뢰소리처럼 머리속에 울려왔다.

(과연 비범한분이시구나!)

자기가 도저히 보상하기 어려운 큰 과오를 범한 처지에 있다는것마저 잊고 그는 마음속으로 탄복해 부르짖었다. 귀전에서는 좀전보다 퍼그나 누그러지신 그이의 음성이 친근하게 울려왔다.

《수령님께 보고드리기전에 내가 먼저 나오길 정말 잘했습니다. 앞으로 설계를 수정할 때에는 규모도 좀 줄여야 하겠습니다. 총 건평 17만㎡이면 남산재의 덩지에 비해 너무 요란합니다.

규모만으로 대작을 만들 생각을 하지 말고 내용적으로 대작이 되게 해야 합니다.… 가장 아름답고 훌륭한것은 조화로운것이라는것을 명심하시오.》

이윽고 그이께서는 출입문을 향해 걸음을 옮겨가시다가 고개를 푹 떨구고있는 림성욱이와 김광성에게 하루빨리 학습당설계를 수정완성하라고 다시한번 간곡하게 당부를 하시였다.

남정기는 눈앞이 흐려와서 그이의 뒤모습을 제대로 가려보지 못하였다. 자기의 설계에서 발로된 복고주의적결함도 엄중하지만 거기에 투하된 막대한 시간과 로력은 무엇으로써도 보상할수 없는것이였다. 남정기는 몇해전에 만경대천석식당을 설계하고 수령님으로부터 과분한 치하를 받았다. 그때 사업소에서도 천석식당을 중요대상건설에 포함시켜 힘을 넣는다고 하였지만 고작 4명의 보조설계원들을 그에게 붙여주었을뿐이였다. 대학습당설계에는 그와 대비도 할수 없는 엄청난 설계력량이 망라되였다. 한데 이렇게 넘어져버리다니… 남정기는 저린 가슴속에서 솟구쳐오르는 눈물을 걷잡을길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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