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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의 년대 1 - 총서 불멸의 향도 중에서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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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0-10-02 16:36 조회56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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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장

1

밤이 깊었으나 림성욱은 눈을 붙이지 못하고 침대우에서 이리저리 뒤척이였다. 드센 주먹으로 숙영각의 창문을 두드려대는듯 한 사나운 바람소리며 울창한 원시림의 설레임소리 그리고 철썩철썩 기슭을 치는 삼지연의 물소리는 가뜩이나 안정을 잃은 그의 마음을 번거롭게 헤집어놓았다.

성욱은 손더듬으로 침대머리의 탁상등을 찾아 불을 켰다. 로년기에 와서 비대해지는 몸을 무겁게 일으켜 침대에 걸터앉은 그는 잠을 설친탓으로 부석부석해진 두눈을 비비였다. 예정했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허탕을 치고있다는 자책감이 또다시 가슴을 허비고 드는것이였다.

나라에서 제일 권위있고 유력한 설계사업소를 책임지고있는 그는 벌써 닷새째나 소득이 없이 삼지연일대를 안타까이 편답하고있었다. 불원간에 착공할 중요대상인 빙상관설계시안작성을 위한 현지답사였다. 지금 평양에서는 래년도에 열릴 당 제6차대회를 앞두고 방대한 건설을 진행하고있었다. 산원과 창광원은 이미 설계가 완성되여 시공에 들어갔고 인민대학습당도 형성안이 완결되여가는 단계에 들어섰는데 빙상관만은 아직까지 어떤 모양의 건축물로 하겠는가 하는 초보적인 합의도 보지 못하고있었다. 설계가들속에서 현상모집까지 벌렸지만 신통한 형성안이 나오지 않았다.

이리저리 고심하던 성욱은 해마다 전국적인 스키경기와 빙상경기가 진행되군 하는 삼지연지구를 밟아보며 사색을 굴리느라면 좋은 착상을 얻을것 같아 조바심을 치며 부랴부랴 이리로 떠나온것이였다.

그러나 유명한 삼지연스키장과 삼지연빙상경기장에 대한 현지답사는 절기를 고려함이 없이 서둘러 찾아 온탓인지 그에게 아무런 기대도 안겨주지 않았다. 여름철의 텅 빈 야외빙상경기장은 그 어떤 창작적령감도 불러일으켜주지 못했던것이다. 그래도 미련을 버릴수 없어 닷새동안이나 울창한 숲으로 뒤덮인 산발들과 못가를 편답하였지만 공연히 고생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이 새자 연푸른 새벽운무를 두르고 거연히 솟은 백두성산의 위용에 눌리운듯 간밤의 사나운 바람질은 잦아버리고 맑게 개인 하늘이 백두산을 옹위하듯 치솟은 크고 작은 련봉들우에 파랗게 비끼였다.

림성욱은 일찌감치 조반을 치르고나자 딱히 이렇다할 타산도 없이 다시한번 스키장으로 올라가보고싶은 생각이 났다. 그가 등산삭도를 타고 공중에서 스키장을 부감하고있는데 갱생차 한대가 다급한 경적소리를 내며 삭도밑으로 달려왔다. 차에서 뛰여내린 이곳 군당의 선전비서가 입에 손을 모아 붙이고 목청을 높여 그를 찾더니 평양시당비서한테서 급히 돌아와달라는 전화가 왔다고 소리소리 질렀다.

(불시에 웬 호출인가?)

시당비서 김광성이가 찾았다면 필경 건설과 관련된 긴급한 용무임이 틀림없었다. 당에서 래년도 건설계획안을 하루속히 제출하라는 독촉이라도 받은것인가, 아니면 온 사업소의 설계력량이 달라붙다싶이 하여 힘있게 추진하고 있는 인민대학습당형성안제작에서 무슨 일이 생긴거나 아닌가? 출장을 떠날 때 김광성이가 며칠안으로 결속짓게 될 학습당의 형성안때문에 걱정하며 될수록 빨리 돌아오라고 당부하던 말이 귀전에 울려왔다. 아무튼 급히 가봐야 하였다.

