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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여러분, 그리운 동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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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석기 옥중서신 작성일19-12-09 15:46 조회99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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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여러분, 그리운 동지들.

 

동지들과 떨어져 감옥 안에서 맞는 7번째의 겨울입니다. 달력을 보니 이제 2010년대의 마지막 겨울입니다. 지나온 2010년대를 저는 시련 속에서 동지를 찾은 시간으로 기억합니다. 불의한 권력에 맞서며 고난의 세월을 함께 한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생각납니다. 차가운 바람은 우리를 위축시키기도 하지만 곁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계기이기도 합니다.


지금도 찬 바람 속에서 싸우고 있는 노동자, 농민이 있습니다. 촛불 혁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 민중이 거리에서 찬바람과 맞서야 하는 현실입니다. 박근혜 정권을 몰아내고 새로운 나라로 나아가자는 열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동지들이 저의 석방을 외치고 있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시간들이 우리 사회를 한 걸음 나아가게 하고 우리 자신을 발전시키는 소중한 시간들임을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 현실을 직시하면서 감옥의 찬 기운을 견디고 있습니다. 이 시간들이 쌓여 결국 지금 광장의 칼바람을 따뜻한 봄바람으로 바꾸어낼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시간은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 사회에서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지만, 우리를 둘러싼 세계 역시 크게 변화하였습니다. 변화는 위기이기도 하지만 기회이기도 합니다. 저는 우리 민족이 지난 100년간 감내해야 했던 예속과 분단이 이제 종착점에 이르고 있음을 느낍니다.

이제 다가올 2020년대는 우리에게 자주를 실현하는 시대가 될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 이를테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나 방위비 분담금, 대북제재에 막혀 전진하지 못하고 있는 평화협력과 같은 문제들은 우리 사회의 근본 문제와 잇닿아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강대국이 충돌하는 시대에 우리가 어떤 전략으로 나아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던져지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한 해법,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하나입니다. 자주입니다.

자주는 우리 스스로 자기 발로 선다는 의미입니다. 누구에게 의존하지도, 누구를 배척하지도 않고, 오직 스스로의 두 발로 지구를 딛고 서서 모두와 평화롭게 협력하자는 발상입니다. 친미냐, 반미냐, 친중이냐 반중이냐는 질문을 거부하고, 우리 스스로 서서 우리 민중의 이익을 중심으로 협력하자는 것이 자주입니다. 우리가 스스로의 힘을 믿고 일어설 때 미국도 우리를 존중하고, 중국도 우리를 가볍게 보지 않을 것입니다. 최근에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은 하나같이 자주의 원칙위에서만 제대로 된 해법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땅의 지배세력들은 지금도 지난 70년처럼 미국을 섬기면서 한미동맹의 틀 안에서 살고자 합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지난 날처럼 미국을 섬기기만 하면,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을까요? 당장 미국의 트럼프 정부조차 이런 발상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이제 동맹이라는 낡은 틀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미국이 이렇게 변화하고 있는데, 우리가 한미동맹의 낡은 틀을 고집할 까닭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한국의 그 어느 역대 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촛불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도 이 문제에서만큼은 별다른 차이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동지 여러분, 그렇다고 좌절하거나 실망할 일은 아닙니다. 이제 우리 사회의 근본 문제가 물 위로 올라와 그 실체를 그대로 드러냈을 뿐입니다. 필요한 것은 이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서 자주의 길로 전진하는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에 실망하기 전에 우리가 민중의 정치적 열망을 하나로 단결시켜 나간다면 우리는 오래지 않아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사변들을 보게 될 것입니다.

정권교체를 뛰어넘는 근본적인 변화의 필요성은 우리 사회 내부적으로도 분명합니다. 이른바 ‘조국 사태’를 생각해봅니다. 구조적인 불평등, 그러한 불평등의 세습, 그리고 이와 같은 계급의 문제에서 여당과 야당이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우리 사회의 진면목, 가진 자들의 민 낯을 우리는 생생하게 보았습니다.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대는 끝났다고 합니다. 왜 그렇게 되었습니까? 가진 자들과 민중 사이의 격차가 너무 크게 벌어졌고, 이를 거슬러 올라갈 사다리가 끊어졌기 때문이 아닙니까? 돈이 돈을 벌고, 기득권에 속하지 않은 부모의 자식으로 태어나서는 아예 새로운 꿈조차 꿀 수 없는 사회임을 우리는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문제가 심각하다면 해답도 심각해야 합니다. 문제가 구조적이라면 대안도 구조적이어야 합니다. 그 동안 진보진영이 주장해 왔고, 현 정부가 실행하고 있는 각종 수당 도입이나 즉자적인 교육 및 부동산 정책과 같은 '언 발에 오줌누기식' 대책으로는 이런 구조적 불평등에 아무런 균열을 내지 못합니다.

지금은 역사적 상상력이 필요한 때입니다.대지주의 땅을 무상 유상으로 거둬들여 소작인들에게 나눠줬던 해방 이후 농지개혁은 농촌의 계급관계를 뒤흔들었습니다. 이러한 농지개혁처럼, 자산재분배 정책과 같은 대담하고 근본적인 발상이 필요합니다. 구조적 불평등, 세습되고 있는 계급관계를 뿌리에서부터 뒤흔들지 않고서는 우리는 한 치도 전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오롯이 새로운 정치세력의 몫입니다. 여당이건 야당이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나 우리사회의 견고한 기득권에 뿌리내리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어떤 정치세력도 자신의 존재적 기반을 배신하지 못합니다. 우리 사회의 굳건한 불평등 구조를 깨자면, 이 불평등 구조에서 피해받는 대중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세력을 건설해야 합니다.

우리가 낡은 양당체제를 혁파하자고 하는 건 애매한 중간파 정당과 이런저런 지역정당들이 함께하는 다당제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민중의 정당, 민중 속에 깊이 뿌리박은 정당, 민중의 이익을 위해 싸우는 참다운 진보정당이 나오는 것이야말로 낡은 양당체제의 혁파일 것이며, 자주 평등 평화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 될 것입니다.

그리운 동지들.

미래는 멀리 있지 않습니다. 겨울을 이겨내고 봄을 만드는 사람들이 지금 이 광장에 모여 선 것처럼 자주 평등 평화의 시대를 열어가는 이들이 하나의 정치적 힘으로 단결한다면 민중의 새날은 어느새 닥쳐올 것입니다.

과거와 미래의 싸움에서는 미래가 이깁니다. 낡은 것은 결코 새 것을 이길 수 없습니다. 여기에 계신 동지들이 있는 한 우리가 꿈꾸는 미래는 현실이 됩니다. 여러분이 미래입니다. 당신이 봄입니다. 다가오는 새 봄에 우리 뜨거운 가슴으로 만납시다.


2019. 12. 1. 대전 옥에서


 이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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