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민노당 의원 발언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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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4-05-23 00:00 조회1,44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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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조선일보노조 초청으로 진행됐던 강연회에서의 민주노동당 노회찬 사무총장이 했던 발언 내용을 둘러싼 파문이 언론노조의 반발로 더욱 확산되고 있다.
언론노조(위원장 신학림)는 18일 논평을 내고 “노 총장은 오해를 사기에 충분한 말들을 쏟아내고 말았다”며 △‘품질이 제일 낫다’고 추켜세운 것은 덕담이라 해도 너무 지나치고 △KBS와 MBC 등에서 진행하는 언론비평을 ‘물리적으로 뭔가를 하는 것처럼 신문과 일전을 불사하는 프로그램’이라 폄훼했고 △‘민주노동당이 운동권에서 멀어질수록 성공할 것’이라는 발언은 여전히 운동적 방식을 투쟁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민감한 해석의 여지를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 한겨레신문지부에서도 이날 별도 성명을 내고 “현실을 왜곡해서까지 수구적 논조를 강요하는 신문을 평가할 때 논조 이외에 품질을 평가할 잣대가 무엇이냐”며 “이는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서 수구언론의 물량공세에 맞서 좋은 품질의 신문을 만들기 위해 애써온 많은 언론노동자들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가 이처럼 공식 논평까지 낸 것은 ‘안티조선’ 등으로 대표돼 온 언론개혁에 대한 노 총장의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인터뷰를 거부하는 것은 비정상적이고 부자연스러운 현상”, “쌍방이 좋은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등의 발언은 “백번 생각해도 수긍할 수 없다”는 것이다. 노조는 ‘조선 품질론’에 대해서는 “개혁운동으로 형성된 흐름을 조롱하듯 발언해도 되냐”고까지 지적했다.
또한 국회의원 당선자이기도 한 노 총장의 이같은 행보와 발언은 당의 공식 입장과도 다르고 오해의 소지가 많아 “해명 등으로 잘못을 무마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마행처 우역거(馬行處 牛亦去ㆍ말이 가는 곳은 소도 갈 수 있다)’라는 한자성어를 빗대면서 “목적한 곳에 빨리 가기 위해 누구든 말을 타고 싶지만 소를 탈 수밖에 없는 힘없는 노동자, 농민, 서민들이 있다”며 “민주노동당은 소를 타고 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대표하는 정당이지만 노 총장은 소 대신 말을 타고 싶어하는 것 같이 보인다”고 꼬집었다.
논평이 나온 18일 노 총장은 장시간 토론회에 참석 중이어서 직접 답변을 듣지 못했다. 한편 노 총장은 18일 오전 MBC 라디오의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의 발언과 17일 참여연대 강연 등을 통해 “조선일보식의 왜곡이 있어선 안 된다”며 “인터뷰를 강하게 거절하니까 직접 얘기하는 게 어떠냐는 제안이 있어 피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서 강연을 한 것”이고 “정당이 자기를 알리기도 바쁠텐데 인터뷰를 거부하면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이 와서 인터뷰 거부는 조선일보의 논조나 보도태도에 문제가 있어 생긴 부자연스럽고 비정상적인 관계라는 뜻”이었으며 ‘운동권 탈피’ 주장은 “자기 주장만 높이는 부정적 운동권에서 탈피해서 전체 국민을 상대로 하는 활동을 펴야 된다는 취지”였다고 말한 바 있다.
이정희 기자(goforit@labornews.co.kr)
[언론노조 논평 전문] 노회찬 총장은 말을 타고 싶은가?
- 노회찬 총장의 최근 행보에 대한 언론노조의 입장 -
한자성어 중에 "마행처 우역거"(馬行處 牛亦去)라는 말이 있다. 말이 가는 곳은 소도 갈 수 있다는 뜻이다. 목적한 곳에 빨리 가기 위해 누구든 말을 타고 싶겠지만 소를 타고 갈 수밖에 없는 사람이 세상에는 더 많다. 가진 것이 없어 힘없는 이 땅의 수많은 노동자, 농민, 서민들이 바로 그들이다. 비유하자면 민주노동당은 소를 타고 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대표하는 정당이다. 그런데 최근 노회찬 총장이 소 대신 말을 타고 싶어하는 것 같이 보여 안타깝다.
