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주 칼럼] 아무도 자유롭지 못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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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2-08-27 06:57 조회88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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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주 칼럼] 아무도 자유롭지 못하리
글: 이범주 선생
아주 한참 전에 도종환 시인이 한겨레 신문에 자전적 글 올리는 걸 읽은 적이 있다. 가난한 시골에서 자랐고 전교조 활동을 했다는 것...정도의 내용이 기억난다.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마음과 어려운 사람들이 살기 힘든 세상에 대한 노여움이 시인다운 따뜻한 필치의 글에 녹여져 있었던 것 같다.
얼마 전 속칭 586 출신으로 문정권 때 청와대에 근무했던 사람들, 국회의원 된 사람들의 경력과 면면을 볼 기회가 있었다. 다들 나름 유명짜 한 명문 대학교의 총학생회장, 투쟁그룹의 짱, 통일운동 단체의 짱...등을 망라했으니 당시에는 다들 노동계급 이익을 대변하는 나름 전위요 고통스런 분단장벽 부수고자 하는 통일전사라 이르기에 부족함이 없었던 인사들이었다.
그런데도 참으로 의아한 건...그들 중 아주 많은 수가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집권 시기 제도권 정치에 몸 담았고 또 적지 않은 수가 지금의 국힘당 혹은 국민의 당에 ‘진출’했는데도 세상은 좋아지기는 커녕 점점 더 나빠지기만 한다는 사실이다.
지금 노동판은 절망적이다. 저임금을 견디지 못해 파업이라도 할라치면 손배소가압류 법에 걸려 쥐꼬리 같은 월급조차 차압당할 판이다. 그들 젊었을 때도 형편없었던 나라의 자주권은 지금은 더 엉망으로 되어 미국이 똥 먹으라면 똥을 먹고 마른 섶 안고 불 속에 들어가라 해도 들어갈 판으로 되었다. 그런데도 그 많던 노동해방 전사, 통일 전사 출신의 정치인들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부드러우면서도 노여움 담은 글로 잠든 영혼의 사람들을 질타했던 시인 출신 정치인의 개탄 소리 한 마디 들을 수 없다.
내가 알 길 없는 현실정치판을 생각한다. 한 때 ‘시대정신의 정수(精髓)’라 불렸던 그 많은 사람들마저 침묵시키는 정치판에는 정녕 꿀이 발려 있는 것이냐 아니면 그 판에 들어가자마자 그들의 개별적 힘과 역량으로는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어떤 저항 불가의 압도적인 힘에 직면하여 공포에 눌려 버린 것이냐. 아니면 우리가 일상의 먹고사니즘에 가랑비에 옷 젖듯 침윤되며 여까지 살아왔듯 그들 또한 그래 왔던 것이냐.
얼마 전 이미 초로에 접어든 그러나 아직도 불의한 세상과 싸우겠다는 선배와 술 한 잔 했다. 고된 노동과 부족한 잠으로 곧 취기가 돌아버린 그는 말했다. “그 사람들은 그 시대의 별들이었어. 나 같은 사람은 일 개 하사관 같은 존재였지. 근데 그 사람들 다 가버리고 나 같은 사람들만 남았네” 난 이야기했다. “굽은 소나무가 산소를 지킨대잖여”
젊은 친구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다. 아이가 살아갈 세상에 대해 절망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헌법에 언급된 기본권인 쟁의행위 했다는 이유로 기업이 파업에 앞장 선 노동자들에게 500억 손해배상 물리는 장면을 보면서...그리하여 이 세상에서 살려면 아무리 억울할 일이 있어도 찍소리 못하고 노예처럼 일만 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이 세상은 오로지 부자들만을 위해 움직인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누가 이렇게 험악하고 살기 힘든 세상에 소중한 자식 내어 놓을 생각을 감히 하겠는가. 게다가 많이 내렸다고는 하나 이미 하늘을 뚫어버린 집값을 생각하면 평생 빚에 눌려 살아갈지도 모른다는 중압에 숨도 쉬지 못할 것이다.
백약이 무효다. 나라도 자식더러 결혼하고 애 낳으라 말 못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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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을 보내고 그간 이리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어쩌다 이리 된 것이냐. 한 때 시대정신의 정수(精髓)라 상찬 받았으나 지금은 타락해 경멸의 대상으로 전락한 정치인들이나...먹고사니즘에 포획되어 조금씩 오그라 들어온 우리나...초로의 몸으로 아직도 노동현장을 찾아 다니는 로투사나...아무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냐. 아니면 착한 마음으로 우리 자신을 탓하기에는 엄청난 물리력, 금력, 권력, 세뇌의 힘으로 우리를 짓눌러 온 이 나라 권력층, 외세의 부당한 힘이 너무도 육중하고 거대한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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