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 시인] 집도- 오인동 박사님을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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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5-06-22 13:31 조회51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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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도]
오인동 박사님을 추모하며
-황선
황해도였어요.
옹진반도에서 날아오른 백로가
연평도 백령도를 오가는 곳.
전쟁의 포성이 아니라
풍어가가 어울리는 곳.
지척일 때 고향가는 길은
사지보다 멀고 험하더니
이역만리에서 고향 길이 열렸지요.
미안하고 슬프지만
불행 중 다행이고 고마운 일이었어요.
평생 누군가의 아픈 다리를
누군가의 아픈 어깨를
보듬어 새 힘을 주고팠던 간절한 마음.
그 마음의 뿌리는
아픔이 많았던 어머니 나라였나요.
아름다운데 이토록 따사로운데
총명한데 이토록 정의로운데
남으로 북으로
그런 사람들이 지천인데,
남이 쥐어준 총 놓지 못하고
그것에 기대 제 걸음을 떼지 못하는,
아픈 다리 시큰거리는 어깨
곳곳에 그어진 38선...
내내 신음하는 고국이요.

(고 오인동 박사)
나는 수술가방을 두었습니다.
거기 평양에, 그리고 서울.
어쩌면 원산이나 성산포 즈음에도.
이제 당신이
내 간절한 수술가방을 열고
매스를 들어주세요.
썩은 것들 시원하게 도려내고
깨끗하고 튼튼한 약속들,
어길 수 없는 약속들을
정성스레 이식해 주세요.
곧 새 살 돋아
새 삶을 살 때
나도 거기에 깃들렵니다.
산다는 것
죽는다는 것
그것은 가장 소중한 곳에
수술가방을 두고 내내 몸과 마음을 바치는 것,
그렇게 오래오래 사람의 마음에 스미는 것입니다.
덕분에
잘 살았습니다, 겨레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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