노회찬 총장은 지난 11일 조선일보 노동조합의 초청으로 조선일보를 방문해 "나와 조선일보"라는 주제로 2시간 가량 강연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를 방문하기 전 노 총장은 언론노조에 "조선일보를 방문해도 좋은 지"를 질의해 왔고, 언론노조는 "가지 않는 것이 좋고 가면 반드시 당할 것이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노 총장은 가지 말라는 얘기를 들으니 "더욱더 가고 싶다"며 기어이 조선일보를 방문했다.
노 총장은 강연에서 "조선일보에 대해서는 좋은 말을 많이 할 수도 있지만 오해를 살까봐 자제하겠다"고 전제했지만 결국은 오해를 사기에 충분한 말들을 쏟아내고 말았다. 노총장의 발언 중 우리를 민감하게 하는 부분은 이런 것들이다.
"중학교 2학년 때인 1970년부터 조선일보를 구독했고, 감옥에서도 봤고, 조선일보 안 보기 운동을 벌이는 사람들이 있을 때도 봤다". "품질에서 제일 낫다는 생각에서 조선일보를 보고 있다". KBS와 MBC 등에서 진행하고 있는 개혁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물리적으로 뭔가를 하는 것처럼 신문과 일전을 불사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폄훼하고, 민주노동당이 조선일보와 공식 인터뷰를 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과 관련해서는 "비정상적이고 부자연스러운 관계"며 "쌍방이 더 적극적이고 좋은 관계로 만들어야 할 필요성에 공감한다"라고 밝혔다. 또 "민주노동당은 이제 운동권에서 탈피했으며, 민주노동당은 운동권에서 멀어질수록 성공할 것"이라는 주장도 서슴치 않았다.
일부 논쟁적 내용도 있지만 백번 생각해도 수긍할 수 없는 발언들이다. 일이 발생한 경위와 관련해 노 총장은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당선자들과 상의했다고 해명했고, 뒤늦게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지만 그것으로는 노 총장의 잘못을 무마하지 못한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조선일보가 어떤 집단인가?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조선일보"라는 이름은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하나의 담론으로 정형화된 용어다. 따라서 이 시대에 조선일보의 가치를 논하는 문제는 마치 "군사 독재"라는 용어를 놓고 가치를 평가하려는 것만큼 무의미하다. 오죽하면 "안티조선"이 하나의 개혁 운동으로 우리 사회의 가장 중심적인 화두가 되었겠는가? 이런 점에서 30년이나 "조선일보를 봤고, 품질이 제일 낫다"고 추켜세우는 것은 조선일보에서의 덕담이라 하더라도 너무 지나치다. 개혁 정당임을 자부하는 민주노동당의 사무총장이, 이미 시대의 개혁 운동으로 형성된 흐름에 대해 이렇듯 조롱하듯이 발언해도 되는 것인가?
방송의 개혁프로와 관련된 발언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KBS와 MBC의 매체비평 프로그램이나 시사 프로그램에서 언론개혁의 과제로 조선일보를 다루는 것을 두고 노 총장은 "방송에서 물리적으로 뭔가를 하는 것처럼 신문과 일전을 불사한다"고 표현했다. 그 표현이 전혀 틀린 것은 아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조선일보와 일전을 불사"하는 흐름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고, 언론노조 또한 이 흐름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노 총장이 이를 두고 방송이 조선일보를 대하는 "너무 주장이 센"느낌을 조선일보로부터도 받고 있다며 조선일보에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 말은 방송이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데 조선일보에도 방송과 같은 잘못이 보인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우리가 보기에 조선일보의 주장은 너무 센 수준을 넘어 섬뜩할 만큼 극단적이다. 특히 노동자들에 대한 조선일보의 논조와 사실왜곡이 어떠했는지는 누구보다도 조선일보를 30년 간이나 애독해온 노 총장 자신이 잘 알 것이다. 방송과 비교하지 않고 조선일보의 기사만으로도 "조선"의 극단성을 지적할 수 있을텐데 굳이 방송을 끄집어내 격이 어긋나는 비교를 한 노 총장의 의도가 의심스럽다.
