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여름 53 -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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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020-08-04 07:33 조회82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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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3 회)
제 19 장
피반령계선에서의 53사 9련대 철수는 비밀무선암호문으로 시달되여 극비속에 진행되였다. 52사 지휘참모일군들은 이 조치가 최현사단장의 고집스런 제기때문에 취해진것으로 생각했다.
최현사단장에게도 이 일은 뜻밖이였다. 그제저녁 그는 9련대문제로 강건과 무선전화를 하였다. 그때 강건은 대전정면은 걱정말고 빨리 피반령을 극복하라고 하면서 9련대 철수문제를 부결하였다. 하여 최현은 피반령공격전투조직에 9련대도 포함시켰었다. 그런데 그 지시가 변경된것이다. 참모장은 여직껏 보이지 않던 완강한 태도로 최현에게 들이댔다.
《9련대 철수는 하루만 연기하게 해주십시오. 6련대의 공격이야 9련대의 엄호밑에 하기로 되여있지 않습니까. 9련대가 가면 우리의 공격계획은 튑니다.》
강경하게 나오는 참모장의 주장에 최현은 여느때라면 어성을 높였겠으나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여보, 사내장부 일언이 중천금이라고 그저께만도 우린 9련대 없는 전제밑에 공격계획을 짰고 또 9련대 철수제의에 동무도 동의를 하지 않았소. 글쎄 볼에 밤알을 물긴 했댔지만.》
참모장은 그의 말에 더 격동되여 열을 올렸다.
《사단장동지, 이것이 개인의 체면과 관계된 문제입니까. 사단의 운명, 작전의 운명과 관계된것이 아닙니까?》
《그건 옳소.》
최현은 순간이나마 침울해졌다. 피반령을 아직 극복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비수같이 날아들며 그를 괴롭혔다.
(그래 체면문제가 아니라는 참모장의 말은 백번 옳다. 그러나 그때문에 9련대를 다시 둬달라고 할수는 없다. 9련대는 대전정면을 압축하게 되지 않았는가. 그런데 왜 어제까지 철수를 부결하다가 오늘엔 명령을 떨궜겠는가.)
최현은 여러가지 번거로운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그리고 참모장을 설득시키지도 못한채 배비변경을 하고있는 전방으로 나갔다.
53사 9련대가 차지하였던 계선에는 7련대의 한개 대대가 전개하였다.
9련대는 한정량의 포탄을 피반령의 적방어연선에 쏟아붓는것으로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였다. 그 포사격은 련대의 철수를 적의 감시로부터 음페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였다.
긴 여름해가 서켠으로 떨어질무렵 53사 9련대의 마지막종대인 군의소대렬이 출발하였다. 그 군의소대렬속에는 성련화가 있었다. 련화는 자기가 어떻게 되여 53사 9련대 군의소로 소환되게 되였는지 몰랐다. 늙수그레한 군의소장은 량식카드를 주면서 매우 섭섭한 기색으로 《어찌된 영문인지 나도 모르겠소. 엊저녁 아바이한테 주사를 놓으러 가니 동무에 대해서 꼬치꼬치 캐물었소. 동무가 서울에서 왔다는걸 들었을 때는 아바이가 매우 기뻐했는데… 하여간 이상한 일이야. 동무의 소환은 아바이의 지시거든.》라고 말했다. 그 의문은 군의소대렬을 지나치던 9련대장의 흰 차가 멈춰섰을 때 풀렸다.
52사에서 넘어온 간호원을 찾은 련대장은 성련화가 부끄러울 정도로 한참이나 훑어보다가 림운학이를 아는가고 물었다. 련화가 대답을 못하고 얼굴만 잔뜩 붉히자 련대장은 《이제 만나면 다시는 헤여지지 말라고… 최현사단장이 부탁했소. 알겠소?》라는 말을 남기고 그 차에 올라 사라졌다.
