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이 31일 전체회의를 열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촉구하기 위한 결의안'(H.CON.RES.41)이라는 명칭을 달고 있다. 방식은 구두 표결이었으며 반대자는 없었다. 만장일치인 것이다.

발의한 의원은 찰스 랭글(민주·뉴욕) 존 코니어스(민주ㆍ미시간), 샘 존슨(공화ㆍ텍사스), 하워드 코블(공화ㆍ노스캐롤라이나) 의원 등 총 4명이다. 모두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의원들이다. 한국전쟁 정전 협정 체결 60주년(7월 27일)을 맞아 한 것이다.

미국 상원도 하원의 뒤를 따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상원도 같은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키게 되면 미국 의회 전체의 의지가 표현된다는 점 때문에 일견 주목을 받을 만하다.

미국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촉구한다는 것은 사람들이 좋아할 법 한 일이다. 언제라도 바람 잘 날이 없는 곳이 한반도이다. 통일이 되지 않고서는 늘 상 그럴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만해도 한반도는 전쟁 터지기 일보 직전에 내몰려 갖은 몸살을 앓아야했다. 미국 같은 대국이 한반도의 평화를 원하고 통일을 바란다는 것은 얼마든지 좋은 일이다. 사람들은 흔히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지만 현실에 맞닥뜨리게 되면 상황은 확 달라진다. 미국은 한반도정세에 관한한 3자가 아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밀접한 이해당사자가 미국이라는 것을 현실은 한두 번만 보여주었던 것이 아니다.

미국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강조하는 것은 그저 겉모습일 뿐이다. 실제에 있어서는 평화적이지도 통일지향적이지도 않다. 결의안 내용만 보아도 이는 금새 드러난다. 한반도를 평화와 통일로 이끌 대화를 재개하기 위해 북에 국제 법을 지키고 핵확산을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것이 결의안의 골자인 것이다. 이는 정치적 수사조차도 아니다. 현실이 선명하게 말해주는 것은 이는 북미대결의 한 모습이라는 것이다.

이해당사자이면서도 3자인 척 하는 것은 이해당사자로서 갖는 이해 중에서 불리한 것을 감추려는 목적 이외의 그 어떤 것도 갖지 않는다. 미국의 대북대결정책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방해하는 요소라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기정사실이다.

8월에 들어서면서 한반도가 또 다시 전쟁국면으로 진입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 때문이다. UFG훈련은 미국이 벌이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이다. UFG훈련을 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입장은 아직까지 확인된 것이 없다. 어떤 사람들은 카터의 방북에 무게를 실어 바라보기도 한다. 낙관하고 싶어 하는 절박한 심정의 반영이다. 그처럼 사람들은 한반도의 평화를 절실히 원하고 있는 터다.

UFG훈련에 대해 북은 일찌감치 반발하고 나섰다.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31일자 '미국의 패권야망을 분쇄해버려야 한다'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서이다. UFG훈련이 벌어지면 한반도 정세는 또다시 '전쟁국면'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연합뉴스 31일자 보도를 보면 북은 ‘예측할 수 없는 엄중한 전쟁폭발 국면’이라는 표현까지도 쓰고 있다.

북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 것과 상관없이 미국이 북과 대화를 할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지 않는다면 8월 한반도에 미국의 의회가 강조하는 평화는 없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 모멘텀으로 미국의 UFG훈련 취소를 꼽고 있다. 미국이 진정 한반도의 평화를 원하고 통일을 바란다면 이번 달에 예정되어있는 UFG훈련을 진행하지 말아야한다는 것이다. 카터의 방북과 연계하여 미국이 양보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만일 미국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촉구하는 의회의 결의안을 통과시켰으면서도 UFG훈련을 진행하게 된다면 미국의 두 얼굴에 대한 비판이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