또 하나 노 총장의 발언 중에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민주노동당은 이제 운동권에서 탈피했으며, 운동권에서 멀어질수록 성공할 것"이라는 발언이다. 이 말은 민주노동당이 하루 빨리 대중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되지만 민주노동당의 현실적 토대와 그 토대에 있는 현장 조직들은 여전히 운동적 방식을 투쟁의 주요한 수단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노 총장의 발언은 훨씬 민감하고 중대한 해석의 여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이는 노 총장이 "조선일보와 좋은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한 발언과 큰 틀에서 맥을 같이 한다.
이 밖에도 노 총장은 최근 모 언론과 가진 대담에서 시장 점유율 제한 추진과 관련해 이를 "이중규제"라며 반대 의견을 밝히는 등 언론개혁에 소극적으로 보이는 발언을 한 사실이 있다. 국회의원 당선자로서 언론제도 개혁과 관련해 개인 의견을 말하는 것이야 나무랄 수 없지만 노 총장은 언론개혁이 얼마나 절박한 과제인지 또 우리나라의 신문시장에서 이중규제는 고사하고 신문고시 등 최소한의 법과 제도조차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는 사실에 대해서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혹시 노 총장이, 이제는 소 대신 말을 타고 싶어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은 말을 타고 달려가는데, 달라진 위상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소잔등에 앉아 있는 자신의 모습에서 답답함을 느낀 것은 아닌가? 그러나 중요한 것은 민주노동당의 행진은 주마간산 격으로 빨리 가는 것이 아니라 한걸음 한걸음을 분명하게 딛고 가는 것이며, 말 가는 곳은 소도 반드시 간다는 믿음을 가지는 것이다. 시대의 강력한 요구인 언론 개혁과 민주노동당의 "개혁행진"이 노 총장의 안이하고 위험한 인식으로 인해 방해받지 않도록 노 총장은 각성하길 바란다.
2004년 5월 1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출처:매일노동뉴스 2004.05.19]
언론노조(위원장 신학림)는 18일 논평을 내고 “노 총장은 오해를 사기에 충분한 말들을 쏟아내고 말았다”며 △‘품질이 제일 낫다’고 추켜세운 것은 덕담이라 해도 너무 지나치고 △KBS와 MBC 등에서 진행하는 언론비평을 ‘물리적으로 뭔가를 하는 것처럼 신문과 일전을 불사하는 프로그램’이라 폄훼했고 △‘민주노동당이 운동권에서 멀어질수록 성공할 것’이라는 발언은 여전히 운동적 방식을 투쟁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민감한 해석의 여지를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 한겨레신문지부에서도 이날 별도 성명을 내고 “현실을 왜곡해서까지 수구적 논조를 강요하는 신문을 평가할 때 논조 이외에 품질을 평가할 잣대가 무엇이냐”며 “이는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서 수구언론의 물량공세에 맞서 좋은 품질의 신문을 만들기 위해 애써온 많은 언론노동자들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가 이처럼 공식 논평까지 낸 것은 ‘안티조선’ 등으로 대표돼 온 언론개혁에 대한 노 총장의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인터뷰를 거부하는 것은 비정상적이고 부자연스러운 현상”, “쌍방이 좋은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등의 발언은 “백번 생각해도 수긍할 수 없다”는 것이다. 노조는 ‘조선 품질론’에 대해서는 “개혁운동으로 형성된 흐름을 조롱하듯 발언해도 되냐”고까지 지적했다.
또한 국회의원 당선자이기도 한 노 총장의 이같은 행보와 발언은 당의 공식 입장과도 다르고 오해의 소지가 많아 “해명 등으로 잘못을 무마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마행처 우역거(馬行處 牛亦去ㆍ말이 가는 곳은 소도 갈 수 있다)’라는 한자성어를 빗대면서 “목적한 곳에 빨리 가기 위해 누구든 말을 타고 싶지만 소를 탈 수밖에 없는 힘없는 노동자, 농민, 서민들이 있다”며 “민주노동당은 소를 타고 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대표하는 정당이지만 노 총장은 소 대신 말을 타고 싶어하는 것 같이 보인다”고 꼬집었다.
