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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죽이는 정부엔 나락 한 톨도 못 주것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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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민족통신 작성일11-10-04 20:50 조회1,95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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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지역에서 열리는 농민총회를 취재하라는 회사 지시에 따라 2일 전남 장흥으로 향했다. 농민 상황을 알 수 있는 거라곤 농민총회 관련 자료집이 전부였다. 내려가면서 살펴봤지만 이해할 수 있는 건 고작 쌀값이 너무 떨어져 전국의 농민들이 상당히 분노하고 있다는 정도. 다행히도 장흥에서 만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광주전남연맹 박형대 사무처장에게 농민들이 처한 상황에 대한 좋은 말씀을 들으며 ‘예습’을 할 수 있었다.

장흥과 보성군 농민총회가 열리는 날이 밝았다. 박 사무처장은 아침 일찍 기자를 장흥군 농민회 사무실에 데려다준 뒤 광주로 떠났고, 대신 장흥군 농민회 서정란 정책국장이 기자를 ‘떠맡았다’. 서 정책국장과 함께 오전 10시로 예정된 장흥군 관산읍 농민총회 취재를 위해 관산농협으로 향하며 농민총회가 열리게 된 배경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재난 대비용 공공비축미가 쌀값 폭락 주범이 되다

2011년 상반기 쌀값이 오름세로 치닫자 정부는 2010년산 공공비축미를 대량 방출(30만톤중 24만톤)해 쌀값 잡기에 나섰다. 하지만 쌀값은 쉽사리 잡히지 않았고 추가적으로 2009년산 공공비축미 70만톤 중 40만톤 이상을 쌀값 안정을 위해 방출했다.

하지만 무분별하게 방출된 공공비축미는 쌀값 안정대신 시장 교란을 야기했다. 상인들은 저가로 풀린 묵은 쌀을 시중가보다 비싼 가격에 팔고 농협 상표를 도용하기도 했다. 시장에 2009년산 묵은 쌀이 마치 명품쌀인 것처럼 나돌아 소비자도, 농민도 모두 피해를 보고 있지만, 농협은 뒷짐만 지고 있었다.

더욱이 국가의 재난이나 전쟁, 흉년 등을 대비하기 위한 공공비축미가 쌀값을 끌어내리기 위해 쓰이는 것에 농민들은 충격을 받았다. 자신들이 출하한 공공비축미가 쌀값을 끌어내리는 비수가 되어 돌아오자 농민들에게는 더 이상 공공비축미를 출하해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 거기에 올해 정부가 비축미 가격으로 평균 생산비 6만원(40kg 기준)에도 미치지 않는 4만7천원을 제시하면 농민들의 분노는 폭발했다. 이에 농민들은 ‘기초생산물 국가수매제’와 ‘나락값 6만원 보장’을 요구하며 공공비축미 출하를 거부하기에 이르렀다.

‘민주적으로 결정하고 함께 투쟁한다’

개천절인 3일 아침 9시30분쯤 농민총회 장소인 관산농협에 도착했다. 총회 시작까지는 30분 정도 남았지만 검게 그을린 피부에 깊게 주름이 패인 농민들의 속속 모여들고 있었다. 2층 강당은 참가자 신청을 돕고 자리를 안내하느라 바쁜 농민회 청년들과 서로 반가운 인사를 나누며 얼싸안는 농민들의 목소리가 어우러져 왁자지껄했다.

“나락가격 결정이 되지 않아 오늘도 이렇게 한 자리에 모시게 된 것을 농민회장으로서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장흥군 김명기 농민회장의 여는 말로 관산읍 농민총회의 막이 올랐다.

김 회장은 “정부는 공공비축미를 유통시켜 쌀값을 뒤흔드는가 하면 정책자금 지원을 빌미로 농협 등 쌀 유통업체에 쌀값 3% 인하를 강요하는 등 살농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라며 “우리 관산읍 농민총회에서 공공비축미 출하 거부를 결의해 주신다면 그 힘을 모아 반드시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쟁취와 나락값 6만원 보장을 이끌어낼 것을 약속드리겠습니다”라고 힘찬 목소리로 투쟁을 호소했다.

이어 서정란 정책국장의 2011년 쌀 관련 상황과 투쟁 방안에 대한 강연이 이어졌다. 30여분간 진행된 제법 긴 강연에도 농민들은 누구하나 조는 기색 없이 경청했다. 농민들의 눈은 어느 때보다 빛나고 있었다.

서 정책국장은 “정부의 공공비축미의 무분별한 방출로 인해 현재 정부의 곳간은 텅텅 비어있는 상태”라고 강연을 시작했다.

