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10년 동안 공들여 쌓은 탑이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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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5-10-26 17:51 조회5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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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10년 동안 공들여 쌓은 탑이 무너졌다
한호석 정세연구소 소장
<차례>
1. 극초음속 비행체를 발사했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2. 약 3미터밖에 되지 않은 경이로운 명중 오차
3. 발사점과 탄착점을 포착하지 못한 레이더 감시망
4. 다른 미사일 동체에 장착된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
5. 극초음속 미사일의 사거리를 줄이는 방법
6. 활공비행전투부의 정밀타격 능력을 측정하였다
7. 너무도 무맥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
1. 극초음속 비행체를 발사했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미싸일총국은 2025년 10월 22일 중요무기체계의 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하였다.” 이것은 2025년 10월 23일 ‘조선중앙통신’ 보도기사에 나오는 문장이다. 조선에서 신형 미사일 시험발사가 진행되면,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그에 관한 소식을 대서특필하는데, 이번 중요 무기체계의 시험에 관한 소식은 ‘조선중앙통신’만 보도했고, ‘로동신문’을 비롯한 다른 언론매체들은 보도하지 않았다. 이런 사정은 이번 중요 무기체계의 시험이 신형 미사일 시험발사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지난 시기 조선에서 진행된 미사일 시험발사 사례들을 살펴보면, 미싸일총국이 미사일을 시험발사한 사례도 있고, 국방과학원이 미사일을 시험발사한 사례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테면, 미싸일총국은 2024년 5월 17일 갱신형 화성-11라 미사일을 시험발사했고, 2024년 7월 1일 갱신형 화성포-11다-4.5 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 국방과학원은 2021년 3월 25일 신형 화성-11다 미사일을 시험발사했고, 2022년 1월 28일 신형 화성-11라 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 여기에 열거한 사례들을 보면, 미싸일총국은 갱신형 미사일을 시험발사하고, 국방과학원은 신형 미사일을 시험발사하는 관례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관례에 따르면, 2025년 10월 22일 진행된 중요 무기체계의 시험에서 갱신형 미사일을 발사한 것이 아닐까 추정할 수 있다. 그날 중요 무기체계의 시험을 참관한 박정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비서는 “새로운 무기체계의 첨단성은 우리의 자위적 국방기술력의 부단한 갱신에 대한 뚜렷한 입증으로 된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미싸일총국은 이번 중요 무기체계의 시험에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갱신형 미사일의 명칭을 밝히지 않았다. 왜냐하면 갱신형 미사일을 시험발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갱신형 미사일이 시험발사되었을 것으로 추정한 것은 정확한 추정이 아니다.
갱신형 미사일이 아니면 무엇을 발사했을까?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미싸일총국이 “중요 무기체계의 시험”에서 “2개의 극초음속 비행체를 발사했다”라고 보도했다. 이번에 미싸일총국은 갱신형 극초음속 미사일이 아니라 극초음속 비행체를 발사한 것이다.
극초음속 비행체를 발사했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극초음속 미사일은 미사일 동체 앞쪽에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를 장착한 것이다. 조선에서는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라고 부르고, 미제국에서는 극초음속 활공체(hypersonic glide vehicle)라고 부른다. 이번에 미싸일총국의 극초음속 비행체 발사 소식을 보도한 ‘조선중앙통신’ 기사에 나오는 ‘중요한 무기체계’는 미사일 동체 앞쪽에 활공비행전투부를 장착한 극초음속 미사일을 의미하고 그 기사에 나오는 ‘극초음속 비행체’는 미사일 동체 뒤쪽에 장착된 활공비행전투부를 의미한다. 이번에 미싸일총국은 첨단기술로 갱신된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를 발사하면서 그것을 극초음속 비행체라고 부른 것이다.
