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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자주만이 통일의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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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injok 작성일04-12-18 00:00 조회12,51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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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말 보고서와 시험등으로 바빴던 몇 주전 같은 과 동기가 보고서를 봐달라고 들고 왔다. 언어에서 보여지는 개인의 정체성 문제를 다룬 보고서 였는데 내용을 읽고는 내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보고서를 쓴 학생은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란, 당연히 대한민국 시민권자이고,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만 24세의 여학생이었다. 내가 보기에는 외적으로나 내적으로 한국인이 틀림이 없건 만 본인은 보고서에서 자기 자신을 “미국인”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이제 미국에 온지 약 3개월이 넘었고, 그 전에 한국의 유명한 모 여대를 다시던 시절에 1년간 어학연수를 한 경험밖에 없는 이 여학생이 어떻게 자기 자신을 미국인이라고 생각하게 된 걸까? 그러고 보니 같은 한국 사람인 나를 만나도 종종 영어로 얘기하고 한국 영화를 일체 안보고 백인 미국인과만 데이트를 하던 행동들이 다 이유가 있던 거였다.

ohkyungae.jpg이 현상이 비단 이 여학생 하나에게만 국한 된다고 보지 않는다. 이러한 “신아메리카 드림”을 갖고 미국으로 건너오는 많은 우리 젊은 청년 학도들을 무작정 탓하기 이전에 어떻게 전후에 누릴 것 다 누리면서 풍족하게 자란 이 세대에게 이 현상이 팽배하게 된 건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신아메리칸 드림”은 과거 1950년대 이후부터 한국에 팽배했던 “아메리칸 드림”과는 그 이유와 질이 다르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나는 과거 반미운동의 일환으로서 미국 기지촌에서 일을 한 적이 있었다. 한국인들 모두가 가장 낮은 계급으로 취급하는, 심지어 같은 직업 여성들 조차 멸시하던 기지촌 여성들은 모두 “아메리칸 드림”을 갖고 있었다. 조사에 따르면, 기지촌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여성들은 어렸을 때 가까운 친지에게 강간을 당했거나 하는 아픈 기억들을 가지고 있었다. 강간의 경험은 어린 시절에는 그저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다가 사춘기가 되어서 그들이 당했던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될 쯤에는 그들을 집 밖으로 내모는 것이었다. 처녀성이 아직도 중시되는 한국의 문화적 특성상 그들은 심리적으로 자신을 전통적인 결혼생활에는 걸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모순되게도, 그것이 그들을 기지촌까지 오게 한 이유가 되었다. 그들은 한국을 멸시하며 어떻게든 미국병사를 만나 결혼해 미국으로 가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필자가 겪었던 가장 마음 아픈 경우는 송탄 기지촌의 한 클럽에서 댄서로 일하다가 미군 병사를 만나 결혼해서 천사처럼 예쁜 딸아이까지 두었던 여성이었다. 그녀는 심리적인 질환을 앓고 있었는데, 심지어는 그녀의 4살 먹은 딸이 남자아이와 놀기라도 하면 딸아이를 데리고 산부인과에 갈 정도였다. 그녀에게 있어 모든 남성은 가해자였던 것이다. 그래도 그녀가 한 가지 희망으로 붙잡고 있었던 것이 조만간 남편과 아이와 함께 미국으로 갈 수 있다는 꿈이었는데, 불행히도 정신병력이 있는 한국인은 미국에 입국할 수 없다는 조항 때문에 용산 정신병원에 보내지게 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그녀는 자살을 기도하며 세제를 마신 채로 내가 일하던 센타로 와서 통곡을 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남편과 아이만 미국으로 보낸 채 정신병원에 혼자 감금되어 있을 그녀를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아프다. 가족이 아니면 면회를 할 수 없다는 조항 때문에 그 이후에 그녀의 소식을 들을 길이 없었지만 그녀의 아메리카 드림은 그렇게 사라지고 만 것이다.

