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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멍청한 생각은 빨리 접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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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5-09-28 17:50 조회16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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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멍청한 생각은 빨리 접는 게 좋다

한호석 정세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25-09-29

<차례>

1. 그 어느 때보다 준엄한 오늘의 정세

2. 세 장면을 하나로 연결시킬 수 있다

3. 중요한 고리들이 완벽하게 풀렸다

4. 전쟁억제력의 제1 사명과 제2 사명

5. 미제국이 충족시킬 수 없는 세 가지 조건

6. 추억으로 남은 친서외교




1. 그 어느 때보다 준엄한 오늘의 정세

김정은 총비서의 연설문 전문이 조선의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14,934자로 이루어진 연설문은 김정은 총비서가 2025년 9월 21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 회의에서 연설한 것이다. 연설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정치 부문, 경제 부문, 군사 부문, 외교 부문, 사회 부문을 비롯한 국정 전반에 대해 언급하였고, 국제 정세와 지역 정세에 대해서도 언급하였다. 2025년 9월 21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 회의에서 한 김정은 총비서의 연설을 이 글에서는 ‘9.21 연설’로 약칭한다.

조선에서 모든 노선과 원칙, 전략과 정책은 김정은 총비서의 사상과 영도에 전적으로 의거하여 수립, 채택되는데, 김정은 총비서의 연설에는 그의 사상과 영도가 응축되어 있고, 그의 사상과 영도가 전면적으로 서술되어 있다. 그러므로 김정은 총비서의 연설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심층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는 김정은 총비서의 연설문 전문을 수록한 소책자를 당원들과 인민들을 위한 정치학습자료로 발간, 보급할 뿐 아니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 소속 강사들이 전국 각지, 각급 기관들과 단위들에 내려가 김정은 총비서의 연설내용을 간부들과 인민들에게 정확하게 인식시키기 위한 해설 강연도 진행한다.

그런데 한국의 종미 우익 언론매체들은 9.21 연설을 객관적으로 보도하지 않고 곡해와 왜곡을 퍼뜨렸다. 그런 연유로 하여 한국에서 9.21 연설을 정확히 이해한 사람은 없는 듯하다. 몰이해와 자의적 해석은 정세 인식을 혼란에 빠뜨린다.

이 글에서 서술하려는 것은 김정은 총비서가 9.21 연설에서 조미관계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9.21 연설에서 조미관계의 현재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적수국들의 모험적인 과시성 군사행동으로 하여 지상과 해상, 공중의 모든 영역에서 예측할 수 없는 위태한 상황들이 조성되고 핵보유국 간의 대결 수위가 전례 없이 고조된 현실이 바로 우리가 마주한 군사 정치 정세의 실상입니다. 이처럼 현 정세는 그 어느 때보다 준엄합니다.”

위의 인용문에 나오는 “적수국들”은 미제국, 한국, 일본을 가리키고, “모험적인 과시성 군사행동”은 미·일·한 3자 다영역 전쟁연습과 미·일·한 3자 핵작전 도상훈련을 가리킨다.

2023년까지만 해도 미제국은 일본, 한국과 각각 따로 다영역 전쟁연습을 진행했었는데, 2024년 6월부터 2개의 다영역 전쟁연습들이 미·일·한 3자 다영역 전쟁연습 ‘프리덤 에지(Freedom Edge)’로 통합되었다. 전쟁연습의 통합은 전쟁연습의 강도가 비상히 높아졌음을 의미하고, 전쟁 발발 위험이 크게 증대되었음을 의미한다. 김정은 총비서는 9.21 연설에서 “조선반도는 이제 당장 전쟁이 일어나도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는 항시적인 전쟁위험지역”이라고 지적하였다.