2. 약 3미터밖에 되지 않은 경이로운 명중 오차
첨단기술로 갱신된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 발사는 어떻게 진행되었을까? 이 의문을 풀어줄 해답의 실마리는 2025년 10월 23일 ‘조선중앙통신’이 세상에 공개한 6장의 보도사진에서 찾을 수 있다. 6장의 보도사진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1) 하늘 높이 날아가는 극초음속 활공비행전부투를 지상에서 촬영한 사진
2) 지표면에 표시된 원형 표적을 높은 고도에서 촬영한 사진
3) 원형 표적을 향해 돌진 낙하하는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를 지상에서 촬영한 사진
4) 원형 표적을 명중하는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를 지상에서 촬영한 사진
5)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가 원형 표적을 명중해 거대한 폭발이 일어난 장면을 지상에서 촬영한 사진
6)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가 원형 표적을 명중해 거대한 폭발이 일어난 장면을 높은 고도에서 촬영한 사진

위에 열거한 6장의 보도사진들의 초점은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가 지표면의 원형 표적을 명중하는 장면에 맞춰져 있다. 미사일 동체가 날아가는 장면은 보도사진에 나타나지 않았고,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가 원형 표적을 명중하는 장면만 나타났다. 이런 사정은 이번 발사의 목적이 극초음속 미사일의 비행 능력을 검증하려는 것이 아니라,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의 명중 오차를 측정하려는 것이었음을 말해준다.
이번에 미싸일총국은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를 장착한 미사일을 동해로 쏘지 않고, 내륙으로 쏘았다. 조선이 미사일을 바다가 아니라 내륙으로 쏜 것은 이례적이다. 조선이 이번에 미사일을 내륙으로 쏜 까닭은,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의 명중 오차를 지표면에 표시된 원형 표적에서 미터(meter) 단위로 정밀하게 측정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만일 동해 해상에 띄워놓은 표적을 향해 미사일을 쏘았다면,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의 명중 오차를 미터 단위로 정밀하게 측정할 수 없었을 것이다.
위에 열거한 6장의 보도사진 중에서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가 원형 표적을 명중해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는 장면을 높은 고도에서 촬영한 여섯 번째 보도사진을 유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 보도사진에 나타난 것은 약 85도 각도로 돌진낙하한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가 지름이 10미터 정도로 보이는 원형 표적의 중심점에서 왼쪽으로 3미터 정도 비껴난 곳을 명중하는 장면이다. 이 극적인 장면은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의 명중 오차가 3미터 정도라는 것을 보여준다.
전 세계에 존재하는 수많은 단거리 전술미사일들 가운데 이제껏 명중 오차가 가장 적은 미사일은 로씨야가 운용하는 이스깐제르(Iskander)-M 전술미사일인데, 이 미사일의 명중 오차는 5~7미터다. 그에 비해 조선이 이번에 발사한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의 명중 오차는 3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것은 조선이 보유한 극초음속 미사일이 정밀 타격능력을 뛰어넘어 초정밀 타격능력을 획득하였다는 놀라운 사실을 말해준다.
탄도미사일은 대기권 밖으로 솟구쳐 올랐다가 대기권 안으로 진입하는 거대한 포물선 궤도를 따라 비행하는 데 비해 극초음속 미사일은 대기권 밖으로 솟구쳐 오르지 않고 대기권 안에서 비행한다. 극초음속 미사일의 비행고도는 50~100킬로미터에 머문다. 극초음속 미사일이 대기 밀도가 높은 대기권 안에서 비행하면 활공비행전투부 표면과 대기가 극초음속 마찰을 일으켜 활공비행전투부 표면에서 엄청난 고열과 고압이 발생한다. 제아무리 강고한 강철도 엄청난 고열을 받으면 물처럼 흐물흐물 녹아버리고 엄청난 고압을 받으면 산산조각 부서진다. 그래서 극초음속 미사일의 활공비행전투부는 엄청난 고열에 견디는 초강력한 소재와 엄청난 고압에 견디는 초견고한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 고도로 발전된 특수재질 제조기술과 정밀기계 제작기술이 없으면,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를 만들 수 없다. 조선은 고도로 발전된 특수재질 제조기술과 정밀기계 제작기술을 이미 오래전에 개발했다.
