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담소를 나눈 뒤 헤어지며 쉬라고 권하며 "영철 부장이랑 다 나가자구. 왜 여기까지 들어오우?"라고 농을 던지었다.
김정은 위원장의 농담에 분위기가 한층 화기애애해졌다.
자연스러운 장면이지만 삐딱한 시선으로 보면 이마저도 새롭게 느껴지게 된다.
세간의 인식대로라면 김정은 위원장이 농담을 하는 순간 당사자들은 '내가 혹시 처벌받는 건 아닌지' 식은땀을 흘릴 상황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김정은 위원장의 말에 긴장하기보다는 오히려 긴장이 풀어진 듯 웃음을 보였다.
김여정 부부장은 밝게 웃으며 문재인 대통령 부부에게 인사를 건네고 김정은 위원장을 뒤따랐다.
'길을 막지 말고 비켜서라'
북한을 악마와도 같이 생각하는 사람이 볼 때 무척 심각한(?) 상황은 또 있었다.
북한은 남측 방문단을 위해 환영 공연을 열었다.
공연이 끝난 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공연자와 참석자에게 인사하기 위해 무대로 향했다.
그때 북한의 한 일꾼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동선을 알려주고자 가깝게 다가서는 바람에 문재인 대통령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러자 김정은 위원장은 다소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곧바로 일꾼을 밀어내 문재인 대통령의 동선을 열어주었다.
마찬가지로 북한을 극도로 통제된 사회로 본다면 잠깐이나마 걱정이 될 만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그러나 보수 언론에서조차 이 장면을 가지고 시빗거리로 문제 삼지 않았다.
일을 하다 보면 흔히 보는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비친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제지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평양 시민
김정은 위원장과 스스럼없는 모습을 보인 것은 북한의 간부들뿐만이 아니었다.
첫날 환영 공연 때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공연장에 들어선 김정은 위원장은 박수와 만세소리가 이어지자 연설을 시작하기 위해 이제 그만하라는 손짓을 수차례 하였다.
그러나 공연장에 박수와 만세소리는 끊일 줄 몰랐다.
공연은 얼마간 환호성이 잦아들길 기다렸다가 시작되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손짓을 했어도 평양 시민들의 감격을 쉽게 진정시킬 수 없었던 것이다.
북한 사회는 권위적일 것이라는 우리의 통념은 오해가 아닐까?
평양 정상회담 후 보수 언론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시민에게 90도로 인사한 것을 두고 북한 주민들은 처음 보는 모습일 것이라며 '전단 100억장 효과'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인터넷에서는 이를 반박하듯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 주민에게 90도로 인사한 사진들이 돌았다.
보수 언론의 보도는 분명한 오보였지만 수일 동안 포털 사이트 메인에 오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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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사실이 버젓이 보도된 것은 언론이 북한을 비정상사회로 단정 짓기 때문이었다.
반북의식 때문에 금방 확인할 수 있는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기사를 낸 것이다.
북한이 폐쇄적인 나라인 것이 아니라, 한국이 편협한 나라인 것은 아닌가.
경직되지 않은 북한과 편협한 한국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평양 정상회담까지 짧은 시간 동안 북한 사람들의 모습이 생중계로 생생히 보도되면서 북한 사회를 있는 그대로 볼 기회가 주어졌다.
서울대 통일연구소가 10월 2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북한에 대한 신뢰도가 54.6%로, 불신한다는 응답 26.6%를 훌쩍 넘었다.
지난해 같은 기관이 조사한 결과 '신뢰한다' 28.1%, '불신한다' 71.9%와는 전혀 다른 반응이다.
남과 북이 만나면 오해를 풀고 신뢰를 쌓을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평양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특별한 일이 없으면 올해 안에 서울을 답방할 것이라고 하였다.
우리가 김정은 위원장을 직접 보게 되면 평화와 통일의 의식이 한층 높아지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