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북측이 개성공단 통행제한 조치를 내린 이후, 중단된 개성공단이 오는 16일, 166일 만에 재가동된다.
남북은 지난 10일부터 20시간 넘게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공동위원장단 2차 회의를 열고 11일 오전 공동발표문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개성공단 가동중단 161일 동안 남북은 상호 비방과 대화제의, 무산, 실무회담 개최, 결렬 등을 거듭했지만 지난달 14일 '개성공단의 정상화를 위한 합의서'를 채택하면서 개성공단 재가동 신호탄을 쐈다.
특히, 남북 당국 간 상설협의체인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를 구성해 개성공단 발전적 정상화를 위한 구체적 현안들을 하나씩 합의함으로써 161일 전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 당국 간 상설협의체 구성
이번 개성공단 재가동은 남북 실무회담과 이어 구성된 남북 당국간 상설협의체인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와 산하 분과위원회의 회의의 결과이다.
이는 기존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가 민간기구로서 협의에 한계를 지녔던 데 반해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는 개성공단 문제 발생 시 당국이 직접 만나 협의할 수 있는 틀로 작용한다는 점이 괄목할 만하다. 공동위원회는 분기 별로 1년에 4회 회의를 갖는다.
특히, '출입.체류 분과위원회', '투자보호 및 관리운영 분과위원회', '통행.통신.통관 분과위원회', '국제경쟁력 분과위원회' 등 산하 분과위에서 각 분야별로 협의하고, 사무처 설치로 개성공단 당국간 협의를 원활하게 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지난달 14일 합의에서 남북은 "통행 제한 및 근로자 철수 등에 의한 개성공단 중단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남측 인원의 안정적 통행, 북측 근로자의 정상 출근, 기업재산의 보호 등 공단의 정상적 운영을 보장한다"는 대전제로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를 구성.운영해 가동중단 재발방지 가능성이 높아졌다.
1일 단위 상시통행 가능.. 50% 선별통관 및 인터넷.휴대전화기 사용 논의
우선 개성공단이 재가동되면 달라질 두드러진 점은 1일 단위 상시통행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들이 개성공단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규정에 따라 △방문증명서 신청서를 제출하여 방문증명서를 발급받고, △방문신청으로 승인을 받은 뒤, △출입계획과 통행계획을 3일 전까지 제출해야 했다.
또한, 북한에서는 △방북 7일 전까지 출입증 신청서를 제출해 출입증을 받고, △남한에서 제출된 출입계획이 방북 2일 전 개성공단관리위원회를 통해 북한 출입국사업부에 제출된다.
그런 뒤 북한 출입국사업부는 방북 1일 전 출입 동의 여부를 관리위원회에 통지하고 이와 별도로 북한군은 방북일 오전 8시에 출입 동의 여부를 남한군에 통지한다. 그러면 남한 군부 차량 인솔에 따라 개성공단 도라산출입경사무소로 이동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했다.
하지만 이번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2차 회의 합의에 따라 까다로운 통행절차를 간소화해 전자출입체계(RFID)를 통한 1일 상시통행이 가능해졌다.
이는 일반적인 전자식 출입증과 비슷한 개념으로, 개성공단 출입 인원을 데이터베이스로 등록, 출입경을 원하는 날과 시간에 상관없이 전자식 태그를 통해 1일 단위 상시통행을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다만, 장비 설치가 이뤄지지 않아 당분간 기존 방식을 따라야 하지만 올해 안에 설치되고 시험을 거쳐 상용화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통관절차도 기존 전수검사에서 50% 선별검사로 완화되고, 인터넷. 휴대전화기 사용도 북측이 동의함에 따라 협의를 거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1일 단위 상시통행, 통관절차 간소화, 인터넷.핸드폰 사용 등은 개성공단 국제화를 위한 필수사항이라는 점에서 획기적인 변화로 평가된다.
개성공단 상사분쟁 조정 틀 마련
이번 2차 회의를 통해 개성공단에서 발생하는 각종 분쟁을 다룰 상사중재위원회도 2003년 합의 이후 구성.운영된다.
