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준무(우륵교향악단 단장겸 지휘자)는 "북측의 청년학생들은 남녘의 전대협대표 임수경을 만나기 위해 구름처럼 공항으로 몰려들었다. 공항뿐만이 아니었다. 임수경을 태운 차가 지나게 될 것이라고 짐작되는 거리마다 길목마다 ‘통일의 꽃’ 임수경을 보려고 몰려든 평양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그 열기는 초여름의 태양처럼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고 밝힌다. 그의글 전문을 싣는다.[민족통신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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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103]남북의 노래로 승화한<우리의 소원은 통일>
*글: 리준무(우륵교향악단 단장겸 지휘자)
1989년 6월 30일 평양 순안공항은 환희 열기로 들끓고 있었다.
남측의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가 파견한 대표가 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평양축전)에 참가하기 위해 평양에 도착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북측의 청년학생들은 남녘의 전대협대표 임수경을 만나기 위해 구름처럼 공항으로 몰려들었다. 공항뿐만이 아니었다. 임수경을 태운 차가 지나게 될 것이라고 짐작되는 거리마다 길목마다 ‘통일의 꽃’ 임수경을 보려고 몰려든 평양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그 열기는 초여름의 태양처럼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드디어 임수경을 태운 북경발 고려항공이 서서히 공항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수많은 평양시민들과 취재기자들에 에워 쌓인 혼잡함 속에서도 조금은 피로해 보였으나 당당한 임수경의 모습이 점점 선명하게 안겨왔다. 아직도 고운 티를 그대로 지니고 있는 임수경은 무척 상기된 얼굴로 평양도착성명을 발표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도착성명
“저는 지난 6월 21일 서울에서 출국했습니다. 자동차로 불과 네 시간이면 올 거리를 저는 240시간이 걸려 여기에 도착하였습니다. 굉장히 어려운 길이었고 고난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지금 이곳에 도착하게 된 것은 우리 7천만 겨레의 염원인 조국통일과 반외세 자주화 그리고 한반도의 영원한 하나됨을 위해서 이렇게 7천만 겨레가 하나되어 싸운다면 우리는 반드시 조국통일을 이를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중략-
“전대협은 평양에 도착하였습니다. 전대협은 평양축전에 참가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남과 북의 청년학생들이 하나가 되어 모든 동포들이 원하고 있는 조국통일을 이루고야 말 것입니다.”
“자랑스런 조국통일투쟁 만세!”
감격하여 목이매치는 것은 도착성명을 발표하는 임수경만이 아니었다. TV 앞에서 이를 지켜보던 우리들만도 아니었을 것이다. 남녘의 동포들과 북녘의 동포들도, 세계 각처에 흩어져 사는 우리민족 모두의 느낌도 임수경의 눈물과 같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통일의 노래를 함께 부르자!
내가 이 노래를 배울 때는 평화적으로 손잡고 통일을 하자는 때가 아니었다. 이승만이 북진통일을 부르짖으며 멸공통일을 하려고 미쳐 날뛰던 그런 시기였다. 국민학교(당시)교과서에 실려 있던 노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은 음악시간에 자주 불렀고 음악시험을 치를 때도 선생님은 이 곡이 수준이 높아 시험곡으로 제일 적합하다고 하였다. 선생님은 곡 중에 음정을 맞추기가 어려운 부분이 몇 곳 있는데 그 부분을 잘 불러야 한다고 하면서 음정을 맞게 부르는 학생에게는 호흡이 좀 짧더라도 후한 점수를 줄 것이라고 하였다. 음정이 문제로 되었던 곳은 바로‘통일을 이루자’의<시. 레. 화. 미 레 도>가 였다. 대부분의 우리 반 동무들은 시 레 화 음정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음정이 맞지가 않는다고 선생님이 꾸짖어도 아이들은 상관하지 않았다. 반 동무들은 선생님이 주의를 주는“시레화미레도”에 신경을 쓰지 않았으며 자기들이 좋아하는 방식대로 자연스럽게 라도화 미레도로 부르는 것이었다. 음정이 맞지가 않았어도 우리반 동무들은 마냥 즐겁기만 하게 보였다. 작곡자 안병원은 아이들의 이러한 마음을 알고나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의 의도와는 달리 노래는 민중의 요구대로 불려지게 되었고 민중의 노래로 빛을 내며 불려지고 있는 것이다.
‘통일의 꽃’이라 불리우는 임수경을 사람들이 귀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다.
1989년 6월 30일부터 8월 15일까지의 북에 체류하였던 임수경의 45일은 심장의 노래”우리의 소원은 통일”로 내내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북녘의 청년학생들과 이 노래를 함께 부르는 임수경의 청순하고 발랄한 모습을 보는 남 북 해외의 동포들의 마음을 벌써 하나로 되었고 더 이상 처분만 바라는 처량한 노래”통일이여 오라”가 아닌 통일에 대해 보다 적극적이고 자신감에 넘치는“통일을 이루자”로 다시 태어나 남과 북이 같이 부르는 진정한 통일의 노래로 승화하게 되었던 것이다.
