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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호석] 통일국가 건설은 신념이며 과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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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2-06-16 07:49 조회1,20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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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호석의 정치탐사 제22화

2022년 6월 15일

통일국가건설은 신념이며 과학이다

한호석 (정치학 박사, 통일학연구소 소장)


2000년 6월 15일 남북정상회담에서 6.15공동선언을 발표한 역사적 사변은 조국통일을 염원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커다란 각성을 안겨주었다. 그런 각성을 받은 사람들 속에 나도 있었다. 조국통일문제를 과학적으로 인식하지 못하면, 조국통일위업을 실현할 수 없다는 깨달음이 나의 머리속에 파고 들었다. 그래서 나는 연방제통일방안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전의 연구성과들을 뛰어넘은 과학적 인식을 가지고 조국통일문제의 본질에 접근했다. 여기서 말하는 과학적인 인식은, 역사학과 사회과학을 통합하여 더 넓고 깊어진 인식활동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역사학과 사회과학을 통합한 새로운 인식활동으로 연방제통일방안을 연구했다는 뜻이다. 역사학의 안목은 나의 인식을 조국통일운동사로 이끌어갔고, 사회과학의 안목은 나의 인식을 통일국가건설의 미래로 떠밀어주었다. 이 글에서 나는 내가 지난 22년 동안 탐구해온 조국통일실현경로에 관한 연구성과의 일단을 서술하려고 하는데, 연구론문이 아니므로, 매우 복잡한 내용을 축약적으로 서술한다.

1)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라

조국통일문제의 본질은 무엇일까? 조국통일문제의 본질을 인식하지 못하면, 남과 북의 교류, 왕래, 협력을 통일문제라고 착각하게 된다. 분단체제 아래서는 남과 북의 교류, 왕래, 협력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분단체제에서 남과 북이 일시적이고, 부분적인 교류, 왕래, 협력을 실현할 수 있지만, 그것은 분단체제를 무너뜨리지 못하고, 그 체제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한다. 예컨대, 중국의 양안관계는 우리의 남북관계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자유로운 교류, 자유로운 왕래, 자유로운 협력을 심화시켰지만, 그것은 중국의 분단체제에 작은 파렬구도 내지 못했다. 그러므로 분단체제에서 남과 북이 교류, 왕래, 협력을 실행하다 보면, 언젠가는 통일이 실현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과학적인 인식에 의거하면, 남과 북의 교류, 왕래, 협력은 통일국가가 세워진 이후, 통일국가 안에서 실현될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남과 북의 교류, 왕래, 협력에 대한 허망한 기대를 접어두고, 조국통일의 사회력사발전경로에 대한 과학적 인식을 획득해야 한다.

명백하게도, 조국통일문제의 본질은 통일국가를 세우는 건국문제다. 조국통일이 본질적으로 건국문제이기 때문에, 오늘 우리 민족에게 있어서 분단체제를 타파하고 조국통일을 실현하는 것보더 더 절실하고, 더 중대한 과업은 있을 수 없다. 분단체제를 타파하고 통일국가를 건설하는 건국사업은 우리 세대에 주어진 최고의 임무이며, 최상의 위업이다. 건국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다시 말해서 통일국가를 건설하지 못한 분단체제에서 민족의 자주적 발전은 불가능하다. 오늘 남측의 진보운동세력이 추구하는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위대한 가치도 건국문제를 해결한 이후에 통일국가 안에서 실현할 수 있는 것이지, 그 이전에는 실현할 수 없다. 우리가 조국통일운동을 무엇보다 중시하고, 그 운동에 전심전력해야 할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런데 분단체제에서 태어나, 통일교육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자란 우리 세대는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분단체제에 무감각해지고, 무관심해지고, 무책임해졌다. 분단체제가 8천만 민족을 폭력으로 짓누르고 우리나라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민족의 구성원들인 우리 개인들의 운명까지 좌지우지하고 있건만, 집단최면에 걸린 사람들처럼 우리는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분단체제에 무감각하고, 무관심하고, 무책임하다. 조국통일문제의 본질을 건국문제로 보는 과학적인 인식은 그런 무감각, 무관심, 무책임을 깨뜨리고, 예민한 감각과 관심을 되살리는 것이며, 조국통일문제를 나 자신의 운명문제로 받아들이게 한다.

