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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9,500억 달러 지불하고 ‘핵잠 함정’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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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025-11-02 16:02 조회12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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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9,500억 달러 지불하고 ‘핵잠 함정’에 빠진다

한호석 정세연구소 소장

<차례>

1. 재정적자 1조 6,00억 달러, 무력 증강 비용 9,214억 달러, 상납금 9,600억 달러

2. 필요성에 공감했을 뿐, 승인하지 않았다

3. 노회한 술수가의 면모

4. 허전함 위에 절망감을 더했다

5. ‘핵잠 욕망’에 집착하면 ‘핵잠 함정’에 빠진다  

 

1. 재정적자 1조 6,00억 달러, 무력 증강 비용 9,214억 달러, 상납금 9,600억 달러

 

2025년 10월 30일 한국 대통령실은 대미 무역 협상에서 도출된 합의 내용을 발표했다. 발표에 의하면, 한국은 관세와 투자라는 명목으로 미제국에 3,500억 달러에 달하는 상납금을 지불하기로 했다. 현금으로 2,000억 달러를 지불하고, 나머지 1,500억 달러는 미제국의 조선업 재건사업에 지불하기로 했다. 천문학적인 상납금을 미제국에 지불하면 한국의 국가재정이 파탄날 것이므로, 해마다 200억 달러씩 분할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천문학적인 상납금을 일시불로 지불하지 못하겠으면 20년 동안 분할해 지불해도 된다는 것, 바로 이것이 윗사람이 아랫것에게 베풀어준 ‘호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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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상납금 지불이 3,500억 달러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미제국 대통령 트럼프는 한미정상회담 다음날인 2025년 10월 3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 계정에 다음과 같은 충격적인 사실을 발표했다.

 

“미국이 한국에 요구했던 관세를 낮춰주는 대가로 한국은 미화 3,500억 달러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거기에 더해 그들은 방대한 양의 우리 석유와 천연가스를 구매하기로 합의했고 부유한 한국 기업들과 기업인들은 우리나라에 6,000억 달러 이상 투자하게 될 것이다.”

 

한국이 미제국에 지불하는 상납금이 3,500억 달러인 줄 알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상납금 6,000억 달러를 더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말한 6,000억 달러는 한미정상회담 이면 합의에 나오는 비공개 상납금인 것으로 보인다. 미제국의 관세 협박에 굴복한 한국은 공개 상납금과 비공개 상납금을 합쳐 총 9,500억 달러를 미제국에 지불하기로 했다. 미제국의 관세 협박에 굴복한 일본은 미제국에 5,500억 달러를 지불하기로 했는데, 한국은 9,500억 달러를 지불하기로 했다. 종미우익국가들이 차등적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경상남도 김해 국제공항에 있는 의전 시설에서 중미정상회담을 마치고 부리나케 워싱턴으로 돌아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각료회의를 주재하면서 “지금 다른 나라들이 누구도 본 적 없는 엄청난 규모의 수천억 달러를 우리 국고로 직접 지불하고 있다”라고 아주 자랑스럽게 떠벌였다. 미제국이 관세 협박으로 한국을 굴복시켜 9,500억 달러의 상납금을 뜯어가는 것이야말로 ‘약탈 제국’의 본성을 명백히 드러내 보여준 것이다. 

 

지금 미제국은 무력 증강과 군비경쟁, 침략전쟁과 전쟁연습에 광분하고 있다. 그들이 추진하는 8대 무력 증강 사업과 거기에 투입되는 자금을 추산하면 다음과 같다. 

 

1) 20년 동안 핵무력 체계 전반을 현대화하는 사업 - 4,600억 달러

2) ‘황금지붕(Golden Dome)’ 미사일방어체계 개발사업 - 1,750억 달러

3) 포드급(Ford-class) 항공모함 10척을 건조하는 사업 - 1,300억 달러 

4) B-21 스텔스 전략폭격기 100대를 개발하는 사업 - 700억 달러

5) 블럭(Block) VI 버지니아급(Virginia-class) 잠수함 10척을 건조하는 사업 - 400억 달러

6) F-47 스텔스 전투기 185대를 개발하는 사업 - 250억 달러 

7) 컬럼비아급(Columbia-class) 전략잠수함 5척을 건조하는 사업 - 200억 달러  

8) AGM-183 ARRW 공대지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사업 - 14억 달러

합계 – 9,214억 달러

 

미제국 연방정부는 1조 6,000억 달러에 이르는 재정적자의 수렁에 빠졌기 때문에 무력 증강과 군비경쟁, 침략전쟁과 전쟁연습에 쏟아부을 천문학적 규모의 군사비를 마련할 길이 없다. 그래서 ‘전쟁 제국’은 종미우익국가들로부터 관세와 투자의 명목으로 상납금을 뜯어가는 노략질을 자행하고 있다. 