련화는 길가의 오동나무밑에 서서 말없이 그들을 바래주던 수염이 거밋한 최현사단장의 주름진 얼굴을 상기하자 가슴이 아릿해났다.
그 사단장이 자기와 림운학의 관계를 어떻게 알며 또 가혹한 전투환경에서 하루에도 몇번씩 전방에 오가는 사단장이 자기같은것이 무엇이라고 그렇게 관심할가. 운학이를 만나면 어떻게 대하고…
놀라움과 의혹, 기쁨과 황송함이 착잡히 엉켜드는 속에 련화는 얼굴이 점점 달아올라 옆에 동무들의 눈길이 그에게 자주 쏠려드는것도 모르고 기계적으로 걸음을 옮겼다.
최현사단장에게서 림운학의 일은 가장 사사로운것이면서도 잊어넘겨버릴수 없는 문제였다. 성련화를 찾아 9련대에 돌린것은 그의 수만가지 잔걱정중에 하나를 매듭지은셈이였다. 한사람에게라도 기쁨을 주었다는것이 9련대 철수로 생겨나는 마음에 하나의 온기로 스며들었다. 그 역시 참모장앞에서랑은 땅땅 큰소리를 쳤지만 정작 한개 구간을 맡고있던 9련대가 떠나니 속이 허전했다. 하여 그는 9련대의 진지에 배비된 7련대 1대대에 나가 병사들과 한식경이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전히 사기넘친 전사들과 어울려 있으니 부직간부들의 불안스런 태도로 엉켜있던 불쾌감도 어지간히 날려버려졌다. 병사들은 한개 련대계선을 대대로 담당한다는데 대하여 두려워하는것이 아니라 오히려 긍지를 가지고있었다.
《이런 전사들을 볼줄 모르거든. 샌님들이야, 샌님들.》
최현은 참모장이며 그러루한 부직간부들의 얼굴을 눈앞에 그리며 몇번이고 이렇게 중얼거리며 사단지휘부로 돌아왔다. 그런데 그를 기다리고있던 참모장은 한결 풀려진 그의 마음에 또하나 타격을 안겨주었다.
《4련대와 6련대 계선에서 적들이 반돌격을 개시했습니다. 이젠 반돌격까지 해오는 형편입니다.》
최현에게 타격으로 된것은 그 사실자체라기보다 과장된 표정과 억양으로 말하는 참모장의 태도때문이였다. 그것도 차에서 내린 참모장의 눈빛은 이렇게 말하고있었다. 참모장은 최현의 얼굴이 활짝 달아올라 갓 구워낸 무쇠빛으로 변하는것을 여느때면 두려웁게 보았겠으나 직책상 임무와 책임감에서 하는 보고라는듯 눈길을 곧추 세워보고있었다. 최현은 불끈하고 성미가 살아올랐으나 참았다. 하등 성을 낼 일이 못되며 참모장은 자기의 직책상 보고를 하고있다는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화가 뻗쳐오는것이 참모장탓이 아니라 자기 역시 현 사태에 초조하고 불안했기때문이라는것도 알았다. 부관이 뛰여나와 전화가 왔다는바람에 적당한 대답을 고르던 최현은 그대로 방문을 열고 들어섰다. 전화기를 들자 6련대장의 되알진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적들이 역포위를 시도하고있습니다. 할수없이 2대대도 전투에 말려들었습니다.》
《2대대를?》
《그렇습니다. 그런데 대대장 박로수동무가 상했습니다.》
《…》
최현의 얼굴은 삽시에 컴컴하게 질려갔다. 2대대는 오늘밤 괴뢰 2사와 3사의 린접점을 뚫고나가는 전투를 하게 되여있으므로 일체 전투에 인입시키지 않고 대기하게끔 되여있었다. 그것을 잘 알며 사단내 지휘관들중에서 그중 담보가 센 6련대장이 2대대를 전투에 인입시킨것은 사태가 그만큼 엄중하다는것을 의미하는것이였다.