통일운동권인사들이 주선한 모임의 마지막에는 언제나 이 노래를 부른다. 목청높여 이 노래를 불러보지만 마음은 후련하지가 않다. 헤어질 때 섭섭하여 그 노래를 부르지만 안타까움은 그대로 가득하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은 이제야 막힌 가슴에 벅찬 희망으로 승화한 것이다. 남과 북의 정서가 혼연일체로 된 이 노래는 더 이상 남에서만 부르는 노래가 아니었고, 북에서만 부르는 통일의 노래만도 아니었다. 삼천리 강산 어디서나 같이 부르게 된 자랑 찬 통일의 노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는 심장마다 1989년, 그날의 감격을 잊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통일은 뭐하게? 이대로 살면 되지
참 비극적인 말이다. 이대로 그냥 살지 “통일은 뭐하게?” 힘이 쫙 빠져나가는 허탈감마저 드는 말이다. 그런데 이 내용이 언론에 버젓이 보도까지 되었으니 이를 본 많은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나는 그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 여론을 조사를 하고 어떤 설문지를 통하여 이런 결론을 얻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결론은 무척 실망스러웠다. 보수층이 장악하고 있는 언론에 어찌 진실이 보도되기를 기대겠는가!
그런데 얼마 전 국정원장 남재준이라는 자가 뜬금없이“통일을 위해 다 같이 죽자"라고 한 것이다. 남재준의 이 말이 지난달 이남의 언론에 보도된 것이다. 이 보도에 의하면 지난 12월 21일 국정원장이 마련한 송년회에서 남재준은“박근혜정권 임기내에 통일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면서 송년회에 모인 그의 부하들에게"통일을 위해 다 같이 죽자"고 하였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을 어리둥절케 한 남재준이 그렇게 애국자였던가? 라고 반문하면서 6.15 남북공동선언을 부정하고 훼방만 놓고 다니던 그자들이 어떻게 같은 입으로 통일을 부르짖는단 말인가! 개과천선이라도 했다는 것인가?
남재준은"국가보안사항”이라 이 자리에서 말할 수는 없지만 조국통일을 위한 ‘구체적 플랜’도 준비되어 있다고 허풍을 떨면서 오는 2015년에는 조국이 ‘자유대한민국 체제’에로 통일돼 있을 것’이라는 황당한 말을 했다고 한다. 남재준의 이런 발언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이 말을 곱씹어 본다면 지금 남북관계가 경색되어 있는 상황에서 대화는 쳐 닫아버리고 수시로 광란적인 핵전쟁연습으로 북을 자극하면서 자유민주주의체재로 흡수통일을 하겠다는 것인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국방위원회 정책국의 “흡수통일은 곧 전쟁이다”라고 수없이 경고한바 있는 성명도 듣지 못했는가 고 반문하고 싶다.
북과 남의 신년사와 신년기자회견
박근혜 이남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이라는 것을 하였다. 그의 말에 애초부터 기대했던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말투가 너무도 허무맹랑하여 아예 TV를 꺼버리고 싶었었지만 남북관계에서 혹시 전환적인 국면을 열지나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 때문에 끌 수가 없었다고 하면서 박근혜의 기자회견을 시청하지 않은 사람은 행운이라고 하였다. 기자회견에서 너무나 쓸데 없는 말만 늘어 놓았다는 것이다. 그녀는'통일은 대박'이라는 명언을 남겨놓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사람들은 막살아가는 노름꾼들이나 할법한 언어를 일국의 대통령으로써는 할말이 아니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박근혜대통령은 통일시대를 준비하는데 핵심적인 장벽은 북의 핵 문제라면서 또 엉뚱한 핵 타령을 되풀이 하며 책임을 북에 전가하였다. 미국의 핵이 안전하면 이북의 핵도 안전하고 중국의 핵이 안전하면 조선의 핵도 안전한 것이다. 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구걸외교정책과 불평등한 한미동맹의 사슬을 당장 끊어버리고 자주적 입장에 서겠다는 결의를 해야 할 대신 북의 비핵화 타령만 늘어 놓으며 귀중한 시간을 허비해 버리는 것이었다. 국제사회는 이북의 핵을 해결하는데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것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 국제사회는 조선의 편이기도 하니까……
박근혜대통령은 한시가 급하게 ‘6.15선언’을 존중하고 지켜가면서 조국의 자주적 통일을 위한 획기적인 국면을 열어 놓겠다는 약속을 발표할 수는 없겠는가? 바로 이 시각에 불통의 귀를 열고 민중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아야 할 것이다.
북의 김정은 원수는 조국통일의 주체는 북과 남, 해외의 전체 조선민족이며 나라의 통일은 오직 우리 민족끼리의 입장에 철저히 설 때 민족의 이익과 요구에 맞게 자주적으로 실현할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 우리 민족문제, 남북관계문제를 외부에 들고 다니며 《국제공조》를 청탁하는 것은 민족의 운명을 외세의 농락물로 내맡기는 수치스러운 사대매국행위라고 반통일 세력들에게 따끔하게 일침을 놓았다. 북과 남은 조국통일3대원칙과 남북공동선언에서 천명된 자주의 원칙을 견지하고 우리 민족끼리의 입장에 확고히 서야 하며 공동선언들을 존중하고 성실히 이행하자고 애정에 넘치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계속하여 김정은원수는‘우리 민족이 외세에 의해 갈라져 살고 있는 것만도 가슴 아픈 일인데 동족끼리 비방하고 반목질시 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으며 그것은 통일을 바라지 않는 세력들에게 어부지리를 줄뿐’이라고 하면서 백해무익한 비방중상을 끝내고 화해와 단합을 저해하는 일을 더 이상 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하며 무모한 동족대결과 《종북》소동을 벌리지 말고 자주와 민주, 조국통일을 요구하는 겨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남북관계개선에로 나오라고 격려하였다.
끝으로 우리(조선)은 민족을 중시하고 통일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그가 누구든 과거를 불문하고 함께 할 것이고 남북관계개선을 위해 앞으로도 적극 노력할 것이라는 약속을 하였다.
우리의소원은 통일 --동영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