 

‘약탈 제국’이 종미우익국가들로부터 뜯어갈 천문학적 규모의 상납금 중에서 상당 액수는 무력 증강 사업에 배당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제국의 군수 기업들은 비대한 몸뚱이를 이리저리 굴리면서 각종 살인 무기들을 증산해 ‘전쟁 제국’의 무기고를 가득 채울 것이다. 그러면 백악관은 무기고에 쌓여가는 각종 살인 무기들을 소비하기 위해 무력 침공 음모를 꾸미면서 적대국들과의 무한 군비경쟁을 다그칠 것이다. 바로 이것이 세계 곳곳에서 무력증 강과 군비경쟁, 침략전쟁과 전쟁연습을 끊임없이 자행하면서 인류의 안전과 평화를 유린해 온 미제국의 악질적 행태다.  

 

2. 필요성에 공감했을 뿐, 승인하지 않았다

 

한국을 비롯한 종미우익국가들도 ‘전쟁 제국’의 꽁무니를 따라가면서 무력 증강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은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려고 한다. 2025년 10월 29일 경상북도 경주에 있는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진행된 한미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사업을 승인해달라고 청원했다. 그의 청원을 구어체 발언 그대로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그에 덧붙여서 한 가지 말씀을 추가로 드리고 싶다면, 전에 제가 우리 대통령님께 충분히, 자세히 설명을 못 드려서 약간의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 핵추진 잠수함의 연료를 우리가 공급받을 수 있도록 대통령께서 결단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핵무기를 적재한 잠수함을 만들겠다는 게 아니고, 디젤 잠수함이 잠항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북한이나 아니면 중국 쪽 잠수함들 추적 활동에 제한이 있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연료공급을 허용해주시면 저희가 저희 기술로 재래식 무기를 탑재한 (핵추진) 잠수함을 여러 척 건조해서 우리 한반도 동해, 서해에 해역 방어 활동을 하면 미군의 부담도 상당히 많이 들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외에 전에 말씀하셨던, 이미 지지해주신 것으로 이해합니다만, 사용 후 핵연료의 재처리나 우라늄 농축 부분에 대해서 실질적인 협의가 진척될 수 있도록 지시해주시면 조금 더 빠른 속도로 그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위의 인용문에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2025년 8월 25일 백악관에서 진행된 제1차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핵추진 잠수함에서 사용하는 핵연료를 한국이 공급받도록 허락해달라고 청원했는데 트럼프는 그의 청원을 받아주지 않았다. 그래서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에 경주에서 진행된 제2차 한미정상회담에서 또다시 핵연료 공급 문제를 거론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허락해주기를 청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미제국이 핵연료를 한국에 공급하는 문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자의적으로 해석하면서, 미제국이 핵연료를 한국에 공급하는 문제에 관한 한미 정부 간 협의가 시작될 수 있도록 미제국 연관부서들에 지시를 내려달라고 청원했다. 

 

한국이 핵연료를 공급받게 해달라는 청원을 받은 트럼프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한미정상회담에 배석했던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회담 직후 취재기자단에 밝힌 바에 의하면,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 능력을 필요로 한다는 데 공감을 표하면서 후속 협의를 해나가자고 말했다”라고 한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했다고 말하지 않고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할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서,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것이 아니라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할 필요성에 공감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필요성에 공감하였을 뿐, 승인한 것이 아니었다. 

 

3. 노회한 술수가의 면모

 

그런데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한미정상회담이 종료된 시각으로부터 1시간 41분이 지난 당일 오후 5시 47분 트럼프는 자신의 사회관계망 계정에 다음과 같은 비공식 발표문을 올렸다.