쌀이 남아돈다는 것이 몇 해 전까지의 이야기지만 정부의 살농정책으로 농민도 줄고, 쌀 재배농가도 줄었기 때문이다. 또 위급 시를 대비한 국가의 비상식량인 공공비축미는 전체 수매의 10% 정도의 적은 물량이지만 농협 등의 쌀 수매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즉 정부의 벼농사에 대한 태도를 보여주는 잣대라고 할 수 있다.

이어 서 국장은 “쌀이 필요한 정부를 향해 생산비를 보장해주지 않으면 쌀을 내줄 수 없다고 싸우는 것이 출하거부 투쟁”이라고 설명했다. 농민회원들이 입은 티셔츠에 적힌 ‘버티면 올라간다’는 구호가 와닿았다. 결국 ‘공공비축미 출하 거부 투쟁’은 정부의 횡포에 대한 농민의 심판이자 나머지 90%를 차지하는 농협 수매에 앞서 쌀값 결정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싸움이다.

강연이 끝나고 농민들에게 ‘출하거부 투쟁’ 찬반을 묻는 투표용지가 돌고 투표가 시작됐다. 투표소로 몰려든 농민들은 빠르게 표결을 마쳤다. 농민회 간부들은 혹시나 빠진 사람이 있을까 싶어 관산농협 2층 구석구석을 다니며 “투표 안하신 분들 빨리 투표하십시오. 2분 남았습니다”라고 외치고 다녔다.

투표함에 표를 넣는 농민들을 촬영하다 세월이 묻어나는 투박한 손이 눈에 띄는 정환태(74) 씨에게 농민총회 참가 소감을 물었다.

“농민은 빛 좋은 고무풍선이여, 위태위태혀, 뭐 하나라도 걸려부면 터지고 자빠져부려. 생산비 6만원이라도 보장해주면 얼매나 좋겄어? 우리는 농사 계속 짓고 소비자는 좋은 쌀 사고”

다른 농민들의 목소리도 한결같았다. 그저 농사를 계속 지을 수 있도록 생산비가 보장된 적정 수준의 쌀값을 나라에서 보장해 달라는 요구였다.

현장에서 만난 장흥군 농민회 관산읍지회 마광호 사무국장은 “제대로 된 나라라면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에 불안감을 느끼게 해서는 안 됩니다”라며 “국가가 책임지고 기초농산물을 수매하고 비축하는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실시를 통해 식량의 안정적인 생산과 공급이 가능하도록 해야 합니다” 라고 강조했다.

이날 열린 농민총회 결과 총 투표인원 184명 중 찬성 177표, 반대 4표, 무효 3표로 관산읍 농민들의 ‘공공비축미 출하 거부 투쟁’은 가결됐다. 앞으로 관산읍 농민들은 공공비축미 출하 거부를 비롯해 5일 전국농민 총파업, 11월 11일 전국동시다발 야적(나락 쌓기)투쟁 등 스스로 선택한 투쟁활동을 전개하게 된다.

농민총회는 농민 스스로 투쟁을 결정하는 자리인 동시에 마을잔치이기도 했다.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농민들은 강당 옆에 마련된 막걸리와 보쌈, 겉절이로 회포를 풀며 쌀값에 대한 대화를 이어갔다.

장흥에서, 보성에서...농민들 "본때를 보여주자"

장흥군 관산읍 농민총회가 끝난 뒤 2시부터는 이웃인 보성군 득량면에서도 농민총회가 진행됐다. 득량농협 2층 강당에서 열린 득량면 농민총회는 잔칫집처럼 왁자지껄하던 관산읍과 사뭇 다른 진지하고 비장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제안 설명에 나선 보성군 농민회 박홍주 사무국장은 참석한 농민들에게 “물론 당장 경제 형편이 좋지 않아 출하 거부가 어려운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 농민회도 3000평 이하 경작하시는 분들에게는 총회 참석 여부를 묻지 않았습니다”라며 “하지만 제가 지금까지 말씀드린 객관적인 자료를 보고도 나락을 팔겠다고 나서면 바봅니다, 바보”라면서 참석한 농민들에게 투쟁을 호소했다.

득량면 농민총회 또한 관산읍과 마찬가지로 압도적인 찬성으로 마무리됐다. 총 투표인원 68명 중 찬성 67표 반대 1표 무효 1표였다.

“잘 됐어, 정부가 우리한테 해준 게 뭐가 있어? 지방자치도 필요 없어, 투표해봐야 시장이든 군수든 그놈이 그놈이지. 우리 권리는 우리가 찾아야 혀”

총회가 끝나고 막걸리를 기울이던 보성군 농민들도 ‘이번에 한번 본때를 보이자’며 서로를 격려했다.



이승빈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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