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정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21세기 민족일보

평정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이에 대한 표현이 미묘하다. 북침전쟁만을 전제로 하지않는다. 이와 관련해 가장 권위있는 문건은 김정은총비서·국무위원장의 12월말당중앙전원회의보고보도와 1.15최고인민회의시정연설이다.

12월보도에서는 <적들이무엇을기도하든그를초월하는초강경대응으로,어떤선택을하든그것을압도하는강력한실력행사로제압해나가는것은우리의드팀없는대적투쟁원칙이고방식입니다>에서는 <무엇을기도하든>으로 포괄적, 추상적표현이다. 여기에 <북남관계는더이상동족관계,동질관계가아닌적대적인두국가관계,전쟁중에있는두교전국관계로완전히고착되였습니다>가 더해지니 사실 북침전쟁이라는 전제조건이 무의미해졌다. 이어 그 유명한 문장 <미국과남조선것들이만약끝끝내우리와의군사적대결을기도하려든다면우리의핵전쟁억제력은주저없이중대한행동으로넘어갈것이라고엄숙히선언하면서대적,대외사업부문에서적들의무모한북침도발책동으로하여조선반도에서언제든지전쟁이터질수있다는것을기정사실화하고남반부의전령토를평정하려는우리군대의강력한군사행동에보조를맞추어나가기위한준비를예견성있게강구해나갈데대한중요과업들을제시하였다>이 결론적으로 나온다. <군사적대결을기도하려든다면>은 역시 포괄·추상적일뿐 아니라 심지어 징후에 해당하는 표현이다. 뒤에 <북침도발책동>이 나오는데 사실 이것도 <도발책동>이지 <전쟁책동>은 아니다. <기정사실화>도 앞의 <교전국>과 상응한다.

1월연설에서는 <적대적인두국가관계,전쟁중에있는완전한두교전국관계>를 전제로 강조하면서 <조선반도에서전쟁이일어나는경우에는대한민국을완전히점령,평정,수복하고공화국령역에편입>이라고 밝혔는데 <전쟁이일어나는경우>는 반드시 <북침전쟁>만을 의미하지않는다. 또 <대한민국이라는최대의적국이우리의가장가까운이웃에병존하고있는특수한환경과미국놈들의주도하에군사적긴장격화로지역정세의불안정성이증대되는현실을랭철하게고찰해보면물리적충돌에의한확전으로전쟁이발발할위험은현저히높아지고위험단계에이르렀습니다>에서 <물리적충돌에의한확전으로전쟁이발발> 역시 <북침>이 아닌 원인으로의 전쟁발발을 확인하고있다. 이는 앞부분의 <불법무법의<북방한계선>을비롯한그어떤경계선도허용될수없으며대한민국이우리의령토,령공,령해를0.001mm라도침범한다면그것은곧전쟁도발로간주될것입니다>와 같은 맥락이다. 그러면서 <우리는전쟁을바라지않지만결코피할생각또한없습니다.전쟁이라는선택을할그어떤리유도없으며따라서일방적으로결행할의도도없지만일단전쟁이우리앞의현실로다가온다면절대로피하는데노력하지않을것이며자기의주권사수와인민의안전,생존권을수호하며우리의철저히준비된행동에완벽하고신속하게림할것입니다>에서 <전쟁이우리앞의현실로다가온다면>도 <북침>을 전제로 하지않는다. <전쟁을바라지않지만>과 <전쟁이라는선택을할그어떤리유도없으며>는 <남침>이 아니라는것을 재삼 강조하는 표현이지만 이내용이 1월연설의 본질이 아니라는 점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단호한 결론부분 <만약적들이전쟁의불꽃이라도튕긴다면공화국은핵무기가포함되는자기수중의모든군사력을총동원하여우리의원쑤들을단호히징벌할것입니다>에서도 <적들이전쟁의불꽃이라도튕긴다면>도 <북침전쟁>만을 의미하지않는다.

12월보도와 1월연설의 대부분은 명백한 <북침전쟁>이 아니라 <도발책동>이나 그보다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표현으로 전쟁발발의 원인을 규정하고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평정이 시작된다는것이고 <전쟁은대한민국이라는실체를끔찍하게괴멸>시킨다는것이다. <핵무기>까지 동원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밝혔으니 결코 허언이나 과장일수 없다. 이 가장 권위있는 문건들의 지침은 이후의 군사훈련등으로 구현되고있다. 당연하다.

조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