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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호석] 빛바랜 선언문과 제국주의핵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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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2-04-06 22:50 조회3,22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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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호석의 정치탐사 제13화

2022년 4월 6일

빛바랜 선언문과 제국주의핵위협

[민족통신 편집실]


한호석 (정치학 박사, 통일학연구소 소장)




1989년 1월 1일 김일성 주석은 신년사를 발표했다. 신년사에서 김일성 주석은 남측의 지도급 인사 7인에게 남북정치협상회의를 다음과 같이 제의했다.

"...남조선의 정계, 사회계 인사들 속에서도 련방제방식으로 조국을 통일할 데 대한 주장들이 나오고 있으며, 남조선 당국도 오늘날에 와서는 련방제통일방식을 외면할 수 없게 되였습니다. 우리는 이와 같은 실정에서 련방제통일방안이 민족적 합의에 기초로 될 수 있다고 확신하면서 이를 진지하게 협의하기 위하여 가까운 시일 안에 평양에서 북과 남의 각당, 각파, 각계각층을 대표할 수 있는 지도급 인사들로 북남정치협상회의를 가질 것을 정중히 제의합니다. 이를 위하여 우리는 남조선 민주정의당, 평화민주당,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의 총재들과 김수환 추기경, 문익환 목사, 백기완 선생을 평양에 초청하는 바입니다. (중략) 우리는 남조선의 지도급 인사들이 건설적인 통일방안을 가지고 평양을 방문한다면 그들을 환영할 것이며 그들이 내놓은 어떠한 제안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회의할 것입니다...."

김일성 주석이 남북정치협상회의에 초청한 남측의 지도급 인사 7인은 노태우 민주정의당 총재, 김대중 평화민주당 총재, 김영삼 통일민주당 총재, 김종필 신공화민주당 총재, 김수환 추기경, 문익환 목사, 백기완 선생이었다. 당시 노태우 총재는 대통령으로 재직하고 있었으므로, 김일성 주석은 남측 대통령을 남북정치협상회의에 초청한 것이다. 신년사에서 김일성 주석은 "정치협상회의 테두리 안에서 북과 남의 지도급 인사들은 다무적인 회담 뿐 아니라 쌍무적인 대화도 나눌 수 있습니다"라고 했는데, 여기에 나오는 쌍무회담은 사실상 남북정상회담을 의미하였다. 김일성 주석이 제의한 남북정치협상회의는 연방제통일방안을 협의하는 회의였다.

문익환 목사와 백기완 선생은 1989년 2월 4일 서울에서 김일성 주석의 남북정치협상회의 초청을 수락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면서 "동포 여러분! 오늘 우리들은 금년 1월 1일 김일성 주석이 제의한 바, 남북정치협상회의를 공식적으로 수락하고 그 회의가 성사되도록 노력할 것을 공표하는 바입니다"라고 언명했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문익환 목사가 1989년 3월 26일 북을 방문한 것은 김일성 주석이 1989년 1월 1일 신년사에서 언급한 연방제통일방안을 협의하기 위한 남북정치협상회의 개최제안에 적극 호응한 행동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일성 주석은 북을 방문한 문익환 목사를 접견하면서 조국통일문제와 관련된 중대현안들을 놓고 담화하였다.

문익환 목사 - "북쪽은 정치군사회담이 결착되지 않는 상태에서 하는 모든 회담, 협상, 교류를 독일식 항구분단에 기여하기 때문에 이에 매우 소극적인 입장이라고 알고 있는데 과연 그런 겁니까?"

김일성 주석 - "그렇습니다."

문익환 목사 - "저도 정치군사회담이 꼭 이루어져야 한다는 데 이의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와 병행해서 다른 회담과 교류를 적극 추진하는 것이 정치군사회담에도 좋은 압력이 된다고 생각되지 않으십니까? 교류가 이루어지는 만큼 긴장이 풀리고 긴장이 풀리는 만큼 통일의 전망이 밝아오고 통일의 전망이 밝아오는 만큼 통일의 열기는 더 뜨겁게 달아오를 것입니다. 통일의 열기가 이미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민중을 믿읍시다."

