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노 칼럼] 트럼프의 “대답 없는 메아리”

                   (혼자서 북치고 장구친 트럼프의 굿판) 

[민족통신 편집실]

 글: 이흥노 재미동포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던 조미 정상 회동이 그만 불발되고 말았다. 조미 관계 개선을 바라던 많은 사람들에겐 너무나 큰 실망을 안겼다. 대개 조미 깜짝 회동을 보는 시각에는 두 부류가 있다. 하나는 조미 간 사전  접촉 부재 가능성 때문에 애초부터 회동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본 것이다. 다른 견해는 사전 조율 없이 조미 회동은 어렵기 때문에 회동이 이뤄진다는 자체가 이미 사전 접촉이 있었다는 걸 뜻하는 것이라고 본 것이다.

그런데 이재명과 트럼프 대통령 모두 이번에는 시간이 많질 않아 조미 정상 대화가 불발됐다며 아쉽다고 말한 것을 보면 분명 사전 조율이나 계획이 없었던 게 드러났다. 트럼프는 귀국길에 들어서면서 “김정은 위원장 만나러 곧 다시 오겠다”라면서 “내가 실례를 했다”라고 고백했다. 이것은 사전 조율이 없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 나도 조미 간 물밑 접촉 없이 즉흥적으로 만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 때문에 뭔가 좋은 그림을 그려낼 것으로 예상했기에 그만 빗나갔고 실망도 크다.

평양은 절대 성과가 확인되지 않고는 조미 대화에 나서질 않을 것이라고  나는 확신하고 있기 때문에 일단 김정은 위원장이 대화에 나선다면 좋은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예상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트럼프가 그렇게도 애타게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해 안달한 이유는 뭘까? 성질이 매우 급한 트럼프가 욕심이 많아 우선 김 위원장을 만나 사진이라도 찍으면 세계적 큰 뉴스가 될 수 있다고 믿었던 모양이다. 엄격하게 말해 이것은 김 위원장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실례다. 트럼프 본인도 “실례를 했다”고 고백을 했다.

김-트 회동은 한 개인의 사적 문제가 아니라 사실상 국제적 큰 사건이기 때문에 조선의 우방인 중러와 사전 논의가 있었을 걸로 짐작된다. 더구나 최선희 외무상이 지난 10월 27일 푸틴 대통령과 라브로프 외무상을 만나 심도있게 이 문제를 논의했을 걸로 봐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김 위원장이 깜짝 회동에 무반응한 것은 실리 없는 일회성 상봉에 불과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김 위원장의 판단에 조미 관계 정상화를 지지하는 중러의 입장이 반영됐다고 봐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러시아를 대표해 에이팩에 참석한 러부총리는 “러시아는 트럼프의 한반도 평화 의지에 모든 조치들을 환영한다”고 했지만 트럼프의 이번 깜짝 조미 회동은 한반도 평화 기여에 미흡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이번 번개 만남 무산에 대해 일부는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을 걷어찬 트럼프에게 화풀이를 했다는 말도 하고 , 다른 일각에서는 변덕이 심한 트럼프의 즉흥적 제안이라 평양이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한다. 사전 조율이나 분위기 조성도 없이 불쑥 만난다는 건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 견해다.

평양은 트럼프가 아직도 반북네오콘 호전 세력을 완전히 제압 못했고 흔들리는 것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 지난 9월 유엔총회 기간 중 한미일 외교수장의 “북비핵화 고수 합의”와 에이팩 참석차 일본에서 트럼프가 다까이찌 일본 수상의 북비핵화 발언에 동의하는 듯한 행동은 평양의 트럼프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고 볼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잦은 북한 비핵화 발언도 평양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왔을 것이다. 심지어 이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한반도 비핵화에 건설적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오래전 이야기로 2017년 대통령에 당선된 문재인은 러 원동에서 개최된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해 푸틴에게 “조금만 더 강하게 대북제재를 하면 북한이 손들고 핵폐기를 할 것”이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 말에 푸틴은 쓴웃음을 지었다고 한다. 진난주 최 선희 외상을 만난 푸틴은 “주권을 수호하려는 조선의 대내외정책을 적극 지지한다”고 했다. 베이징 전승절 망루에 나란히 올라선 북중러 정상의 모습은 조선이 핵보유국이라는 걸 중러는 인정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닐 것 같다.

세상이 급변하고 있다. 시대의 조류에 보조를 맞춰가야지 역행해선 안 된다. 대북제재 북비핵화 소리는 이제 듣기 싫은 잔소리가 됐다. 물건너간지 꽤 오래된 것 같다. 남북 대화 물꼬를 터야 하는 우리 입장에선 되도록이면 평양이 듣기 불편한 걸 굳이 꺼내들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대화 도출에 장애만 되지 절대 도움이 되지 않아서다. 이제는 북 핵보유를 기정사실로 보자는 게 세계적 대세가 되고 있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북핵은 미국 대북적대정책의 산물이다. 동시에 이는 조선의 생존 수단이기도 하다.      