《11번동지, 포사격을 하게 해주십시오.》
《그건 안되오.》
최현은 딱 잡아떼였다. 6련대 뒤계선에는 포대대를 은밀히 기동시켜놓고있었다. 그런데 그들 역시 오늘밤 전투에서 진로를 개척하기 위해 써먹으려는것이였다.
《내… 곧 가겠소.》
최현은 전화기를 놓고 부관에게 자동총 총탄 두정량분을 준비하라고 했다.
《또 나가겠습니까?》
참모장은 아연하여 그를 보았다. 최현은 군복 웃저고리를 벗었다. 모직으로 된 그 옷은 몹시 더웠고 장령으로 전투에 참가하는것은 불허되였기때문이였다. 그는 철함우에 개여놓은 전사복을 입기 시작하였다. 그때 모터찌클 발동소리가 울리는가싶더니 문밖에서 부르릉소리를 내지르며 멈춰졌다. 참모장이 뛰여나갔다가 얼굴이 환해서 다시 달려들어왔다. 모자에 《M》형표식을 새긴 중성 한알의 군관이였다. 먼지투성이의 그 군관은 전사복을 입은 최현을 놀랍게 보았고 최현 역시 단추를 채우다 말고 그 군관을 삼키듯 바라보았다.
《사단장동지!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친서를 보내셨습니다.》
우드득 단추가 떨어져나갔다. 단추를 채운채 전사군복을 급히 벗는바람에 그렇게 되였다. 최현은 장령군복을 다시 입고 목깃 호크까지 다 채운다음 련락군관의 손에서 봉서를 받아쥐였다.
《장군님께선 건강하시오?》
최현의 목소리는 떨리였다. 련락군관은 차렷한채로 대답했다.
《장군님께선 건강하십니다. 52사에 대해서 걱정이 크십니다.》
최현은 손칼을 꺼내 봉서모서리를 찢고 하얀 모조지를 꺼내들었다. 최현은 오래도록 그 편지를 보았다. 그리고 말없이 참모장에게 그 친서를 넘겨주고 발깃한 저녁해빛이 쏟아져들어오는 뙤창가에 다가가 못박힌듯 서있었다. 편지를 다 읽고난 참모장은 숨이 막힌 사람처럼 한동안 까딱 않다가 울먹진 소리로 조용히 불렀다.
《사단장동지!》
최현은 그대로 서있었다.
《용서해주십시오.》
《뭔지… 알겠소?》
《큰! 멋진 싸움입니다. 우리를 믿으시고… 그리고 우리가 모험적인 행동을 할가봐… 새로운 작전안이 있는것 같습니다.》
참모장은 목이 꺽 막혀 더 말을 잇지 못했다. 최고사령관동지의 친서는 많은 경우 암시적이였지만 그들에게는 쉽게 리해되는것이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사단이 앞으로 더욱 가혹한 정황에 직면할수 있다는것을 밝히면서 48시간동안 현재의 공격태세를 계속 견지하라고 하셨다. 그러되 사단장을 비롯한 모든 전투원들이 《무모하고 결사적인 돌격》을 하는것을 금하며 공격기도는 보이되 유생력량을 적의 증대될수 있는 화력권에 마구 로출시키지 말라고 당부하셨다.
《동문.》
최현이 돌아섰다. 그의 눈에는 물기가 배여있었다.
《우리가 왜 장군님! 장군님! 하는지 아오?》
최현은 환희에 밝아진 참모장의 얼굴을 마주보다가 련락군관에게 다가가 그의 손을 꼭 잡았다.
《고맙소!》
《사단장동지, 편지가 또 있습니다.》
련락군관은 전투가방에서 또 하나 편지를 꺼내 내밀었다.
《장군님께서 꼭 본인에게 전달하라고 한것입니다.》
편지를 받아든 최현은 의아해 그를 보았다.