문익환 목사가 언급한 병행추진론은 남과 북이 정치군사회담과 교류협력사업을 병행, 추진한다는 뜻이다. 남북정치군사회담은 정부 차원의 회담을 말하는 것이고, 남북교류협력사업은 민간 차원의 사업을 말하는 것이다. 문익환 목사가 북을 방문했던 1989년 당시 남과 북은 정치군사회담은커녕 교류협력사업도 추진하지 못했으므로, 문익환 목사는 남북정치군사회담과 남북교류협력사업을 병행, 추진하면 조국통일의 전망이 밝아올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기대와 희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1989년 4월 2일 문익환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고문과 허담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평양에서 합의, 채택한 4.2 남북공동성명에 따르면, "쌍방은 정치군사회담을 추진시켜 북남 사이의 정치군사적 대결상태를 해소하는 동시에 리산가족문제와 다방면에 걸친 교류와 접촉을 실현하도록 적극 노력한다"고 공약했지만, 그로부터 33년이 지난 2022년 4월 현재 남북의 정치군사적 대결상태는 전혀 해소되지 않았고, 남북교류협력사업도 완전히 중단되었다. 남북정치군사회담 가운데서 최상위급 회담인 남북정상회담이 지난 33년 동안 몇 차례 성사되었건만, 남북정상회담들에서 채택된 합의사항은 하나도 이행되지 못하고, 빛바랜 선언문으로 남았으며, 2022년 4월 현재 남북관계는 대결 속으로 더 깊이 빠져들었다.

이제 우리는 진지하게 자문자답해야 한다. 지난 33년 동안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조국통일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놓으려고 했지만, 빛바랜 선언문만 남기고 실질적 진전은 전혀 이루지 못한 근본원인이 무엇인지를 자문자답해야 한다. 만일 우리가 그 근본원인을 알지 못하면, 조국통일운동은 전진을 멈추고 정체와 답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문한다. 우리 민족의 성스러운 조국통일운동을 가로막은 최악의 장애물은 무엇인가? 김일성 주석과 문익환 목사의 담화에서 이 심중한 문제가 거론되었다. 문익환 목사는 담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도 팀스피리트훈련을 반대합니다. 그것이 남북회담에 분명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한미합동 팀스피리트훈련이야 하건 말건 모든 회담을 중지하지 않고 추진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하면 팀스피리트훈련이 실질적으로 무의미한 것이 될 터인데요."

문익환 목사의 견해에 따르면, 팀스피릿 한미합동군사훈련은 남북회담에 지장을 초래하는 요인이므로, 한미련합군이 팀스피릿합동군사훈련을 진행하건 말건 그냥 무시해버리고 남북회담을 추진하면, 팀스피릿합동군사훈련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익환 목사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얼마나 극악하고 위험천만한 핵전쟁도발인지를 알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극악하고 위험천만한 핵전쟁도발을 그냥 무시하면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오판에 빠졌다.

만일 문익환 목사가 미국 핵안보전문가 핸스 크리스텐슨이 발표한 자료를 읽었더라면, 그런 오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크리스텐슨의 자료에 따르면, 문익환 목사가 북을 방문했던 1989년 당시 미국은 B-61 중력핵폭탄과 B-61 지하관통핵폭탄을 주한미국군기지에 배치해두었다고 한다. 크리스텐슨은 당시 미국이 주한미국군기지 안에 비밀보관소를 건설해놓고, 거기에 모두 150발의 각종 핵폭탄을 배치해두었다고 폭로했다. 그 중에서 B-61 중력핵폭탄은 핵폭발위력이 0.3kt, 1.5kt, 10kt, 45kt에 이르는 4종의 전술핵폭탄이고, B-61 지하관통핵폭탄은 핵폭발위력이 400kt에 이르는 전략핵폭탄이다.

