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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격노(RAGE)’를 읽고 ‘격노’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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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실 작성일20-09-14 15:45 조회35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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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격노(RAGE)’를 읽고 ‘격노’하는 이유


글: 김중산(객원논설위원)


사진은 필자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의 신작 ‘격노(RAGE)’의 일부 내용에 따르면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 측과의 회담과 서신에서 단 한 번도 주한미군을 문제삼지 않은 것을 근거로 그가 주한미군의 유지를 원하는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폼페이오 장관은 주한미군이 중국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계속 주둔을 원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그같은 결론이 합리적인 것이라면 주한미군 철수 요구를 우려해 북한과의 평화협정 체결을 한사코 거부해 온 미국으로서는 더이상 협정 체결을 반대할 명분을 상실하게 되어 내심 곤혹스러울 수도 있겠다.

6.25 전쟁 때 북한을 도와준 중국은 외관상 혈맹 관계인 듯 보이지만 중국에 대한 북한의 불신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깊다. 2000년 10월 23일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이 방북했을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그녀에게 “조선은 남한에 미군주둔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2009년 8월 4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 국방위원장은 클린턴에게 “미국이 조선을 지속적으로 돕는다면 조선은 중국에 대항하는 미국의 강력한 요새가 될 수 있다”는 경천동지할 제안을 했다. 하지만 클린턴의 뒤를 이어 집권한 아들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테러국으로 지정하면서 북미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말았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생전에 남북 통일이 된 후에도 동북아 역내 안정을 위해 한반도에서의 지속적인 미군 주둔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선대의 유훈’을 받드는 빛나는 전통이 있는 나라가 북한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한미군에 대해 침묵하는 데는 반드시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리가 미국과 잘 대화하고 신뢰 쌓고 불가침 조약을 체결하면 왜 핵무기로 이 고생을 하겠습니까. 핵무기를 없애는 게 선대의 유훈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임기 중에 비핵화하고 싶습니다.” 지난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나눈 말이다.

미국은 국제규범이나 협약을 절대로 지키지 않는 나라다. 예컨대 1994년 10월21일 북미 간에 맺은 ‘제네바 합의’에 대해 후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북한이 제네바 합의를 안 지킨 것은 없다”고 말해 합의를 깬 것은 미국임을 자인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미국이 아닌 북한이 항상 약속을 지키지 않고 ‘비핵화 의지’가 없으면서 거짓말을 한다고 믿고 있으니 북한으로서는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남한 극우 보수세력은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를 이끌어낸 후 6.25 전쟁 때처럼 적화통일을 시도할 것이라 주장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평화통일 외에 남한에 의한 흡수통일이나 북한에 의한 적화통일 모두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남과 북은 민족자주의 원칙에 따라 ‘9.19군사합의’만 철저히 이행하면 언젠가 통일조국을 세우는 그날까지 전쟁 걱정 없이 평화와 번영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미국이다.

2018년 2월20일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쟁의 세계화와 한반도 평화] 초청토론회에서 기조발제를 한 미셸 초서도프스키 캐나다 오타와대 교수는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것은 북핵이 아니라 언제든 핵을 사용할 독트린을 가지고 있는 미국이라는 점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미국을 우회하는 해법으로 “한미방위조약 파기와 남북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방해하는 우리의 진짜 적이 누군지 똑바로 알아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한에서 정말 떠나고 싶다”면서 “미국은 남한을 북한으로부터 지켜주고자 병력 3만명을 주둔시키는 비용을 낸다”고 투덜댔다고 한다. 미군이 남한에 자선사업을 하기 위해 와있는 것도 아닐테고 미국의 안보 이익을 위해 주둔하고 있으면서 남한을 북한으로부터 지켜준다는 허울좋은 명목으로 해마다 엄청난 액수의 방위비를 뜯어가고 기지 사용료 한 푼 안 내는 등 온갖 특혜를 누리면서도 배은망덕하게 굳이 떠나고 싶다면 언제든 떠나가도 좋다고 말해줄 수 있어야 한다. 남한의 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가라고 등을 떠밀어도 안 갈 거면서 큰소리 치는 트럼프에게 1980년부터 지난 40년간 공짜로 쓰고 있는 주한 미국 대사관 부지 임대료 9백여억 원을 당장 내지 않으면 퇴거 통보(eviction notice) 하겠노라고 으름장을 놓는 남한 정부의 모습을 보고 싶다.

2017년 11월 트럼프가 방한했을 때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이 평택 캠프 함프리스 기지 건설 비용의 92%인 100억 달러(한화 약 11조 8천억 원)를 남한이 부담했다고 하자 트럼프가 “왜 남한이 전액 부담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우리 국민의 혈세가 자국 군대가 아닌 남의 나라 군사 기지 건설 비용으로 100억 달러씩이나 쓰이다니 “이게 나라냐”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전작권과 함께 함프리스 기지도 환수하라. 전작권을 예정대로 환수하고 자주국방력을 신속히 갖춰야 한다. 함프리스 기지 환수가 어렵거든 기지 건설 비용으로 들어간 100억 달러를 해마다 방위비 분담금조로 상쇄(offset)해 나가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겠다. 밥 우드워드 기자가 쓴 ‘격노(RAGE)’를 읽고 ‘격노’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너무나 많다. 참담하다. (09/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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