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대통령 방북…김정은 첫 '정상 외교' 관심>
김영남 초청 방북…나진항 등 경협 확대 주목

 차히야 엘벡도르지 몽골 대통령의 북한 방문이 양국 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8일 엘벡도르지 대통령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초청으로 이날 북한을 방문한다고 전했다.

몽골 대통령의 방북은 2004년 12월 이후 약 9년 만이다.



북한과 몽골은 과거 사회주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통적 우호관계를 유지해왔고 이번 정상외교로 관계가 더욱 돈독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한이 국제적 물류기지로 발전시킬 욕심을 내는 나진항을 중심으로 양국 간 경제협력이 주목된다.

몽골은 중국, 러시아의 내륙을 통하지 않고 바다로 석탄 등의 지하자원을 수출하고 필요한 물자를 들여오려고 나진항 진출을 꾸준히 모색해왔다.

북한도 그동안 나선경제특구에서 협력할 나라로 러시아, 중국과 함께 몽골을 거론하며 몽골의 나진항 진출에 긍정적 태도를 보여왔다.

지난 9월 러시아 극동 하산과 북한 나진항을 잇는 철도가 5년여의 개보수를 거쳐 재개통한 점도 몽골의 마음을 바쁘게 하는 요인이다.

이에 따라 엘벡도르지 대통령이 이번 방문에서 직접 북한과 나진항 시설의 임차 문제를 협의하면 나진항 진출 작업이 속도를 낼 가능성이 있다.

앞서 지난달 6일 구본태 북한 무역성 부상은 중국 지린성 창춘(長春)에서 열린 제7회 동북아합작고위급포럼에서 북한과 몽골의 협조가 긍정적이라며 "국제화물수송 협조 문제와 나선특구에 대한 몽골기업들의 투자 문제가 합의 단계"라고 밝힌 바 있다.

몽골에 파견된 북한 인력의 확대와 정보기술(IT), 농축산 등도 양국의 주요 경제협력 분야다.

몽골과 북한은 지난 7월 IT 분야의 교류·협조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고 북한의 대규모 축산기지인 세포 등판 개간에도 몽골이 협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몽골 대통령의 방북은 이런 경제적 실리뿐 아니라 양국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볼 수 있다.

러시아, 중국 등 강국의 틈바구니에 끼인 몽골은 최근 국제적으로 존재감을 보여주려는 행보를 잇달아 보이고 있다.

몽골 법인이 이달 중순 재경매에 부쳐진 도쿄의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건물을 낙찰받고, 작년 11월 납치자 문제에 관한 북한과 일본의 회담이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개최된 사례는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몽골은 북한의 개방을 도와주는 역할을 함으로써 동아시아 평화, 안정에 기여한다는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다.

북한 입장에서도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뒤 엘벡도르지 대통령이 평양을 찾은 첫 외국 최고지도자라는 점에서 그 정치적 의미가 크다.

특히 김 제1위원장이 엘벡도르지 대통령을 만날 지가 관심이다. 회담이 이뤄지면 김 제1위원장이 '정상외교' 무대에 첫발을 뗀 것으로, 적극적 대외 행보로 평가할 수 있다.

북한이 경제 개발을 위한 외자 유치에 힘쓰는 상황에서 개방적 면모를 과시할 기회가 될 수 있다.

2004년에는 나차긴 바가반디 당시 몽골 대통령이 평양에서 북한의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박봉주 내각 총리를 만났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남은 없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엘벡도르지 대통령의 방북으로 몽골과 북한의 협력관계가 크게 확대될 것"이라며 "몽골은 경제적 실리를 챙기면서 국가 위상을 높일 수 있고 북한도 외교·경제적 고립을 벗어나는 출구로 몽골을 활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