B-61 핵폭탄에는 '허가행동연동장치(Permissive Action Link)'라고 부르는 장치가 내장되었는데, 미국 합참본부가 알려주는 비밀번호를 그 장치에 입력해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므로 전시에 미국 합참본부가 '긴급행동메시지(Emergency Action Message)'를 통해 점령군사령관에게 비밀번호를 알려주면, 점령군 탄약지원대대(Munitions Support Squadron)는 그 비밀번호를 허가행동연동장치에 입력하여 핵폭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불과 몇 분 만에 점령군 소속 전폭기들은 활성화된 B-61 핵폭탄을 날개 밑에 장착하고 활주로를 이륙하여 미리 지정된 핵타격목표를 향해 공중에서 발사하게 된다.

문익환 목사가 북을 방문하였던 1989년 당시, 전라북도 군산공군기지에 바로 그 B-61 핵폭탄이 실전태세로 배치되어 있었다. 군산공군기지에 주둔하는 미국 공군 제8전술비행대 소속 전폭기들은 미국 태평양공군이 명령한 단일통합작전계획(SIOP) 신속대응경계태세에 따라 전폭기 양쪽 날개 밑에 B-61 핵폭탄을 각각 한 발씩 장착하고, 활주로 위에서 출격명령을 대기하고 있었다. 이처럼 미국군이 임의의 시각에 즉시 사용할 수 있도록 고도의 격동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던 핵폭탄은 전 세계에서 군산공군기지에 배치된 B-61 핵폭탄이 유일하였다. 당시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들에 배치한 핵폭탄은 보관용이었지만, 주한미국군기지에 배치한 핵폭탄은 실전용이었다. 한미합동군사훈련은 바로 그런 핵폭탄으로 북을 파괴하려는 핵타격씨나리오를 연습하는 광란적인 군사행동이다.

문익환 목사가 북을 방문했던 1989년 당시 비핵국가였던 조선은 미국의 핵공격을 억제할 힘을 아직 갖지 못했다. 그런데 제국주의핵대국은 핵억제력을 갖지 못한 조선을 핵공격으로 파괴하려는 극악무도한 핵타격씨나리오를 팀스피릿 합동군사훈련이라는 간판 아래서 맹렬히 연습하고 있었다. 장차 우리와 함께 통일조국에서 화목하게 살아야 할 북녘 동포들을 핵공격으로 잔혹하게 살해하려는 제국주의핵대국의 광란적인 핵위협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문익환 목사는 핵억제력을 갖지 못한 조선이 제국주의핵대국의 광란적인 핵위협을 모른 척하고 남북회담을 추진해도 괜찮을 것이라고 오판하고, 남북회담을 추진하면 제국주의핵대국의 광란적인 핵위협이 "실질적으로 무의미한 것"으로 될 것이라고 착각했던 것이다.

1954년 포커스 렌즈

1961년 독수리(Foal Eagle)

1968년 프리덤가디언(Freedom Guardian)

1969년 포커스 레티나(Focus Retina)

1971년 프리덤 볼트(Freedom Vault)

1976년 팀 스피릿(Team Spirit)

1994년 연합전시증원(RSOI)

2008년 키 리졸브(Key Resolve)

2019년 동맹(Alliance)

2020년 연합지휘소훈련(CCPT)

위에 열거한 것처럼, 한미합동군사훈련 명칭이 1954년부터 올해 2022년까지 68년 동안 여러 차례 변천되어온 과정은 조선에 대한 제국주의핵대국의 핵위협이 얼마나 집요하게, 그리고 얼마나 광란적으로 감행되어왔는지를 보여준다.

미국 태평양사령부가 작성한 1991년도 작전일지에 따르면, 당시 미국 대통령 부쉬는 1991년 11월 5일 해외에 배치된 미국 핵무기를 철수하기로 결정한 '국가안보지침-64'라는 문서에 서명했고, 그에 따라 미국 합참본부는 주한미국군기지에 배치된 핵무기를 11월 20일부터 철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그렇게 되어 점령군기지에 배치해두었던 각종 핵무기들은 1991년 12월까지 미국 본토로 전부 철수되었다.