이번에 미싸일총국이 발사한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는 엄청난 고열과 고압이 발생하는 극한 환경 속에서 비행 방향과 비행 경로를 바꾸며 변칙적으로 비행했는데도 약 미터의 명중 오차를 기록했다.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가 대기권 안에서 엄청난 고열과 고압을 받으며 변칙적으로 비행했는데도 명중 오차를 3미터 정도로 줄인 것은 조선의 미사일 제작기술이 얼마나 경이로운 수준에 올라섰는지를 뚜렷이 보여준다. 다시 말해서, 조선은 이번 중요무기체의 시험에서 자기의 미사일 제작기술이 최고도로 발전되었음을 명백히 입증한 것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2025년 1월 6일 신형 극초음속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하면서 “우리는 결코 쉽지 않은 기술력을 획득하였다”라고 말하였다.
3. 발사점과 탄착점을 포착하지 못한 레이더 감시망
조선 미싸일총국의 발표와 한국 합동참모본부의 발표를 종합하면, 이번 중요 무기체계의 시험에 관한 좀 더 뚜렷한 영상을 얻을 수 있다. 그 영상을 문장화하면 다음과 같다.
미싸일총국은 2025년 10월 22일 오전 8시 10분경 평양시 동남부에 위치한 력포구역에서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를 장착한 미사일 2발을 북동쪽으로 발사했다. 약 430킬로미터를 날아간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는 함경북도 어랑군 궤상봉 등판에 표시된 원형 표적의 중심점을 약 3미터의 오차로 명중하였다.
함경북도 어랑군에 있는 궤상봉은 동해 해안지대에 있는 어랑읍으로부터 서쪽(내륙쪽)으로 약 5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높은 산봉우리다. 궤상봉의 해발고는 2,335미터다. 해발고가 1,947미터인 한라산보다 훨씬 더 높은 궤상봉 정상에 널찍한 등판이 펼쳐져 있다. 해발고가 높은 궤상봉 등판에는 키 큰 나무가 자라지 않는다. 그래서 미싸일총국은 풀숲이 없는 널찍한 등판에 원형 표적을 표시했다.
이번에 미싸일총국이 미사일 동체에 장착해 발사한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가 약 430킬로미터를 날아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한국의 언론매체는 미제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가 2025년 10월 31일 경상북도 경주에서 개최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한 조선 미싸일총국이 극초음속 미사일의 비행거리를 약 430km로 조절해 발사한 것으로 추론했다. 극초음속 비행체의 비행거리는 약 430킬로미터이고, 평양시 력포구역에서 경상북도 경주까지 거리는 약 450킬로미터이므로, 그렇게 추론한 것이다. 미싸일총국이 극초음속 비행체를 북동쪽으로 쏘지 않고 남동쪽으로 쏘면 경주를 타격할 수 있으므로, 며칠 뒤 경주에 나타날 트럼프를 위협하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 하는 추론이다.
그러나 제멋대로 하는 추론은 헛소리에 불과하다. 이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회의에는 트럼프만 참석하는 게 아니라 시진핑(習近平) 총서기도 참석한다. 미싸일총국이 이번에 진행한 중요 무기체계의 시험은 시진핑 총서기가 방문하게 될 회의 개최지를 위협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는 추론은 헛소리다. 이번 중요 무기체계 시험의 목적은 누구를 위협하려는 것이 아니라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의 명중 오차를 측정하려는 것이었다.
미싸일총국이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를 발사한 소식이 조선의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기 직전, 한국군 합동참모본부는 레이더 감시망을 통해 파악한 정보(data)를 재빨리 분석해 조선이 화성포-11다-4.5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비행거리는 약 350킬로미터이었다고 발표했다. 물론 이것은 엉터리 발표였다.