미제국은 2021년부터 ‘태평양억제구상(Pacific Deterrence Initiative)’이라는 명칭을 내걸고 동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침공 무력을 대폭 증강해오고 있는데 미·일·한 3자 다영역 전쟁연습도 그런 침공 무력 증강조치의 일환이다. 이런 정황은 미제국이 일본, 한국과 함께 동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침략전쟁을 도발하려고 광분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미제국 인디아양-태평양사령부 산하 태평양전투지휘소(Pacific Warfighting Center)를 잠깐 살펴보자. 태평양전투지휘소는 하와이주 오아후섬(O’ahu Island) 진주항(Pearl Harbor) 포드섬(Ford Island)에 있다. 2024년 7월 8일 미제국은 태평양전투지휘소 작전회의실을 한국 취재기자들에게 공개했는데, 취재기자의 방문기에 의하면 한국, 일본, 대만의 현재 시각을 각각 알려주는 전자시계들이 태평양전투지휘소 작전회의실 전면에 걸려 있었다고 한다. 이런 정황은 미제국이 한국, 일본, 대만을 거점으로 하여 전쟁을 도발하려는 무력 침공 책동에 혈안이 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거기에 더하여 미제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는 2025년 9월 5일 국방부(Department of Defense)라는 기존 명칭을 전쟁부(Department of War)로 개칭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이런 조치는 국가방위가 아니라 침략전쟁에 힘을 집중하는 공격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2. 세 장면을 하나로 연결시킬 수 있다

김정은 총비서는 위에 서술된 9.21 연설 인용문에서 “핵보유국 간의 대결 수위가 전례 없이 고조된 현실”을 대해 언급하였다. 조선과 미제국 사이에서 핵대결 수위가 전례 없이 고조되었고, 중국과 미제국 사이에서 핵대결 수위가 전례 없이 고조되었고, 로씨아와 미제국 사이에서 핵대결 수위가 전례 없이 고조되었다. 이 문제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미제국 전략사령부는 2024년 7월 30일부터 8월 1일까지 한국군을 끌어들인 가운데 핵작전 도상훈련 ‘아이언 메이스(Iron Mace)’를 처음 실시했는데, 2025년 9월 15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된 핵작전 도상훈련에 일본자위대까지 끌어들여 미·일·한 3자 핵작전 도상훈련으로 확대, 개편되었다. 그런데 미제국 전략사령부는 경기도 평택에 있는 ‘캠프 험프리스(Camp Humphreys)’에서 미·일·한 3자 핵작전 도상훈련을 진행하는 것과 때를 맞춰 2025년 9월 17일부터 21일까지 캘리포니아주 연안에 출동시킨 수중배수량이 18,750톤인 오하이오급 전략잠수함에서 트라이던트(Trident)-2 잠수함 발사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네 차례 연속 발사하는 검수사격을 실시했다. 비축해놓은 핵탄두 장착 미사일들이 작전성능을 제대로 발휘하는지를 검측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검수사격을 실시하는데, 대체로 검수사격에서는 1~2발 발사하고 끝내는 것이 상례다. 그런데 이번 검수사격에서는 잠수함 발사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이례적으로 4발이나 발사했다. 이것은 검수사격이 아니라 핵위협 망동이다.

이번에 미제국 전략사령부는 정밀타격 능력을 가진 W76-2 전술핵탄두 12개가 장착된 잠수함 발사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4발 발사했는데, 오하이오급 전략잠수함에는 그런 잠수함발사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20발씩 탑재되었다. 그러므로 오하이오급 전략잠수함 한 척에서 W76-2 전술핵탄두 240개를 발사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엄청난 핵공격력을 가진 오하이오급 전략잠수함 한 척이 2025년 9월 23일 필리핀 북부 루손섬(Luzon Island) 수빅만(Subic Bay)에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서 세 장면을 하나로 연결시킬 수 있다. 미·일·한 3자 핵작전 도상훈련이 벌어진 경기도 평택, 그리고 트라이던트-2 잠수함 발사 대륙간 탄도미사일 4발이 연속 발사된 캘리포니아 연안 수역, 그리고 오하이오급 전략잠수함이 출현한 필리핀 수빅만을 하나로 연결하면, 미제국의 핵위협 망동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미제국 전략사령부가 미·일·한 3자 핵작전 도상훈련을 실시하는 시간에 맞춰 오하이오급 전략잠수함에서 트라이던트-2 잠수함발사 대륙간 탄도미사일 4발을 발사하고, 오하이오급 전략잠수함을 필리핀 인근 수역에 출동시킨 것은 조선, 중국, 로씨야에 대한 노골적인 핵위협 망동이 아닐 수 없다. 위에 서술한 내용은 지금 한반도 및 동아시아의 군사 상황이 마치 도화선이 타들어 가는 것 같은 급박하고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을 말해준다.

