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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빨찌산참가자들의 회상기》5권 19. 위만군을 설복하여 - 김 충 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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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정 작성일12-06-10 13:06 조회1,48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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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만군을 설복하여

김  충  렬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령도하신 항일무장투쟁시기 내가 속해있던 유격대의 한 기병부대가 보청지방에서 활동하고있던 때였다.

1937년초 어느날 새벽이 가까와올무렵에 우리 기병중대는 의순호동쪽 어느 산중에 있는 목재소에 들려 행군중의 휴식을 하게 되였다.

당시 우리 중대는 매우 어려운 처지에 있었다. 련속된 전투와 고된 행군에서 지친데다가 식량이 심히 부족하였다.

게다가 사료가 없어서 그나마 부족한 식량에서 덜어내여 말에게 먹이면서 행군하고 전투를 하지 않으면 안되였다. 그러나 그것도 오래 가지 못해서 날이 갈수록 많은 말을 잃게 되였다. 결국 기병들인 우리는 말이 부족하여 날개를 꺾인셈이였다.

우리가 이곳 목재소에 도착한 즉시로 나는 부대의 보초를 서게 되였다.

밝기전의 희뿌연 어둠속에서 눈보라가 세차게 불어쳤다. 이따금 이깔나무 얼어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단한 추위였다.

이미 손발이 언 나는 초소에서 연신 발을 옮겨디디며 두리를 살폈다. 날이 환히 밝아올무렵에 나는 문득 다가오는 인기척에 신경을 바싹 가다듬게 되였다.

바라보니 아래켠으로부터 뻗어오른 가까운 길로 아래 우 검은 솜옷을 입은 중년나이의 웬사람이 팔소매를 끼고 총총히 올라오고있었다.

나무그루뒤에 몸을 숨기고 긴장하여 살펴본 나는 그가 이곳 목재소 책임자라는것을 알아보았다. 그는 이전부터 우리의 청도 많이 들어준 면목이 있는 사람이였다. 그는 자기의 목재판경영을 위하여 위만군에게 한다리를 걸고 우리에게도 한다리를 걸어 능란하게 경우맞춤으로 사는 사람이였다.

나는 그가 옆을 지나가는 순간에 나무그루뒤로부터 불쑥 앞으로 나서면서 《꼼짝 말라!》하고 소리쳤다.

그는 거의 나자빠질 지경으로 놀라 두손을 들고 부들부들 떨더니 문득 한걸음 다가오며 말했다.

《아, 당신들이군. 그런걸 원, 이렇게 놀라기란.》

어줍어하는 태도로 나에게 다가온 그는 내가 묻기도전에 간사한 웃음을 띠우고 지금 자기 뒤로 위만군들이 올라온다는것이였다.

나는 인차 우리 동무를 불러 목재소책임자를 데리고 지휘부에 가서 급히 적정을 알리게 하고는 더욱 긴장하여 아래켠을 감시했다.

한참후에 과연 아래켠으로부터 100명가량 되는 위만군대렬이 떠들썩하며 올라오고있었다. 가만보니 우리 부대가 여기 와있는줄 모르고 오는것임에 틀림없었다.

그러나 이럴 때까지 우리 부대에서는 미처 련락을 받지 못했는지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나는 매우 조급해졌다. 어떻게 할것인가. 혼자서 수많은 적과 전투를 한다는것은 승산이 없는것이였다. 그렇다고 해서 결정적인 순간을 묵묵히 놓쳐버린다는것은 더욱 안될 일이였다.

나는 적이 일제놈들의 강제에 못이기고 기만에 넘어가 자기 조국과 인민을 배반하고있는 위만군이라는것을 생각했다.

(대담하게 함화공작을 들이댄다면?)하고 나는 생각해보았다. 그러자 지난날에 우리 부대에서, 또는 항일유격대의 다른 부대에서 위만군들에게 함화공작을 하여 그들을 와해시켰거나 혁명의 편으로 끌어들였던 사실이 련달아 생각되였다.

나는 함화공작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 방법밖엔 다른 도리가 없었다.