한국군 합참본부는 조선 미싸일총국이 2024년 9월 18일에 시험발사했던 화성포-11다-4.5 미사일을 이번에 또다시 발사한 것으로 오인했기 때문에 그런 엉터리 발표를 내놓았던 것이다. 평양시 력포구역에서 함경북도 어랑군 궤상봉 등판까지 거리는 약 430킬로미터이므로 극초음속 비행체는 약 430킬로미터를 비행했는데, 한국군 합참본부는 극초음속 비행체가 약 350킬로미터를 비행한 것으로 오인했다. 그런 오인은 또 다른 오인을 불러왔다. 그들이 오인한 극초음속 미사일의 비행거리(약 350킬로미터)가 화성포-11다-4.5 미사일의 비행거리(약 320킬로미터)와 근사하므로, 그들은 이번에 화성포-11다-4.5 미사일이 발사된 것으로 오인했다.
한국군 합참본부의 오인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 조선 미싸일총국은 극초음속 미사일을 평양시 력포구역에서 발사했는데, 한국군 합참본부는 황해북도 중화군에서 발사한 것으로 오인했다. 평양시 력포구역과 황해북도 중화군은 행정구역 경계선을 사이에 두고 서로 붙어있지만, 극초음속 미사일을 경계선에서 발사하지는 않았으므로, 한국군 합참본부는 발사점도 오인한 것이다.
한국군 합참본부는 극초음속 비행체의 발사점과 탄착점을 왜 포착하지 못했을까? 만일 조선 미싸일총국이 미사일을 동해나 서해로 쏘았다면, 한국군 레이더 감시망은 발사점과 탄착점을 ‘어림잡아’ 포착할 수 있지만, 이번에 조선 미싸일총국은 극초음속 미사일을 동북쪽으로 쏘았으므로 한국군 레이더 감시망은 발사점과 탄착점을 포착하지 못하고 헷갈렸다. 지구 곡률이 극초음속 미사일의 비행궤적을 가리기 때문에 발사점과 탄착점을 포착하지 못한 것이다. 조선 미싸일총국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남쪽으로 쏴도 한국군 레이더 감시망은 지구 곡률 넘어 어디엔가 있는 발사점을 포착하지 못하지 못하고 헷갈리게 된다.
그런데도 한국 국방부와 합참본부는 유사시 조선인민군이 한국을 향해 다시 말해서 남쪽을 향해 발사한 미사일의 발사점을 레이더 감시망으로 ‘신속하고 정확하게’ 포착해 즉시 ‘발사원점’을 타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것은 가소로운 허풍이다.
4. 다른 미사일 동체에 장착된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
2025년 10월 22일 조선 미싸일총국이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를 발사한 소식이 이튿날 조선의 언론보도를 통해 전해지자 한국의 군사전문가들은 미싸일총국이 화성-11마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추론했다. 한국의 언론매체들이 그런 추론을 앞다투어 보도한 이후 한국에서는 이번에 조선 미싸일총국이 화성-11마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추론이 기정사실처럼 굳어져버렸다.
한국에서 그런 기정사실화 현상이 나타난 까닭은 화성-11마 극초음속 미사일이 2025년 10월 4일 평양에서 개막된 ‘무장장비전시회 <국방발전-2025>’에 전시되었고, 2025년 10월 10일 조선로동당 창건 80돌 경축 열병식에도 참가하였기 때문이다. 화성-11마 극초음속 미사일이 얼마 전 자기의 모습을 두 번이나 드러냈으니, 이번에 그 미사일이 발사되었을 것으로 추론할 만도 하다.
하지만 조선 미싸일총국은 화성-11마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히지 않고, 극초음속 비행체를 발사했다고 밝혔다. 화성-11마 극초음속 미사일은 이미 세상에 공개되었으므로, 만일 미싸일총국이 그 미사일을 발사했다면 그것을 은폐해야 할 이유는 없다. 미싸일총국이 화성-11마 극초음속 미사일이 아니라 극초음속 비행체를 발사했다고 밝힌 것은 이번에 화성-11마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위에 서술한 것처럼, 극초음속 비행체는 미사일 동체에서 분리되어 극초음속으로 날아가는 활공비행전투부를 의미한다. 활공비행전투부는 반드시 미사일 동체에 장착되어 발사되어야 하므로, 극초음속 비행체를 발사했다는 말은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를 미사일 동체에 장착해 발사했다는 뜻이다. 그래서 통상적으로 극초음속 비행체를 발사했다고 표현하지 않고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표현한다.
