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갈수록 심해지는 박 대통령의 거친 발언
민중의소리입력 2014-03-13 08:03:14l수정 2014-03-13 08:36:47기자 SNShttp://www.facebook.com/newsvop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참모와 정부 각료, 주요 지방자치단체장, 전국경제인연합회장 등이 참석한 회의에서 “불타는 애국심을 가지고 비장한 각오로 임해 달라”고 강조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쓸데없는 규제는 우리가 쳐부술 ‘원수’, 제거하지 않으면 우리 몸을 자꾸 죽여가는 ‘암덩어리’로 생각하고 겉핥기식이 아니라 확확 들어내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했으면 한다”고 발언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한 번 물면 살점이 완전히 뜯겨 나갈 때까지 안 놓는 진돗개 정신으로 일하라”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호랑이가 작은 토끼를 못 잡는다” “그때 왜 이뤄내지 못했을까 천추의 한을 남겨선 안 된다” 등의 발언도 마찬가지다. 군사독재시절에 흔히 듣던 거칠고 자극적인 호전적 표현이다. 민주화와 함께 사라졌던 박정희, 전두환 시대의 특색이 되살아났다.

거칠고 강한 표현은 초조와 불안 심리의 반영이다. 더구나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그런 발언을 자주 입에 올리는 것은 임기 2년 차에 뭔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강한 강박관념이 작용한 탓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민을 경청과 소통의 상대가 아니라 일방적인 지시와 훈화의 대상으로 삼는 발언은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화나게 만든다. 잘못된 원인이 국민에게 있는 양 ‘매사 국민 탓’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거칠고 자극적인 직설적 화법도 문제지만 보다 심각한 문제는 다른 데 있다. 박 대통령의 문제 인식이다. 지금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누가 뭐래도 간첩조작사건이다. 국가기관이 백주대낮에 생사람을 ‘간첩’으로 둔갑시키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법정에 위조증거를 제출한 사건은 사법 신뢰의 근간을 뒤흔드는 ‘국기문란’이다. 민주화된 나라에선 있을 수 없는 충격적인 사건이다. 박 대통령이 강조한 ‘쳐부술 원수, 제거하지 않으면 우리 몸을 죽이는 암덩어리’가 무엇인지는 너무나 명백하다. 남재준의 국가정보원 아닌가. 온 국민은 그렇게 인식하고 있는데, 정작 국정원에 대한 유일 지휘 감독 권한을 행사하는 대통령 만 딴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 안에서조차 “국정원과 검찰이 문제를 벌이고 여당은 만날 그걸 감싸는 것은 증거를 조작한 사람들을 비호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국정원의 존재 이유인 대공수사와 정보 역량이 조작된 증거나 가지고 있을 정도라니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며 남재준 원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간첩조작’을 ‘증거조작’으로 한정시키기에 급급하고, 국정원에 대한 검찰 수사는 국정원 압수수색에 대한 연출에 그친 채 기껏해야 국정원 협조자에 대한 구속영장청구가 고작이다. 박 대통령의 정국 인식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위정자의 말이 점점 거칠어지는 것은 그 발언의 설득력이 갈수록 떨어지기 때문이다. 국정원의 국기문란 사건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면 이미 진상이 드러난 것이고 이에 대한 분노가 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엉뚱한 말을 늘어놓고 자극적인 발언을 반복하는 것은 국민의 화를 더욱 키울 뿐이다. 진실을 은폐하고 국민을 속이며 인내를 시험하는 것은 더 큰 분노와 저항을 불러오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