 

“우리의 군사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그에 기초하여 나는 그들이 보유한, 민첩하지 못한 구식 디젤 잠수함들을 대신할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도록 승인했다(I have given them approval to build a Nuclear Powered Submarine). 한국의 훌륭한 대통령과 함께한 멋진 여행!”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할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으면서도 자신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했다고 말을 바꿨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공식 발표를 듣고 희망과 기대로 가슴이 부풀어 올랐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공식 발표가 나온 때로부터 16분이 지난 오후 6시 3분 트럼프 대통령은 전혀 예상치 못한 두 번째 비공식 발표문을 자기의 사회관계망 계정에 올렸다. 두 번째 비공식 발표문은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에서 지난 시절 한때 잘나갔던 미합중국 선박 건조가 머지않아 거창하게 다시 일어설 바로 그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게 될 것이다. 계속 지켜봐주기 바란다!!! 대통령 DJT (South Korea will be building its Nuclear Powered Submarine in the Philadelphia Shipyards, right here in the good ol’ U.S.A. Shipbuilding in our Country will be making a BIG COMEBACK. Stay tuned!!! President DJT)”  

 

권모술수가 판치는 부동산 시장에서 잔뼈가 굵었고, 권모술수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부동산 개발사업으로 늙어온 트럼프는 변호사와 시장의 경력밖에 없는 정객이 감히 맞서지 못할 노회한 상대였다. 그렇게 판단하는 까닭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재명의 간곡한 청원을 들어주는 척하다가 갑자기 허를 찌른 노회한 술수가의 면모를 드러내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노회한 술수가의 면모를 해부학적으로 분석해보자.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에 “나는 (중략) 그들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도록 승인했다”라고 썼는데, 그런 비공식 발표문은 그가 사회관계망에 매일 같이 몇 건씩 올려놓는 대통령의 개인 의견에 불과하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가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했지만 그것은 개인 의견이었다고 하면서,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문제를 공식적으로 검토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불가 결정이 나왔다고 한 마디만 하면 그것으로 끝난다. 노회한 술수가에게는 자기의 비공식 발표문을 이행해야 할 의무도 책임도 없다.

 

미제국 대통령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하는 문제는 사회관계망에 즉흥적으로 올려놓은 대통령의 개인 의견에 의해 결정될 수 있는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 그것은 정치적으로, 군사적으로, 국제적으로, 재정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오는 매우 중대한 전략 문제다. 그래서 반드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다각적으로, 면밀하게 검토하고 공식적으로 의결되어야 한다.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에 올려놓은 비공식 발표문에서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자신이 ‘승인’했다고 즉흥적으로 밝힌 것은 이 사안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 상정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불허한다는 자신의 뜻을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밝히지 않고 사회관계망을 이용한 노회한 수법으로 전 세계에 천명한 것이다. 그런데 노회한 술수가의 의중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이재명 대통령은 1억 5,000만 원의 거금을 들여 특별히 제작한 신라 금관 모형과 한국의 최고 훈장인 무궁화 대훈장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의 선물로 안겨주며 환심을 사보려고 애썼지만, 허탕이었다. 

 

4. 허전함 위에 절망감을 더했다

 

만일 이번 사태가 그냥 허탕으로 끝났다면, 이재명 종미우익정권은 허전함을 느끼면서 쓸쓸히 돌아서겠지만, 노회한 술수가는 허전함 위에 절망감을 더해주었다. 그렇게 된 사연을 들춰내면 다음과 같다.

 

2025년 8월 25일 제1차 한미정상회담에서, 그리고 10월 29일 제2차 한미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간곡히, 거듭하여 청원한 것은 핵추진 잠수함에서 사용하는 미제국산 핵연료를 한국에 공급해주면 한국이 자체 기술로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트럼프는 자기의 두 번째 비공식 발표문에서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이 필라델피아에 있는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건 무슨 뜻인가?

 

한국인 잠수함 설계가들, 한국인 잠수한 건조 기술자들이 경상남도 거제시에 있는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는 게 아니라, 미국인 잠수함 설계가들과 미국인 잠수한 건조 기술자들이 필라델피아에 있는 한화필리조선소(Hanwha Philly Shipyard)에서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한다고 예고한 것이다. 한국에서 디젤-전동식 잠수함을 17척 건조한 경험이 있는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은 2024년 12월 필리조선소에 1억 달러를 투자했고, 그에 따라 필리조선소의 이름이 한화필리조선소로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화필리조선소에서 미국인 잠수함 설계가들과 미국인 잠수한 건조 기술자들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한다고 예고한 이유는 외국인 잠수함 설계가들과 외국인 잠수함 건조 기술자들이 미제국에 파견되어 외국의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이 미제국의 현행법으로 금지되었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미제국에 들어와 외국의 전략무기를 만드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또한 미국인 잠수함 설계가들과 미국인 잠수함 건조 기술자들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 가서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는 것도 미제국의 현행법으로 금지되었다. 미제국은 전략무기 제작기술이 해외에 유출되는 것을 법적으로 엄격히 통제하고 있으므로,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은 미국인 잠수함 설계가들과 미국인 잠수함 건조 기술자들에 의해 미제국에서 건조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한국인 잠수함 설계가들과 한국인 잠수함 건조 기술자들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을까? 그것도 안 된다. 이재명 종미우익정권이 한국에서 자체 기술로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려고 해도 미제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미제국은 종미우익국가들이 핵추진 잠수함, 대륙간 탄도미사일, 전략폭격기 같은 전략무기를 개발하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종미우익국가들은 전략무기 개발 능력을 가졌어도 자기 마음대로 전략무기를 개발하지 못한다. 