조선의 비핵화는 없다고 헌법에도 명시돼 있다. 북비핵화의 유일한 방도는 세계 군축 조치로 점진적 축소 폐기 뿐이다. 작금에 와서 핵전쟁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무엇 보다 핵없는 세계 평화를 만드는 것 이상 더 절박한 게 없다. 핵보유국이건 비보유국이건 간에 전세계가 일제히 들고 일어나 이 운동을 전개하는 것이 너무 절박하다. 오죽하면 오바마가 핵없는 세계 평화를 주장한 바로 그 자체만으로 업적은 불문에 부치고 그에게 노벨 평화상이 수여됐던 것이다.

트럼프의 평양을 향한 손짓을 비터 차 (국제전략문제연구소, 한국석좌)는 김 위원장을 테이블에 불러내기 위한 수사라 평가했다. 박충권 국민의 힘 의원   (탈북자 출신)은 트럼푸의 제재 해제 발언은 국제사회를 속이려는 협상용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김태형 심리학자는 조미 상봉이 이뤄진다면 물밑 대화 없이는 대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미 물밑 거래가 있었다는 걸 뜻한다면서 생산적 결과물이 기대된다고 말한다. 한편, 압도적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공단 재개를 꿈꾸면서 조미 대화를 열렬히 지지한다고 알려졌다.

지난 10월 28일 학생들을 앞세우고 백두산 답사에 나선 김진향 박사 (전 개성공단 이사장)는 인천공항에서 한 유투부 인터뷰를 통해 “조미 회동은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선물보따리가 너무 초라해서”라고 잘라 말했다. 수 많은 전문가들 중 김 박사가 북미 정보망을 통해 가장 정확하게 진단했고 매우 정확한 대답을 했다고 보인다. 민경훈 (외교원 연구교수)는  “만나건 안 만나건 간에 이번 기회를 통해 김 위원장의 몸값이 매우 높이 올라갔다”고 말했다.

정동영 통일부장관은 국감장에서 회동 가능성 질문에 대해 “그건 배제할 수 없다”고 신중한 발언을 하고는 “가능성 보다 필요성이 앞선다”라고 말했다. 안철수 국힘 의원은 정 장관을 향해 김-트 회동은 핵보유 인정 가능성이 커서 한국이 낭패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북한의 핵보유 지위 격상 우려가 있고 한국이 참여하지 못해 왕따 (패싱)되는 게 두렵다면서 김-트 회동이 성사되면  “재앙”이라고 매우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김기현 국힘의원은 정 장관은 북한 입장에서 북한편만 든다면서 북한 대변인이냐고 목청을 높혔다.

 트럼프는 귀국행 비행기에서도 김 위원장을 꼭 만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내비쳤다. 지난 백악관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이 대통령이 “트럼프는 평화를 만들고 나는 조력자가 되겠다”고 제안했을 때도 트럼프는 금년안에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정작 평화를 만드는 사람이 왔다. 그럼 이 대통령은 할 수 있는 조수 역할을 찾아서 제대로 했는지 보자. 북비핵화  보다 남북 관계 복원에 건설적 역할을 주문하는 게 더 현명하지 않았을까.  이미 조선을 핵보유국으로 굳혔다면 시 주석을 깜짝 놀라게 했을 수도 있다.  

이 대통령이 북중 감시를 위해 핵잠수함 건조가 필요하다는 요청에 트럼프가 혼쾌히 허락했다고 동네방네 크게 자랑하고 있다. 이것은 북중러 뿐만 아니라 관심있는 유관 나라들을 자극할 수도 있어 수면 아래서 조용히 추진하는 것이 매우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한반도 긴장을 해소하고 평화를 정착하기 위해 앞으로 예정된 한미 한미일 합동훈련을 잠정 중단할 것을 트럼프에게  왜 제안하지 않았을까. 또, 적어도 작전통제권을 회수하고 국방 주권을 행사하기 까지 비무장지대 남측 관할권을 요구했어야 옳지 않았을까.

비무장지대를 관할하는 유엔사 미군이 남북 교류 협력을 지나치게 간섭하고 차단하기 때문에 남북 간 내왕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관활권이 매우 절박하게 요구되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혼자 북치고 장구치는 굿판 (One Man SHOW)을 그냥 지켜만 보지 말고 가능한 모든 연락망을 총동원해 평양과 직간접 접촉으로 평양의 대응 의도를 알아내 트럼프를 실망시키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가장 좋은 기회는 라부로푸 외무와 최선희 외상의 만나는 날이 절호의 기회였다. 러시아는 조선의 일이라면 마다할 리가 없다.

이제 세계는 트럼프의 새로운 대북접근을 고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북관이 트럼프 1기에 머물러 있어 이번에 만남이 불발됐을 수 있다면서 조선과 김 위원장의 위상이 고도로 상승됐다는 사실에 기초해 새로운 대북 접근법이 요구된다고 말한다. 무엇 보다 말 보다 행동을 통해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가장 절박하게 요구되는 것이 조미 대화를 위한 분위기 조성이다. 예를 들면 미국시민 대북여행 금지 조치 해제, 민생관련 대북제재 해제, 잠정 한반도 합동 군사훈련 중단, 잠정 전략자산 한반도 배치 중단 등과 같은 것을 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