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노 칼럼]제79차 유엔총회, 남북 기조연설 비교 평가

이흥노 워싱턴 시민학교 이사

[민족통신 편집실]

제 79차 유엔총회에서 지난 9월 27일 남측을 대표한 조태열 외교장관이 기조연설을 했고, 9월 30일 북측을 대표한 김 성 유엔대사가 기조연설을 했다. 이번 79차 유엔총회의 주제는 “평화, 발전, 인간의 존엄”을 다함께 유엔 회원국들이 행동하자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남북 두 대표는 다양한 분야에 걸쳐 연설했지만, 여기서는 우리의 가장 큰 관심사인 한반도와 그 주변 문제에 대한 언급을 중점적으로 다루려고 한다.

①남측 조태열 외교장관 연설 요지

조태열 장관은 가장 먼저 대만민국은 지속가능한 평화를 위한 촉진자로서 일관되고 통합적인 평화구축 노력을 촉진하려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평화, 안보, 기후, 여성, 등의 의제를 진전시키는 것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오남용이 시급한 현안이지만, 시급한 현안 대응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다 효과적 민주적 책임 있는 유엔 안보리 개혁의 일환으로 장기 연임 비상임이사국 증설 제안을 했다.

조 장관은 유엔의 다자주의 혜택을 받은 한국이 오늘의 민주주의와 번영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유엔 활동이 유효함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류의 존엄과 안녕을 추구하는 선도자로서 한국은 이를 위한 과감한 지원과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고 했다. 조 장관은 북러 군사협력, 특히 북러 무기거래를 불법이라며 성토했다. 그리고 러시아의 안보리 북한제재위원회 전문가 페널 임무 연장 거부권 행사를 날세게 규탄했다.

그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은 한반도 뿐 아니라 세계 평화에 위협이 된다고 역설했다. 북주민에게 돌아가야할 자원을 전용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한다고 혹평했다. 그리고 윤석열의 한반도 통일 구상, <8.15독트린>을 소개하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했다. 이 선언은 북녘으로 정보를 제공해 북한 내에서 자유의 바람이 세차게 불도록 한다는 게 핵심 요지다.

②북측 김 성 유엔대사 연설 요지

김 성 북측 유엔대사는 유엔 헌장에 아로세겨진 “협력과 단합, 다무주의 정신 대신 대결 편가르기, 일방주의가 횡행하고 있다”면서 이 국제적 위기 타파에 난관이 조성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조선은 사회경제발전과 지역의 평화 안정 수호, 국제적 정의 실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고 했다. 김 대사는 도시와 농촌, 전지역의 균형적 발전에서 큰 성과를 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10년 후 조선의 일신된 발전면모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자랑했다.

이어서 그는 결코 평온한 정상적 안전환경에서 이룬 성과가 아니라 외부로 부터 강요되는 안전위협을 물리쳐야 하는 간고한 투쟁을 치루고 있다고 했다. 김 대사는 한미일 다국적군이 공화국 주변에서 합동군사훈련 뿐 아니라 핵전쟁 훈련 까지 해대니 위기가 최고조에 다달았다고 비난했다. 거기에다 ‘유엔구사령부’는 아시아판 나토 창설을 추진하고 독일 까지 끌어들인다고 맹비난했다.

누가 미대선에서 승리하던 “조선은 일 개 행정부가 아니라 국가적 실체를 상대할 것”이라며 어떤 새정권도 달라진 조선을 상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사는 우리가 핵을 가졌기 때문에 미국이 적대시하는 게 아니라 70 여 년 전부터 우리를 적대시하고 핵위협을 해왔기 때문에 부득불 핵보유라고 하는 역사적 결정이 내려진 것”이라고 셜명했다. 우리의 핵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만들었고 존재하기 때문에 합법적 자위권으로 흥정물이 아니라고 했다.

