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권침해-국제사면위 보고서에서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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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민족통신 작성일06-05-05 17:32 조회2,47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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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인권침해,사각지대에서 드러나다’
<번역>국제사면위 보고서 ‘레이더 사각(死角)’/황현승 역
역자 : 황현승(통일연대 고문)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 인터내셔널)는 최근, 테러와의 전쟁이란 구실로 미국 정부가 자행하고 있는 불법 행위들을 비판한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는 미국의 불법 행위에 유럽의 정부들이 연루된 사실도 폭로했다.
외교 정책으로 ‘인권’을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스스로 인권을 침해하고 있는 미국의 인권에 대한 이중 기준을 국제사면위원회는 2005년 5월 25일에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강하게 비난했다. 1년만에 나온 이번 보고서의 내용도 핵심은 다르지 않다. 불법 납치와 고문, 비밀 구금 시설의 실태 등, 변한 것이 없다.
다음은 국제사면위원회가 ‘레이더 사각(死角) : 비밀 비행에서 고문 및 실종까지(Below the radar : Secret flights to torture and disappearance)"란 제목으로 발표한 보고서를 간추려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원문은 http://web.amnesty.org/library/index/ENGAMR510512006에서 볼 수 있다. / 역자 주
‘레이더 사각(死角):비밀 비행에서 고문 및 실종까지" / 국제사면위원회
▶미국의 인권침해 내용을 다룬 ‘레이더 사각(死角) : 비밀 비행에서 고문 및 실종까지"
가 실린 국제사면위원회 홈페이지. [사진 - http://web.amnesty.org에서 캡쳐]
미국 중앙정보부(CIA)는 테러 용의자로 지목한 사람들을 불법으로 납치 또는 체포하여 정단한 재판이나 행정적 절차도 거치지 않고 세계 각지에 있는 구금 시설로 이송(rendition)하고 있다. 불법으로 납치한 사람들을 굳이 다른 나라의 구금 시설로 이송하는 것은 심문 방법으로 비밀리에 고문 등의 가혹 행위를 하기 위해서다.
구금 시설은 쿠바의 관타나모 수용소를 비롯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과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에 있고, 소재지가 특정되지 않은 동유럽 지역에도 ‘블랙 사이트(black sites)’라 불리는 비밀 감옥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블랙 사이트’는 조지 부시 대통령과 CIA 최고위 간부들 사이에서만 비밀 감옥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된 것인데, 2005년 12월 2일치 워싱턴 포스트지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이들 비밀 감옥을 비롯한 구금 시설로 이송된 피납치자들의 대다수는 신원이 외부엔 밝혀지지 않은 ‘유령 수용자들’이다. 미국은 이들의 신분도 정확한 인수도 밝히지 않고 있다. 게다가 정보 관리들로부터 주목받는 것이 두려워 친족의 실종 사실을 밝히길 꺼리기도 한다.
2005년에 이집트 수상은 미국이 이집트의 구금 시설에 인도한 피구금자 수가 60-70명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동 지역에 근무한 경력이 있는 전 CIA 요원은 미국이 중동 지역에 이송한 수가 수백 명이 될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이도 최소치일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이 어느 곳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구금되어 있는지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은 고문 등의 가혹 행위와 무관하지 않다. 피해자의 수난과 마찬가지로 가해자의 신원도 숨겨야 하기 때문이다.
국제사면위원회가 면접한 피해자들은 모두 고문과 학대를 받았다고 말했다. 손이나 몽둥이로 구타하는 것은 보통이고, 하루 종일 서있도록 하고, 거꾸로 매달고서 발바닥을 때리고, 굶기거나 잠을 안 재우는 등의 고통을 가했다.
고문의 실상은 가해자 쪽의 증언으로도 드러난다. “즉시 손톱들을 뽑아버리자 진술하기 시작했다.” CIA 대테러센터의 전 책임자 빈센트 칸니스트라르가 2003년 2월 뉴스데이지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피해자는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심문에 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집트에 있는 구금 시설로 이송된 즉시 그런 끔직한 고문을 당했다.
