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념으로 환한 달덩이같은 구치소에 갇힌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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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산하 작성일20-02-07 18:07 조회7,42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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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
5년 전 서울구치소에서 이름 대신 제가 달고있던 수번입니다.
오늘은 지난 가을 미대사관저를 찾아 항의한 이후 벌써 5개월째 241로 불리고있는 후배 김유진을 찾았습니다.
이렇게 설명절을 전후로 그동안 보고싶던 네 명의 수인 접견을 한 바퀴 돈 셈입니다.
건강에 차도가 보여 허락받은 특별한 나들이길인데, 그 목적지가 서울구치소라니, 그토록 보고픈 얼굴들이 철창 안에 있다니, 조금 쓸쓸한 것도 같은데, 우리가 참 이상한 사람인 것이... 그런곳에서 얼굴을 보고도 슬픔 보다 기쁨과 설레임이 컸습니다.
모두 얼굴이 달덩이 같이 환해서 좋습니다.
이건 어떤 미백크림이나 뷰티샵의 기술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요. 혁명적 낙관을 지닌 청춘이 뿜어낼 수 있는 아우라 같은 거라고 할까요?
정말 진심으로 환한 그 얼굴들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나도 꼭 그 나이 때 감옥살이를 좀 길게 했었습니다.
이번에 만나고보니 이십 년 전 내 모습이 떠오르겠죠... 돌아보면 나는 그렇게 의연하지 못 했던 것 같습니다.
그때도 넘지말라는 선을 넘나든 죄로 감옥에 갔었지요. 군사분계선이요.
남들은 의연하게 보았을지 어땠을지 몰라도 사실은 내심 많이 떨었어요.
오직 나를 견디게 한 것은 나로인해 동지들을 그리고 나의 조직 한총련을 욕되게 하면 안 된다는 생각 뿐 이었지요.
지금도 내 깜량은 일천하답니다. 다만 나를 키우고 내세워준 동지들과 조직, 선배랍시고 따른다며 사실 나보다 훨씬 훌륭한 후배들을 욕보일 수 없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조금조금씩 나아가는 것일 뿐.
몸이 맘같지않아 요양을 하면서 ‘이렇게까지해서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하는가?’하는 생각이 들때마다 대진련 학생들의 용감하고 즐거운 활동이 저를 후려쳤습니다.
덕분에 매일매일 풍욕도 하고 세 차례 걸친 단식도 하고, 채식도, 냉온욕도 다 해낼 수 있었어요.
매사에 자랑스런 후배들이 내게 그렇듯 죽비같고 햇살같은 동지로 살고싶습니다.
국회에도, 광장에도, 감옥에도, 감옥 밖의 감옥에도... 그 숱한 담장 위 마다 어여쁜 청춘들이 타넘으며 뿌린 희망의 씨앗 흐드러지게 꽃을 피울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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