이스라엘의 무차별 만행으로 팔레스타인 4만 명 이상이 희생되는 끔찍한 비극이 벌어졌지만, 제재를 받지 않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비호가 있기 때문이라고 김 대사는 역설했다. 민족 말살해위를 저지하고 중동에 평화를 심기 위한 안보리 결의안을 무려 5번이나 미국이 거부권 행사를 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그는 나토의 동진으로 촉발된 우크라전은 미 서방의 천문학적 돈 무기 지원으로3년째인데, 그 책임을 타에게 전가한다고 했다.

∆조태열 남측 대표는 서방 열강 행세

남측 조태열 대표는 한국은 유엔회원국들을 위해 다각도로 기여하겠다고 다짐했다. 무엇 보다 평화 구축에 혼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200여 유엔회원국의 절대 다수를 대변하는 목소리를 내지 않고 미국을 대변하는 일만 골라 하면서 회원국들을 위한다니…기가 찬다. 유엔총회에선 평화와 인간의 존엄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지만 되레 안에서는한반도 평화가 아니라 전쟁을 향해 줄달음치고 있으니…어의가 없다.

유엔안보리의 거부권 오남용이 문제라고 지적하고는 겨우 대응책으로 ‘연임 비상임이사국 증설’을 제시했다. 유엔 회원국들의 압도적 다수는 회원국 전체를 대변하는 체제로 전면 개편하자는 주장을 끈질기게 하고 있다. 조 장관의 제안은 회원 다수의 뜻을 대변하지 못해 결국 빛을 보지 못했다. 그는 특히 북러 간 무기거래와 북한의 핵 미사일을 불법이라며 강하게 비난 규탄했다.

한국은 러시아 몰래 먼저 제3국 경유, 우크라에 무기지원을 한 주제에 북러 무기거래를 비난하고 시비를 걸고 들었다. 그래서 조 장관의 발언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솔직히 말해, 지금은 철지난 북핵 소동을 피울 때가 아니라 세계 비핵화를 위한 군축을 외칠 때다. 북측 김 대사의 말과 같이 북핵은 미 대북적대정책의 산물이다. 한국은 미적대정책에 앞장서서 부역한 당사자다. 따라서 북핵 책임에서 한국은 자유로울 수 없다.

윤 대통령의 ‘8.15 독트린’을 자유, 평화, 번영의 통일이라며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했다. 이것은 남북이 합의한 것도 아니고 일방적으로 남측의 체제로 북한을 흡수하겠다는 선전포고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무력통일 혹은 흡수통일이라고 해야 맞다. 이 힘에 의한 통일을 평화 번영이라는 달콤한 말로 분칠을 해서 많은 사람들이 속고 있다. 조 장관이 진정 평화를 바란다면 터지기 직전의 한반도 전쟁 위기 해소 방도를 제시했어야 한다.

∆북측 김 성 대표의 발언은 제3세계를 대표한 것

우선 북측 김 대사는 남측 조 대표의 영어 연설과 달리 멋떠러진 우리말로 연변을 토했다는 점에서 좋은 인상을 안겼다. 무엇 보다 김 대표는 조선의 도시와 농촌의 균형적 발전에서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다면서 “10년 후면 조선의 일신된 발전면모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농촌 인구가 거의 빠져나간 남녘의 현실과 대조적이라서 눈길이 쏠린다. 남한 인구 절반이 서울과 그 주변에 거주하니 사실상 안보를 포기했다고 봐야 맞다.

김 대사는 북핵은 합법적 자위권이라며 절대 타협이나 흥정물이 아니라고 잘라 말하면서 누가 미대선에 승리를 하더라도 과거의 북한이 아닌 “달라진 조선을 상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말은 북핵 폐기란 꿈도 꾸지 말라는 것과 미국이 대북적대정책 포기에 나서지 않으면 북한이 그여코 끝장내고 말겠다는 의지가 숨어있다고 봐야 옳을 것 같다. 심지어 미대선 후보들도 북핵은 물건너갔다고 보고 언급조차 않는 데 조 장관은 더 북핵타령을 했다.