또한 역시 중동에서 근무한 전 CIA 요원 로버트 베어는 영국 BBC방송에 나와, 이라크나 시리아엔 전기고문과 물고문 기술자가 많고, 이집트 같은 나라의 구금시설에선 죽음 직전의 임계점에 도달할 때까지 고문한다고 실토했다. “미국인들이 직접 고문에 관련되는 것을 피하는 방법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그 일을 시킨다”고 그는 말했다.
(미국이 고문을 대행시키는 것은 세계 여론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니카라과의 콘트라 반군에게 ‘고문 매뉴얼’을 제공해서 인권 침해 기술을 수출했다는 비난을 받은 바 있고, 이라크의 아부 그라이브 형무소나 쿠바의 관타나모 미군기지, 아프가니스탄의 바그람 공군기지 등 세계 각지에 있는 구금 시설에서 고문과 학대를 자행한 사실이 드러나 세계 여론과 인권단체들로부터 지탄받아 왔다.)
국제사면위원회가 조사한 바로는 대부분의 피납치자들은 먼저 미국과 정보 분야에서 밀접한 공조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파키스탄의 구금 시설로 이송된다. 그런 다음 일부는 관타나모 수용소에, 일부는 고문 기술자들이 있는 시리아 등 중동 지역에, 또 일부는 비밀 감옥이 있는 동유럽 지역으로 이송된다. 그런데 이처럼 피납치자들을 다른 나라로 이송하는 것은 강제 송환을 금지하는 국제 원칙(농 르폴망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다.
파키스탄 정부 발표로는 파키스탄에서 약 700명이 테러 용의자로 체포됐다. 이들 중 대다수는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살아있다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실종자는 남성만이 아니라 여성도 있고 어린이도 있다. 또한 테러와의 전쟁을 취재하던 기자들도 있고, 피구금자들을 치료한 의사들도 있다. 이들 실종자들은 살아있다면 CIA에서 운영하는 ‘블랙 사이트’에 유령 수용자로 갇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ABC뉴스가 폴란드의 비밀 감옥에 갇혀 있는 것을 확인한 12명의 피구금자들 가운데서 9명은 파키스탄에서 체포된 사람들이었다. 또한 뉴욕대학 법대의 ‘인권과 지구적 정의 센터’가 신원을 확인한 28명의 실종자 중 적어도 19명이 마찬가지로 파키스탄에 있는 구금 시설에서 이송된 사람들이었다.
미국 정부는 무고한 사람들을 불법 납치하거나 구금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고문 사실도 부정한다. 미국은 다만 테러를 주도하거나, 그와 관련이 있는 정보를 갖고 있는 주요 용의자들을 구금하고 있다는 것만 시인한다.
국제사면위원회는 그러나 이번에 전혀 테러와 관련이 없는데도 불법적으로 납치되었다가 30개월만에야 풀려난 예멘인 3명으로부터 미국 정부의 주장과는 다른 불법 행위들을 생생하게 확인했다.
그들은 아무런 영문도 모르고 납치되어 아프가니스탄과 아프리카의 지부티 그리고 동유럽인 것으로 추정되는 곳의 비밀 감옥을 거치며 겪은, 21세기의 오디세이라 할 수 있는 수난의 역정을 국제사면위원회에 소상히 밝혔다.
국제사면위원회는 그들로부터 ‘블랙 사이트’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었다. 납치, 투옥, 학대의 실상에 대한 그들의 진술은 조리가 정연했다.
무하마드 바슈밀라(Muhammad Taraj Bashmilah)와 살라 카루(Salah Nasir Salim Ali Qaru)는 2003년 10월에 요르단에서 체포되고, 무하마드 알-아사드(Muhammad Abdullah Salah al-Assad)는 탄자니아에서 체포됐다.
