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들이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조사기간 보장을 요구하며 농성에 돌입한 지 이틀 째인 26일, 경찰은 유가족들의 농성장을 침탈하고 유가족 4명을 연행했다. 유가족 가운데 두 명은 경찰과의 대치 도중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4.16 연대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께 종로구청 직원 2명과 경찰이 대거 몰려와 갑자기 농성장을 둘러쌌다. 당시 대부분의 유가족들은 광화문 광장을 시작으로 청운동 일대를 행진하기 위해 농성장을 비운 상황이었다.
종로구청 공무원이라고 소속을 밝힌 이들은 농성장의 노란 리본과 햇빛 가림막을 불법 시설물로 규정해 철거한다고 말했다. 유가족이 은박지로 된 차양막은 반입 가능한 물품이라고 항의하자 ‘통행 방해’라는 명분도 추가로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경찰에 항의하던 ‘예은 아빠’ 유경근 4.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과 ‘웅기 엄마’ 윤옥희 씨, ‘지성 아빠’ 문종택 씨, ‘제훈 아빠’ 김기현 씨가 연행됐다.
4.16가족협의회 김종기 사무처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농성현장을 지키고 있던 중 갑자기 경찰이 가족을 둘러쌌다. 이에 항의하자 종로구청 공무원 2명이 불법 설치물과 통행 방해 등을 이유로 철거한다고 고지했다”고 설명했다.
계속되는 경찰의 농성장 침탈...세월호 유가족들의 절규
피켓행진에 나선 유가족들이 농성장으로 돌아온 후 소지하고 있던 다른 차양막을 설치하려고 하자 또다시 경찰이 강하게 막아섰다. 이후 몇 차례 충돌이 계속됐다.
이 과정에서 한 유가족은 “이대로는 못살겠다”며 강하게 항의하다가 실신했다. 또한 경찰과의 충돌 과정에서 부상을 입은 유가족 2명은 병원에 이송됐다. 유가족 중 한 명은 고통을 호소하면서도 농성장을 지키겠다며 끝내 병원행을 거부했다. 유가족을 격려하기 위해 농성장을 방문했던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김철민 의원도 현장을 지켜보며 향후 대응을 논의했다.
농성장은 일순간 절규가 뒤섞인 아수라장이 됐다. 바닥에는 채 만들지 못한 노란 리본이 뒤엉켰고, 유가족들은 허탈한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유가족들은 무자비하게 진압하는 경찰을 향해 “왜 아이들이 바다에 있을 때는 이렇게 (필사적으로) 안했느냐”, “지금처럼만 (구조)했으면 다 살아 돌아올 수 있었다”고 울부짖었다. 한 유가족은 “리본이 폭발하기라도 하냐”면서 “노란 리본이 무서운 대한민국 경찰”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지나가던 한 시민도 경찰을 향해 “지금이 5공화국 시대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경찰은 “불법집회”라는 방송만 계속 틀어댈 뿐 유가족의 절규는 모른 체 했다.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이후 성명을 통해 “농성장을 침탈하고 유가족을 연행한 박근혜 정부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경찰은 막무가내로 유가족들을 연행했고, 물품을 강탈했고, 폭력을 휘둘러서 항의하는 유가족 다수에게 부상을 입혔다”며 “이 농성장은 집시법에 의해 신고된 집회장이기도 한데도 경찰은 막무가내로 난입하여 폭력을 휘둘렀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주장과 농성은 정당하다”며 “경찰은 즉각 연행한 유가족들을 석방하고 합법적인 농성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세월호 특조위 활동 보장 요구하며 다시 거리로
세월호 유가족들은 지난 25일 특조위 강제해산 철회 등을 요구하며 정부서울종합청사 앞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현행 세월호 특별법에는 특조위 활동기간을 ‘위원회 구성 후로부터 1년, 그리고 필요한 경우 6개월 연장’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에 보고서·백서 작성 및 발간을 위해 3개월 추가로 연장이 가능하다.
정부는 특별법 시행일인 2015년 1월 1일이 특조위 활동의 시작일이라며 1년 6개월 뒤인 오는 30일 활동이 종료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4.16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와 야당은 특조위가 실제 구성되고 예산을 배정받은 8월 7일을 기준으로 내년 2월 7일까지 조사활동이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정부에서는 이달 말로 특조위 조사 활동을 강제 종료시키겠다는 방침을 통보한 상황이다.
세월호 유가족은 이에 반발해 다시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25일 촛불집회와 밤샘 농성에 이어 26일에도 저녁 촛불 집회와 문화제를 진행했다. 27일에는 정부의 특조위 강제 중단 시도를 규탄하며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서울정부종합청사 앞 농성장에서 철야 농성에 돌입할 예정이다. 국무회의 당일인 28일에는 회의 결과에 따른 각계 시민사회와 국민, 원로들과 비상시국회의를 한 후 정세균 국회의장과 면담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