《그러니 장군님께서 이 편지를 직접 주시더란 말이요?》
《그렇습니다.》
최현은 6련대장에게 전화를 걸가 하다가 고쳐 생각하였다. 원래의 결심대로 그쪽에 나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과장이상 모여 김일성동지의 친서사상을 전달한 그는 화선진출을 금하라고 하신 명령을 어긴다는 참모장의 반발을 무릅쓰고 차에 올랐다. 그는 달리는 차우에서 오영혜가 박로수에게 보내는 편지를 만지작거렸다.
태풍이 휘몰아쳐간듯 한 언덕, 흩날리는 초연과 먼지속에 엷은 락조가 엇비스듬히 흘러내렸다,
아름드리 신갈나무밑에 박로수가 누워있었다. 련대장으로부터 전투과정을 들으며 언덕에 오른 최현은 박로수가 누워있는데서 좀 떨어진 아래비탈에 팥밥이 담긴 수십개의 휴대용밥통을 주런이 늘여놓은채 취사병인듯 한 군인이 고개를 떨구고있는것을 보았다. 박로수앞에 꿇어앉아있던 군인들이 불시에 나타난 사단장앞에 조심스레 길을 틔워주었다.
박로수는 적우회대의 불의적인 기습을 맞받아 총창돌격을 하다가 흉탄에 맞은것이였다. 목으로부터 윈쪽가슴을 엇가로 동인 붕대는 피에 젖어 뻘건 반점들이 중간중간 배여있었다. 그의 머리맡에는 부혁이 끊어진 자동총이 놓여있었다.
최현은 조용히 무릎을 꺾고앉아 그의 팔목을 잡아쥐였다. 뼈대 굵은 팔목이 나무토막같이 온기도 맥박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여, 대대장!》
최현은 나직이 불렀다. 반쯤 감츠린 박로수의 눈이 최현이를 물끄러미 보다가 눈까풀이 떨었다. 눈에는 물기가 어려있는듯싶었다. 최현이를 알아본듯 입술을 움죽거리다가 낯을 찡그리였다. 동맥과 후두가 못쓰게 된 박로수는 말을 할래야 할수 없는것이였다.
최현은 앞이 흐려들어 지그시 눈을 감았다.이 사람을 처음으로 알게 되던 소양강기슭으로부터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견장도 없이 후줄근해 섰던 모습, 투박스런 손에 잡힌 숟가락이 떨던것까지 방불히 보였다. 그저께 오영혜를 두고 하던 궁상스럽다고 여긴 말이 귀전을 울렸다.
《…오영혜동무는 편지를 안씁니다. 후날 그에게 이 박로수는… 용감한 군인이였다는걸 알려주면 더 원이 없겠습니다.》
그때 왜 이 사람을 욕했던가 하는 생각에 목이 메여올랐다.
누군가 《흑-》 하고 흐느낌을 터뜨렸다. 최현은 이를 악물고 고개를 쳐들었다. 거뭇한 얼굴의 하사관이였다. 소양강에서 이 박로수를 변호하던 분대장이였다.
최현은 터져나오려는 슬픔을 참고 그에게 오영혜의 편지를 내밀었다.
《이걸 독보하오.》
박로수의 묻는듯 한 눈길을 느끼자 최현은 애써 웃으며 말했다.
《오영혜가 편지를 보내왔다.》
최현의 손에 잡힌 박로수의 팔목에 경련이 지나갔다. 타는듯 한 눈이 최현에게 애원하듯 하는 빛을 발사했다. 최현은 그가 자기눈으로 직접 보고싶어 한다는것을 알았다. 분대장이 최현이를 앞질렀다.
《진짜편지입니다.》
꺽꺽 막히는 소리로 부르짖는 분대장은 편지장을 박로수의 앞에 펼쳐들었다. 박로수는 한껏 눈을 치뜨고 편지의 글발을 보다가 또 한번 팔목에 경련을 일으키며 눈을 감았다. 그러자 분대장이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고 큰소리로 읽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박로수동지에게!
