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위, 진상조사 진행 중 장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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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3-06-23 00:00 조회1,50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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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위, 진상조사 진행 중에 결국 장례식 치러
적어도 군으로서 개인의 명예만큼은 더럽혀지지 않았으면

"양수(가족들이 부르던 노대위의 이름)야, 니 앞에 이 아부지가 딱 한잔만 묵고 가께"
지난 12일 아침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37번국도에서 마주오던 미해병대 소속 7t카고트럭(운전자 스미스 일병.20세.여)과 충돌해 사망한 노쾌석(29세)대위의 영결식이 14일 오전 노대위가 근무하던 25사단 제 8673부대에서 이루어진 후 곧바로 벽제 서울시립장제장으로 옮겨져 장례가 치러졌다.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벽제 장제장에 도착한 노대위의 관은 태극기에 싸여 운구되었으며 곧바로 화장절차로 들어갔다.
화장장소로 이동하는 동안에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들은 오열을 터뜨리며 슬픔과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으며, 군 동료들도 묵념으로 추모의 뜻을 전했다.
"노 대위는 한마디로 FM이었죠. 항상 성실하고 원칙을 지키려 했던 사람입니다."
같은 해에 임관한 어느 동기의 말이다. 원칙을 지키려 했던 사람이 중앙선을 넘어 마주오던 미군 트럭과 사고를 냈다고 한다.
"우리 자랑스런 대한의 아들 노쾌석 대위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맙시다."
노대위가 사고나기 3일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집에서 같이 놀다 갔다고 말하던 큰 누님은 마지막 가는 동생의 길에 절규한다.
어머니는 태극기에 싸인 아들의 관을 끌어안고 쉽게 놓지 못한다. 그리고 화장이 이루어지는 동안 한시도 쉬지 않고 기도를 한다. 어머니의 기도는 한줌 재가 되어 돌아온 아들의 유골함이 언덕 넘어에 있는 11보급대대 제 7봉안소에 안치될 때까지 끊이지 않는다.
아버지는 시종일관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의 죽음 앞에서도 죽은 자식 걱정보다 동료 군인들을 보며 "군대나 사회나 몸이 제일 우선입니다."라며 또 다른 자식들의 안전을 걱정한다.
"양수야, 니 앞에 이 아부지가 딱 한잔만 묵고 가께"
아버지는 이 말과 함께 죽은 아들에게도 술 한잔 권한다. 그리고는 "죽은 자식에게 부모는 절 안 하는기다"라며 봉안소를 나선다.
유가족들은 노대위의 사고와 관련해 완전하게 의혹을 풀지 못한 상태에서 일단 장례부터 치렀다. 억울하다고 생각하지만 노대위의 선과실을 부정할 만한 반증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거대한 군 조직 앞에 특히 그 상대가 미군이라는 것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노대위의 명예가 더럽혀지는 것만은 원하지 않는다. 이에 군당국은 노대위의 사망과 관련해 "순국"으로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 결정은 육군 본부가 하는 것이며 그 결과는 한 달이나 두 달이 지나야 나오기 때문에 노대위가 국립묘지로 갈지 개인묘지로 갈지 아직 장담할 수가 없다.
오키나와에서 온 주일미군이 곧 돌아간다. 스미스 일병도 돌아간다.
아니 이미 돌아갔는지도 모른다. 유가족은 아직도 미군 사고 트럭을 보지도 못했다.
직접 확인하고 싶다고 요구했으나 이미 판문점 통제구역에 들어가 있다는 이유로 미군측에 협조를 구해야만이 볼 수 있기 때문에 얼마나 시간이 걸릴 지 모른다. 그러면서 "철책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걱정말라"고 한다. 사고 현장 표시도 제대로 보존이 안 된 상황에 누가 그 말을 믿겠는가?
스미스 일병의 운전 허가증 하나 확인하는데도 미군의 협조를 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개선되었다고 하는 SOFA의 실효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장상종기자
[출처; 민중의 소리 6-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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