극도로 긴장되고 있는 한반도의 정세가 전쟁으로 확대되지 않는 것은 “조선의 강력한 전쟁억제력과 힘의 균형 보장 때문”이라면서 김 대사는 나라의 안보와 지역 평화를 위해 끊임없이 전쟁억제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사의 이 발언은 미어샤이머 미시카고대 교수의 주장과 거의 일치해서 흥미롭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북핵은 오히려 한반도에 안정을 유지시키고 있다”고 주장해 세인들의 바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글을 끝내면서

전쟁을 벌이고 즐기는 호전광을 제외한 모든 유엔 회원국들은 2개 전쟁이 세계 대전으로의 확대를 결연히 반대하고 있다. 지체없이 반전 평화에 모두 떨쳐나서자고 유엔 무대를 통해 크게 외치는 게 도리고 정상이 아니겠나. 100여 만 우크라 시민이 사상되고 4만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시민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걸 목도하고도 돈과 무기를 대주고 전쟁에 부채질만 하는 미영 나토를 규탄하는 게 아니라 되레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게 조 장관이다.

이와 정반대로 김 성 대사는 미국의 오만무례한 독단과 전횡에 의해 평화와 안전이 위협당하고 유엔헌장 정신이 모독당하고 있다면서 특히 중동 평화를 위한 유엔결의를 무려 5번이나 거부했다고 강력히 규탄했다. 반제자주를 제1국책으로 내세우는 북한은 주권평등과 내정불간섭, 평등과 호혜에 기초한 국제적 정의 실현이 일관된 입장이라면서 팔레스타인과 시리아의 정의로운 투쟁을 적극 지지하고 연대한다고 했다.

조 장관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군사주권이 없고 외세 의존의 예속국가라는 오명을 불식시키기 위한 일말의 성의와 노력을 보였어야 옳다. 그는 마치 서구 열강의 일원인양 언행을 하고 있다. 오죽하면 제3세계는 한국을 미국의 충견 (애견)이라고 부른다니…무엇 보다 아주 절박하게 제기되는 문제는 나라의 군사통수권을 되찾는 일이다. 지구상 존재하는 2백여 국가들 중 한국이 유일한 군사주권 없는 나라가 아닐까 싶다. 부끄러운 줄 왜 모를까!

외교가 전문인 조 장관은62년 케네디 쿠바 미사일 사태가 미국 안보 위기 때문이라는 걸 기억할 것이다. 이의 재판이 22년 푸틴의 우크라 젼쟁이라고 봐야 맞다. 200 km나 떨어진 쿠바 미사일기지를 케네디는 “미국에 대한 선전포고”라면서 “핵전쟁 불사선언”을 했던 것이다. 이에 비해 우크라는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나토의 동진은 러시아 안보 위협이라면서 군사공격이 강행됐다. 자기 안보가 중요하면 타의 안보도 존중해야 한다.

한반도 전쟁 발발은 시간 문제라는 소리가 공공연하게 어디서나 들린다. 국민 지지를 완전 상실한 윤 정권은 전쟁을 도발하고 계엄령선포로 소위 ‘반국가 세력’ 소탕 공작을 꾸미고 있다는 게 이젠 비밀이 아니다. 정치적 최대 위기에서 탈출하려는 윤석열의 최후 발악인 것이다. 자기땅에서는 전쟁을 벌이고 유엔에서는 평화를 외치니 조 장관의 말은 앞뒤가 맞질 않는다. 조 장관은 먼저 첨예한 전쟁 위기 해소를 약속했어야 했다.

김 대사 발언의 핵심은 북핵 폐기는 물건너갔기에 입에 올리지도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누가 미대선에서 승리해도 달라진 북한을 인정 상대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동시에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을 포기하지 않으면 북한이 나서서 결판내겠다는 결의를 엿볼 수 있다. 앞에선 시치미를 떼고 있지만, 북녘으로 부터 밀려오는 안보 위기 때문에 미국이 속알이를 하고 있다. 미국의 안보 위기 해소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트럼프가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