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월드컵 예선전을 위해 중국 북경에서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도착한 남측대표팀을 북측이 고의로 시간을 끌며 애를 먹였다는 국내 언론의 보도가 있었습니다. 소지품을 일일이 검사하고 목록을 쓰라고 했는가 하면 음식물도 반입을 시켜주지 않아 약 2시간 반동안 공항에서 묶여 있었다고 불평했는데요. 이는 한마디로 북의 입국절차에 대한 무지(無知)가 불러온 오해입니다.
북녘 땅에 들어갈 때는 다른 지역보다 엄격한 것이 사실입니다. 반대로 나올 때는 너무나 간단해서 의아할 정도입니다. 출국절차의 간편함만 따지면 세계에서 가장 간단하다고 볼 수 있으니까요.
북에 들어갈 때 작성하는 서류는 아래 사진처럼 3장입니다. 하나는 입국신고서(입출국 수속표), 또하나는 세관신고서 그리고 검역신고서입니다.
북 입국시 기재서류 (앞면)
기재 서류 뒷면
그중 세관신고서의 경우, 소지하고 있는 외화의 총액과 주요 물품까지 목록을 적어내야 합니다. 물품 목록은 예를 들면 노트북과 카메라 휴대폰 등 전자제품과 값비싼 물품 등을 개수까지 정확히 표기해야 합니다.
비행기가 도착하면 가장 먼저 검역신고서부터 제출하고 입국심사를 받습니다. 사전에 받은 비자와 여권을 제출하고 입국 목적 등 절차를 거쳐 입국하여 짐 찾는 과정은 다른 나라와 똑같습니다.
세관 신고서를 낼 때 휴대폰을 여권과 함께 먼저 제출하고 X레이 검색대에서 짐검사를 함번 받은 후 모든 가방을 육안으로 검사합니다. 보통은 문제가 있을 때 육안 검사를 하지만 북에선 모든 가방에 대해 육안 검사가 필수입니다.
따라서 남측 대표팀 약 50명의 짐 검사를 일일이 하다보면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습니다. 소지품을 제대로 적지 않았다면 그만큼 시간이 걸렸을테구요. 우리 선수단이 휴대폰을 북경주재 한국대사관에 놓고가지 않았다면 그만큼 시간이 더 지체됐을겁니다.
또한 노트북과 USB의 내용물과 갖고온 책자에 대해서도 검사합니다. 북측 입장에서 불온한 사진이나 책자, 유인물이 있는지 검사하는 것이죠. 성경책도 일방적인 선교활동을 하거나 과거 선교를 빙자해 간첩행위를 한 사례들로 인해 금지품목에 들어가 있습니다.
또 이번에 남측선수단이 갖고간 음식물이 압류돼 마치 북측이 횡포라도 부린 양 언론을 통해 보도됐는데요. 이런 불평은 정말 상식이하인데 대체 어느 나라가 음식물을 마음대로 반입 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위에 세관신고서에도 항목이 있다시피 고기와 계란 과일 등 음식은 반입이 엄격히 금지됩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컵라면 몇 개를 가져온다든지 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선수단의 먹거리를 대규모로 가져오는 것은 사전에 협의되고 적절한 절차를 밟지 않는다면 당연히 반입이 금지됩니다. 그런데 이것을 북측이 우리 선수단을 괴롭히려고 고의로 금지시킨양 보도했으니 한마디로 ‘어이상실’입니다.
설사 우리와 다른 제도와 규정이 있다 해도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지키듯’ 그 나라에 들어가면 그 나라 법령과 규정을 준수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그런 것을 고려치 않고 험담하듯 퍼뜨리는 것은 기본 예의에도 어긋나고 상대를 무시하는 태도가 아닐 수 없습니다.
평양 순안국제공항 입국장
또 한가지, 선수단이 호텔에 가는데 승차한 버스가 아주 저속(低速)으로 달려서 선수단이 일찍 휴식을 취하지 못하게 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사실 제가 동행한 것이 아니라 얼마 정도의 스피드로 달렸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것 또한 오해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일단 상식적으로 생각해봅시다. 우리 선수단이 지구 한바퀴를 돌아온 것도 아니고(북경에서 1시간20분 비행기를 타고 왔지요) 시차도 사실 없는데, 호텔까지 가는 길을 저속으로 달려서 피곤하게 만든다는게 말이 됩니까. 저속으로 달렸다면 버스나 도로 사정이 있을 수 있고 김일성 주석 등 선대 지도자 동상이 있는 곳에서는 시속 30km 이하로 달려야 하는 등의 교통 규정을 몰랐을 수도 있습니다.
숙소인 고려호텔에서 갇혀 지냈다(?)는 볼멘 소리도 나왔지요. 하지만 전날 저녁 도착해 다음날 오후늦게 경기를 하고 그다음날 새벽같이 떠난 선수단이 무슨 여유가 있었겠습니까.
북녘 땅에 들어오는 모든 외국인 등 방문자들은 ‘안내(원)’들이 항상 동반 수행하도록 돼 있습니다. 이번엔 축구경기를 위해 들어온 선수단은 연습과 경기외에 다른 일정이 없고 그럴 여유도 없었으니 당연히 호텔과 경기장만 오갔을 것입니다.
사실 고려호텔만 해도 평양의 최고급호텔이고 꼭대기층에 회전전망대가 있는 초대형 건물이라 내부 구경만 해도 심심치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선수단이 스스로의 안전과 경기에 집중하도록 외출을 요청하지도 않은 것으로 아는데 ‘갇혀 지냈다’는건 어불성설(語不成說) 아닐까요.
끝으로 선수단 모두가 경험했을 북녘땅의 출국절차를 소개하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절차가 너무나 간단합니다. 물론 출국신고서는 써야 하지만 고가의 물품을 구입하지 않은 이상(이것도 영수증만 있으면 오케이) 특별히 가방 검사를 하지 않습니다. 입국때와 달리 무엇을 찍었든 단 한 장의 사진도 검열(檢閱)하는 법은 없습니다.
특히 휴대용 캐리어를 들고 출국검색대를 통과할 때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는데요. 세계 어느 공항에서든 엄격히 금지된 물과 같은 액체 반입을 전혀 문제삼지 않는다는 겁니다. 덕분에 평양에서 나올 때는 물 등 음료수를 굳이 버리고 탈 필요가 없습니다. 검색대도 쇠붙이 같은게 없다면 무사 통과입니다.
反轉
평양 순안국제공항 출국장 풍경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로창현의 뉴욕편지’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c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