극초음속 비행체를 발사했다는 표현은 특별한 경우에만 사용된다.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를 정식으로 장착하는 미사일 동체에 장착하지 않고 임시방편으로 다른 미사일 동체에 장착해 발사하는 경우에 극초음속 비행체를 발사했다는 이례적인 표현을 쓴다.
얼마 전 무장장비전시회와 열병식에서 모습을 드러낸 화성-11마 극초음속 미사일을 보면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가 화성-11가 전술미사일 동체에 장착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화성-11마는 극초음속 미사일이지만, 화성-11가는 극초음속 미사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에 미싸일총국은 화성-11마 극초음속 미사일의 활공비행전투부를 화성-11가 전술미사일의 동체가 아닌 다른 전술미사일의 동체에 장착해 발사했다. 그래서 화성-11마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히지 않고 극초음속 비행체를 발사했다고 밝힌 것이다.
5. 극초음속 미사일의 사거리를 줄이는 방법
그런데 화성-11마 극초음속 미사일의 활공비행전투부를 왜 화성-11가 전술미사일의 동체가 아닌 다른 전술미사일의 동체에 장착해 발사했을까? 이 의문을 풀어주는 해답의 실마리를 찾아보자.
화성-11가 전술미사일의 사거리는 900킬로미터로 추정된다. 그런데 그런 사거리를 가진 전술미사일의 동체에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를 장착해 발사하면 사거리에 활공비행거리가 더 해져 사거리가 약 30% 더 길어진다. 다시 말해서, 화성-11가 전술미사일의 동체에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를 장착한 화성-11마 극초음속 미사일은 사거리가 약 1,100킬로미터로 늘어나는 것이다.
국토면적이 좁은 조선에서 사거리가 약 1,100킬로미터인 화성-11마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발사하려면 사거리를 줄여서 쏘아야 한다. 그런데 화성-11마 극초음속 미사일은 사거리를 줄여서 쏘기 힘든, 고체 연료를 사용하는 미사일이다.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미사일은 액체연료를 적게 넣는 방식으로 사거리를 줄일 수 있지만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미사일은 고체 연료를 적게 넣는 방식으로는 사거리를 줄일 수 없으므로 고체연료 로켓엔진을 다르게 설계, 제작해야 사거리를 줄일 수 있다. 또한 다른 탄도미사일은 고각발사로 사거리를 줄일 수 있지만, 극초음속 미사일은 대기권 안에서 낮은 고도로 비행하기 때문에 고각발사로 사거리를 줄일 수 없다.
그래서 미싸일총국은 화성-11마 극초음속 미사일의 사거리를 줄이는 기발한 방법을 찾았다. 그것은 화성-11가 전술미사일의 동체에 장착된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를 떼어내 사거리가 짧은 다른 전술미사일의 동체에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를 장착하는 방법이었다. 이번에 미싸일총국이 미사일 동체에 장착해 발사한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가 매우 짧은 거리인 약 430킬로미터를 날아간 것은,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를 사거리가 매우 짧은 전술미사일의 동체에 임시방편으로 장착해 쏘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래서 미싸일총국은 극초음속 미사일이라는 정식 명칭 대신에 극초음속 비행체라는 명칭을 쓴 것이다.