저는 장군님앞에서… 이 편지를 써요…》
둔덕우에 메아리치던 자지러진 총소리도 사라진듯싶었다. 최현은 꿈을 꾸는듯 한 상태에서 박로수만 내려다보았다. 감겨진 박로수의 눈귀에서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렸다. 생명의 온기가 떠나간듯싶던 박로수의 팔목에도 힘이 뻗쳐올랐다.
그래 이 사람은 살것이다. 어떻게 죽을수 있는가.
《대대장동지!》
뼈아피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모두가 어깨를 들먹이고있었다.
《울지 말어.》
최현은 크게 소리쳤으나 그자신도 눈물을 걷잡을수 없었다. 박로수의 팔목이 또다시 꿈틀했다. 최현은 놀라 내려다보았다.
박로수는 그의 손에서 팔목을 뽑으려 하고있었다. 최현이 손을 놓자 박로수는 물기가 그렁한 눈으로 최현을 보다가 온 얼굴을 이지러뜨리며 반대로 최현의 손을 잡았다.
오른손으로 최현의 손바닥에 글을 썼다. 나무꼬챙이가 손바닥을 뚫는듯한 감촉이였다. 박로수는 필사의 기력으로 마지막말을 남기는것이였다.
모두가 울음을 짓씹고 숨을 멈춘채 박로수의 손가락이 움직이는 최현의 손바닥을 지켜보았다.
《장…군…님…께…고…맙…습…니…다…》
박로수의 팔이 맥없이 떨어져내렸다.
전호가에 어둠이 내려덮일무렵 박로수는 최현의 손에 팔목을 잡힌채 숨을 거두었다. 놀랍게도 하늘을 우러르는 그의 눈에는 여전히 미소가 실려있었다.
최현이 그의 눈을 감겨주었다. 까칠까칠한 눈섭이 손바닥에 미칠 때 최현은 어금이를 부서져라 깨물었다.
무겁게 몸을 일으킨 그는 검은 조각군상처럼 굳어진 대원들을 둘러보다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이제부터 대대는 내가 지휘하겠소.》
그는 눈시울이 뻘겋게 짓무른 취사병에게 다가갔다.
《식사여분이 있소?》
《있습니다.》
《하나 주오.》
밥통을 받아쥔 그는 자기를 지켜보는 군인들에게 엄하게 말했다.
《다들 식사를 가지고… 일루 모이시오.》
최현은 발치에 딩구는 수류탄상자우에 걸터앉아 주머니에 늘 갖고다니던 양은숟가락을 꺼내들었다.
사단장의 어마어마한 호령탓인지 아니면 슬픔을 이겨내려 애쓰는 최현의 심정에 대한 동정때문인지 하나 둘 밥통을 들고 그의 주변에 와 앉았다. 최현은 눈섭을 잔뜩 찌프리고 둘러보다가 숟가락으로 밥을 푹 떴다.
《이래야 박로수가 좋아해. 든든히 먹고 이제 그의 복수전을 하자구.》
그는 눈을 감고 밥을 떠넣었다. 기침이 터져나오려 했다. 입안에 들어간 밥알은 모래알처럼 훑어지였다. 그런대로 꿀꺽 삼켰다.
사단장의 행동을 지켜보던 한 전사가 터져나오는 울음을 간신히 참으며 말했다.
《사단장동지, 일없습니다. 우린… 슬픔에 지지 않습니다.》
최현은 숟가락을 올리다 말고 울음이 터져나올것 같아 고개를 수그렸다.
《그래, 그래야지.》
전사들은 그의 갈린 목소리에 고개를 떨군채 기계적으로 숟가락을 옮기였다.
최현이 넘어 안가는 밥을 억지로 삼키고있을 때 부관이 달려와 사단참모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는것을 알려주었다. 최현은 련락군관에게 사단의 결심을 알려줘야 한다는것을 상기하였다.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주신 명령대로 적의 이목을 계속 끌뿐만아니라 종전의 계획대로 피반령을 점령할 결심을 다시금 굳게 다진 최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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