내가 행동을 망설이는 사이에 적들은 가까이에 다가왔다. 더는 지체할수 없었다.

나는 몸을 숨긴채 날카롭고 엄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꼼짝말라.》

그러자 당황한 위만군들은 서로 고함을 지르더니 다급히 전투준비를 하기 시작하였다.

나는 계속 몸을 숨긴채 힘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들으라. 우리는 항일유격대이다. 조중인민의 원쑤는 일제놈들이다. 당신들과 우리는 원쑤가 아니다. 싸워서는 안된다. 지금 당신들은 포위상태에 들어있다. 사방 산우에서 우리 부대가 당신들을 내려다보고있다. 싸우면 당신들은 몰살될뿐이다.》

나의 이 말에 소란하던 위만군들은 점차 조용해지더니 마침내 쥐죽은듯 잠잠해졌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령도하신 우리 항일유격대의 위력앞에 오래전부터 겁을 먹어오던 그들은 나의 단호한 말까지 듣게 되자 자기들의 행동을 망설이고있는것이 분명했다.

신심이 생긴 나는 나무그루뒤로부터 떳떳이 가슴을 벌리고 몇걸음 앞으로 나갔다.

엎드린 적들의 눈이 일시에 나에게 쏠렸다. 그 눈들은 공포에 질려있었다.

나는 훈시조로 성칼지게 말했다.

《우리가 싸우면 좋아할건 일제놈들뿐이다. 왜 조국을 짓밟는 일제놈들을 위하여 싸우겠는가.

만약 당신들이 우리를 지지한다면 우리는 당신들을 그냥 둘것이다.》

나는 일단 말을 그쳤다. 위만군들속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후 갑자기 그들앞으로 한사람이 뛰여나오더니 자기 편을 향하여 총을 쏘지 말라고 소리치는것이였다. 그런후 그는 마치 살얼음판을 걷기나 하듯이 조심스럽게 나에게로 다가왔다. 그는 위만군 특무장이였다.

나는 총구를 내리고 선 자리에서 그를 맞았다.

위만군 특무장은 내앞에서 머뭇거리더니 흥분한 어조로 말을 더듬었다.

《사실 우리 역시 당신네들과 싸우고싶지는 않소. 산 아래에 일제놈들이 돌아다니니 총소리를 내지 않는게 좋겠소. 우리는 사실 이전부터 당신들과 화해하고싶었소.》

《좋소.》

나는 진정어린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는 내가 우리 지휘관에게 보고하겠으니 잠간 기다리라고 했다.

위만군 특무장은 지어 히쭉 웃기까지 하면서 동의했다.

나는 내가 한 말이 진실이며 안심하고 기다리라는것을 몸거동으로나마 다시 보여주기 위하여 선뜻 총을 멘 다음 한번 뒤돌아보지도 않고 태연히 목재소쪽으로 걸어들어갔다.

나는 련대장동무에게 이 사실을 보고하였다. 련대장동무는 즉시에 련락원을 보내여 위만군 대표 몇명을 불러온후 그들과 담판을 시작하였다.

그런데 담판이 끝나기도전에 위만군부대 전부가 산고개우에 무리를 지어 나타나더니 걸음을 멈추고 한동안 서있는것이였다. 그들은 막상 만나자고 보니 불안한 모양이였다. 우리가 손을 들어 흔드는것을 보고서야 그들은 우리에게로 다가왔다.

우리는 그들과 상봉하여 서로 악수를 하였다. 마침내 우리 동무들은 그들의 사이사이에 섞여 앉아 구면처럼 허물없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러나 처음에 위만군들은 어딘지 기를 펴지 못하고 다소 경계하는 눈치였다. 이는 그들이 일제놈들에게서 우리에 대한 중상과 악선전을 들어온데 원인이 있는것이 틀림없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그들의 그릇된 인식을 뿌리뽑아야 한다는것을 알고 우선 우리의 투쟁목적에 대하여 구체적인 해설을 해주었다.