 

만약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전략무기 개발을 통제하는 조치를 특별히 해제해주고, 이재명 종미우익정권이 한국에서 자체 기술로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면, 한국인 잠수함 설계가들과 한국인 잠수함 건조 기술자들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핵추진 잠수함을 독자적으로 건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독자적으로 건조해도 핵추진 잠수함에서 사용하는 핵연료(농축 우라늄)을 자체로 생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핵연료가 없으면, 핵추진 잠수함은 움직이지 않는다. 한국이 우라늄 농축기술을 갖지 못해서 농축 우라늄을 생산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한미원자력협정이 한국의 농축 우라늄 생산을 금지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은 자국의 원자력발전소들에서 사용하는 농축 우라늄을 자체로 생산하지 못하고, 해외에서 수입해야 한다. 

 

그렇다면 한국이 미제국에서 생산된 농축 우라늄을 수입해 핵추진 잠수함의 연료로 사용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도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미제국의 원자력법이 군사용으로 사용되는 농축 우라늄을 해외에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하여 핵공급집단(Nuclear Suppliers Group)도 군사용으로 사용되는 농축 우라늄의 국제 거래를 통제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한국의 농축 우라늄 유통과 사용과정을 철저하게 감시한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의 연료로 사용할 농축 우라늄을 확보할 방도를 찾지 못하면, 한국은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고 싶다는 말을 입 밖에 꺼내지도 못한다. 그래서 이재명 대통령은 두 차례 한미정상회담들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이 미제국산 핵연료(농축 우라늄)을 수입할 수 있도록 허락해달라고 간곡히, 거듭해 청원했던 것이다. 

 

미제국이 핵추진 잠수함의 연료로 사용될 농축 우라늄을 한국에 수출하려면, 백악관이 연방의회에 특별히 요청해 미제국의 원자력법을 개정해야 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의 청원을 들어주기 위해 원자력법을 개정해달라고 연방의회에 요청할 가능성은 0%다.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하려는 종미우익정권의 상황은 절망적이다.     

 

5. ‘핵잠 욕망’에 집착하면 ‘핵잠 함정’에 빠진다 

 

결론은 간단명료하다. 미제국이 핵추진 잠수함의 연료로 사용될 농축 우라늄을 한국에 수출할 수 없으므로 한국은 자체로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지 못한다는 결론이다. 

 

이런 사실을 잘 아는 노회한 술수가는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도가 미제국산 핵추진 잠수함을 수입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미국인 잠수함 설계가들과 미국인 잠수함 건조 기술자들이 한화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한 핵추진 잠수함을 한국이 수입할 것이라고 예고한 것이다. 그것도 사회관계망에 올려놓은 비공식 발표문을 통해 예고함으로써 자기는 아무런 의무도 책임도 지지 않으려는 것이다.

   

그런데 미제국이 한화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한 핵추진 잠수함을 한국에 수출하려고 해도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미제국의 국제무기거래규정(international traffic in Arms Regulations)은 핵추진 잠수함을 해외에 수출하거나, 핵추진 잠수함에 관련된 부품과 물자를 해외에 수출하거나, 핵추진 잠수함 설계 및 건조 기술을 해외에 수출하는 것을 통제하고 있다. 국제무기거래규정은 미제국 국무부가 내부적으로 정해놓은 규정이므로 노회한 술수가는 그런 내부규정을 회피할 방도를 알고 있다. 그래서 노회한 술수가는 핵추진 잠수함을 한화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해 한국에 수출하는 방도를 즉흥적으로 생각해낸 것이다.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하고 싶으면 미제국산 핵추진 잠수함을 수입하면 된다는 노회한 술수가의 구상은 이번에 처음 나온 게 아니다. 2018년 5월 22일 백악관에서 진행된 트럼프-문재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핵추진 잠수함을 수입하는 문제를 거론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서 핵추진 잠수함이 왜 한 척만 필요하겠냐, 두 척을 사가라”라고 말했다고 한다. 