3. 중요한 고리들이 완벽하게 풀렸다

9.21 연설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마치 도화선이 타들어 가는 것 같은 상황에 조선이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시간이 감에 따라 긴장 상태는 더욱 격앙되고 도화선은 타들어 가고 있지만 전쟁 방지, 안전 지수는 지난 시기보다 오히려 더 높아졌다는 이 사실은 매우 중요한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외부에서 가해오는 모든 안보상 도전에 대처하고 압도하는 우리 핵무력의 억제기능이 충분하고 완벽하게 가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략) 나는 이에 대해 확언하며 적들도 이를 부인하기 힘들 것입니다.”

위의 인용문은 조선이 “핵무력의 억제기능을 충분하고 완벽하게 가동하고 있다”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김정은 총비서는 조선이 충분한 핵억제력을 가졌다는 사실을 확언하였고, 조선의 핵억제 기능이 완벽하게 가동되고 있다는 사실도 확언하였다.

김정은 총비서는 2016년 5월 6일 조선로동당 제7차 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세 차례의 지하 핵시험과 첫 수소탄 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하였음을 간략히 언급하였는데, 그로부터 4년 8개월이 지난 2021년 1월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는 그동안 “핵무력 현대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투쟁해온 조선의 “국가핵무력건설대업”은 “완전무결한 핵방패를 구축하고 그 어떤 위협에도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하고 믿음직한 전략적 억제력을 굳혀나갈 수 있게 하였다”라고 밝혔다. 그로부터 다시 4년 8개월이 지난 2025년 9월 21일 김정은 총비서는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조선이 충분한 핵억제력을 가졌다고 언명하였다.

조선이 충분한 핵억제력을 가졌다는 말은 강력하고 믿음직한 전략적 억제력, 곧 완전무결한 핵방패를 구축하는 국가핵무력건설대업을 완수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정은 총비서는 2025년 1월 28일 핵물질생산기지와 핵무기연구소를 현지에서 지도하면서 “무기급 핵물질 생산계획을 초과 수행하고 나라의 핵방패를 강화하는 데서 획기적인 성과를 이룩하여야 한다”라고 말하였다. 핵무기를 기하급수적으로 증산하라는 뜻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라파엘 그로씨(Rafael M. Grossi)는 2025년 4월 22일 미제국 뉴욕에 있는 대외관계협의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의 관계자와 대담하면서 조선의 핵무기 프로그램이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어 왔다”라고 말했다.

김정은 총비서는 2025년 9월 26일 조선로동당 본부 청사에서 핵물질생산 및 핵무기생산과 관련한 협의회를 지도하면서 핵물질생산기업소와 핵무기연구소가 조선로동당이 제시한 “새로운 중대 전략의 두 가지 과업을 철저히 관철한 결과 나라의 핵능력 고도화의 중요 고리들이 완벽하게 풀렸다”라고 하였다.

핵능력을 고도화하는 중요한 고리들이 완벽하게 풀렸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 총비서는 2025년 9월 1일 미싸일총국 산하 화학재료종합연구원 소속 연구소가 탄소섬유복합재료로 제작한 “대출력 고체 발동기”를 8차례 지상분출시험을 실시해 마침내 완성하였다는 보고를 받았다. 대출력 고체 발동기는 매우 강한 출력을 내는 고체연료 로켓엔진을 말한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이번에 완성된 대출력 고체연료 발동기의 최대 추력은 1,960kN이라고 한다. ‘kN’은 힘의 세기를 측정하는 킬로뉴턴(kilonewton)이라는 단위를 표기한 것이다. 1,960킬로뉴턴을 환산하면 200톤포스(톤포스=ton-force)다. 톤포스는 1톤의 질량을 가진 물체가 지구 표면에서 받는 중력의 힘을 나타내는 단위다.

