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마지막 가는길,외롭지 않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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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실 작성일18-12-07 08:33 조회1,78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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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산 재미동포 시사평론가는 이번 글을 통해 "우리에게 36년이란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견디기 어려운 고통과 상처를 준 일본 총리가 언젠가 방한해 위안부 소녀상 앞에 무릎을 꿇고 한국민에게 브란트처럼 진심으로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는 날이 올까?"라고 의문을 던지는 한편 지난 10월3일 한 양심적인 일본인 인사가 한국을 방문하여 일본이 자행한 죄를 사죄한 것에 대해 독립유공자가 마지막 가는 길 외롭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민족통신 편집실]
[시평]독립유공자 마지막 가는 길, 외롭지 않게 됐다
*글:김중산(재미동포 시사평론가)
1970년 12월 폴란드를 방문한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가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아랑곳 않고 독일군에게 학살된 희생자 추모비 앞에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사죄하는 모습을 TV 생중계로 지켜본 폴란드 국민들은 가슴속에 켜켜이 쌓인 서독에 대한 적대적인 감정의 응어리를 말끔히 풀 수 있었다. 더구나 젊은 시절 나치의 박해를 피해 노르웨이로 망명하여 떠돌며 반나치운동을 벌였던 브란트 총리가 머리를 숙이고 눈물로 사과하는 모습을 지켜본 폴란드 국민들은 그의 진정성에 감동한 나머지 따라 울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우리에게 36년이란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견디기 어려운 고통과 상처를 준 일본 총리가 언젠가 방한해 위안부 소녀상 앞에 무릎을 꿇고 한국민에게 브란트처럼 진심으로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는 날이 올까? 상상하는 순간 문득 ‘연목구어’란 말이 떠오른다. 사죄, 사과. 말은 쉽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지성과 양심 그리고 용기가 없이는 어렵다. 일본 지도자들에겐 그런 게 없다. 때문에 같은 전범국가로 천인공노할 반인륜적 만행을 저지른 일본의 과거사를 대하는 태도가 독일과는 달리 후안무치할 수밖에 없다.
2015년 1월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인류에 대한 범죄에는 시효가 없다. 나치의 만행을 기억하는 것은 독일인의 영원한 책임”이라며 과거사에 대해 거듭 사죄했다. 이렇듯 독일은 아무도 사과를 요구하지 않는데도 자진해서 사과를 하는데 반해 일본은 사과 할만큼 했으니 더 이상은 않겠다며 버틴다. 그들 주장대로 일본이 과거 몇 차례 사과한 건 맞다. 하지만 하토야마 전 총리를 제외한 나머지 일본 지도자들의 천편일률적인 사과에서는 전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으니 제발 단 한번만이라도 등떠밀려 마지못해 하는 형식적인 사과가 아닌 제대로 된 사과를 하라고 거듭 요구하는 것이다.
지난 10월 3일 경남 합천 원폭피해자복지회관을 찾아 위령각을 참배하고, 일본 정치지도자로는73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인 피해자에 무릎 꿇고 사죄한 하토야마 전 일본 총리가 “일본이 한반도를 식민화해서 그 후에 2차 세계대전으로 돌입한 결과 한반도가 분단됐다는 것이 역사적인 사실”이라며 또다시 사과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지난 16일 경기도 고양시에서 열린 2018년 아시아 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서 “일본이 식민화와 전범국의 역사적 사실을 받아들이고,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일본사람들은 사죄하는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 한국에 사죄하지 않겠다”는 아베 총리와는 달리 “한국이 더는 사죄가 필요 없다고 할 때까지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일본의 진심어린 사과없이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 구축은 불가능에 가깝다.
일제 강점기 빼앗긴 나라를 되찾으려 목숨 바쳐 싸운 독립유공자들이 마침내 합당한 예우를 받게 됐다.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며 자조하는 나라에서 기껏 대통령 한 사람이 바뀌었을 뿐인데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앞으로 독립유공자가 별세하면 경찰이 장례식장에서부터 현충원까지 운구행렬 전 과정을 에스코트한다”는 경찰청 발표도 그 놀라운 일들 중 하나다. 앞서 지난해 8월 “독립유공자 장례 의전을 격상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조치다. 해방 후 일제 잔재를 발본청산해 민족정기와 사회 정의가 살아 숨쉬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었더라면 당연히 취해졌을 일련의 조치들이, 대통령 말 한마디면 간단히 될 일이70여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뒤늦게 시행되는 것이다.
광복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애국지사들이 도리어 해방된 조국으로부터 버림 받고 세간의 무관심 속에 찢어지게 가난한 삶을 살다가 소리없이 세상을 떠난 것과는 달리, 비록 몇 분 안 남았지만 생존한 독립유공자들의 마지막 가는 길이 외롭지 않게 되었으니 만시지탄이나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현존하는 독립유공자는 국내 35명,해외 7명으로 모두 42명이며 평균 나이 95세 고령이니 안타깝게도 세상과 작별할 날이 멀지 않은 분들로 예우에 한 치의 소홀함도 없어야겠다.
현충원 국립묘지에 김백일,이종찬,김창룡 같은 친일파들이 묻혀 단잠을 자고 있는 반면 김구, 윤봉길, 이봉창 같은 절세의 애국자들은 허름한 인근 공원에 내쳐저 잠 못 이루고 뒤척이고 있다. 조국 광복을 위해 목숨을 바친 애국지사와 60여 명의 민족반역자들이 국립묘지에 나란히 묻혀 있는 기막힌 현실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웅변해준다. 통탄할 일이다. 당장 친일 매국노들의 묘를 파헤쳐 이장하고 그 자리에 애국지사들을 모셔야 한다.
하토야마 전 총리가 지적했듯 한반도 분단은 일제 식민지배가 남긴 불행한 역사적 유산이다. 삭풍이 몰아치는 만주 벌판에서, 험준한 장백산 깊은 밀림속에서 풍찬노숙하며 애국선열들이 꿈꾼 진정한 광복은 살아남은 자들이 분단이란 불행한 유산을 극복하고 통일조국을 만들어 백두에서 한라까지 ‘우리 민족이 다시 하나가 되는 것’일 것이다. 문 대통령이 평양 능라 연설에서 “5000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산 우리 민족은 함께 살아야 한다”고 말했듯 우리는 기필코 하나가 되어 애국선열들의 고귀한 헌신과 희생에 보답해야 할 것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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