논평이 나온 18일 노 총장은 장시간 토론회에 참석 중이어서 직접 답변을 듣지 못했다. 한편 노 총장은 18일 오전 MBC 라디오의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의 발언과 17일 참여연대 강연 등을 통해 “조선일보식의 왜곡이 있어선 안 된다”며 “인터뷰를 강하게 거절하니까 직접 얘기하는 게 어떠냐는 제안이 있어 피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서 강연을 한 것”이고 “정당이 자기를 알리기도 바쁠텐데 인터뷰를 거부하면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이 와서 인터뷰 거부는 조선일보의 논조나 보도태도에 문제가 있어 생긴 부자연스럽고 비정상적인 관계라는 뜻”이었으며 ‘운동권 탈피’ 주장은 “자기 주장만 높이는 부정적 운동권에서 탈피해서 전체 국민을 상대로 하는 활동을 펴야 된다는 취지”였다고 말한 바 있다.
이정희 기자(goforit@labornews.co.kr)
[언론노조 논평 전문] 노회찬 총장은 말을 타고 싶은가?
- 노회찬 총장의 최근 행보에 대한 언론노조의 입장 -
한자성어 중에 "마행처 우역거"(馬行處 牛亦去)라는 말이 있다. 말이 가는 곳은 소도 갈 수 있다는 뜻이다. 목적한 곳에 빨리 가기 위해 누구든 말을 타고 싶겠지만 소를 타고 갈 수밖에 없는 사람이 세상에는 더 많다. 가진 것이 없어 힘없는 이 땅의 수많은 노동자, 농민, 서민들이 바로 그들이다. 비유하자면 민주노동당은 소를 타고 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대표하는 정당이다. 그런데 최근 노회찬 총장이 소 대신 말을 타고 싶어하는 것 같이 보여 안타깝다.
노회찬 총장은 지난 11일 조선일보 노동조합의 초청으로 조선일보를 방문해 "나와 조선일보"라는 주제로 2시간 가량 강연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를 방문하기 전 노 총장은 언론노조에 "조선일보를 방문해도 좋은 지"를 질의해 왔고, 언론노조는 "가지 않는 것이 좋고 가면 반드시 당할 것이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노 총장은 가지 말라는 얘기를 들으니 "더욱더 가고 싶다"며 기어이 조선일보를 방문했다.
노 총장은 강연에서 "조선일보에 대해서는 좋은 말을 많이 할 수도 있지만 오해를 살까봐 자제하겠다"고 전제했지만 결국은 오해를 사기에 충분한 말들을 쏟아내고 말았다. 노총장의 발언 중 우리를 민감하게 하는 부분은 이런 것들이다.
"중학교 2학년 때인 1970년부터 조선일보를 구독했고, 감옥에서도 봤고, 조선일보 안 보기 운동을 벌이는 사람들이 있을 때도 봤다". "품질에서 제일 낫다는 생각에서 조선일보를 보고 있다". KBS와 MBC 등에서 진행하고 있는 개혁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물리적으로 뭔가를 하는 것처럼 신문과 일전을 불사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폄훼하고, 민주노동당이 조선일보와 공식 인터뷰를 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과 관련해서는 "비정상적이고 부자연스러운 관계"며 "쌍방이 더 적극적이고 좋은 관계로 만들어야 할 필요성에 공감한다"라고 밝혔다. 또 "민주노동당은 이제 운동권에서 탈피했으며, 민주노동당은 운동권에서 멀어질수록 성공할 것"이라는 주장도 서슴치 않았다.