다른 핵강국들이 운용하는 대출력 고체연료 발동기들과 비교하면, 200톤포스의 추력을 내는 조선의 대출력 고체연료 발동기가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 알 수 있다. 로씨야가 운용하는 대륙간 탄도미사일 토폴(Topol)-M에 달린 대출력 고체연료 발동기의 추력은 91톤포스이고, 대륙간 탄도미사일 RS-24 야르스(Yars)에 달린 대출력 고체연료 발동기의 추력은 102톤포스다. 중국이 운용하는 대륙간 탄도미사일 둥펑(東風)-4에 달린 대출력 고체연료 발동기의 추력은 125톤포스다. 2025년 9월 3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진행된 열병식에 참가한 최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 둥펑-5C에 달린 대출력 고체연료 발동기의 추력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200톤포스에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 조선이 이번에 완성한 대출력 고체연료 발동기의 추력은 200톤포스다.

조선은 추력이 200톤포스인 초강력 고체연료 발동기를 가지고 어떤 미사일을 만들 수 있나? 3단형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2단형으로 줄이고, 사거리는 종전대로 15,000킬로미터를 유지할 수 있다. 3단형인 화성포-19형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길이를 줄여 2단형인 화성포-20형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만드는 것이다. 2단형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탑재한 발사대차는 차체 길이가 짧아 더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 있다.

거기에 더하여, 2단형인 화성포-20형 대륙간 탄도미사일에 개별유도식 재돌입체(MIRVs)를 14발까지 탑재할 수 있다. 2025년 9월 3일 베이징에서 진행된 열병식에 참가한 중국의 최신형 둥펑-5C 대륙간 탄도미사일은 개별유도식 재돌입체를 12발까지 탑재한다.

그것만이 아니다. 조선은 추력이 200톤포스인 초강력 고체연료 발동기를 가지고 잠수함 발사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를 15,000킬로미터로 늘일 수 있다. 2021년 1월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 경축 열병식에 참가한 북극성-5ㅅ 잠수함 발사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는 10,000킬로미터인데, 신형 초강력 고체연료 발동기를 장착하면 잠수함 발사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는 15,000킬로미터로 늘어난다.

미제국이 2025년 9월 17일부터 21일까지 네 차례 연속 발사한 트라이던트-2 잠수함 발사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는 12,000킬로미터인데, 조선의 신형 잠수함 발사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는 15,000킬로미터이다. 사거리가 15,000킬로미터인 신형 잠수함 발사 대륙간 탄도미사일은 핵추진 전략잠수함에 탑재될 것이다. 지금 조선은 핵추진 전략잠수함을 마감 단계에서 건조하고 있다.

그것만이 아니다. 조선은 초강력 고체연료 발동기를 가지고 극초음속 활공비행체가 탑재된 미사일의 사거리도 늘일 수 있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2025년 1월 6일 조선이 시험발사한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의 고체연료 발동기 동체는 “새로운 탄소섬유복합재료”로 만들어졌다고 했는데, 이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은 그날 시험발사에서 1,500킬로미터를 날아갔다. 조선이 이번에 완성한, 추력이 200톤포스인 초강력 고체연료 발동기를 장착하면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의 사거리는 약 3,000킬로미터로 늘어날 것이다.

위에 서술한 내용을 보면, 핵능력을 고도화하는 중요한 고리들이 완벽하게 풀렸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자명해진다. 그것은 화성포-19형 대륙간 탄도미사일보다 기동성이 더 뛰어난 화성포-20형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만들고, 사거리가 15,000킬로미터로 늘어난 신형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을 핵추진 전략잠수함에 탑재하고 사거리가 2배로 늘어난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을 만든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조선은 적국들이 두려움을 느낄 압도적인 핵억제력을 보유하게 된다. 김정은 총비서는 9.21 연설에서 “우리의 핵억제력은 (중략) 적수국가들로 하여금 만약의 경우 초래될 치명적인 후과에 대하여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라고 말했다.

