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에 성역이 있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그 비판은 반드시 사실에 입각해야 한다. 해 내외 민족민주진영이나 진보진영, 또는 개혁진영에 문제가 있으면 이런 문제들도 반드시 지적되어야 한다.



남녘 운동권에서는 오랫동안 이념논쟁으로 역량을 탕진하여 왔고, 지금도 그 논쟁은 종식되지 않고 불쑥불쑥 솟아나는 경우들이 있는가 하면 해외동포사회 일각에서도 색깔논쟁을 비롯하여 주도권 확보하기에 체면을 가리지 않고 다투는 바람에 불필요한 역량을 소모해 온 현상들을 보이고 있어 안타까운 실정이다.



특히 해외동포사회 민족민주진영은 6.15선언을 실천하자는 지역조직들이 남녘의 관변단체에 의한 간섭으로 분열현상을 빚는가 하면 요즘에 와서는 일부 인사들이 도꾜에 공동사무국이 엄연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워싱턴 디씨에 또 하나의 공동사무국을 설치해 해외통일운동 진영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어 해 내외 동포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그런가 하면 재미동포사회에서 전국조직을 갖고 활동해 온 대표적인 통일운동 단체인 재미동포전국연합회는 지난 1월 총회를 계기로 야기된 집행부 측과 이에 반대하는 측이 재정감사문제를 둘러싸고 벌인 갈등과 대립으로 지난 9개월 동안 심한 내부충돌을 빚어 왔으나 이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지 못하고 지난 19일 뉴욕에서 비상대책위원회가 결성되어 현 집행부 대표의 사표를 촉구하고 있어 그 후유증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사건은 이미 지난 9개월 동안 회원들과 비회원들을 포함한 대상들을 향해 갑 측과 을 측이 벌여 온 공개편지 다툼은 도를 넘을 정도로 심각한 양상을 보였다. 이 같은 갈등은 이미 미주동포사회의 방송을 통해서도 크게 보도된 것처럼 일반동포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해외동포 사회일각에서 일어 난 통일운동진영 내부 갈등으로 비롯된 분파현상은 한 단위 조직 뿐만 아니라 다른 조직들과 다른 지역조직간의 연대활동에도 지장을 초래해 왔다. 심지어 일부 지역의 운동권 인사들은 서로 인사할 기회도 회피할 뿐만 아니라 관혼상제 등의 중요한 모임에도 서로 상종을 기피하는 현상을 빚고 있고, 범민족적 행사나 범 동포적 행사 때에도 서로 얼굴을 맞대기를 꺼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인사들은 이러한 대립과 갈등의 대상들을 민족분단의 적이나 혹은 남한 민주화 운동의 적들보다 더 미워하며 증오하고 있는 양상도 보이고 있어 이를 바라보는 일반 동포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같이 해외통일운동이 국내, 즉 남과 북에도 악영향을 미치는가 하면 반대로 일부 남과 북 당국자들도 해외통일운동 진영에 영향력을 주면서 간섭하는 움직임도 보였다. 이 때문에 해외통일운동 진영도 그 지위와 역할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던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해외통일운동 역량은 남과 북 역량과 함께 조국통일 운동의 당당한 한 주체로 간주되어야 한다. 해외통일 역량이 그 어느 쪽의 보조역량으로 전락되어서는 결코 제 역할과 사명을 다 할 수 없다.



그렇다. 이제 우리 해외운동도 자기 좌표를 갖고 주체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입장과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 진보개혁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지도자들이나 일꾼들, 그리고 통일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지도자들과 일꾼들 모두가 문제의 원인을 단지 ‘남의 탓’으로만 돌리지 말고 이번 기회에 자기총화를 통하여 진정으로 자기반성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를 간절히 바란다.(끝)



2009년 9월22일


《민족통신》노길남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