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시대의 시인은 통일전사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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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실 작성일20-09-16 20:53 조회1,95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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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도 아니고 평론가로 아닌 내가 6.15공동선언 20주년 기념 <통일시집> 제3집에 2편의 시를 싣고 이 시집에 대한 소감을 발표하자 어떤 독자가 나에게 물었다. “남녘의 몇몇 시인들이 온몸으로가 아니라 그냥 생각과 목소리로 통일을 노래한다는데 그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대답은 간단하다. 온몸을 불살라 통일을 실현하려는 의지 대신에 “통일이 되면 더 좋고 안 되어도 할 수 없다.”라고 마음 편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갈라져서는 못살아!”라고 절규하는 대신 분단을 원망하고 그냥 슬퍼만 한다는 것이다. 통일운동이나 실천을 게을리한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특히 나의 경우는 그렇다.
내가 소감 글에서 재중동포 방명일을 칭찬한 것은 그의 시에 온몸을 불태우려는 의지가 강하게 엿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남과 북, 일본과 해외에서 참여한 시인들도 온몸으로 통일을 염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남녘의 많은 시인들이 통일을 열망하는 뜻깊은 시들을 수록하여 이 시집의 무게를 높여주었다. 재중동포 시인 홍용암의 시도 그런 의미에서 매우 출중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시집을 편집한 남녘의 시인 박학봉은 재중동포 홍용암, 북녘시인 박철과 함께 따로 단행본 시집을 출간했다. 통일을 앞당긴다는 의미에서 최초로 시도된 매우 바람직한 합작 시집이다. <통일이란 신성한 그 부름 앞에>라는 제목의 남과 북, 해외동포 시인 3인이 함께 엮는 통일시집에서 홍용함은 시인이 전사가 되어 조국통일에 앞장서야 한다고 호소한다. 그의 모든 시에는 통일의 성전에 뛰어드는 낙천적인 시인전사의 모습이 잘 나타난다.
합작 시집 머리시 <시인에게>에서 홍용암은 이렇게 쓰고 있다.
한가하게 정원이나 거닐면서
(중략)
태평세월 풍월이나 읊조린다면
그러고도 자신을 시인이라 한다면
시인아, 너는 부끄러워해야 한다.
분열된 조국이 몸부림치는데
핵전쟁의 먹구름이 뒤덮였는데
이렇듯 준엄한 역사의 관두에
시인아, 이런 때 이런 시각에
네가 할 일을 알지 못한다면
너는 이미 <시인>이 아니다
홍용암의 시들은 그의 이름처럼 화산에서 흘러나오는 붉은 용암과 같다. 자신을 불태우면서 쓰레기처럼 널려 있는 친일파 자손들, 친미사대 매국노, 반통일세력들을 싹 쓸어버리려 한다. 한국의 시인 김남주는 시가 ‘혁명의 무기’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면 홍용암은 시인이 ‘통일의 전사’가 되어야 한다고 호소한다. 박학봉도 그의 이름처럼 산의 높은 봉우리가 되어 조국의 통일을 노래하고, 방명일도 그의 이름처럼 밝은 해가 되어 통일의 구체적인 길을 밝혀주려 한다. 통일을 지향하는 모든 사람들은 통일만이 우리의 살길이라고 외치는 이들의 외침에 공감할 것이다.
<통일시집> 제3집에 실린 재일조선인들의 시 가운데 1933년생인 김윤호의 <하나를 위하여>와 1966년생인 채덕호의 <림진강>이 눈에 들어왔다. 이 두 시인은 다 같이 조선인을 위한 대학과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시를 통하여 조선사람의 긍지를 키워주고 나아가 이국에서 겪는 고통과 서러움을 하나가 되는 조국을 실현하는 힘으로 승화시키려 한다. 이런 열망이 진실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이들의 시들이 감동을 준다. 재일동포 시인들도 모두 통일을 열망하는 전사들이다.
한 지인은 내가 <통일시집>을 계기로 시인으로 등단한 것을 축하한다고 말했는데 나에게는 다소 과분한 말이다. 나는 다만 통일에의 염원을 2편의 시로써 표현했을 뿐이다. 통일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통일을 염원하는 시인은 나 아니라도 무수히 많지만 통일을 염원하는 유물론철학자는 드물 것 같아 나는 본업인 철학자로서 유물론을 소개하고 보급하는 것으로 만족과 보람을 느낀다. 우리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능력에 따라 온몸을 불태워 조국통일의 성전에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강대석 유물론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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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통일을 염원하는 강대석 유물론철학자는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교육과와 같은 대학교 대학원 철학과를 졸업했다. 독일학술교류처(DAAD) 장학생으로 독일에 유학하여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철학, 독문학, 독일사를 공부했고, 스위스 바젤대학에서 철학, 독문학, 미학을 연구했다.
광주 조선대학교 사범대학 독일어과 및 대구 효성여자대학교 철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국제헤겔학회 회원, 국제포이어바흐학회 창립회원이다.
주요 저서로는 『미학의 기초와 그 이론의 변천』(1984)을 비롯하여 『서양근세철학』(1985), 『그리스철학의 이해』(1987), 『현대철학의 이해』(1991), 『김남주 평전』(2004), 『왜 철학인가』(2011), 『왜 인간인가?』(2012), 『왜 유물론인가?』(2012), 『니체의 고독』(2014), 『무신론자를 위한 철학』(2015), 『망치를 든 철학자 니체 vs. 불꽃을 품은 철학자 포이어바흐』(2016), 『루소와 볼테르』(2017), 『사회주의 사상가들이 꿈꾼 유토피아』(2018), 『카뮈와 사르트르』(2019), 『철학으로 예술읽기』(2020), 『유물론의 과거와 현재』(2020) 등이 있다. 역서로는 포이어바흐의 『종교의 본질에 대하여』(2006)와 『기독교의 본질』(2008),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201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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