4. 전쟁억제력의 제1 사명과 제2 사명

김정은 총비서는 9.21 연설에서 핵억제력과 전쟁억제력이라는 두 가지 용어를 사용했다. 핵억제력은 핵무력으로 적국의 전쟁 도발을 억제하고 전쟁 위기를 관리하는 것이고, 전쟁억제력은 핵무력과 재래식 무력으로 적국의 전쟁 도발을 억제하고 전쟁 위기를 관리하는 것이다.

또한 김정은 총비서는 9.21 연설에서 조선의 핵무력이 가진 사명을 제1 사명과 제2 사명으로 구분하였다. 2022년 9월 9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채택된 핵무력 정책에 관한 법령에 의하면, 조선의 핵무력이 가진 제1 사명은 “적대세력으로 하여금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의 군사적 대결이 파멸을 초래한다는 것을 명백히 인식하고 침략과 공격 기도를 포기하게 함으로써 전쟁을 억제하는” 사명이다. 조선의 핵무력이 가진 제2 사명은 만약 “전쟁 억제가 실패하는 경우 적대세력의 침략과 공격을 격퇴하고 전쟁의 결정적 승리를 달성하기 위한 작전적 사명”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9.21 연설에서 “만일 (억제력의 제1 사명이 상실될 때에는) 억제력의 제2의 사명이 가동되게 됩니다. 나는 이미 그에 대하여 언급한 바가 있습니다”라고 말하였다. 김정은 총비서는 2022년 4월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열병식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우리 핵무력의 기본 사명은 전쟁을 억제함에 있지만 이 땅에서 우리가 결코 바라지 않는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에까지 우리의 핵이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되어 있을 수는 없습니다.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의 근본 이익을 침탈하려 든다면 우리 핵무력은 의외의 자기의 둘째의 사명을 결단코 결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조선이 전쟁억제력의 제2 사명을 가동하는 것은 그동안 기하급수적으로 증강시켜 온 핵무력과 재래식 무력을 총동원해 적국들을 무자비하게 공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핵무력과 재래식 무력을 총동원한 조선의 무자비한 공격을 받으면, 적국들은 어떻게 되나?

김정은 총비서는 9.21 연설에서 “억제력의 제2의 사명이 가동되면, 한국과 주변지역 그의 동맹국들의 군사 조직 및 하부구조는 삽시에 붕괴될 것이며 이는 곧 괴멸을 의미합니다”라고 말하였다. 다시 말해서 조선인민군이 핵무력과 재래식 무력을 총동원한 무자비한 공격을 개시하면 한국군, 일본자위대, 서태평양지역에 주둔하는 미제국군의 각급 군사 조직들이 매우 짧은 시간에 괴멸될 뿐 아니라 한국의 하부구조, 일본의 하부구조, 서태평양지역 미제국 군사 기지들의 하부구조까지 동시에 붕괴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하부구조는 철도, 전기, 통신, 도로, 공항, 항만을 비롯한 국가 운영에 필수적인 기반시설을 의미한다. 국가 운영에 필수적인 기반시설이 붕괴되면, 정상 국가로 존립할 수 없다. 한국과 일본이 붕괴된 기반시설들을 재건하려면 30년 이상 걸릴 것이다.