6. 활공비행전투부의 정밀타격 능력을 측정하였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단순한 궤도를 따라, 규칙적으로 기동하지 않고, 복잡한 궤도를 따라 변칙적으로 비행한다. 극초음속 미사일의 특징으로 되는 복잡한 궤도와 변칙적인 비행을 순차적으로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1) 발사 후 상승비행
2) 1차 정점고도에 도달
3) 로켓엔진 끄고 활공으로 하강비행
4) 로켓엔진을 켜고 추력으로 도약비행
5) 비행 방향을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바꾸는 측면기동(선회비행)으로 상승
6) 2차 정점고도에 도달
7) 2차 정점고도에서 하강하면서 표적을 향해 돌진락하
그렇다면 2025년 10월 22일 미싸일총국이 사거리를 매우 짧게 줄인 미사일 동체에 장착해 발사한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가 위에 열거한 복잡한 비행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날아갈 수 있었을까?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가 430킬로미터밖에 되지 않는 짧은 구간에서 위에 열거한 복잡한 비행 절차를 모두 실행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조선 미싸일총국은 이번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 발사에서 도약비행과 측면기동을 생략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 미싸일총국이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를 발사한 다음날 한국군 합참본부 인사는 조선에서 발사된 미사일의 비행에서 “극초음속 미사일의 특징인 활공(도약비행)이나 회피기동(측면기동)은 탐지되지 않았다”라고 취재기자에게 말했다. 이번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 발사는 극초음속 미사일의 활공비행, 도약비행, 측면기동을 검증하려는 것이 아니라,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의 정밀타격을 검증하려는 것이므로, 도약비행과 측면기동을 생략하고 활공비행만 해도 무방하다.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의 정밀타격 능력은 그것을 움직이는 복잡한 유도조종체계의 성능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므로 이번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 발사에서 정밀타격 능력을 검증한 것은 화성-11마 극초음속 미사일에 새로운 유도조종체계가 도입되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조선은 새로운 유도조종체계가 도입된 화성-11마 극초음속 미사일의 정밀타격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이번에 그 미사일 동체에 장착된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를 사거리가 짧은 미사일 동체에 임시방편으로 장착해 발사한 것이다.
조선이 극초음속 미사일의 유도조종체계를 새로 개발하였다는 사실은 미싸일총국이 2025년 1월 6일에 진행한 신형 화성포-11나 극초음속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그날 미싸일총국은 그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의 기존 유도조종체계에 “이미 축적된 기술들에 토대한 새로운 종합적이며 효과적인 방식이 도입되였다”라고 밝힌 바 있다. 신형 화성포-11나 극초음속 중장거리 미사일에 도입된 “새로운 종합적이며 효과적인” 유도조종체계가 신형 화성-11마 극초음속 미사일에 도입된 것은 당연하다.
화성-11마 극초음속 미사일에 장착된 활공비행전투부가 새로운 유도조종체계에 의거해 표적을 정확히 명중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시험은 성공적이었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이번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의 정밀타격 능력 측정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고 보도했다.
신형 화성-11마 극초음속 미사일의 활공비행, 도약비행, 변칙기동은 신형 화성포-11나 극초음속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에서 이미 검증을 받았으므로, 이번에 그 검증을 반복할 필요는 없었고, 화성-11마 극초음속 미사일의 활공비행전투부가 새로운 유도조종체계에 의거해 표적을 정확히 명중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시험만 하면 되었다.
7. 너무도 무맥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
한국 국방부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5년 4월 20일 ‘2016~2020년 국방중기계획’을 발표했다. 국방중기계획에는 앞으로 5년 동안 2조 7,000억 원을 투입해 미제국산 페이트리엇 요격미사일(PAC-3),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KM-SAM), 미사일 조기경보레이더로 구성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를 개발하는 아름찬 계획이 들어있었다. 그 계획에 따라 한국 국방부는 미제국에서 페이트리엇 요격미사일을 수입했고, 로씨야의 기술지원을 받아 천궁-II 지대공 미사일을 개발했고, 이스라엘에서 그린파인(Green Pine) 미사일 조기경보레이더를 수입했다. 그렇게 되어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가 완성되었다. 다른 나라들에서 수입한 무장장비와 기술로 만들었으므로 한국산 미사일방어체계라고 부르지 못하고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라고 부른다.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의 완성은 중요하다. 왜냐하면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가 조선인민군의 집중적인 미사일 공격을 막느냐 막지 못하느냐 하는 문제는 한국의 존망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유사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가 조선인민군의 집중적인 미사일 공격을 막아내면 한국은 살아남을 것이고, 조선인민군의 집중적인 미사일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면 한국은 패망할 것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는 탄도비행궤적을 따라 마하 5 이하의 초음속(supersonic speed)로 날아오는 미사일만 막아낼 수 있다.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는 활공비행, 도약비행, 측면기동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변칙비행궤도를 따라 마하 10 이상의 극초음속(hypersonic speed)으로 날아오는 화성-11마 극초음속 미사일을 도저히 막지 못한다. 장장 10년 동안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해 개발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는 조선의 극초음속 미사일 공격을 전혀 막지 못하는 무용지물이다. 한국 국방부가 10년 동안 공들여 쌓은 탑은 무너졌다.
