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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서울 낙성대 ‘만남의 집’에서 하루종일 티비 청취를 하였다. 왼쪽이 필자. [사진 제공 - 김련희] |
나는 27일 서울 낙성대 ‘만남의 집’에서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 권오헌 선생님과 북에서 오신 비전향장기수 분들과 함께 하루종일 한자리에 모여 티비 청취를 하였다.
며칠전부터 비전향장기수 선생님들과 나는 매일매일 가슴설레이는 이 역사적인 날을 하루하루 기다리며 혹시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좋은 소식이 나오지 않으려나 큰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는 아침 일찍부터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를 츨발하여 판문점에 도착하는 그 순간까지 티비에서 눈을 뗴지 않고 흥분속에 지켜보았다.
9시 30분 통일각의 문이 열리고 드디어 온 세계가 커다란 관심속에 기다리던 남북정상의 판문점에서의 첫 악수가 이루어지던 그 감격적인 순간, 우리는 다함께 박수를 터쳤고 저도 모르게 눈물이 걷잡을 새 없이 흘러내렸다.
문재인 대통령님이 “남측으로 오시는데,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겠느냐”고 묻자 김정은 국무위원장님이 “그럼 지금 넘어가 볼까요?”라며 두 분이 손을 꼭 잡고 판문점 남과 북 분리선을 넘어 북으로 가셨다가 다시 돌아오시는 모습을 보며 커다란 충격과 감동으로 가슴이 벅찼다.
그래, 저거지. 저렇게 쉬운데. 발하나 옮기면 넘나들 수 있는 것이었는데. 왜 우리는 70여년을 이렇게 분단의 아픔과 고통으로 살아야 했고 65년간을 휴전국으로서 항시적인 전쟁의 위험속에 불안에 떨어야 했을까.
저렇게 남과 북이 마음만 먹으면 순간에 두손 잡고 북으로, 남으로 넘나들 수 있는것이었는데 그 오랜 세월 저 5센치 높이의 군사분계선이 왜 그리도 높아 보였을까. 그 모습은 70년의 분단의 역사가 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참으로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첫 만남이었지만 친한 관계인 듯 자연스러운 소통과 유머의 분위기, 다른 안내가 필요없이 두 정상만의 산책과 30분이 넘도록 편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정말 우리는 한민족이고 형제고, 결코 갈라져서는 살수 없는 한 가족이라는 것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게 하였다.
특히 평화의집 앞에서 하신 두 분의 연설은 우리 남과 북, 해외의 8천만 동포들에게 분단의 고통과 아픔을 치유하고, 전쟁으로 인한 불안함을 떨쳐버리는 희망의 샘줄기, 평화의 안정감, 내일의 더 밝은 미래를 약속하는 소중한 메시지였다.
나와 비전향장기수들을 제일 기쁘게 하고 감격의 눈물을 쏟게 한 것은 ‘판문점선언’의 1조 5항이었다.
“남과 북은 민족 분단으로 발생된 인도적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기 위하여 노력하며, 남북 적십자회담을 개최하여 이산가족, 친척상봉을 비롯한 제반문제들을 합의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 당면하여 오는 8.15를 계기로 이산가족, 친척상봉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아, 눈물이 하염없이 흐른다. 이 얼마나 고대하고 기다리던 날인가.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 가족과 함께 살 수 있다는 것, 사랑하는 남편과 보석같이 소중한 딸자식을 다시 안아볼 수 있다는 것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정상적으로 누릴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혈육 한 점 없는 여기 남녘에서 7년동안을 사랑하는 가족과 생이별하여 하루하루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애태우는 나로서는 너무나 감격적이고 얼마 안있어 나도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넘치게 하였던 격동의 하루였다.
비전향장기수 분들도 고향을 떠난 지 60년 만에 이제 정녕 다시 고향땅을 밟을 수 있게 되었다며 어린애마냥 눈물을 흘리시며 기뻐하셨다.
이 땅의 모든 이산가족들, 아니 우리 온 민족이 그 어느 곳에서나 편하게 가족, 친척들과 정상적으로 안부를 물을 수 있고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는 이 꿈같은 현실에 가장 가슴을 설레었을 것이고 희망찬 내일을 꿈꿔봤을 것이다.
이 남과 북, 땅의 모든 이산가족 분들, 축하드립니다. 70여년의 그 오랜 세월 가족, 친척들의 생사조차도 모르고 죽기 전에 단 한번만이라도 고향땅을 밟아보고 싶으시다는 어르신들의 그 간절한 꿈이 드디어 눈앞에 펼쳐지게 되었습니다.
그날을 끝내 못보시고 많은 분들이 이 땅에 한을 남기시고 떠나가셨지만 어르신들은 그 힘든 날을 이겨내시고 오늘과 같은 감격적인 순간을 맞이하게 되셨으니 이 얼마나 기쁘시겠습니까?
남과 북의 이산가족 어르신들 이제는 쌓이고 쌓인 이별의 아픔 편하게 훌훌 털어버리시고 가족, 친척들과의 상봉의 날까지 부디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