혜산쪽으로 내려가는 아침빽빽이차는 이미 떠난 뒤였다. 군당의 자동차를 빌려 쓰는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겠다고 생각하며 군당책임비서방에 작별인사도 할겸 찾아들어갔더니 마침 일이 되느라 한시간후에 평양으로 떠나는 직승기가 있다는것이였다.

뜻밖의 행운이였다. 륙로로 간다면 래일 한낮이 돼서야 가닿게 될 2천여리의 먼길을 순식간에 날아가게 되였다. 그렇지만 빈손으로 돌아가게 되는 그의 마음은 자못 무거웠다.

직승기의 승객으로는 성욱이외에 나이지숙한 공군대좌와 서너명의 하급지휘관들이 타고있었다. 대좌는 자기의 동행자가 책임적인 직위에서 사업하는 건축가라는것을 알자 한창 건설중에 있는 산원이며 창광원이며 앞으로 평양에 새로 일떠설 수많은 건물들에 호기심을 가지고 지꿎게 물었다.

림성욱은 별로 이야기하고싶은 생각이 없어 건성으로 대답을 하면서 줄곧 시창아래로 흘러가는 산줄기와 강들에만 시선을 보냈다. 삼지연에서 찾아내지 못한것을 혹시 눈아래에 흘러가는 광활한 대자연에서라도 찾을수 없을가 하는 마지막기대라 할가.… 오래간만에 공중에서 굽어보게 되는 조국의 산야는 눈부신 해빛의 조명을 받아 황홀할만치 아름다왔으며 절묘한 자연미를 한껏 자랑하고있었다. 하지만 림성욱이 찾고있는 그 어떤 실마리도 제시해주지 않았다. 직승기는 어느덧 평양상공 가까이로 날고있었다.

(빙상관설계안만 잡아쥐면 건설을 자신있게 내밀겠는데… 한주일간이나 품들여 2천여리길을 다녀오면서도 종시 헛걸음이란 말인가?)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던 림성욱이 갑자기 시창유리에 이마를 부딪치며 《아!》하는 가벼운 탄성을 터치였다. 번개같은 창작적령감을 불러일으키는 기묘한 봉우리를 발견한것이다. 흥분한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성욱은 눈을 번쩍이며 대좌를 향해 부르짖었다.

《대좌동무! 저기 저 봉우리를 좀 보시오.》

그는 시창유리를 손끝으로 쪼으며 대좌를 가까이로 불렀다.

《어느 봉우리 말인가요?》

《저기 저쪽 호수가에 높이 솟은 봉우리…》

《장수봉 말입니까?》

《예-예, 옳습니다.》

림성욱은 어느새 기창아래로 사라져버리는 장수봉을 안타깝게 가리키면서 사정했다.

《대좌동무, 이거 안됐는데 저 봉우리를 중심으로 해서 직승기를 한바퀴만 돌려줄수 없습니까?》

《예?》

대좌가 눈이 둥그래서 그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왜 갑자기 산봉우리를 돌자는겁니까? 평양에 급히 도착해야 한다더니?》

림성욱은 동행자의 손을 꽉 잡았다. 언제 자기의 절박한 사정을 구구히 설명할 시간적여유가 없었다.

《그러지 말고 날 좀 도와주시오. 내 아주 중요한 일때문에 그럽니다. 그 내막은 비행기가 돌고난 다음에 얘기하리다.》

그리하여 평양상공으로 날아가던 직승기는 장수봉을 향해 기수를 돌리며 예정에 없었던 선회비행을 하기 시작했다.

림성욱은 수백메터아래에 우뚝 솟아오른 장수봉의 기묘한 자태가 다시 나타나자 넋을 잃은듯 묵묵히 굽어보다가 안주머니에서 수첩과 수지연필을 꺼내들고 속사하기 시작하였다. 흥분으로 그의 손이 가볍게 떨리였다. 하얀 수첩장에는 순식간에 빙상관의 형태가 솟아올랐다.

림성욱은 자기의 심장이 고동치는 소리를 들으며 손에 쥐였던 연필을 호주머니에 도로 집어넣었다. 한생을 다해 톺아오르던 그 어떤 희망의 절정에라도 올라앉은듯 뜨거운 숨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이젠 됐는가요?》

대좌가 물었다.

