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로 유명한 법정(法頂) 스님이 11일 오후 1시 52분께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법랍 55세, 세수 78세의 나이로 입적했다.

법정스님은 3~4년간 폐암투병을 하다가 지난해 4월 19일 길상사에서 열린 봄 정기법회 법문을 끝으로 법회 참석을 하지 못했다.

지난해 연말에는 제주도에서 요양을 하기도 했으나, 올해 들어 병세가 악화되면서 삼성 서울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으며, 입적 당일인11일 낮 길상사로 옮겨졌다.

조계종과 길상사, 법정스님의 출가본사인 송광사 문중 등은 현재 장례절차를 논의 중이다.

법정스님은 건강 악화 상태가 지속되자 이를 의식한 듯 2008년 11월 길상사 소식지에 실었던 글들을 모아 수필집 "아름다운 마무리"를 출간했으며, 지난해 6월과 11월에는 법문집 "일기일회"와 "한 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 사람을"을 펴냈다.

1932년 전남 해남에서 출생한 법정스님(속명 박재철)은 목포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1955년 오대산으로 떠나는 길에 눈이 많이 내려 길이 막히자 서울의 선학원에서 당대 선승이었던 효봉 스님(1888~1966)과 대화를 나누게 됐고, 그 자리에서 불교에 귀의했다.

다음날부터 통영 미래사에서 행자 생활을 시작한 법정스님은 1959년 2월 양산 통도사에서 자운율사를 계사로 비구계를 받았고, 이후 해인사, 통도사를 거쳐 1960년대 말 봉은사에서 동국역경원의 불교경전 번역작업에 참여했다.

법정스님은 1975년 10월부터 17년 간 송광사 뒷산에 불일암을 세워 홀로 수양을 했으며, 1976년 4월 산문집 "무소유"를 출간하면서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됐다.

대표적인 저서로 "무소유"를 비롯해 "영혼의 모음", "서 있는 사람들", "말과 침묵", "산방한담", "텅빈 충만", "물소리 바람소리", "버리고 떠나기", "인도 기행",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산에는 꽃이 피네", "오두막 편지" 등이 있다.

<강경훈 기자 qwereer@v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