무하마드 바슈밀라와 살라 카루는 미국 공안 부대에 넘겨졌고, 곧바로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미국 요원들에 의해서만 운영되는 비밀 수용소에 수감됐다.
그들은 좁은 독방에 갇히고 족쇄가 채워졌다. 족쇄는 감방 바닥에 고정된 쇠사슬에 연결되었는데, 사슬의 길이가 너무 짧아 좁은 감방의 문까지도 닿지 못했다. 감방엔 두 대의 비디오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어서 24시간 감시했다.
심문을 받을 때는 사슬에서 풀기 전에 수갑이 채워졌다. 두건엔 고리가 달려있어서 필요할 경우엔 목 부분을 단단히 조일 수도 있었다.
무하마드 알-아사드는 탄자니아에서 아프리카의 지부티로 이송됐다. 그곳에서 그는 몇 주 동안 미국 FBI에서 왔다던 두 명의 요원으로부터 심문 받았다. 그 후 지부티에서 아프가니스탄으로 이송되었고, 2004년 4월 말에 무하마드 바슈밀라, 살라 카루와 함께 다시 어딘가로 이송됐다.
검은 마스크를 쓴 호송자들은 예멘인들에게 기저귀를 채우고 머리엔 두건을 씌웠다. 그리고 팔과 다리를 묶은 다음, 그 밧줄을 허리띠에 단단히 고정시켜서 몸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했다. 예멘인들끼리는 물론이고, 호송자와도 말을 못하도록 재갈과 헤드폰도 사용했다.
새로운 비밀 감옥으로 이송될 때 그들이 어림잡은 비행 시간과 헬리콥터나 자동차로 옮겨 타고 간 시간, 그리고 13개월 후에 그곳에서 예멘으로 이송될 때의 시간에 근거하여 국제사면위원회는 그곳이 동유럽에 있는 ‘블랙 사이트’인 것으로 추정한다.
그동안 미국 CIA가 운영하는 비밀 감옥이 터키, 불가리아,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알바니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도 있을 것으로 생각해 왔는데, 예멘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들 동유럽 나라들에 그런 시설이 존재한다는 것이 확실하다. 그곳은 기온의 차이가 컸으며, 겨울철엔 그들이 이전에 경험한 어느 지역의 추위보다 더 추웠다. 요구르트나 치즈, 식수병과 그밖의 식품들은 상표가 모두 제거되어 있었다.
변소 시설은 유럽식이었고 변기는 메카를 향해서 설치되어 있었다. 그곳이 무슬림 인구가 다수인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기도는 일몰 시간에만 허용됐다. 그런데 여름철에 일몰 시간이 바뀐 것으로 보아 일광절약시간제(섬머타임제)가 실시되고 있는 나라 같았다. 그렇다면 유럽회의 회원국 46국 중의 하나다.
예멘인 3명은 2005년 5월 예멘으로 이송된다. 그런데도 미국은 예멘 당국에 그들의 혐의가 무엇인지, 왜 계속 수감돼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주지 않았다.
9개월 후에 마침내 그들은 위조 여권을 소지했다는 허위 혐의를 씌워 법정에 세웠다. 2년의 금고형을 받았지만 미국이 운영하는 비밀 감옥에서 18개월, 예멘 감옥에서 9개월 수감되어 있었기 때문에 곧바로 석방됐다. 불법적으로 납치된지 30개월이 지난 다음이었다. 그들은 현재도 매일 경찰에게 신고해야 하고 직장도 잃었다. 게다가 오랜 격리 구금과 고문의 후유증인 정신 외상으로 고통 받고 있다.
몇 백 명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만 할 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불법적으로 납치되어 구금되고 고문과 학대를 받고 있는지 모른다. 외부에 그 존재가 알려지지 않은 미군의 비밀 감옥이 어디에 얼마나 더 있는지도 모른다. 정식 기소도 없고 변호사 접견이나 그밖의 법적 도움도 받지 못한다. 피해자의 국가 당국이나 가족들에게 소재도 알리지 않고 있다. 살아있다 해도 ‘유령’과 같은 존재일 뿐이다.