10년 동안 공들여 쌓은 탑이 무너지자 한국 국방부는 조선의 집중적인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쳤다. 그것은 2024년부터 10년 동안 2조 8,000억 원을 투입해 기존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를 대폭 갱신하려는 다급한 몸부림이다.
그러나 한국 국방부가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를 대폭 갱신해도 화성-11마 극초음속 미사일을 막지 못한다. 탄도미사일만큼 빠른 속도, 순항미사일만큼 낮은 고도, 그리고 활공비행, 도약비행, 측면기동으로 변화무쌍하게 날아오는 화성-11마 극초음속 미사일을 막아낼 ‘신묘한’ 미사일방어체계는 이 세상에 영원히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2025년 1월 6일 신형 극초음속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하면서 조선의 극초음속 미사일이 “그 어떤 조밀한 방어장벽도 효과적으로 뚫고 상대에게 심대한 군사적 타격을 가할 수 있다”라고 언명하였다.
조선의 극초음속 미사일은 불가항력적이고, 한국의 미사일방어체계는 무용지물로 전락한 오늘의 군사상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조선 최북단 두만강 인근에 있는 함경북도 온성읍에서 한국 최남단 남해에 있는 제주도 서귀포까지 거리는 1,120킬로미터다. 화성-11마 극초음속 미사일의 사거리가 약 1,100킬로미터라는 것은 유사시 조선인민군이 그 미사일을 발사해 한국 전역 어느 곳이나 타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미사일의 타격은 일반적으로 말하는 미사일 타격이 아니라, 명중 오차가 3미터인 초정밀 미사일 타격이다.
이번에 조선 미싸일총국이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를 장착한 미사일을 발사한 평양시 력포구역에서 유사시 조선인민군이 화성-11마 극초음속 미사일을 서귀포시 강정동에 있는 한국 해군 기동함대사령부 청사를 조준해 쏘면, 3분 후 활공비행전투부가 그 청사를 타격한다. 서귀포에 있는 기동함대사령부를 3분 만에 타격할 수 있으므로, 다른 한국군 전략거점들은 3분 안에 타격할 수 있다. 유사시 조선인민군이 화성-11마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하면, 한국군에 지하 방호시설로 대피할 시간마저 주어지지 않는다. 이것은 불가항력적인 미사일 공격이다.
실전 상황을 예견하는 시야를 좀 더 넓혀보자. 유사시 조선인민군은 화성-11마 극초음속 미사일만 쏘는 게 아니다. 그들은 화성-11가, 화성-11나, 화성-11다, 화성-11라 미사일들도 쏠 것이고, 2025년 10월 무장장비전시회에 전시된 명칭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7종의 순항미사일도 쏠 것이고, 2025년 10월 열병식에 참가한 전술유도무기, 다련장 전술유도무기, 다용도 방사포 및 전술유도무기 종합체도 쏠 것이고, 6연장 600밀리미터 방사포도 쏠 것이다. 여기에 열거한 각종 타격 수단들은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를 뚫고 들어가는 불가항력적인 무기들이다. 그런데 그처럼 압도적이고 변화무쌍하고 불가항력적인 미사일 공격을 막아내야 할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는 너무도 무맥하다. 이런 불행한 현실은 2024년부터 10년 동안 2조 8,000억 원을 투입해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를 대폭 갱신하려는 한국 국방부의 몸부림도 허사라는 것을 예고해준다. 무맥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에 의존해야 하는 한국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가장 엄중한 위험 속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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