이번 회의에서 남북은 지난 2003년 10월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추위)가 합의한 '남북상사중재위원회 구성.운영에 관한 합의서'에 대한 부속합의서를 체결, 위원회를 독자적 법인으로 각각 위원장 1인, 위원 4명 구성을 재확인했다.
이는 2003년 합의 이후 사문화된 남북상사중재위원회를 부활시켜 각종 분쟁을 다루는 기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투자자산 보호를 위해 지난 2000년 12월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체결된 '남북사이의 투자보장에 관한 합의서'를 재확인하고, 이를 준수한다는 점을 명시해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투자자산 보호가 강화될 전망이다.
게다가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산하로 '투자보호 및 관리운영 분과위원회'를 설치, 투자자산 보호를 위해 위법행위 발생 시 공동조사, 손해배상 등 상사분쟁 문제와 노무, 세무, 임금, 보험, 환경보호 등 관리운영을 남북 당국 간 협의.해결 원칙을 마련했다.
이에 대한 선례로, 북측이 개성공단 가동중단에 따른 피해보상으로 △2013년 세금 면제, △4월 이후 발생한 근로자 임금에 대한 협의처리 등에 합의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10월 외국 기업 유치 투자설명회 개최.. 임금 등 국제기준 마련 관건
161일만의 개성공단 재가동의 특징은 외국기업 유치 등 국제화 방안이 마련됐다는 점이다.
남북은 '국제경쟁력 분과위원회' 회의를 통해 외국기업 유치를 위해 우선 오는 10월 개성공단에서 국내 외국기업과 외국 상공인을 대상으로 투자설명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먼저 외국기업 유치를 위한 선결과제이자 입주기업의 애로사항이던 통행.통신.통관 절차가 원활해진 점은 외국기업 유치 가능성을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제3국 수출시 특혜관세 인정, 자유무역협정(FTA) 역외가공지역 인정 문제 등도 협의될 예정이다.
하지만 합의에 따라 기존 노무, 세무, 임금, 보험 등 관련 제도를 국제적 기준으로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관건으로 남는다.
특히 임금의 경우, 개성공단 평균 임금이 현재 약 140달러 수준인데 이를 어떤 국제적 기준에 맞출 것인지, 국제적 기준에 맞출 경우 임금 인상이 불가피해져 국내기업의 부담은 물론 외국기업들이 선뜻 투자에 나설지 미지수다.
그리고 개성공단 국제화를 위해서는 남북간 합의나 투자설명회 등 활동 외에도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등에 따른 대북 제재가 개성공단 국제화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개성공단 내 신변안전보장 방안 마련 주목
이번 2차 회의에서 남북은 개성공단 출입.체류 등 신변안전보장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남북은 △출입체류 과정에서의 신변안전문제, △위법 행위시 조사 절차, △조사 과정 중 통지사항, △조사 과정 중 입회 문제 등 큰 틀의 논의에는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남북은 '개성공단에서의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지구 출입 및 체류에 관한 합의서 부속합의서'를 교환했지만, 상호 법체계가 달라 '출입.체류 분과위원회'에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 논의는 개성공단 내 남측 인원들의 신변안전을 보장한다는 점과 개성공단 내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건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의 문제로 개성공단 안정적 운영에 있어 중요하다.
먼저 개성공단에 적용되는 법질서의 범위를 어떻게 명확하게 하느냐이다. 또한, 우리측 인원의 위법 행위 시 신병인수인계 절차를 마련하고 조사권의 구체적 내용과 범위를 정하고 범칙금 부과 규정 마련 등이 논의 대상이다.
이는 기존 2004년 합의서가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제10조 신변안전보장 2항에는 '남과 북이 합의하는 엄중한 위반 행위에 대하여는 쌍방이 별도로 합의하여 처리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는데, 여기서 '엄중한 위반'이 모호하다.
즉, 개성공단 내 위법행위에 대한 구체적 기준 마련이 앞으로 개성공단 운영의 걸림돌을 방지한다는 점에서 중요, 오는 13일 '출입.체류 분과위원회' 회의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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