빌 클린턴 대통령 정부에서도 테러 용의자로 지목한 사람들을 외국에서 납치하는 것을 승인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는 공식적으로는 피납치자들을 법정에 세우기 위해 미국으로 연행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부시 정권에선 CIA가 이 일을 전담하면서 제3국에 있는 비밀 시설로 이송한다. 그곳에선 미국의 국내법도 국제법도 적용받지 못한다.
이 불법 행위엔, 부정하고 있지만, 유럽의 정부들이 연루되어 있다. 피납치자들을 세계 각지에 있는 비밀 구금 시설로 이송할 때, 경유지가 유럽 나라들의 비행장이다.
2005년 12월 인권단체인 스테이트웟치가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2003년에 유럽연합(EU)과 미국은 외국인 범죄자를 이송할 때 유럽 비행장들을 미국이 이용하는 것을 허용하는 협정을 맺었다. 유럽 정부들은 CIA가 불법적으로 납치한 사람들을 비밀 감옥으로 이송하는 것을 묵인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식으로 협정을 맺고 협조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프랑스 파리엔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프랑스, 독일이 전세계에서 수집한 정보를 교환하는 ‘대 테러 센터(Alliance Base)"가 있다.
* * * * * *
국제사면위원회 미국지부의 슐츠 사무국장은 지난해 기자회견시에 국제사면위원회는 관타나모를 비롯한 미군의 비밀 구금 시설들을 폐지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만약 미국 정부가 그 책임을 소홀히 한다면, 각국 정부는 국제법 준수 의무에 근거하여 부시 정권의 고관들을 조사할 것을 요구한다...... 소추를 지지하는 결과가 나올 경우 각국 정부는 그 영역내에 들어온 미 정부 관계자들을 체포, 소추할 수 있는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슐츠가 지목하는 체포 대상자들 가운데서 제1호는 조지 부시 대통령이다.
2006-05-06
<번역>국제사면위 보고서 ‘레이더 사각(死角)’/황현승 역
역자 : 황현승(통일연대 고문)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 인터내셔널)는 최근, 테러와의 전쟁이란 구실로 미국 정부가 자행하고 있는 불법 행위들을 비판한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는 미국의 불법 행위에 유럽의 정부들이 연루된 사실도 폭로했다.
외교 정책으로 ‘인권’을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스스로 인권을 침해하고 있는 미국의 인권에 대한 이중 기준을 국제사면위원회는 2005년 5월 25일에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강하게 비난했다. 1년만에 나온 이번 보고서의 내용도 핵심은 다르지 않다. 불법 납치와 고문, 비밀 구금 시설의 실태 등, 변한 것이 없다.
다음은 국제사면위원회가 ‘레이더 사각(死角) : 비밀 비행에서 고문 및 실종까지(Below the radar : Secret flights to torture and disappearance)"란 제목으로 발표한 보고서를 간추려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원문은 http://web.amnesty.org/library/index/ENGAMR510512006에서 볼 수 있다. / 역자 주
‘레이더 사각(死角):비밀 비행에서 고문 및 실종까지" / 국제사면위원회
▶미국의 인권침해 내용을 다룬 ‘레이더 사각(死角) : 비밀 비행에서 고문 및 실종까지"
가 실린 국제사면위원회 홈페이지. [사진 - http://web.amnesty.org에서 캡쳐]
미국 중앙정보부(CIA)는 테러 용의자로 지목한 사람들을 불법으로 납치 또는 체포하여 정단한 재판이나 행정적 절차도 거치지 않고 세계 각지에 있는 구금 시설로 이송(rendition)하고 있다. 불법으로 납치한 사람들을 굳이 다른 나라의 구금 시설로 이송하는 것은 심문 방법으로 비밀리에 고문 등의 가혹 행위를 하기 위해서다.
