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바다사태, 민주 이사진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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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3-06-09 00:00 조회1,52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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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다사태, 민주 이사진 진입으로 정상화 박차
"에바다 정상화를 위한 두번째 단계에 접어든 것뿐 과제 산적"
박종모 기자
6년 6개월 동안 파행적으로 운영됐던 청각장애인 시설인 에바다 복지회 사태가 정상화를 위한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

에바다 사태는 지난 1996년 11월 27일 강제노역·구타·인신매매·성폭행 등 구 재단의 인권유린에 견디다 못한 에바다 농아원생들의 절규 어린 농성으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해, 장애 시설비리의 참상에 대한 충격을 사회에 던져 주었다.
이로 인해 농아원 최실자 원장이 구속되고 복지관 최성창 이사장이 해임되기도 했지만, 친인척으로 구성된 구 재단 이사진들은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았고, 급기야 2001년 12월부터 농아원과 학교를 폐쇄하는 등 파행적으로 운영해 왔다. 또한 농아원생들에 대한 구 재단측 졸업생들의 잇따른 폭행사건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에 에바다 시설비리 척결을 위한 투쟁에 시민사회단체들은 평택 지역 공동대책위원회와 "에바다 사태 해결을 위한 연대회의"를 구성해 평택시청 앞 천막농성과 단식농성, 서울 광화문 이순신 장군상 고공시위 등 눈물겨운 싸움을 벌였고, 2001년 8월 비로소 에바다 복지회 이사회를 민주적 이사진으로 개편하는 성과를 낳기도 했다.
민주 이사진이 농아원에 진입한 지난 28일 이후 기숙사에 머물고 있던 최성창 전 이사장을 비롯해 구 재단 직원, 농아원들과의 불안한 대치 상황이 계속됐고, 3일 경기도 경찰청은 경찰병력 6개 중대를 투입해 농아원 본관 건물과 기숙사 건물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함으로써 한 고비를 넘겼다.
이 과정에서 구 재단측 인사들이 격렬하게 저항하자, 경찰은 최성창 전 이사장과 부인 이희수씨, 에바다 학교 전 직원 양경수씨, 현 농아원 직원 박미영씨 등 출입금지가처분 대상자 5명과 농아 4명 등 총 9명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연행하고, 에바다 정상화를 촉구하던 노동자와 학생 16명을 임의동행 형식으로 연행했다.
또한 경찰은 이날 농아원 본관건물 지하실에서 식칼 30여개·쇠파이프·각목·대형·가스통·작두·삽 등을 발견해 압수했다.
4일 현재 경찰은 최소한의 경비병력을 제외하고 전원 철수한 상태이며, 에바다 이사회는 대책회의를 거쳐 만약을 사태를 대비해 자체 경비와 시설 복구작업 등 자구책 마련과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구 재단측 졸업생 등 농아원생 10여명은 여전히 기숙사에 머물고 있으며, 3일 연행됐던 최 전이사장의 부인 이희수씨가 이들과 함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같이 연행됐던 최 전이사장도 훈방 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사회는 기숙사 거주 명분이 없는 이들을 퇴거시켜 줄 것을 요구했으나 경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사회는 앞서 지난 29일 불법 주거침입과 퇴거 불응으로 최성창 전이사장을 고소한 상태이다.
에바다 사태가 7년여 동안 장기화된 데에는 에바다 복지회의 관리감독 기관인 평택시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또한 평택시는 애초 이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했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시설을 불법으로 점거하고 농아원생들의 폭력을 사주해 지난해 2월 법원으로부터 "출입금지 가처분" 결정을 받은 바 있는 최 전이사장과 측근들, 그리고 농아원생들에 대한 폭력으로 물의를 빚었던 구 재단측 졸업생들을 방치한 평택경찰서 또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에바다 사태의 해결 기미는 쉽게 보이지 않는다. 박래군 이사(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에바다 사태 정상화를 위한 두번째 단계에 접어든 것뿐이라고 강조한다. 구 재단측 인사들의 농아원 침탈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으며, 침탈을 하지 않더라도 그들이 분규를 일으킬 여지가 남아있다는 것이다.