우리 항일유격대는 가난한 인민의 아들딸로 조직됐다는데 대하여, 강도일제를 쳐부시고 인민이 주인된 나라를 세우기 위하여 싸우는 인민의 무장력이라는데 대하여, 일제가 항일유격대를 《비적》이라 하지만 비적은 바로 도적무리들이나 악질《산림대》들이며 가장 크고 공공연한 비적은 일제라는데 대하여 상세히 해설했다.

여기까지 말하자 위만군병사들은 덤덤히 머리를 숙였다. 우리는 이야기를 점차 그들자신의 문제에로 이끌고가면서 같은 인민의 자제로서 항일구국을 위해 혁명에 나선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강도 일제놈들의 편에 서서 무기를 멘 불행한 사람들이 있다는것을 말했다.

우리는 계속하여 일제가 그들에게 하는 차별대우와 각종 모욕에 대하여, 그들의 노예적인 처지에 대하여 생동한 자료로써 분석하여 설명했다.

위만군병사들은 머리를 들었다. 그들의 찌프린 량미간, 옥문 입술들, 경련적으로 푸들푸들 뛰는 볼, 어딘지 줄곧 응시하는 상기된 눈들로 미루어보아 그들의 가슴속에는 민족적량심과 계급의식이 활기를 띠고 소생하고있음이 짐작되였다.

우리는 그들중 한 대원에게 물었다.

《당신은 어떻게 되여 위만군에 들어왔소. 집에서는 모두 편안히 살고있소?》

체소하고 등이 구부정한 그 위만군병사는 목덜미까지 온통 붉어지며 옷깃을 비틀어 주무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떠듬떠듬 대답했다.

《우리 집은 소작농입니다. 온 식솔이 황소처럼 일했지요. 그러나 늘 굶주리며 죽지 못해 살아왔습니다. 모진것이 목숨이여서 근근히 지내왔는데 하루는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아 밭에 나가보니 아버지는 풀뿌리를 입에 문채 숨이 졌습디다.》

그는 머리를 숙이며 쏟아지는 눈물을 옷소매로 닦더니 다시금 말을 이었다.

《그런데 나으리들이 밤낮 찾아와서 나더러 위만군에 들어가면 식구들까지 팔자가 늘어지게 잘 살게 된다고 말합디다. 그래 생각하던 끝에 위만군에 끌려갔습니다. 그런데 난 신세를 망치고 집에서는 또 아이들이 앓아죽고 굶어죽고 어머니는 일제놈의 집에 가서 매를 맞으며 식모노릇을 하고있답니다.》

이렇게 말한 위만군병사는 문득 졸도하듯 곁에 앉은 위만군병사의 무릎우에 쓰러져서 어깨를 들먹거리며 흐느껴울었다. 주위가 물뿌린듯 조용해졌다. 모두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우리 대원들중 누군가가 그들에게 물었다.

《당신들의 처지도 저 사람과 같지 않소?》

그러자 그들은 서로 옆사람과 어깨를 모으고 무엇인가 중얼거리며 머리를 끄덕거렸다. 그러더니 그들중 몇명이 동시에 《옳소.》하고 성칼지게 웨쳤다.

뒤미처 위만군병사 여러명이 혹은 앉은채로, 혹은 일어서서 자기들은 세상사를 잘 몰랐다는데 대하여, 또는 알면서도 극도의 생활고에 못견디여 놈들앞에서 싫은 일을 하고있다는것을 통절한 목소리로 고백했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그들에게 어디서 무엇을 하건 민족적량심을 가지고 일제를 반대하여, 인민을 위하여 투쟁만 한다면 된다고 말해주었다. 그리하여 또다시 《옳소.》하는 목소리가 울렸는데 이번에는 그들의 거의 전부가 웨쳤다.

잠시후 우리는 그들에게 우리의 연예공연을 보여주었다. 장쾌하고 힘찬 합창 《항일전가》를 비롯하여 독창, 하모니카독주들, 고향산천의 흐뭇한 정취를 불러내는 퉁소독주, 혁명적락관주의와 청춘의 랑만과 기개를 보여주는 춤들… 보는것마다에 위만군병사들은 환성을 올리며 연신 무릎을 치며 좋아했다.