2) 선결조건부터 해결하라

우리 민족이 자기의 주체력량으로 통일국가를 세우려면, 분단체제부터 타파해야 한다. 분단체제를 타파하지 않고, 통일국가를 건설한다는 말은 궤변이다. 그러므로 통일국가를 건설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현존 분단체제부터 타파해야 한다.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분단체제를 우리 민족의 주체력량으로 타파하는 것은 통일국가를 건설하는 데서 선결조건으로 나선다. 여기서 굳이 '타파'라는 용어를 선택한 까닭은 분단체제를 무너뜨리는 것이 강한 물리적 충격을 필연적으로 동반하기 때문이다. 강한 물리적 충격을 가하지 않으면, 70년 동안 견고해진 분단체제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분단체제를 견고하게 구축해놓은 것도 미국이고, 그 견고한 분단체제를 영구히 유지, 관리하려고 광분하는 것도 미국이다. 미국은 1953년 7월 27일 전쟁을 일시적으로 멈추게 만든 정전체제를 장악, 지배하는 방식으로 분단체제를 유지, 관리하고 있다. 그러므로 조국통일운동은 분단체제를 영구히 유지, 관리하려고 광분하는 미국을 반대, 배격하는 투쟁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다. 반미투쟁을 동반하지 않는 조국통일운동은 사이비통일운동이다.

정전체제가 무너졌는데도, 분단체제가 유지된다는 말은 궤변이다. 정전체제가 무너지는 것과 동시에 분단체제도 무너지게 된다. 정전체제와 분단체제는 동일한 물체의 두 측면이다. 그러면 정전체제는 어떻게 무너뜨릴 수 있을까? 두 가지 방도를 생각할 수 있다.

첫째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는 식으로 정전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다. 하지만,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정전체제의 한 쪽을 장악, 지배하는 미국이 평화협정체결을 극력 반대하기 때문이다.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점령군을 철수해야 하고, 점령군을 철수하면, 한미동맹체제가 깨져나가고, 그렇게 되면 자기에게 충성하는 종미우익정권이 무너지기 때문에 미국은 평화협정체결이라는 말을 입에 담지 않는다. 그러므로 조선과 미국이 평화협정을 체결하여 정전체제를 무너뜨리는 것은 이론적으로 가능할 뿐,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도는 정전체제를 물리력으로 무너뜨리는 것이다. 강한 물리력을 가하여 정전체제를 무너뜨리는 것이 전쟁이다. 그러므로 강한 물리력을 가하여 정전체제를 무너뜨리는 전쟁은 조국통일의 선결조건으로 된다. 통일국가를 건설하려면 먼저 정전체제부터 무너뜨려야 하는데, 정전체제를 무너뜨리려면 전쟁이 불가피한 것이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조국통일은 평화적으로 실현되지만, 조국통일을 평화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선결조건은 불가피하게 비평화적인 방도로 해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3) 통일건국사업을 상상하라

정전체제와 분단체제가 전쟁으로 무너지는 날, 비로소 평화통일이 실현되기 시작할 것이다. 조국통일의 선결조건은 무력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조국통일은 무력으로 실현될 수 없다. 조국통일은 무조건 평화적 방도로 실현된다. 조국통일은 평화통일이며, 통일국가건설은 평화적으로 실현된다.