기지촌 여성들의 문제는 단순히 그들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다. 대륙으로 가는 발판의 역할을 하는 한국의 지리적 특성상 한국은 그 오랜 역사 동안 많은 외래 세력으로부터 침략을 당해왔다. 그 침략의 역사 속에서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불리한 계층인 여성은 그 침략의 첫 번째 희생양이 되곤 했던 것이다. 가까운 예로 일본이 한국을 지배하던 시절에는 많은 한국의 여성들이 종군위안부로 끌려가곤 했다. 어떤 이들은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서, 또 어떤 이들은 그들의 오빠나 동생이 군에 강제 징집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또는 강제로, 종군위안부가 되었다. 전후에 그들은 수치심 때문에 조국으로 돌아올 수 없었으며 설령 돌아왔다 할지라도 가족들 품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결국 그들은 조국의 아픔을 개인의 짐으로 짊어 져야만 했던 것이다. 실제로 내가 일했던 기지촌에는 종군 위안부 출신의 나이가 많이 든 여성이 있었다. 이 여성은 우리의 조국이 어떻게 일본의 식민지에서 미국의 식민지로 넘어 왔는지 그 역사를 그대로 보여주는 극적인 예이다.

오늘 날 우리의 조국은 어떠한가? 아직도 많은 이론가들이 “한국은 미국의 식민지이다, 아니다, 신식민지이다”라고 논쟁을 벌이고 있기는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한국이 미국 문화의 식민지라는 것이다. 미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최신 유행의 노래를 듣고, 그 자본의 환상에 반해 버린 젊은이들은 상대적으로 낙후된(?) 조국을 이미 마음속에서 버린 것이다. 정치 얘기를 하다 보면 심지어는 상대적으로 많이 깨어있다고 주장하는 젊은 학생들도 한국이 무슨 힘이 있냐고 미국이 하라는 대로 할 거 아니냐는 말을 많이 한다. 한국의 힘은 정치적 혹은 경제적 독립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세계사에서 일어났던 모든 개혁은 위에서 부터가 아닌 밑에서 부터 시작되었다. 그래서 중국의 문화혁명이 그 빛을 발하지 못하고 많은 비평과 부작용만을 낳은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거창하고 강해만 보이는 지배 계급은 사실 한 줌도 안되고 힘없어 보이는 한국 같은 나라, 그리고 평범한 대중들이 사실은 세상을 움직이는 힘인 것이다. 만일 우리의 청년 학도들이 자신이 가진 힘을 깨닫지 못하고 패배주의에만 젖어 있다면 통일은 이미 그 빛을 잃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 신아메리카 드림을 가지고 미국에 건너오는 많은 젊은 학생들과 이민자들, 한국인 1.5세대나 2세대로서 한국인의 혈통을 자랑스러워 하지 않는 젊은이들, 그들이 사실은 통일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대중운동의 선봉에 서있는 활동가들은 그들을 끌어안는 것으로서 통일 운동을 시작해야 되는 것은 아닐까?

최근 한국에서는 국보법 논쟁이 한창이다. 국보법 폐지의 심각성을 일반 대중들은 못느낀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보법 폐지운동을 하면서 좀더 민중의 피부에 와닿는 운동도 겸해야 된다고 지적하고 싶다. 지난 수십년동안 국보법의 폐해를 뼈져리게 느끼고 산 세대에게는 말도 안되는 소리이다. 통일 운동도 마찬가지이다. 허지만 통일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세대에게는 당위성만 가지고는 그 정당성이 통하지 않는다. 심지어 애완동물도 사람과만 살다 보면 자기가 개나 고양이라는 것을 잊고 사람인 줄 안다고 한다. 젊은 세대들의 마음속에 "자주"라는 기둥이 서지 않는다면, 한국인의 긍지가 없다면 통일도 없다. 우리는 누구인가? 한국인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 통일 운동의 일보이다.

*필자는 미국 대학원에서 언어학을 전공하며 박사학위 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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