일부 논쟁적 내용도 있지만 백번 생각해도 수긍할 수 없는 발언들이다. 일이 발생한 경위와 관련해 노 총장은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당선자들과 상의했다고 해명했고, 뒤늦게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지만 그것으로는 노 총장의 잘못을 무마하지 못한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조선일보가 어떤 집단인가?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조선일보"라는 이름은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하나의 담론으로 정형화된 용어다. 따라서 이 시대에 조선일보의 가치를 논하는 문제는 마치 "군사 독재"라는 용어를 놓고 가치를 평가하려는 것만큼 무의미하다. 오죽하면 "안티조선"이 하나의 개혁 운동으로 우리 사회의 가장 중심적인 화두가 되었겠는가? 이런 점에서 30년이나 "조선일보를 봤고, 품질이 제일 낫다"고 추켜세우는 것은 조선일보에서의 덕담이라 하더라도 너무 지나치다. 개혁 정당임을 자부하는 민주노동당의 사무총장이, 이미 시대의 개혁 운동으로 형성된 흐름에 대해 이렇듯 조롱하듯이 발언해도 되는 것인가?
방송의 개혁프로와 관련된 발언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KBS와 MBC의 매체비평 프로그램이나 시사 프로그램에서 언론개혁의 과제로 조선일보를 다루는 것을 두고 노 총장은 "방송에서 물리적으로 뭔가를 하는 것처럼 신문과 일전을 불사한다"고 표현했다. 그 표현이 전혀 틀린 것은 아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조선일보와 일전을 불사"하는 흐름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고, 언론노조 또한 이 흐름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노 총장이 이를 두고 방송이 조선일보를 대하는 "너무 주장이 센"느낌을 조선일보로부터도 받고 있다며 조선일보에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 말은 방송이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데 조선일보에도 방송과 같은 잘못이 보인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우리가 보기에 조선일보의 주장은 너무 센 수준을 넘어 섬뜩할 만큼 극단적이다. 특히 노동자들에 대한 조선일보의 논조와 사실왜곡이 어떠했는지는 누구보다도 조선일보를 30년 간이나 애독해온 노 총장 자신이 잘 알 것이다. 방송과 비교하지 않고 조선일보의 기사만으로도 "조선"의 극단성을 지적할 수 있을텐데 굳이 방송을 끄집어내 격이 어긋나는 비교를 한 노 총장의 의도가 의심스럽다.
또 하나 노 총장의 발언 중에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민주노동당은 이제 운동권에서 탈피했으며, 운동권에서 멀어질수록 성공할 것"이라는 발언이다. 이 말은 민주노동당이 하루 빨리 대중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되지만 민주노동당의 현실적 토대와 그 토대에 있는 현장 조직들은 여전히 운동적 방식을 투쟁의 주요한 수단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노 총장의 발언은 훨씬 민감하고 중대한 해석의 여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이는 노 총장이 "조선일보와 좋은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한 발언과 큰 틀에서 맥을 같이 한다.
이 밖에도 노 총장은 최근 모 언론과 가진 대담에서 시장 점유율 제한 추진과 관련해 이를 "이중규제"라며 반대 의견을 밝히는 등 언론개혁에 소극적으로 보이는 발언을 한 사실이 있다. 국회의원 당선자로서 언론제도 개혁과 관련해 개인 의견을 말하는 것이야 나무랄 수 없지만 노 총장은 언론개혁이 얼마나 절박한 과제인지 또 우리나라의 신문시장에서 이중규제는 고사하고 신문고시 등 최소한의 법과 제도조차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는 사실에 대해서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혹시 노 총장이, 이제는 소 대신 말을 타고 싶어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은 말을 타고 달려가는데, 달라진 위상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소잔등에 앉아 있는 자신의 모습에서 답답함을 느낀 것은 아닌가? 그러나 중요한 것은 민주노동당의 행진은 주마간산 격으로 빨리 가는 것이 아니라 한걸음 한걸음을 분명하게 딛고 가는 것이며, 말 가는 곳은 소도 반드시 간다는 믿음을 가지는 것이다. 시대의 강력한 요구인 언론 개혁과 민주노동당의 "개혁행진"이 노 총장의 안이하고 위험한 인식으로 인해 방해받지 않도록 노 총장은 각성하길 바란다.
2004년 5월 1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출처:매일노동뉴스 2004.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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