분규가 발생할 경우 평택시가 이를 이유로 관선 이사를 파견할 명분을 갖게 되고, 이를 통해 구 재단측 인사들이 또다시 농아원에 들어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 구 재단측과 평택시청, 평택경찰서 관계자들이 유착관계에 있었다는 의혹이 불거진 이후 충분히 예측 가능한 상황이다. 또한 이들의 관계는 에바다 사태가 장기화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해 주기도 한다.
이와 함께 그동안 구 재단측에 의해 파행적으로 운영됐던 농아원을 정상화해야 하는 문제가 산적하게 쌓여 있다.
박래군 이사는 "운영권을 되찾은 이상 과거 문제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긴급 감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구 재단측에 의해 저질러진 비리 등 범죄행위를 드러내고 법원에 이를 제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를 통해 그동안 의혹으로만 제기됐던 관계당국과의 유착관계를 밝혀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현재 농아원 직원들과 시설 수용자 문제가 남아있다"며 "지난 7년 동안 구 재단측에 의해 철저하게 맹목적으로 교육받고 동화되었던 이들을 순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농아원 시설과 업무처리가 엉망인 상태"라며 "이를 복구하면서 농아원생들에 대한 교육 과정을 정비하고, 지역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운영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최성창 전이사장 등 구 재단측에 의해 폐기 처분된 것으로 알려졌던, 농아원 운영과 관련된 중요 서류들이 다른 곳으로 옮겨져 보관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구 재단측 직원들이 서류 보관 장소를 밝힐 지 결과가 주목된다. 에바다 이사회는 이를 통해 감사를 진행, 구 재단의 비리와 유착관계를 밝혀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7년 동안 에바다는 법이 통하지 않는 사회였다. 법 자체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결국 경찰 등 행정당국의 의지에 달려 있는 것이다." 박래군 이사의 말이다.
한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사회진보연대·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 등 50개 단체들은 4일 "에바다 정상화를 촉구하는 인권·시민·종교·노동·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에바다 농아원 사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사회복지시설 특별감사를 정부에 촉구했다.
에바다 연대회의 박경석 공동대표는 에바다 상황을 보고하며 "지난해 에바다 재단이 민주 이사진으로 교체되었는데도 최성창 전 이사장은 농아원을 불법 점거하고 수업을 파행으로 이끌었다"며 "최성창씨와 그 측근들을 퇴거시킬 것을 경찰에 요구했으나 오히려 경찰이 그들을 보호하는가 하면 연행한 뒤 다시 농아원으로 돌려보내고 있다"고 말해, 구 재단과 평택시, 경찰의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발언에 나선 김혜경 민주노동당 부대표 또한 "새 이사진이 에바다 농아원에 진입해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시기"라고 강조하고, "경찰이 오히려 최씨 일가의 비리를 옹호하고 있는데, 이를 노무현 정부가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근수 자통협 상임대표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에바다 사태는 단순히 에바다만의 문제가 아니라, 450만 장애인의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하는 문제"라며 "에바다 사태 해결은 장애인 시설에서 벌어지는 비리를 척결하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또 "김영삼·김대중 정부에서도 사태가 해결되지 못한 데는 경찰과 시설장과의 비리 유착, 정부의 박약한 의지 때문"이라며 "에바다가 상처를 치유하고 청각장애아들의 진정한 복지시설이자 교육시설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밝히고, 4가지 요구안을 정부당국에 제시했다.
▲ 정부는 평택경찰서와 평택시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해 에바다 구 재단과의 유착관계를 규명하고 관련자를 처벌할 것.
▲ 검찰과 경찰은 식칼·쇠파이프 등을 준비하고, 농아원생들을 폭력으로 내몰았던 최씨 일가를 철저히 수사, 구속할 것.
▲ 경찰은 에바다복지회 이사들과 시설장의 업무수행, 이들이 필요로 하는 업무와 관련된 사람들의 자유로운 출입을 보장할 것.
▲ 정부는 전국의 사회복지시설을 특별감사해 비리와 인권유린의 근절책을 마련할 것.
[출처; 민중의 소리 6-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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