구금 시설은 쿠바의 관타나모 수용소를 비롯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과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에 있고, 소재지가 특정되지 않은 동유럽 지역에도 ‘블랙 사이트(black sites)’라 불리는 비밀 감옥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블랙 사이트’는 조지 부시 대통령과 CIA 최고위 간부들 사이에서만 비밀 감옥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된 것인데, 2005년 12월 2일치 워싱턴 포스트지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이들 비밀 감옥을 비롯한 구금 시설로 이송된 피납치자들의 대다수는 신원이 외부엔 밝혀지지 않은 ‘유령 수용자들’이다. 미국은 이들의 신분도 정확한 인수도 밝히지 않고 있다. 게다가 정보 관리들로부터 주목받는 것이 두려워 친족의 실종 사실을 밝히길 꺼리기도 한다.
2005년에 이집트 수상은 미국이 이집트의 구금 시설에 인도한 피구금자 수가 60-70명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동 지역에 근무한 경력이 있는 전 CIA 요원은 미국이 중동 지역에 이송한 수가 수백 명이 될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이도 최소치일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이 어느 곳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구금되어 있는지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은 고문 등의 가혹 행위와 무관하지 않다. 피해자의 수난과 마찬가지로 가해자의 신원도 숨겨야 하기 때문이다.
국제사면위원회가 면접한 피해자들은 모두 고문과 학대를 받았다고 말했다. 손이나 몽둥이로 구타하는 것은 보통이고, 하루 종일 서있도록 하고, 거꾸로 매달고서 발바닥을 때리고, 굶기거나 잠을 안 재우는 등의 고통을 가했다.
고문의 실상은 가해자 쪽의 증언으로도 드러난다. “즉시 손톱들을 뽑아버리자 진술하기 시작했다.” CIA 대테러센터의 전 책임자 빈센트 칸니스트라르가 2003년 2월 뉴스데이지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피해자는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심문에 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집트에 있는 구금 시설로 이송된 즉시 그런 끔직한 고문을 당했다.
또한 역시 중동에서 근무한 전 CIA 요원 로버트 베어는 영국 BBC방송에 나와, 이라크나 시리아엔 전기고문과 물고문 기술자가 많고, 이집트 같은 나라의 구금시설에선 죽음 직전의 임계점에 도달할 때까지 고문한다고 실토했다. “미국인들이 직접 고문에 관련되는 것을 피하는 방법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그 일을 시킨다”고 그는 말했다.
(미국이 고문을 대행시키는 것은 세계 여론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니카라과의 콘트라 반군에게 ‘고문 매뉴얼’을 제공해서 인권 침해 기술을 수출했다는 비난을 받은 바 있고, 이라크의 아부 그라이브 형무소나 쿠바의 관타나모 미군기지, 아프가니스탄의 바그람 공군기지 등 세계 각지에 있는 구금 시설에서 고문과 학대를 자행한 사실이 드러나 세계 여론과 인권단체들로부터 지탄받아 왔다.)
국제사면위원회가 조사한 바로는 대부분의 피납치자들은 먼저 미국과 정보 분야에서 밀접한 공조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파키스탄의 구금 시설로 이송된다. 그런 다음 일부는 관타나모 수용소에, 일부는 고문 기술자들이 있는 시리아 등 중동 지역에, 또 일부는 비밀 감옥이 있는 동유럽 지역으로 이송된다. 그런데 이처럼 피납치자들을 다른 나라로 이송하는 것은 강제 송환을 금지하는 국제 원칙(농 르폴망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다.