상상력을 발동하여 통일건국사업을 생각해보자. 통일국가를 건설하려면, 통일정부를 수립해야 하고, 새로운 통일정부가 통일건국사업을 추진해야 하는데, 통일정부는 결코 무력으로 수립할 수 없다. 그러면 통일정부를 어떻게 수립할 수 있을까? 전민족적 범위에 존재하는 여러 정당, 사회단체의 대표자들이 전민족정치회의에서 통일정부수립의 방도와 절차를 합의하면, 통일정부를 곧바로 수립할 수 있다. 축약적으로 말하면, 전민족정치회의에서 통일정부수립방안을 합의하고, 그에 의거하여 통일정부를 수립하고, 새로운 통일정부가 통일건국사업을 추진하는 경로를 예상할 수 있다.

통일건국사업을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 첫 걸음은 전민족적 범위에 존재하는 여러 정당, 사회단체의 대표자들이 참가하는 전민족정치회의를 소집하는 것이다. 전민족정치회의는 당연히 남과 북의 두 정부가 합의하여 소집할 것이다. 북측 정부는 분단 첫 시기부터 지금까지 전민족정치회의 소집을 제안해왔으므로, 남측 정부가 그 제안에 호응하면 전민족정치회의는 언제라도 소집될 수 있다.

그런데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는 것은, 정전체제와 분단체제가 전쟁으로 무너진 직후 남측에 무정부상태가 조성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므로 남측에서 무정부상태를 해소하고 새로운 정부를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로 나설 것이 분명하다. 정전체제와 분단체제가 전쟁으로 무너진 이후, 남측에 세워질 새로운 정부는 통일지향적 정부가 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해서 통일국가를 세우려는 건국의지를 가진 남측의 정당과 사회단체들이 힘을 합쳐 새로운 남측 정부를 수립하는 것이다.

4) 정치련합체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정부

오늘 남측의 정치현실을 살펴보면, 조국통일강령을 명시적으로 제시한 정당과 사회단체들이 소수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조국통일강령을 명시적으로 제시한 정당은 진보당밖에 없고, 조국통일강령을 명시적으로 제시한 사회단체도 민주노총을 비롯하여 몇 개 되지 않는다. 조국통일강령을 명시적으로 제시한 소수 정당과 사회단체들은 대중적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대중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소수 정당과 사회단체들이 새로운 정부를 세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조국통일강령을 명시적으로 제시한 소수 정당과 사회단체들이 다른 정당들 및 사회단체들과 손잡고 폭넓은 정치련합체를 결성해야 한다. 종미우익정당과 종미우익단체들이 정치련합체에서 배제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종미우익정당에 속했으면서도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통일건국사업을 지지하게 된 중도성향의 정파들, 그리고 종미우익단체들에 속했으면서도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통일건국사업을 지지하게 된 중도성향의 개별인사들이 정치련합체에 참가하여 대중적 지지기반을 확장하게 된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반미좌익성향과 중도우익성향의 정치련합체를 기반으로 하는 민주련립정부가 남측에 수립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정치련합체를 기반으로 하여 수립된 남측의 민주련립정부는 북측의 사회주의정부와 합의하여 전민족정치회의를 소집하게 된다.

전민족정치회의에서는 남측의 민주련립정부와 북측의 사회주의정부가 공존, 공영하는 연방국가를 건설할 것이다. 조국통일을 반대하는 종미우익세력은 연방제통일의 의미를 왜곡하면서 연방제통일은 북측의 사회주의정부가 남측을 지배하는 '적화통일'이라고 떠들어대지만, 그것은 통일을 반대하기 위해 꾸며낸 거짓말이다. 통일국가는 북이 남을 '적화'시킨 사회주의국가가 아니라, 남과 북의 서로 다른 사회체제가 공존, 공영하는 연방국가다. 이것이 연방제통일방안의 핵심내용이다.

최근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를 살펴보면, 통일국가를 건설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예감할 수 있다. 통일국가건설은 다음 세대에 넘겨줄 역사적 임무가 아니라 우리 세대가 수행해야 할 당면한 임무다. 통일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사상정신적 준비, 조직정치적 준비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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