《됐습니다. 대좌동무, 이젠 곧추 날아가도 됩니다.》

성욱은 수첩장에서 눈길을 쳐들며 느긋한 미소를 지었다.

《이거 정말 고맙습니다.》

《고맙다니요.… 한데 거기서 무슨 걸작품이라도 나옵니까?》

《허허… 걸작이 되겠는지 뭐가 되겠는지 아직은 나도 모르겠소만 오늘 운수가 괜찮군요. 이눔의걸 찾지 못해 애를 먹은걸 생각하면… 이 직승기의 덕을 단단히 봅니다.》

림성욱은 기쁨을 누를길 없어 대좌한테 속사한 그림을 내밀었다.

《대좌동무, 이게 뭣 같습니까?》

《글쎄요. 쏘련에서 공민전쟁을 할 때 부죤늬기병대들이 썼던 뾰족모자 같기도 하고…》

대좌는 얼빤히 대답하고나서 머리를 기웃거리였다.

때마침 그의 옆에 앉아 빙그레 미소를 짓고 있던 젊은 상위가 끼여들며 말참녜를 했다.

《제 보기엔 겨울철에 아이들이 쓰고 다니는 스키모자 같군요.》

《옳습니다. 바로 맞혔습니다. 스키모잡니다.》

림성욱은 상위를 바라보며 기쁨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모든 건축물의 형식은 어떤 경우를 막론하고 내부구조의 외적인 반영에 불과하다. 빙상관과 아이들의 스키모자… 얼마나 자연스럽게 융합되는 조화인가!

《난 빙상관설계시안을 찾자구 량강도까지 갔댔는데 그만 허탕을 쳤습니다. 한데 다행히 장수봉이 나를 살려줬습니다. 장수봉을 내려다보느라니 스키모자생각이 나더란 말입니다. 스키모자… 어떻습니까? 빙상관이라는것이 첫눈에 알리지 않습니까? 수령님께서는 오래전에 평양에 빙상관을 하나 지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였습니다. 그래서 경애하는 김정일동지께서는 그 말씀을 명심하고계시다가 얼마전에 우리한테 빙상관을 설계할데 대한 과업을 주셨습니다.》

대좌는 고개를 끄덕거리였다.

《아, 그래서였구만. 이제 빙상관이 서게 되면 아무리 무더운 여름철에도 마음 내키는대로 스케트도 타고 휘거도 하게 되겠습니다?》

《그야 물론이지요.》

《거 참 잘됐습니다. 우리 집에 스케트미치광이가 하나 있었는데 전실에서까지 로라스케트를 타느라고 야단이였습니다. 그애때문에 장판바닥이 자꾸 거덜이 난다구 마누라는 노상 애하고 싸움질이였지요. 이제 현대적인 빙상관까지 생기면 평양에 체육시설은 구색을 거의다 갖추는셈이 아닙니까?》

《그럼요. 대체로 갖춰야 할건 다 갖추게 되지요.》

림성욱은 걸상에 몸을 기대며 명상에 잠기였다. 수도건설을 위해 바쳐가는 인생의 보람이라고 할가 또 하나 고심의 언덕을 넘어 당의 구상을 실현할수 있게 되였다는 안도감에 온몸이 훈훈해지는것을 느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자기들, 건축가들을 믿고 평양시건설에서 일대혁명을 일으키려 하신다. 그리하여 수령님께서 오래전부터 구상해오시던 평양산원과 창광원이 건설되고있고 인민대학습당의 형성안이 완성되여가고있다. 거기에 현대적인 빙상관까지 솟아오르게 되면… 문득 대좌의 목소리가 그의 명상을 깨치며 조용히 울려왔다.