 

노회한 술수가가 비공식 발표문을 통해 예고한 것처럼, 미제국이 한화필리조선소에서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해 한국에 수출할 수 있지만 그 조선소에서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린다.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말은 다음과 같은 뜻이다.

 

한화필리조선소에서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려면, 그 조선소에 잠수함 건조장과 부대시설을 건설해야 한다. 한화필리조선소는 수상 선박을 건조하는 조선소이므로 잠수함 건조시설이 없으며, 잠수함 설계가나 잠수함 건조 기술자도 없다. 2025년 8월 한화그룹은 한화필리조선소에 50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는데 그 투자금을 가지고 잠수함 건조장과 부대시설을 건설할 수 있다. 한화필리조선소에 잠수함 건조장과 부대시설을 건설하고, 잠수함 설계가들과 잠수함 건조 기술자들을 모집해 핵추진 잠수함 건조사업체계를 구축하는데 3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거기에 더하여, 핵추진 잠수함을 설계하고, 잠수함에 설치할 소형 원자로를 개발하고, 잠수함을 건조하고, 잠수함을 시험적으로 운용하는 건조사업을 완료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디젤-전동식 잠수함을 건조해도 10년 정도 걸리는데,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는 데는 10년 이상 걸린다. 그러므로 한화필리조선소에서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는 사업은 앞으로 13년이 지난 2038년경에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앞으로 13년 동안 대격변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테면 앞으로 13년 동안 미제국에서는 정권이 세 번 바뀌게 된다. 미제국에서 정권이 바뀌어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면, 핵추진 잠수함을 한국에 수출하려던 트럼프 행정부의 계획이 무산될 수 있다. 또한 앞으로 13년 동안 동아시아에서 전쟁이 일어날 위험이 커 보인다. 만약 동아시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미제국과 한국은 전쟁의 불길 속에 휘말리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한국은 미제국산 핵추진 잠수함을 수입하지 못하게 된다.

  

한국 인구의 자연 감소에 따라 한국군 병력이 급감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이를테면 2025년 9월 현재 장보고급 잠수함들인 박위호와 이종무호에서 근무할 하사 보직률은 0%이고, 안창호호에서 근무할 하사 보직률은 34%다. 이런 감소 추세가 앞으로 13년 동안 계속되면, 한국이 미제국에서 핵추진 잠수함을 수입해도 잠수함 승조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잠수함을 운용할 수 없게 된다.

 

한국에 수출하기 위한 핵추진 잠수함을 한화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하려면 한국이 건조비를 지불해야 하는데, 핵추진 잠수함 한 척의 가격은 약 30억 달러다. 30억 달러를 날려버릴 위험을 안고 노회한 술수가의 비공식 승인을 믿을 것인가 아니면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하려던 욕망을 포기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할 선택의 갈림길에 다가선 모습, 바로 이것이 오늘 한국의 모습이다.

  

1994년 한국 국방부는 3,000톤급 핵추진 잠수함을 개발하는 사업을 추진해 2008년까지 핵추진 잠수함 9척을 건조하겠다는 비현실적인 목표를 세웠고, 핵추진 잠수함을 개발하려고 비밀예산 480억 원을 한국 원자력연구소와 국방과학연구소에 지급하기까지 했었다. 김영삼 종미우익정권의 핵추진 잠수함 개발 시도는 미제국에 의해 저지되었다. 이런 과거 경험은 지난 30년 동안 한국 정부가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하려는 욕망에 줄곧 집착해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30년 동안 집착해온 한국 정부가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하려는 욕망을 이제 와서 포기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판단이다.

 

2025년 10월 31일 한국 언론 보도에 의하면, 한국 국방부는 2030년대 후반까지 수중배수량 5,000톤급 핵추진 잠수함을 4척 이상 건조하려는 방침을 세웠고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국방부, 외교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범정부사업단을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 성급한 행동은 그들이 노회한 술수가의 의중을 읽지 못하고 상황을 오판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노회한 술수가는 핵추진 잠수함을 미제국에서 건조해 한국에 수출하려고 생각하는데, ‘핵잠 욕망’에 사로잡힌 종미우익정권은 한국이 자체 기술로 한국에서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것으로 오판했다. 비현실적인 ‘핵잠 욕망’에 집착하면 일을 그르치고 ‘핵잠 함정’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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