5. 미제국이 충족시킬 수 없는 세 가지 조건

김정은 총비서는 9.21 연설에서 조선과 미제국의 관계에 대해 “만약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하여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라고 말하였다. 이 인용문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미제국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면, 조미 협상이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1) 미제국은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미제국이 조선의 비핵화에 집착하는 허황한 집념을 버려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 시기 조선이 추구한 것은 “조선반도의 비핵화”였다. 2013년 10월 21일 조선 국방위원회 대변인은 성명에서 “조선반도 비핵화는 공화국 정부가 실현하려는 불변의 정책적 목표”라고 인정한 바 있다. 그 성명에 의하면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남조선을 포함한 조선반도 전역의 비핵화”이며, 더 나아가서 조선에 대한 “미국의 위협까지 완전히 청산하고 그것을 세계의 비핵화와 이어놓기 위한 평화애호적이며 힘있는 물리적 수단”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미제국은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조선의 비핵화”로 바꾸고, 조선의 핵무장을 해제하려고 광분했다. 그런 광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조선은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므로 지금은 조선의 비핵화라는 미제국의 허황한 집념밖에 남지 않았다.

미제국이 조선의 비핵화라는 집념을 포기할 수 있을까? 미제국이 조선의 비핵화라는 집념을 포기한다는 말은 아침 해가 서쪽에서 뜬다는 말처럼 비현실적이다. 미제국이 멸망하지 않는 한 미제국은 조선의 비핵화라는 집념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조선을 비핵화하기 위한 조미 협상이 혹시 재개되지나 않을까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공상이다.

2) 미제국은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2025년 7월 28일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발표한 담화에 나오는 표현을 빌리면 미제국이 현실을 인정한다는 것은 “우리 국가의 불가역적인 핵보유국 지위와 그 능력에 있어서 또한 지정학적 환경도 근본적으로 달려졌다는 엄연한 사실에 대해 인정한다”라는 뜻이다. 그러나 미제국이 조선의 불가역적인 핵보유국 지위와 그 능력을 인정하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또한 미제국이 조선의 지정학적 환경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도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여기서 말하는 근본적으로 달라진 조선의 지정학적 환경은 조선이 미제국과 동맹국들의 일방적인 핵위협을 받던 과거 환경과 근본적으로 달라진 환경, 다시 말해서 조선이 중국, 로씨야와 반제공동전선을 구축하고 미제국과 동맹국들의 전쟁 도발 위험을 억제하고 위험한 정세를 주동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미제국이 이런 현실을 인정하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3) 미제국이 조선과 “진정한 평화공존”을 실현하기 위한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평화공존이 아니라 “진정한 평화공존”을 실현해야 한다고 언급하였다. 조선과 미제국의 진정한 평화공존은 미제국이 대조선 적대 정책을 완전히, 불가역적으로 폐기할 때, 오로지 그러한 때에만 실현될 수 있다. 미제국이 대조선 적대정책을 완전히, 불가역적으로 폐기한다는 말은 무력 침공을 위해 존재하는 한미동맹 체제를 해체하고, 조선과 외교관계를 정상화한다는 뜻이다. 한미동맹 체제를 해체한다는 말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파기한다는 뜻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제6조는 “어느 당사국이든지 타 당사국에 통고한 후 1년에 본 조약을 종지시킬 수 있다(Either Party terminate it one year after notice has been given to the other Party)”라고 규정하였다. 그러므로 미제국이 한미상호방위조약 파기를 한국에 통고하면 1년 뒤에 그 조약은 자동적으로 파기된다. 파기를 통고한 후 조약이 파기되기까지 1년은 한국에서 점령군을 거둬가는 철군 기간을 의미한다. 미제국은 1948년 9월 15일 한국에서 점령군 2개 사단(45,000명)을 철군하기 시작하여 1949년 6월 30일 철군을 완료했다. 당시 45,000명을 철군하는 데 9개월 걸렸다. 수송 수단이 매우 발달한 오늘날에는 점령군 28,500명을 철군하는 데 6개월이면 충분하다.

미제국은 1949년에 한국에서 점령군을 철군하면서 군사고문단 500명을 남겨두었다. 그렇게 한 이유는 당시 한국 대통령 이승만(1875~1965)이 철군을 극력 반대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제국은 이승만을 달래주기 위해 점령군 사령관 존 하지(John R. Hodge, 1893~1963)와 한국 대통령 이승만(1875~1965)이 1948년 8월 24일 ‘한미군사안전잠정협정’을 체결하도록 했다. 이 협정은 제1조에서 “주한 미국군 사령관은 본국 정부의 지시에 따라서 또한 자기의 직권으로 대한민국 국방군을 계속하여 조직, 훈련, 무장할 것을 동의한다”라고 규정하였으므로 국방군을 조직, 훈련 무장시킬 군사고문단을 한국에 남겨두고 철군한 것이다. 그러나 한미상호방위조약을 파기하는 조건에서 점령군을 철군하면, 점령군 군사고문단 또는 그와 유사한 군사 조직을 한국에 잔류시킬 수 없게 된다.