《참 소장동지, 우린 작년 여름에 묘향산에 가서 국제친선전람관을 참관했더랬습니다. 그날 저희들은 전람관의 웅장하고 우아하고 화려한 건축미에 현혹되여 눈길을 떼지 못했습니다. 외국손님들도 모두 똑같은 심정으로 경탄을 금치 못하구요. 그 건물도 소장동지네가 설계하지 않았습니까?》

《예, 좀 참여했지요》

림성욱은 큰 건설을 담당해온 로장답게 겸손하게 대답하고 빙그레 웃었다. 사실 국제친선전람관은 림성욱이와 김광성이 주동이 되여 설계하고 완공한 건물이였다.

림성욱이 준공을 앞둔 평양산원과 창광원이 어떤 건축물인가를 다시금 예술작품을 분석하듯 자세히 이야기해주자 대좌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다가 물었다.

《다른 나라에도 그런 산원이 있는가요?》

《발전됐다고 하는 나라들에 있긴 합니다만 우리 나라에서 짓고있는 산원만치 높은 수준에 도달한 산원은 없는것 같습니다. 아마 우리 산원이 다 되면 산원으로는 세계에서 제일 첫 자리에 놓일겝니다.》

《그렇습니까? 대단하군요. 하긴 텔레비죤에서 산원건설장을 소개하는걸 봤습니다만 건물의 형식이 아주 새롭더군요. 그건 어떻게 착상했습니까? 스키모자형의 빙상관처럼 직승기를 타고 찾은건 아닐테지요?》

림성욱은 대좌의 익살궂은 물음에 허허 웃었다.

《이거 대좌동무가 오늘 내 이야기보따리를 다 털려드누만.… 물론 산원이 생겨난데도 그것대로의 사연이 있었습니다.》

직승기안의 지휘관들이 호기심이 어린 눈길로 성욱을 바라보았다. 림성욱은 잠시 그 어떤 잊지 못할 추억에 잠긴듯 눈을 가느스름히 쪼프리며 말했다.

《재작년 이맘때였습니다. 그때까지 나는 건축과 관련하여 가끔 외국출장을 다녀오군 했지만 에짚트엔 한번도 가볼 기회를 못가졌더랬지요. 이 사실을 아신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오랜 건축가에게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면서 친히 외국참관을 조직해주시는것이였습니다. 참 그이의 다심하신 사랑을 생각하면… 그때 그이께서는 에짚트의 유명한 피라미트들을 참관하고 돌아오는 길에 모스크바산원에 들려보라고 하시였습니다. 그런데 허허…》

림성욱은 제풀에 너털웃음을 터치였다. 대좌와 공군지휘관들은 왜 그런지 몰라 의아해하였다.

《글쎄 에짚트에 갔다가 귀국하던 길에 구경삼아 모스크바산원에 들리지를 않았겠습니까. 그런데 글쎄 거기서 별 우스운 봉변을 다 당하지 않았겠습니까.》

《봉변이라니요. 혹시 문전축객이라도 당했는가요?》

대좌가 부쩍 구미가 동해서 앞질러 물었다.

《차라리 그랬으면 좋기나 하지요 그와는 반대로 위생복을 입은 기품이 있어보이는 웬 뚱뚱한 녀인이 현관앞에 나와 날 친절히 맞아줍디다. 모스크바주재 우리 나라 대사관에서 통보를 받았다며… 난 대사관과의 사전련계까지 있었다니 무턱대고 녀인을 따라갔지요. 그런데 생뚱같이 해산실로 곧장 데리고 들어가지 않겠습니까. 원, 이런 변이라구야. 난 난생 처음 해산대우에 누운 산모를 목격하고 기절초풍해서 뒤걸음쳤습니다.》

림성욱은 더 이상 말하기가 거북하여 손을 활활 내저었다. 대좌도 어처구니 없는지 그만 머리를 뒤로 젖히였다.

《글쎄 그 뚱뚱한 녀인이 그곳 산원 원장이였는데… 설계가인 나를 의료대표단 단장으로 생각했다질 않겠소?》

《의료대표단이요?…》

직승기안의 사람들은 일제히 와 웃음보를 터뜨렸다. 대좌는 너무 웃어서 솟아난 눈물을 손수건으로 훔치였다.