그러나 미국이 점령군기지에 배치했던 핵무기를 전부 철수한 것은 핵위협을 감소시키려는 행동이 결코 아니었다. 2011년 6월 1일 <미국의소리>에 실린 대담기사에서 1991년 핵무기 철수 당시 주한미국대사였던 도널드 그레그는 미국이 점령군기지에 배치했던 핵무기를 전부 철수한 까닭은 그 핵무기들이 "너무 구식이라서 (전시에) 절대 사용할 일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고 회고했다. 제국주의핵대국은 점령군기지에 배치했던 노후한 핵무기를 전부 철수하는 대신, 그보다 몇 배나 더 위력적인 신형 핵무기를 배치했다. 신형 핵무기들은 미니트맨-3 대륙간탄도미사일, 트라이던트-2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W80-1 공중발사순항미사일에 각각 장착되었다. 이것은 제국주의핵대국의 핵위협이 1991년 핵무기 철수 이후에 더욱 가중되었음을 말해준다.

우리는 알아야 한다. 제국주의핵대국의 광란적인 핵위협이 이 땅에 남아있는 한, 설령 남북정상회담을 100번 다시 성사시킨다 해도, 그것은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는 무의미한 회담으로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제국주의핵대국의 광란적인 핵위협이 이 땅에 남아있는 한, 개성공업단지를 건설하는 것과 같은 남북교류협력사업은 한 걸음도 전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 민족에게 주어진 근본문제는 제국주의핵대국의 광란적인 핵위협을 언제, 어떻게 제거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오직 이 근본문제를 우리 민족의 주체적인 힘으로 해결하였을 때, 바로 그렇게 하였을 때, 조국통일의 새로운 국면이 열리게 될 것이고, 그런 새로운 국면에서 진정한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될 것이며, 진정한 남북교류협력사업이 추진될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명백한 진리를 외면한 종미우익정부는 제국주의핵대국의 핵위협을 해소할 생각을 하기는커녕, 제국주의핵대국의 핵위협을 더욱 증대시킬 위험천만한 생각에 사로잡혀 이른바 '확장억제력'을 강화해야 한다느니, '선제타격력'을 강화해야 한다느니 하는 도발언사를 아무렇지 않은 듯이 토해내놓았다.

그런 와중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파견한 한미정책협의대표단이 2022년 4월 5일 백악관에 들어갔다. 그들은 미국 대통령 바이든에게 윤석열 당선인의 친서를 전달했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면담했다. 박진 대표단 단장은 워싱턴 주재 남측 특파원들 앞에서 자기들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면담하는 자리에서 확장억제력을 강화하는 문제와 미국의 전략자산을 배치하는 문제를 협의했다고 아주 자랑스럽게 떠들어댔다. 미국이 확장억제력을 강화하고, 전략자산을 점령군기지에 전진배치하는 것은 제국주의핵대국의 핵위협을 극도로 가중시키는 도발행동인데, 그것을 자랑스럽게 떠들어대다니 정말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는다.

정권을 인계받고 있는 종미우익세력은 제국주의핵대국의 핵위협을 해소하기는커녕 이전보다 더욱 가중시키려고 미쳐날뛰고 있다. 종미우익세력의 광기어린 도발행동은 북의 강경한 대응을 촉발시켰다. 2022년 4월 4일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담화에서 "남조선이 우리와 군사적 대결을 선택하는 상황이 온다면 부득이 우리의 핵전투무력은 자기의 임무를 수행해야 하게 될 것"이라고 엄중히 경고하면서, "이런 상황에까지 간다면 무서운 공격이 가해질 것이며 남조선군은 괴멸, 전멸에 가까운 참담한 운명을 감수해야 할 것"이며, "이것은 결코 위협이 아니"라고 언명했다.

(김일성 주석과 문익환 목사의 담화에 대한 서술은 다음에 발표할 글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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