한국에서 점령군 철군이 시작되면 이미 오래전에 사문화된 정전협정을 되살려 평화협정을 체결할 필요는 없어진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이 파기되면 평화협정 체결은 불필요하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을 직시하면, 미제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파기할 수도 없고, 파기하지도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전횡과 폭거, 침공과 약탈을 자기의 존재 방식으로 하는 미제국이 조선과 평화적으로 공존하기 위해 한미상호방위조약을 파기한다는 것은 사자에게 풀만 뜯어 먹고 살라는 말처럼 비현실적이다. 미제국이 제국주의를 포기하고 정상 국가로 전변되지 않는 한, 미제국은 김정은 총비서가 제시한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킬 수 없다.

6. 추억으로 남은 친서외교

김정은 총비서는 9.21 연설에서 “나는 아직도 개인적으로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습니다”라고 말하였다. ‘좋은 추억’은 김정은 총비서가 2018년 9월부터 2020년 1월 초까지 트럼프와 27통의 서한을 주고받은 친서외교에 관한 추억을 의미한다. 트럼프도 친서외교에 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트럼프는 대통령직에 다시 취임한 날로부터 이틀이 지난 2025년 1월 22일 미제국 언론매체와 대담하는 자리에서 김정은 총비서에게 다시 연락(reach out)할 것인가라는 대담자의 질문을 받고 1초 만에 “하겠다. 그렇게 하겠다(I will, yeah)”라고 즉답했다. 이런 정황은 트럼프가 친서외교를 재개하려는 확실한 의사를 가졌다는 것을 말해준다.

아니나 다를까, 트럼프는 친서외교를 재개해보려고 시도했다. 2025년 6월 11일 미제국 언론매체 ‘NK 뉴스’ 보도에 의하면, 2025년 봄, 트럼프는 뉴욕에 있는 유엔 주재 조선 대표부를 통해 김정은 총비서에게 친서를 보내려고 여러 차례 시도했다고 한다. 그러나 위의 보도에 의하면, 유엔 주재 조선 대표부는 친서 접수를 “퉁명스럽게(bluntly)” 거부했다고 한다.

유엔 주재 조선 대표부는 왜 트럼프의 친서 접수를 거부했을까? 2025년 9월 5일 ‘뉴욕타임스’ 보도에 의하면, 트럼프는 2019년 2월 초 미제국 해군특수전개발단(Naval Special Warfare Development Group) 습격조 8명을 조선 동해안에 은밀히 침입시켜 지정된 장소에 전자 도청정치를 설치하려는 망동을 저질렀다고 한다. 그런 사태가 발생한 당시는 윁남 수도 하노이(Hanoi)에서 제2차 조미정상회담이 진행되기 약 20일 앞둔 민감한 시점이었고, 트럼프가 김정은 총비서와 친서를 주고받고 있었던 시기였다. 이런 사정은 트럼프가 친서외교의 막후에서 조선에 습격조를 침입시키는 망동을 저질렀음을 말해준다. 두말할 나위도 없이, 이런 사태는 친서외교의 의의를 결정적으로 훼손했다.

2020년 1월 11일 조선 외무성 김계관 당시 고문은 담화에서 친서외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그런 친분 관계를 바탕으로 혹여 우리가 다시 미국과의 대화에 복귀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기대감을 가진다거나 또 그런 쪽으로 분위기를 만들어 가보려고 머리를 굴려보는 것은 멍청한 생각이다.”

그의 말마따나 멍청한 생각은 빨리 접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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