《소가 웃다 꾸레미 터질 일이구만요.》

《말두 마시오. 십년감수했지요. 한평생 집을 짓느라 아이들이 어떻게 태여나는지도 모르고 살아온 사람이 외국녀인들의 해산실에 끌려들어갔으니… 난 호텔에 와서 땀에 질벅하게 젖어버린 와이샤쯔를 벗어던지고 당장 대사관에 전화를 걸었지요. 한데 그 사람들도 내 말을 듣고 죽겠다고 웃어대질 않겠습니까. 무슨 놈의 말라빠진 의료대표단인가, 자기네는 설계가가 간다구 정확히 련락을 했다는것이였습니다.》

성욱은 그만 허거프게 웃고나서 숨을 후 내쉬였다.

《그래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 그런 일까지 보고 드렸는가요?》

대좌가 여전히 웃음기가 어린 눈으로 성욱을 마주 보며 물었다.

《사실대로 다 말씀드렸지요. 그이께서는 호탕하게 웃으시더니 수령님께서 평양에 우리 녀성들을 위한 산원을 현대적으로 멋들어지게 지어주자고 하시여 동무에게 산원을 보고오라고 했는데 해산실에 갇혀있었다? 어쨌든 잘됐습니다. 소장동문 꼭 봐야 할것을 봤습니다, 아이들이 어떻게 태여나는지 또 산모들을 어떻게 돌봐주는지 알아두는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우리 녀성들을 위한 일인데 그쯤한 수고도 못하겠습니까, 소장동무, 수령님의 뜻대로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산원을 지어서 우리 녀성들에게 선물합시다라고 하시더군요.》

림성욱이 말을 마치자 대좌의 얼굴에 저으기 숭엄한 빛이 어리였다.

《정말 감동적인 얘기군요. 건축가들이 부럽습니다. 소장동지, 어떻습니까. 이제는 우리의 건축이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할수 있지 않는가요?》

《허허허… 거야 우리가 자랑하고 말고 할게 없지요. 건축물은 말로가 아니라 실물이 말해주니깐요. 앞으로 남산재우에 인민대학습당까지 일떠서면 세상사람들의 견해가 달라질겁니다.》

림성욱은 흔연히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속에 건설의 로장다운 무게와 자신심이 력력히 비치고있었다. 그러나 대좌와의 대화는 오래 계속되지 못하였다.

비행기가 서서히 기수를 낮추기 시작했던것이다.

그는 설계사업소의 자기 사무실에 들어서자 시당비서 김광성의 방에 곧 전화를 걸었다. 김광성은 점심시간인데도 자리를 뜨지 않고 그를 기다리고있었던지 반갑게 응대했다.

《아, 소장동무가 드디여 왔구만. 삼지연군당에서 떠났다고 하더군. 직승기를 얻어탔다며?》

《다행히 호강을 하며 왔네.》

《소장동무야 워낙 운이 좋은 사람이 아닌가. 그래 갔던 일은 어떻게 됐나?》

《말두 말라구. 헛걸음을 했네.》

《괜히 날 업어넘길 생각은 말라구. 실패하구 돌아온 사람의 목소리가 그렇게 활기에 넘치겠나. 안그런가?》

《원 사람두… 자네는 속이지 못하겠군.》

성욱은 김광성이와 단둘이 있을 때는 너나들이로 통하는 사이였다. 두사람은 오래동안 설계부문에서 함께 일해온 동업자인 동시에 친구이기도 했다. 십년전만 하여도 김광성은 도시설계사업소에서 기사장사업을 맡고일했다. 직책상으로 보면 림성욱의 지시를 받는 위치에 있었지만 그들은 언제 한번 자기들을 상하급의 위치에서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림성욱은 지어 공식적인 장소에서조차도 기사장을 동격으로 존대해주었다. 건축계의 손꼽히는 이들 두사람의 유별한 관계는 오늘도 변함없이 이어지고있었다. 김광성이 위대한 수령님의 신임에 의해 평양시당 건설담당 비서로 임명된후에도 림성욱이와의 사업에서는 기사장으로 있을 때와 조금도 달라진데가 없었다. 김광성은 시당비서라기보다는 자기를 예전처럼 건축가로 자처했었다.