공연이 끝났을 때 그들은 앞을 다투어 소감을 말했다.

《싸움밖엔 할줄 모르는줄 알았더니 거 정말 굉장한 배우들이군요.》

《하여튼 이렇게 마음드는 구경은 난생 처음이라니까. 항일유격대가 정말 좋은 사람들이라는걸 이젠 알겠소. 》

《우린 정말 부끄럽소. 남에게 매워살다나니 춤 하나 출줄 모르고 기껏 안다는게 아편밖에 없으니…》

이렇게 이야기가 꼬리를 무는데 위만군 한 병사는 자기가 걸머진 알쌈에서 탄알 절반가량을 뽑아 우리앞에 내놓으며 울먹울먹하면서 말했다.

《난… 당신들과 한대렬에서 항일하고싶소. 그런데 나에겐 목숨을 의탁한 식솔이 많아 어쩔도리 없구려. 참말 내 마음만은… 내 마음만은…》

그는 격하여 말을 끝맺지 못하고 흙살이 앉은 커다란 두손에 탄알들을 받쳐들고 우리에게로 나왔다.

그러자 다른 위만군 병사들도 앞을 다투어 자기들의 알쌈에서 탄알들을 뽑아 우리에게 넘겨주는것이였다. 그들은 지어 자기들의 배낭에 들어있는 건빵이며 사탕까지 몽땅 우리앞에 털어놓았다.

그날 오후에 위만군병사들은 돌아갈 차비를 하였다. 그들은 항일을 위해 있는 힘을 다 바칠것을 결의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자기들이 의순호쪽 큰 길에 나섰을 때쯤 되면 총소리를 요란스레 내달라는것이였다. 이것은 그들이 우리에게 탄알을 넘겨준 내막을 일제놈들에게 허위보고하자는것이였다. 우리는 약속을 지켜주었다.

그들이 떠나간 다음날 아침 우리는 통거우쪽에 있는 목재소로 통하는 대도로주변을 도보로 행군하고있었다.

출발에 앞서 련대장은 이번 행군의 사연과 목적을 설명해주었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았다.

전날에 련대장동무는 위만군 지휘관들과의 담판시에 우리에게 말들이 필요하다는것을 그들에게 귀띔해주었다. 그런즉 위만군측에서는 일제놈들때문에 공공연히 우리에게 말을 가져다줄수는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그러더니 그들은 2일후에 의순호로부터 통거우목재소로 100여대의 말파리가 목재를 실으러가니 그때 습격하면 대항하지 않고 말을 내여주겠다는 암시를 주었다.

그리하여 말을 잃은 기병들인 우리에게 있어서 이것은 절호의 기회로 되였던것이다.

우리는 다음날 아침 통거우목재소로 가는 큰 길옆에 매복하였다. 약속대로 마차대렬이 나타났다.

마차우에 앉아있는 위만군병사들은 맵짠 바람을 피하느라고 그런지 모두가 우리쪽에 등을 돌리고 옹송그리고 앉아있었다.

우리는 경각성을 높이고 그들을 주시하다가 그들이 우리의 매복권안에 들어섰을 때 순식간에 그들에게 몰려들었다.

그들중 몇명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두손을 버쩍 들었다.

우리는 우선 그들의 총을 회수했다.

련대장동무는 그들앞에서 연설했다. 그는 위만군의 무기는 일제가 인민을 살륙하라고 준것이므로 회수한다는데 대하여서와 말도 말파리도 그와 같은 리유로 회수한다는것을 설명했다.

우리는 그들의 개인소지품에 대하여서는 티끌하나 다치지 않고 무장과 말, 말파리들만 로획하고 그들을 돌려보냈다.

작별에 앞서 우리는 그들과 굳게 악수를 하였다.

그들은 떠나가면서 우리가 건강하기를 바랐고 자주자주 뒤돌아보면서 손을 들어 흔드는것이였다.

이리하여 우리는 이날부터 다시금 말을 타게 되였고 바람처럼 거침없이 달리면서 도처에서 통쾌하게 일제를 후려갈겼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이끄시는 조선인민혁명군의 위력을 다시금 시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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