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대통령의 입 그리고 미국의 태도
분석과 전망 2015/07/27 11:57
<분석과전망> 남북당국간 회담 실현에서 나서는 두 가지 관건

"이번 추석 명절을 앞두고 이산가족들이 서로 만나서 정말 회포를 풀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해나갈 예정"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26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서 한 말이다. 우리정부가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얼마나 중시 여기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사실, 새롭지는 않다. 그렇지만 주목할 만은 하다. 작년 2월 이후 중단된 이산가족 상봉 재개를 위한 남북 회담을 공식 제의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홍 장관은 방송에서 북한의 금강산 관광 재개요구를 염두한 듯한 발언을 했다. 북한도 원하는 현안이 있다면서 “그런 사안들을 만나서 한 번 얘기를 해보자는 것"이라고 한  것이다. 우리정부의 이산가족 상봉문제와 대응하는 것으로 흔히 북한의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가 꼽힌다.

이에 따르면 홍 장관의 발언은 남북이산 가족상봉과 금강산관광재개를 주요 의제로 하는 남북당국간회담을 공식적으로 제안하기 전에 분위기를 잡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주목되는 이유다. 특히 시기나 여건이 좋다는 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비록 성과 없이 끝나고는 말았지만 최근 개성공단 임금문제 관련 당국 간 회담이 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인 이희호여사의 방북도 확정된 상태다. 그리고 특히 8.15민족공동 행사와 관련한 민간통일운동진영의 실무회담이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흐름이 전반적으로 좋은 것이다. 8.15남북공동행사가 성사되고 이를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의 기미가 최소한의 흐름을 갖게 되면 이것이 남북당국간회담으로 충분히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이 과연 호응해올 것인가에 관심을 집중한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정부의 한 소식통은 "8·15를 앞둔 남북 대화가 쉽지는 않다"는 말을 했다. 그 근거로 "내부 결속을 강화하는 북한이 남북관계에 있어 소극적이고, 경직된 태도를 보인다"는 것을 들었다.

그렇지만 이는 외교적 수사에 불과하다. 그동안 남북관계 개선의 역사는 다른 나라들끼리의 외교적 수사 같은 범주로 접근해서는 그 어떤 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수도 없이 기록해놓고 있다.

북한에 그 책임을 떠 넘기는 것은 현실을 호도하는 것이기도 하다. 현실은 북한의 대응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명징하게 보여준다. 문제는 정세조건이다. 북한은 지금도 여전히 우리정부에 대해 원색적 비난을 지속하고 있다.

북한은 최근 전국연합근로단체를 내세워 "동결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현 북남관계를 수습하기 위해서도 박근혜의 천하 못된 입이 다시는 놀려지지 못하게 아예 용접해버려야 한다는 것이 이 나라의 한결같은 민심"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에 대한 북한의 공세도 멎지 않고 있다. 북한 인민군 판문점대표부는 최근 대변인 담화를 발표해 서북도서 일대에서 우리군이 벌이는 해상사격훈련을 비난하는 가운데 그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백령도 등 일대에 대한 조준사격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이는 남북관계에서 개선의 길이 열리자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정확하게 상기시켜준다.
공학적으로 보면 간단하다. 첫째 박근혜대통령이 반북공세를 하지 않으면 된다. 다음으로는 미국이 8월로 예정되어있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벌이지 않으면 된다.

박대통령의 평양 자극발언 자제와 미국의 군사훈련 자제가 홍 장관이 제기할 수도 있는 남북당국간 회담 실현의 절대적 조건으로 되는 것이다. 남북당국 간 회담과 관련하여 우리가 주시해야할 것은 따라서 북한이 아니다. 박대통령의 입이며 미국의 태도다. 현실적으로 다른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