요즘에 와서 그가 시당비서의 직권으로 종종 상대방의 의사를 묵살해버리는 경우가 있다거니 사람이 실무화되여 간다느니 하는 말이 더러들리기는 하지만 성욱이만은 광성이 일에 다쫓기기때문이지 본바탕이 변한것은 아니라고 굳게 믿고있었다.

림성욱은 안경 낀 김광성의 숱진 눈섭밑에서 번뜩이는 눈빛을 보는듯 하여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런데 갑자기 부른건 무엇때문인가?》

《중요한 문제가 제기되였네.》

김광성의 근심에 찬 목소리가 무겁게 울려왔다.

《계획안에 혹시 변동이 생긴게 아닌가?》

《그렇다고 보는게 옳은것 같네. 이제 곧 내 방으로 왔으면 하는데…》

《알겠네.》

림성욱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기웃거리며 송수화기를 놓았다. 그가 예견한대로 그 어떤 심중한 문제가 제기된게 틀림없었다. 김광성이가 자기한테 오라는것은 전화로 간단히 말할수 없는 문제가 있다는것을 의미한다. 그는 곧 승용차를 타고 김광성의 사무실로 찾아갔다. 그가 방안에 들어서자 광성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반갑게 맞았다.

《어서 좀 앉게. 자네가 왔으니 이젠 마음이 놓이네.》

그들은 긴 앞탁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았다.

《자, 한대 태우게. 금방 출장에서 돌아온 사람을 들볶아서 안됐네.》

김광성이 미안해하며 담배를 권했으나 성욱은 사양을 하며 걸상등받이에 몸을 기대였다. 그러지 않아도 방안에는 담배연기가 자욱했다. 김광성이 초조한 시간을 보내고있다는것을 알수 있었다.

《무슨 일인가?》

성욱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어제 친애하는 김정일동지께서 친히 전화로 래년도계획안을 알아보시였네. 평양건설자들이 6차당대회에 무슨 선물을 마련하겠는가구 말이네. 난 현재 완공중에 있는 산원, 창광원건설은 물론이고 새로운 대상인 인민대학습당과 빙상관건설을 위주로 하여 말씀드렸네.

그런데 그이께서는 한동안 아무런 말씀도 없으셨네.… 이젠 내가 오늘 삼지연에 가있는 동무를 급히 부른 리유가 충분히 리해될걸세.… 소장동무, 우리가 계획안을 너무 소극적으로 세운것 같지 않소? 계획안은 2∼3일안으로 인차 그이께 보고드려야 하겠는데 어떤 대상들을 더 보충해넣었으면 좋겠는지 생각해보세.》

그의 말을 들으며 긴장해진 성욱은 주머니에서 담배갑을 꺼냈으나 그냥 손에 들고 주물럭거리였다. 참말이지 예상밖의 충격적인 소리였다. 래년도계획안에 대해서 이미 김광성이와는 물론 관계부문 일군들과 여러차례 진지한 토의가 있었던것이다.

《그래, 우리가 무엇인가 놓치고 있는게 분명해.… 비서동무 뭔가 짚이는게 없소?》

《모르겠네. 사실 소장동무나 나나 다같이 산원과 창광원을 완성하구 새로운 대상으로는 인민대학습당과 빙상관을 기본으로 보구 래년도계획을 세웠지. 그러면서 그것만으로도 너무 아름차다고 하지 않았나.》

김광성은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성욱을 잠시 바라보다가 말했다.

《금방 돌아온 사람을 들볶아서 안되였네만 점심을 하고 오후 첫 시간에 내방에 다시 와주게. 내 이제 <중땅크>한테두 련락하겠네.》

《중땅크》란 수도건설의 강력한 시공집단을 책임지고 있는 곽운필의 별명이다. 조국해방전쟁때 땅크병으로 서울해방전투에도 참가한적이 있는 곽운필은 아무리 어려운 건설과제를 맡아도 중땅크처럼 일을 세차게 내밀어 척척 해제끼군 하여 중년이 썩 지난 오늘까지도 그런 별명이 떨어지지 않는다. 래년도 수도건설계획안을 의논하자면 제일 유력한 시공지휘관인 곽운필을 끼워넣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게 하세.》

림성욱은 무겁게 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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