파키스탄 정부 발표로는 파키스탄에서 약 700명이 테러 용의자로 체포됐다. 이들 중 대다수는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살아있다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실종자는 남성만이 아니라 여성도 있고 어린이도 있다. 또한 테러와의 전쟁을 취재하던 기자들도 있고, 피구금자들을 치료한 의사들도 있다. 이들 실종자들은 살아있다면 CIA에서 운영하는 ‘블랙 사이트’에 유령 수용자로 갇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ABC뉴스가 폴란드의 비밀 감옥에 갇혀 있는 것을 확인한 12명의 피구금자들 가운데서 9명은 파키스탄에서 체포된 사람들이었다. 또한 뉴욕대학 법대의 ‘인권과 지구적 정의 센터’가 신원을 확인한 28명의 실종자 중 적어도 19명이 마찬가지로 파키스탄에 있는 구금 시설에서 이송된 사람들이었다.
미국 정부는 무고한 사람들을 불법 납치하거나 구금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고문 사실도 부정한다. 미국은 다만 테러를 주도하거나, 그와 관련이 있는 정보를 갖고 있는 주요 용의자들을 구금하고 있다는 것만 시인한다.
국제사면위원회는 그러나 이번에 전혀 테러와 관련이 없는데도 불법적으로 납치되었다가 30개월만에야 풀려난 예멘인 3명으로부터 미국 정부의 주장과는 다른 불법 행위들을 생생하게 확인했다.
그들은 아무런 영문도 모르고 납치되어 아프가니스탄과 아프리카의 지부티 그리고 동유럽인 것으로 추정되는 곳의 비밀 감옥을 거치며 겪은, 21세기의 오디세이라 할 수 있는 수난의 역정을 국제사면위원회에 소상히 밝혔다.
국제사면위원회는 그들로부터 ‘블랙 사이트’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었다. 납치, 투옥, 학대의 실상에 대한 그들의 진술은 조리가 정연했다.
무하마드 바슈밀라(Muhammad Taraj Bashmilah)와 살라 카루(Salah Nasir Salim Ali Qaru)는 2003년 10월에 요르단에서 체포되고, 무하마드 알-아사드(Muhammad Abdullah Salah al-Assad)는 탄자니아에서 체포됐다.
무하마드 바슈밀라와 살라 카루는 미국 공안 부대에 넘겨졌고, 곧바로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미국 요원들에 의해서만 운영되는 비밀 수용소에 수감됐다.
그들은 좁은 독방에 갇히고 족쇄가 채워졌다. 족쇄는 감방 바닥에 고정된 쇠사슬에 연결되었는데, 사슬의 길이가 너무 짧아 좁은 감방의 문까지도 닿지 못했다. 감방엔 두 대의 비디오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어서 24시간 감시했다.
심문을 받을 때는 사슬에서 풀기 전에 수갑이 채워졌다. 두건엔 고리가 달려있어서 필요할 경우엔 목 부분을 단단히 조일 수도 있었다.
무하마드 알-아사드는 탄자니아에서 아프리카의 지부티로 이송됐다. 그곳에서 그는 몇 주 동안 미국 FBI에서 왔다던 두 명의 요원으로부터 심문 받았다. 그 후 지부티에서 아프가니스탄으로 이송되었고, 2004년 4월 말에 무하마드 바슈밀라, 살라 카루와 함께 다시 어딘가로 이송됐다.
검은 마스크를 쓴 호송자들은 예멘인들에게 기저귀를 채우고 머리엔 두건을 씌웠다. 그리고 팔과 다리를 묶은 다음, 그 밧줄을 허리띠에 단단히 고정시켜서 몸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했다. 예멘인들끼리는 물론이고, 호송자와도 말을 못하도록 재갈과 헤드폰도 사용했다.
새로운 비밀 감옥으로 이송될 때 그들이 어림잡은 비행 시간과 헬리콥터나 자동차로 옮겨 타고 간 시간, 그리고 13개월 후에 그곳에서 예멘으로 이송될 때의 시간에 근거하여 국제사면위원회는 그곳이 동유럽에 있는 ‘블랙 사이트’인 것으로 추정한다.
그동안 미국 CIA가 운영하는 비밀 감옥이 터키, 불가리아,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알바니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도 있을 것으로 생각해 왔는데, 예멘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들 동유럽 나라들에 그런 시설이 존재한다는 것이 확실하다. 그곳은 기온의 차이가 컸으며, 겨울철엔 그들이 이전에 경험한 어느 지역의 추위보다 더 추웠다. 요구르트나 치즈, 식수병과 그밖의 식품들은 상표가 모두 제거되어 있었다.
변소 시설은 유럽식이었고 변기는 메카를 향해서 설치되어 있었다. 그곳이 무슬림 인구가 다수인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기도는 일몰 시간에만 허용됐다. 그런데 여름철에 일몰 시간이 바뀐 것으로 보아 일광절약시간제(섬머타임제)가 실시되고 있는 나라 같았다. 그렇다면 유럽회의 회원국 46국 중의 하나다.
예멘인 3명은 2005년 5월 예멘으로 이송된다. 그런데도 미국은 예멘 당국에 그들의 혐의가 무엇인지, 왜 계속 수감돼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주지 않았다.
9개월 후에 마침내 그들은 위조 여권을 소지했다는 허위 혐의를 씌워 법정에 세웠다. 2년의 금고형을 받았지만 미국이 운영하는 비밀 감옥에서 18개월, 예멘 감옥에서 9개월 수감되어 있었기 때문에 곧바로 석방됐다. 불법적으로 납치된지 30개월이 지난 다음이었다. 그들은 현재도 매일 경찰에게 신고해야 하고 직장도 잃었다. 게다가 오랜 격리 구금과 고문의 후유증인 정신 외상으로 고통 받고 있다.
몇 백 명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만 할 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불법적으로 납치되어 구금되고 고문과 학대를 받고 있는지 모른다. 외부에 그 존재가 알려지지 않은 미군의 비밀 감옥이 어디에 얼마나 더 있는지도 모른다. 정식 기소도 없고 변호사 접견이나 그밖의 법적 도움도 받지 못한다. 피해자의 국가 당국이나 가족들에게 소재도 알리지 않고 있다. 살아있다 해도 ‘유령’과 같은 존재일 뿐이다.
빌 클린턴 대통령 정부에서도 테러 용의자로 지목한 사람들을 외국에서 납치하는 것을 승인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는 공식적으로는 피납치자들을 법정에 세우기 위해 미국으로 연행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부시 정권에선 CIA가 이 일을 전담하면서 제3국에 있는 비밀 시설로 이송한다. 그곳에선 미국의 국내법도 국제법도 적용받지 못한다.
이 불법 행위엔, 부정하고 있지만, 유럽의 정부들이 연루되어 있다. 피납치자들을 세계 각지에 있는 비밀 구금 시설로 이송할 때, 경유지가 유럽 나라들의 비행장이다.
2005년 12월 인권단체인 스테이트웟치가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2003년에 유럽연합(EU)과 미국은 외국인 범죄자를 이송할 때 유럽 비행장들을 미국이 이용하는 것을 허용하는 협정을 맺었다. 유럽 정부들은 CIA가 불법적으로 납치한 사람들을 비밀 감옥으로 이송하는 것을 묵인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식으로 협정을 맺고 협조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프랑스 파리엔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프랑스, 독일이 전세계에서 수집한 정보를 교환하는 ‘대 테러 센터(Alliance Base)"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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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면위원회 미국지부의 슐츠 사무국장은 지난해 기자회견시에 국제사면위원회는 관타나모를 비롯한 미군의 비밀 구금 시설들을 폐지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만약 미국 정부가 그 책임을 소홀히 한다면, 각국 정부는 국제법 준수 의무에 근거하여 부시 정권의 고관들을 조사할 것을 요구한다...... 소추를 지지하는 결과가 나올 경우 각국 정부는 그 영역내에 들어온 미 정부 관계자들을 체포, 소추할 수 있는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슐츠가 지목하는 체포 대상자들 가운데서 제1호는 조지 부시 대통령이다.
2006-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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